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시집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 은유 첫 산문)

올드걸의 시집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 은유 첫 산문)

$14.00
Description
세상의 고통과 감응하는 에세이스트, 은유의 첫 산문집
절판 후 5년 만의 복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다가오는 말들》로 타인의 입장에 서는 일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작가, 은유의 첫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은 2012년 출간되었다가 3년 만에 절판되었다. 그 후 절반이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로 세상 빛을 보았지만, 이 책은 정가의 두세 배 가격으로 중고 거래될 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복간 요청이 꾸준했다.
내용 누락 없이 다시 돌아온 《올드걸의 시집》에는, 한 여자가 돈·권력·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늘 회의하고 배우는 주체로 설 수 있게 해 준 마흔여덟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세상의 고통과 감응하는 에세이스트 은유의 삶과 시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절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타자의 언어를 이해하며 나를 허물어뜨린 자리에 남을 들여놓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

은유

저자:은유
산문,인터뷰등논픽션을쓰고,글쓰기수업을진행한다.지은책으로산문집《싸울때마다투명해진다》《다가오는말들》,인터뷰집《폭력과존엄사이》《출판하는마음》《알지못하는아이의죽음》,글쓰기에세이《쓰기의말들》《글쓰기의최전선》이있다.〈한겨레〉와〈경향신문〉에칼럼을연재중이다.

목차

서문
두번째서문

1.여자,내생을담은한잔물이잠시흔들렸을뿐이다

지금은간신히아무도그립지않을무렵
_장석남의시〈옛노트에서〉

쓰면뱉고달면삼키는거지
_함성호의시〈낙화유수〉

그대라는대륙
_박정대의시〈사랑과열병의화학적근원〉

모든사랑은남는장사다
_이선영의시〈사랑하는두사람〉

사랑은그렇게왔다……갔다
_채호기의시〈사랑은〉

네가누구든얼마나외롭든
_메리올리버의시〈기러기〉

그와말하는법을잊어버렸다
_김광규의시〈조개의깊이〉

이곳의혼돈이좋아요
_김선우의시〈뻘에울다〉

내생을담은한잔물이잠시흔들렸을뿐이다
_정일근의시〈그후〉

나는오해될것이다
_이장욱의시〈오해〉

오래고통받는사람은알것이다
_이성복의시〈오래고통받는사람은〉

살림만미워했다
_이재무의시〈걸레질〉

꽃보다집요한냄새를피우기까지
_김중식의시〈모과〉

생의시기마다필요한옷이있다
_신해욱의시〈끝나지않는것에대한생각〉

그림을걸지않는미술관처럼
_김이듬의시〈겨울휴관〉

양껏오래살고싶다
_심보선의시〈슬픔이없는십오초〉

셀프구원


2.엄마,내가반웃고당신이반웃고

엄마와수박
_강형철의시〈사랑을위한각서8-파김치〉

때로엄마로산다는건
_백석의시〈바다〉

싸울때마다투명해진다
_최금진의시〈아파트가운다〉

내가아프면당신도앓으셨던엄마
_김경주의시〈주저흔〉

밥을먹고하늘을보고
_허수경의시〈시〉

나이든남자가혼자밥먹을때
_황지우의시〈거룩한식사〉

나의쓸모없음을사랑한다
_유하의시〈달의몰락〉

눈물속으로들어가봐
_김정란의시〈눈물의방〉

꽃수레가요란하다
_장석남의시〈그리운시냇가〉

꽃수레의명언노트
_김종삼의시〈북치는소년〉

앵두와물고기
_이오덕의시〈앵두〉

중학생아들의첫시험

늦게피는꽃도있다
_나희덕의시〈물소리를듣다〉

아들에게읽어주고픈글
_루쉰의산문〈아이들에게〉

구닥다리모성관의소유자
_김기택의시〈태아의잠1〉

다정함의세계
_김행숙의시〈다정함의세계〉


3.작가,사는일은가끔외롭고자주괴롭고문득그립다

나쁜짓이라도하는게낫다
_최승자의시〈이제가야만한다〉

꽃시절은짧고삶은예상보다오래다
_두보의한시〈곡강이수〉

세상에서가장질투하는것,당신의첫
_김혜순의시〈첫〉

거대한눈알나무아가씨
_김민정의시〈나는야폴짝〉

나는푸른색거짓말을곧잘한다
_허연의시〈나쁜소년이서있다〉

내시집이국밥한그릇만큼
_함민복의시〈긍정적인밥〉

세상에는무수한아픔이있다
_기형도의시〈기억할만한지나침〉

나의가슴은이유없이풍성하다
_김수영의시〈그방을생각하며〉

나는가끔도시에서길을잃는다
_김사인의시〈바짝붙어서다〉

신앙촌스타킹
_보들레르의시〈시체〉

사는일은가끔외롭고자주괴롭고문득그립다
_권혁웅의시〈내게는느티나무가있다2〉

자신을너무오래들여다보지말것
_최영미의시〈행복론〉

제몸에서스스로추수하는사십대
_고정희의시〈사십대〉

그가누웠던자리에누워본다
_윤동주의시〈병원〉

나는나를맡기고산다
_고운기의시〈익숙해진다는것〉

아름다운언어에익사당하고싶다
_김언의시〈문학의열네가지즐거움〉

결을맞추는시간
_문태준의시집《가재미》뒤표지글


초판추천사
출처목록

출판사 서평

은유는오래전부터‘고통이고통을알아보고존재가존재를닦달하지않는세상’을꿈꿔왔다.“이는아주일상적으로는끼니마다밥차리는엄마의고단함을남편과아들이알아보는것이고,음식점이나편의점이나경비실에서일하는사람과눈을마주치는것이다.”(22쪽)
이꿈은12년전사는일이버거울때찾았던‘시집’과함께시작되었다.시는결혼·육아·일에서맞닥뜨리는불가해한고통에맞설수있게,아내·엄마·문필하청업자로살며겪은절망들을직시할수있게했다.그리하여“생이가하는폭력에질서를부여”하고,“기계적으로일하는노예가아니라사유하는인간”임을느끼게했다.마흔여덟편의시가휘저어화르르떠올랐다가가라앉는사유의지층들,저자는그속에서여자의삶에대한성찰을하나둘꺼내어모았고,그렇게《올드걸의시집》이탄생했다.

다정함을잃지않는것으로인간의품위를지키고싶었던
한여자의분투와수없이무너졌던실패의기록
그휘청이는날들곁에있어준마흔여덟편의시
이십대에엄마가되어정신없이살다마흔에다다랐을즈음,저자는일상의아수라장속에서불행을느끼는순간마다‘나이든소녀(올드걸)’와마주했다.평소엔주로아내나엄마로있었기에눈에잘띄지않았지만,눈가의물기와사유의탄력을잃지않는존재로,돈·권력·자식을삶의주된동기로삼지않고늘느끼고회의하고배우는주체로살아가려는자신을발견한다.
올드걸로서의욕망과저항은시에기대어천천히언어화된다.다른사람을사랑해놓고상대에게속죄하는영화를향해사랑을모독하지말라고,“쓰면뱉고달면삼키는거”(함성호,〈낙화유수〉)라고이야기한다.생계를위해식탁구석에밀어뒀던책을당겨부산스레글을짓다“밥먹는곳에책좀늘어놓지말라”는남편의말을들은날,김선우의시(〈뻘에울다〉)를읽고“식탁이면서식탁이아니기도했던모호함이나에겐숨구멍이었”다고쓴다.부자유하고부담스러운시댁에서무기력해질때면유하의시(〈달의몰락〉)를빌려“나의쓸모없음을사랑한다”고되뇌인다.아들의고등학교진학으로알게된불공정한계급재생산을비판하며아들에게“내가죽어넘어진곳에서새로운발걸음을내디뎌야한다”는루쉰의말을(〈아이들에게〉)건넨다.
시선은나와가족에그치지않고세상의무수한아픔을향해확장된다.김사인의시(〈바짝붙어서다〉)와자주지나다니던동네어귀에서처음으로폐지줍는노인을본기억이만나‘사람을사람으로알아보는능력이퇴화한것’에대한부끄러움으로흐른다.지하철개찰구주변을서성이는청소년을불행한애라고단정하지않기로다짐하며기형도의시(〈기억할만한지나침〉)를읽는다.일을하다자본의속도에치여남을원망하게될때는최영미의시(〈행복론〉)를보며“자신을너무오래들여다보지말”고,주변의것들과어우러지는행복한삶의속도를만들어가기로한다.

“나는시를통해고통과폐허의자리를정면으로응시하는법을배웠다”
나이든여자에게꿈이뭐냐고,무얼욕망하느냐고,어떤슬픔이있냐고묻는것은왠지어색하다.하지만저자는시를마중물삼아자신에게끈질기게묻고답한다.사회적역할에매몰되지않고타인에대한다정함을잃지않기위해분투하고수없이실패한다.그과정을담담히기록한다.그리고힘주어말한다.어딜가나치유와긍정의말들을사나운헤드라이트불빛처럼얼굴에들이대어삶에눈멀게할때,시는은은히촛불밝혀삶의누추한자리를비춰준다고.배신과치욕과설움이라는삶의절반을,의도적으로기피하고덮어두는그구질구질한기억의밑자리를끝내밝힌다고.

“흔한기대처럼시는삶을위로하지도치유하지도않는다.백석시인이노래했듯이“내슬픔이며어리석음이며를소처럼연하여쌔김질”할뿐이다.사는일이만족스러운사람은굳이삶을탐구하지않을것이다.시가내게알려준것도삶의치유불가능성이다.시를통해나는고통과폐허의자리를정면으로응시하는법을,고통과의연결고리를간직하는법을배웠다.일명진실과의대면작업이다.어디가아픈지만정확히알아도한결수월한게삶이라는것을,내일의불확실한희망보다오늘의확실한절망을믿는게낫다는것을시는귀띔해줬다.”(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