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양장)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양장)

$30.00
Description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근대 이후의 세계를 구성하는 양대 기둥이다. 그러나 두 정치?경제 체제가 지금 같은 모양새를 갖춘 건 오래지 않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민주주의는 ‘보통 남성’들만의 민주주의였고, 자본주의는 착취의 현장을 농장에서 공장으로 옮긴 ‘분칠한 노예제’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계급과 성별에 관계없는 1인1표제, 다시 말해 완전한 보통선거에 기반한 대의민주주의는 어떻게 쟁취되었을까? 8시간 노동제를 비롯해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보장하는 복지제도는 어떻게 자본주의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었을까?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는 150년 전 독일 사회민주당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 등장했던 좌파정당들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인간의 얼굴을 선사한 주역이었음을 증언하는 비망록이면서, 그 길에서 명멸해간 숱한 혁명가와 개혁가들의 백가쟁명을 담은 실록이다. 1990년대 좌파의 불모지 한국에서 노동자정당 운동의 전위에 서 있었고, 서른 이후의 삶을 진보정당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오롯이 채워냄으로써 ‘한국의 안토니오 그람시’ ‘이론가들의 이론가’로 호명되는 저자는, 공부와 궁리의 여정에서 만난 근대 진보정당사 150년의 풍경과 흔적들을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이 책은 좌파의 성공과 좌절을 낯간지러운 헌사나 최루성 신파극으로 각색하지 않는다. 저자는, 진보세력이 추구한 숱한 혁명과 개혁의 좌절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갈데없는 좌파지만, 진보정당의 오류와 한계들―예컨대 좌파가 곧잘 범하는 ‘급진적 언어-보수적 (혹은 소극적) 실천’이라는 모순―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지적한다는 점에서 설핏 우파적 면모마저 드러낸다. 이런 균형 감각에 크게 힘입어, 이 책은 장대한 시공간을 종횡하면서도 진보정당과 세계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순간들을 치우침과 왜곡 없이 재현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볼품없는 동네 선술집의 노동자 모임에서 출발한 진보정당들이, 소수파적 핸디캡을 잔뜩 지니고서도 굽힘 없는 신념과 명민한 전략으로 끝끝내 한 나라의 집권당에 도달하는 장면에서 경의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혁명과 집권에 성공한 뒤 우왕좌왕하는 장면에서 애써 환멸을 품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손위 좌파정당의 실패는 늘 그다음 세상의 진일보에 질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좌파에 대한 오랜 편견―예컨대 분열과 비관주의―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것은 물론, 한때 가장 보잘것없었던 이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주인공임을 보여주는 대반전 드라마이기도 하다.
선정내역
- 2019 올해의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장석준

저자:장석준
사회학을공부했고,진보정당운동의정책및교육활동에참여해왔다.(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의연구및출간사업에함께하고있다.진보신당부대표,정의당부설정의정책연구소부소장을역임했다.지은책으로《21세기를살았던20세기사상가들》(공저)《레프트사이드스토리:세계의좌파는세상을어떻게바꾸고있나》《사회주의》《장석준의적록서재》《신자유주의의탄생:왜우리는신자유주의를막을수없었나》등이있다.옮긴책으로《안토니오그람시:옥중수고이전》(공역)《유럽민중사》《도서관과작업장:스웨덴,영국의사회민주주의와제3의길》《극단적중도파:세계정치에내린경계경보》《국가대시장:지구경제의출현》등이있다.

목차

서문
-역사를통해만나는진보정당운동

I19세기말부터1차세계대전전까지
1지금도반복되는한세기전진보정당의고뇌1
-최초의진보정당독일사회민주당
2지금도반복되는한세기전진보정당의고뇌2
-베른슈타인의길과룩셈부르크의길
3‘혁명적개혁주의’라는이상혹은몽상?
-장조레스와프랑스사회당
4변방에서미래를준비하다
-1912~1914년의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다수파

II1차세계대전과2차세계대전사이
5역사의‘거름’이되어야할때와‘추수’에나서야할때
-2차세계대전전의이탈리아사회당?공산당
6독일노동계급은왜나치에게패배했는가?
-양차대전사이의독일사회민주당?공산당
7인민전선운동,그절반의성공
-양차대전사이의프랑스사회당?공산당과인민전선
8미국에는왜사회주의정당이없는가?
-미국사회당의도전과좌절
9‘붉은빈’-원조‘제3의길’
-2차세계대전전의오스트리아사회민주노동당
10스웨덴복지국가,어떻게가능했나?
-2차세계대전전의스웨덴사회민주노동당

III2차세계대전이후부터20세기말까지
11혁명보다어려운개혁
-2차세계대전후의이탈리아공산당
12칠레의전투는계속된다
-칠레사회당?공산당과아옌데인민연합정부
13신자유주의의등장에맞선구조개혁좌파
-영국노동당의벤좌파운동
14일본사회당의조용한죽음
-일본사회당

IV21세기의실험들
15행복을꿈꾸길두려워하다?
-브라질노동자당
1621세기에도진보정당운동의도전은계속된다
-스페인포데모스

결론
-진행중인,그리고끝날수없는역사의중간정리

출판사 서평

역사를만든Party!세계를바꾼Party!
-불세출의좌파이론가장석준과함께하는‘지구왼편의역사’

민주주의와자본주의는근대이후의세계를구성하는양대기둥이다.그러나두정치?경제체제가지금같은모양새를갖춘건오래지않다.불과100년전만해도민주주의는‘보통남성’들만의민주주의였고,자본주의는착취의현장을농장에서공장으로옮긴‘분칠한노예제’에불과했다.그렇다면계급과성별에관계없는1인1표제,다시말해완전한보통선거에기반한대의민주주의는어떻게쟁취되었을까?8시간노동제를비롯해인간의생존과존엄을보장하는복지제도는어떻게자본주의의일부로편입될수있었을까?
《세계진보정당운동사》는150년전독일사회민주당을필두로세계곳곳에등장했던좌파정당들이야말로민주주의와자본주의에인간의얼굴을선사한주역이었음을증언하는비망록이면서,그길에서명멸해간숱한혁명가와개혁가들의백가쟁명을담은실록이다.1990년대좌파의불모지한국에서노동자정당운동의전위에서있었고,서른이후의삶을진보정당의이론가이자실천가로오롯이채워냄으로써‘한국의안토니오그람시’‘이론가들의이론가’로호명되는저자는,공부와궁리의여정에서만난근대진보정당사150년의풍경과흔적들을생생하게복원해낸다.
이책은좌파의성공과좌절을낯간지러운헌사나최루성신파극으로각색하지않는다.저자는,진보세력이추구한숱한혁명과개혁의좌절을진심으로가슴아프게바라본다는점에서갈데없는좌파지만,진보정당의오류와한계들―예컨대좌파가곧잘범하는‘급진적언어-보수적(혹은소극적)실천’이라는모순―을누구보다날카롭게지적한다는점에서설핏우파적면모마저드러낸다.이런균형감각에크게힘입어,이책은장대한시공간을종횡하면서도진보정당과세계의운명을가른결정적순간들을치우침과왜곡없이재현한다.따라서독자들은,볼품없는동네선술집의노동자모임에서출발한진보정당들이,소수파적핸디캡을잔뜩지니고서도굽힘없는신념과명민한전략으로끝끝내한나라의집권당에도달하는장면에서경의와자부심을가져도좋을것이다.반대로혁명과집권에성공한뒤우왕좌왕하는장면에서애써환멸을품지않아도좋을것이다.반복되는역사에서손위좌파정당의실패는늘그다음세상의진일보에질료가되었기때문이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좌파에대한오랜편견―예컨대분열과비관주의―을정면으로깨부수는것은물론,한때가장보잘것없었던이들이지금우리가사는세계를기획하고만들어낸주인공임을보여주는대반전드라마이기도하다.

진보정당의역사를이야기하는까닭
:좌파의위기?‘빈약한이론’이아니라‘역사의부재’

역사의흐름은얄궂다.2008년세계금융위기와‘아랍의봄’을맞아다시금만개하는듯했던세계진보정당들의위세는이제간데없다.영국노동당과프랑스사회당등유럽좌파정당들의지리멸렬이야어제오늘의일이아니지만,21세기세계좌파부흥의진앙이었던중남미에서조차주요지도자들의죽음?정치적몰락과더불어정권이우파에게넘어가고있다.이런흐름에,일각에서는‘이념없는분노’라며현대좌파의이론적역량부재를꼬집기도한다.
반면,당대제1의좌파이론가로손꼽히는저자는거꾸로진보정당의‘이론’이아닌‘역사’를강조한다.나아가“이론은추종이아니라대화상대”임을분명히한다.예컨대《공산당선언》과《자본론》이,블라디미르레닌과로자룩셈부르크가보여준혜안과통찰에탄복하면서도,그아이디어들이줄잡아1-2세기전의것임을넉넉히감안해야한다는이야기다.“한세기전거인들은경험하지도,예측할수도없었던일들이”벌어지는다른시공간의우리에게중요한것은난해한이론에서발췌한한두줄명제가아니라역사적맥락이다.따라서“우리보다먼저진보정당운동을한이들이마주했던문제를생생히추체험하고,논쟁당사자들이우리안에서다시대화하게해야한다.(…)만약‘이론’이란게있다면이런역사의재상연을통해우리스스로생산해야한다.”저자는이를통해독자들이지금이곳의맥락에서진보정당운동의보편적고민과선택에마주하길당부한다.책의표제가‘세계진보정당운동사’인까닭이다.

세계의운명을가른
진보정당들의결정적선택

1860-1870년대비스마르크정권의‘사회주의자탄압법’을피해독일노동자들과활동가들이선술집에모여들며시작된이야기는4부에걸친16개의에피소드로전개된다.각부에등장하는좌파정당들은동시대를엇비슷한세계관으로통과한만큼비슷한길을걸을법도하건만,이들의행로는제각기다르다.소수정파라는처지와고민을공유하지만결단의방향은딴판인경우가많다.코민테른본부,즉소련공산당의지침을상부의명령으로충실히받든독일공산당과이를거부하고독자노선을개척한중국공산당의엇갈린운명은그중에서도드라마틱한대비를이룬다.파시스트세력을맞아서도광범한반파시즘연합전선을꾀하는정당들이있는반면,진영내주도권다툼에빠져소탐대실한경우도있었다.독일혁명와중에사회민주당이주도한카를리프크네히트와로자룩셈부르크학살은그자체로서도,그사건이훗날나치의집권에지대한영향을미쳤다는점에서도진보정당사최악의추문가운데하나로남아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질적인고민과선택을묶어내는공리(公理)혹은대의는또렷하다.공산당이든사회당이든사회민주당이든사회민주노동당이든“권력과부의불균형을,일하는사람들과그들의가족에게유리한방향으로,더이상돌이킬수없게끔근본적으로”바꾸려고했다는점이다.
1부에서는1차세계대전이전1세대진보정당들의태동과노선투쟁이펼쳐진다.최초의진보정당독일사회민주당편에서는정당설립까지의우여곡절과,진보?좌파정당의혁명/개혁노선을놓고일대파란을몰고온베른슈타인-룩셈부르크의수정주의논쟁이지상중계된다.프랑스사회당편에서는전설적좌파장조레스의활약상이그의‘혁명적개혁주의’노선과함께그려진다.
1·2차세계대전기를다룬2부에서는유럽좌파정당들의반파시즘연합전선을시작으로,좌파의맥이끊긴미국의진보정당사와,일찍이현대적복지국가의전범을이룩해낸스웨덴사회민주노동당의집권드라마가이어진다.미국에서노동운동진영이민주당을지지함으로써사회당이몰락하는장면과,프랑스좌파가반파시즘연합전선에서자유주의자들과의연대를고민한상황은이른바‘비판적지지’문제가한국을비롯한소수파진보정당들의오래된숙명임을일깨우기도한다.한편이시기까지의진보정당들이완전한보통선거권의쟁취에사활을거는모습과보통선거제이후벌어진진보정당들의눈부신약진은,좌파의본령과지지기반이어디있는지,그리고이를배반했을때어떤재앙이기다리고있을지에대한역사적힌트를제공한다.
3부는2차세계대전이후구가된자본주의의황금기와뒤이은신자유주의의공습에정체성을상실한채방황하는각국진보정당들의이야기,그리고칠레아옌데인민연합정부의장렬한비극으로구성된다.여기서등장하는일본사회당과영국노동당의사례는,위에언급했듯좌파정당이좌파답지못할때,다시말해더이상혁명을꿈꾸지않고시장경제에순순히영합하는정당이될때치러야할대가를남김없이보여준다.
4부는21세기들어가장주목받아온두좌파정당브라질노동자당과스페인포데모스의일대기다.브라질노동자당과룰라의땀내가득한3전4기성공신화와최근몇해간벌어진거짓말같은몰락은,남유럽의신생좌파포데모스는물론한국의진보정당들에게전범이자반면교사로새겨둘만하다.

반복되는역사에서되풀이되는실패를막으려면?
‘큰개혁과작은혁명의좌파블록’을만들자!

결론에서는지금까지의역사탐구를바탕으로근미래를모색한다.모색은전망의일종이지만,의지가깃든예견이라는점에서평범한전망과는다르다.저자의세계모색또한단순한분석과예측에머무르지않는다.반복되는역사에서실패를되풀이하지않기위해고전적좌파이론의현대적재정립을시도하는것이다.이는앞서‘역사의재상연’을통해스스로이론을생산하자는당부의자기실천이기도하다.무엇보다저자는베른슈타인-룩셈부르크논쟁에서부터이어져온‘개혁vs.혁명’의이분법구도를‘개혁-혁명’의변증법구도로바꿀것을주장한다.“개혁과혁명은지배집단과다수대중의세력균형을바꾸는실천이라는측면에서연속적이며,한쪽이다른한쪽의전제조건이되는상관관계에있다”는것이다.이를증명하듯장조레스의‘개혁적혁명주의’에서부터오스트리아의‘완만한혁명’,스웨덴의‘잠정적유토피아’에서이론적·역사적접점을찾아내어이어붙이기를시도한다.그럼으로써그간실패를거듭해온‘큰혁명과작은개혁’대신‘큰개혁과작은혁명’으로의발상전환을제안한다.
덧붙여저자는안토니오그람시가내세운사회변혁의요체인‘역사적블록’에도주목한다.“이미지난역사가이를증명한다.1930년대에프랑스사회당과공산당은파시스트세력에맞서는노동대중을규합하고그존재를만방에선포함으로써유럽에서파시즘의확산을가로막았다.20세기내내스웨덴사회민주노동당이복지국가를건설하고유지할수있었던것은몇세대에걸쳐완전고용과보편복지확대의원동력이될강력하고광범한사회국가지지층을결집했기때문이었다.”그렇다면역사의전환기에역사적블록을만들어내지못하거나그것이허물어졌을때무슨일이벌어질까?100년전1차세계대전의기로에서서유럽좌파정당들이자신들의최대강령인‘인터내셔널리즘’에서접두사‘인터’를내던지고‘내셔널리즘’으로폭주한대가는좌파정당의핵심기반인수천만노동자들의강제징집이었다.굳이외국사례를끌어올필요도없을것이다.2016-2017년을한국에서보낸독자들이야말로이념을초월한역사적블록의위력을또렷이기억하고있기때문이다.
이책은흘러간좌파들의묘비명이아니다.16개에피소드에등장하는정당들은오늘날에도대부분각국의어엿한집권당이거나유력정파로서고군분투하고있다.무엇보다지구상최고부자80여명남짓이전세계부의절반을독점한오늘의세상은여전히좌파정당을필요로한다.그들의승리와패배,반격의드라마가촘촘히박힌《세계진보정당운동사》는독자들에게도거대한보석광산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