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 (동아시아의 군주론, 일본의 근대를 열다)

정담 (동아시아의 군주론, 일본의 근대를 열다)

$18.00
Description
‘동아시아 고전 시리즈’는 동아시아 지성사의 숨겨진, 그러나 가장 매혹적인 텍스트를 소개한다. 30년간 역사ㆍ고전 출판에 천착해온 서해문집이 공들여 채집한 이 시리즈는, 수 세기 앞을 내다본 원전의 통찰과 격조 있는 번역에 힘입어, 동아시아적 보편과 각국의 특수가 부딪히고 스미는 근사한 지적 풍경을 그려 보인다. 오규 소라이의 《정담》을 시작으로, 일본 자본주의와 장인정신의 원류가 담긴 《도비문답》, 근대 일본의 이념적 뿌리인 난학의 발전과정을 채록한 《난학사시》가 출간된다.

《정담》은 ‘동아시아의 군주론’으로 불리는 에도시대 일본의 고전으로, 최고권력자인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의 요청으로 대학자 오규 소라이가 집필한 ‘현실정치 이야기’다. 주자학의 고답적 공리공담을 벗어나 현실에 바짝 다가선 ‘지식인적 유학자’ 소라이는 ‘정치와 도덕의 분리’로 대표되는 그의 ‘근대적 정견’들을 이 책에 빼곡히 담아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이 “조선 성리학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다”며 한탄한 바 있는 ‘소라이학(學)’의 정수가 바로 《정담》이다.
저자

오규소라이

에도시대일본의유학자,정치사상가.5대쇼군도쿠가와쓰나요시의어의였던오규가게아키의차남으로에도(도쿄)에서태어났다.현실정치에도깊숙이참여한지식인인소라이는,다이묘야나기사와요시야스의가신으로,만년에는8대쇼군도쿠가와요시무네의정치적조언자로활동했다.
《정담》은쇼군의정책자문에대한소라이의응답을모은당대일본의정치ㆍ사회시평집으로,한국어로번역된것은이번이처음이다.소라이의정치사상은주자학이내세우는전통적도덕ㆍ윤리관념을거부한현실론으로요약된다.그의이런관점은‘소라이학學’으로명명되며일가를이루었고,바다건너조선에서탈주자학흐름의정점에서있었던정약용은소라이의글에“찬란한문체”라는탄사를보낸바있다.마루야마마사오를비롯한후대의학자들은도덕과정치의분리를주장하며근대정치학을탄생시킨니콜로마키아벨리에소라이를견주며,그를동아시아근대사상의기원으로평가했다.
《정담》외에한국에소개된저작으로《논어징論語徵》이있다.

목차

옮긴이서문ㆍ4

1부정치에관하여ㆍ19
국가를다스리는근본적인방법|에도시가지와무사의거주지관리|계약직하인관리|여행자의체류에대한관리|호적|여행증명서|실직한무사와수도승관리|기녀,배우그리고거지관리|세습하인|무사의생활방식을바꿔야한다|해상교통관리

2부경제에관하여ㆍ113
경제정책의중요성|조급한경향의풍습을바꿔야한다|예법제도가없다|막부의재정|영주의빈곤을구제하는방법|무사의빈곤을구제하는방법|물가문제|금은화의수량감소|금전의대차거래|예법제도|무가의미곡저장

3부관리의등용과처우에관하여ㆍ201
관리의처우와직위,봉록그리고위계|사등관제도도입|관리의조직과직무분담|관리의재능을판별하는일|대관의직책|하타모토등관리의인재등용|관리는기량있는자를선발해야한다|근무시간은여유가있어야한다|관직은문무의구별이있어야한다

4부사회질서에관하여ㆍ275
경비병의행동에대한제약|법령을통일해야한다|양자|몰락한영주의가신은향사로삼아야한다|규모가큰영지는분할해야한다|결혼한여자는남편의가풍에따라야한다|귀천에상관없는여자의일|첩에대한호칭|첩을부인으로삼는일|첩을숨기는일|밀고|싸움당사자의쌍방처벌|도박|강도|천주교도문제|농지매매|막부서고의서적|학문|유학자|의사

마치면서ㆍ330

출판사 서평

중세를완성하고근대를열어젖힌
동아시아의‘정치이야기’

일본사를바꾼
한통의상소

1703년정월그믐밤에도성,47인의사무라이가도쿠가와막부직속고관인키라요시히사의저택을습격했다.두해전키라와의갈등끝에목숨을잃은다이묘(영주)아사노나가노리의가신들이었다.일대복수극이벌어졌고,키라일가를포함한저택식솔들은모조리살해됐다.수도한복판에서벌어진대학살이었지만문제는당시일본이무사도를숭상하는국가라는점이었다.에도의조야는목숨걸고주군의복수를감행한가신들의‘사무라이정신’을칭송하는목소리로들끓었다.죄인들을몰래숨겨주고먹여주겠다는이들이줄을이었고,막부는사건의처분을놓고고민에빠진다.이때올라온한통의상소.

“가신들의복수는의롭고충성스러운행위입니다.그런한편막부의법또한엄연하며무겁습니다.무사도는기리어마땅하나사사로운의리가막부의질서를뛰어넘어서는안됩니다.충의를다했다는이유로법을어긴자를처벌하지못하면천하의법도가서지않기때문입니다.죄를물어사형시킬수밖에없습니다.이는화려하게핀무사들을아름답게지게해주는길이기도합니다.”

쇼군도쿠가와쓰나요시는이상소를채택해사무라이들에게할복을명한다.300년에도시대의최대논쟁으로기록된이사건(일명‘주신구라’)을사적의리(무사도)와공적질서(법치)의충돌로명쾌하게정리하고,법치의손을들어줌으로써시대의전환을끌어낸상소문의주인공은정치사상가오규소라이(荻生?徠,1666~1728)다.

일본사최고의지식인,
정치와도덕을분리하다

오규소라이는에도시대(1603~1868)의사상가이다.쇼군의건강을책임지는어의의아들로태어난소라이는,부친이탄핵과유배를당하면서소년-청년기를벽지에서보냈고,그곳에서기층백성들의고단한삶을생생히목도했다.그는이때의경험이당대의유학자-정치인들과‘다른생각’을품는계기가되었다고회고한다.
소라이는무엇보다기존성리학(주자학)의형이상학적담론을“억측에기반한요설”이라신랄하게비판하며,가시적이고경험론적인실천윤리와그작동기제로서정치를강조했다.요컨대관념보다현실을우선함으로써정치에서도덕을분리해낸것이다.유학자로출발해기존유학을혁파한이런신선한학풍은‘소라이학’으로명명되며일가를이루었고,바다건너조선에까지이름을떨치게된다.실제로한세대뒤조선의탈주자학-반주자학흐름을주도한정약용은소라이학을두고‘찬란한문체’라는최량의찬사를보낸바있다.

시공을초월한
‘현실정치이야기’

학자로서성가를높이던소라이는당대의실력자야나기사와요시아스의가신으로발탁되어현실정치에발을들인다.앞서소개한주신구라사건이이시기의일로,그는부모를버린자를벌하는대신패륜의직접원인인빈곤을초래-방조한정치인의죄를묻는등,파격적인주장을거듭하며주자학의도덕관념에젖어있던정가에파급을일으켰다.
만년에이른소라이는쇼군도쿠가와요시무네의정치적조언자로자리매김한다.《정담》은이시기쇼군의자문에응한소라이의정견을묶은것이다.소라이의유작이자그의세계관과학문적방법론의정점에위치한작품이지만,최고권력자를위한비밀스런조언이담긴만큼탈고즉시봉인되었고,세간에상재된것은메이지유신이일어나던1868년에이르러서였다.최초로공개될때이미150년전의생각이었던셈이다.그럼에도소라이가제시한정치-경제-사회질서분야의개혁안과그정책을실행할인재의등용과처우에관한전방위적통찰들은,한세기반넘는시간의풍화를넉넉히견뎌내며막근대로진입하던일본사회를다시한번크게격동시켰다.
그렇다면또한번의150년이지난오늘날에는어떨까?소라이와《정담》을니콜로마키아벨리와《군주론》에견준바있는20세기일본정치학계의덴노(천황)마루야마마사오는대표작《일본정치사상사연구》에서,소라이가“일본의근대를개척”하고“정치를발견”했다고진단함으로써이동아시아클래식의시효와지평을현대로까지확장해낸바있다.가까운시일에마루야마의평가가뒤집히지는않을것같다.《정담》은여전히쓸모있는‘현실정치이야기’인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