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소설집

연암 박지원 소설집

$11.22
저자

박지원

옮긴이 이가원

1917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아호는 연민이다. 명륜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 교수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연암소설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한문 문집 다수와 《한문학연구》, 《열하일기》 번역을 비롯하여 백여 권의 책을 냈다.
《연민 이가원 전집》 23권을 출판하여 세계 각 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산서원과 퇴계학연구원의 원장을 지냈다.

옮긴이 허경진

피난 시절 목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시를 썼으며, 1974년 〈요나서〉로 연세문학상을 받았다. 대학원 시절 도서관 고서실에 쌓인 한시 문집을 보고 독자로 하여금 쉽게 다가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이때부터 한시 번역에 힘써 최치원부터 황현에 이르는 ‘한국의 한시’ 사십여 권을 출간했으며, 앞으로 백 권을 채우는 것이 꿈이다.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넓고 아득한 우주에 큰 사람이 산다》 《한국의 읍성》 《악인열전》 《허균 평전》 《서유견문》 《삼국유사》 등의 책을 냈으며, 특히 외국 도서관에 있는 우리나라 고서를 조사 연구해 간행한 《하버드대학 옌칭 도서관의 한국 고서들》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목차

머리말

1 세상을 향해 붓을 들다
방경각외전 머리말
마장전
예덕선생전
민옹전
양반전
김신선전
광문자전
- 광문자전 뒤에 붙여 쓴다
우상전
제목만 전하는 소설들 - 역학대도전·봉산학자전

2 날 선 눈으로 세상을 꿰뚫다
7월 28일 일기 부분
호질
호질- 뒤에 붙여 쓴다
옥갑야화
허생
- 허생 뒤에 붙여 쓴다·1
- 허생 뒤에 붙여 쓴다·2

3 자유로운 감정의 발로를 노래하다
열녀함양박씨전

부록
연암 박지원의 삶과 문학
연암 연보
연암 소설 원문 영인에 덧붙여
연암집 영인본

출판사 서평


냉철한 현실 인식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세상을 꿰뚫은 연암 박지원,
2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그의 문장과 사유를 만난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문장
연암 박지원이 살았던 조선 시대는 집안이 속한 정파에 따라 벼슬길에 엄격한 제약이 따랐고, 나라를 다스리는 선비라 하는 이들은 성리학의 말폐와 허울에 얽매여 백성의 생활과는 유리된 삶을 살았다. 이러한 양반 사회에 염증을 느끼던 연암은 명문가 자제라면 으레 따르는 과거 시험과 관료에의 길 앞에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 번민하게 되고,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바로 그 고뇌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연암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기이하다. 똥 푸는 일을 하지만 고귀한 인격을 지닌 엄항수(〈예덕선생전〉), 세상을 버리고 신선이 된 김홍기(〈김신선전〉), 불우한 삶이지만 유쾌하게 누릴 줄 알던 민옹(〈민옹전〉), 기발한 능력으로 돈을 모으지만 모두 버리고 가난한 선비로 돌아온 허생(〈허생〉)…….
얼핏 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황당무계하고 그저 재미있기만 하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비유를 걷어내고 곰곰이 들여다보면, 주류 사회에서 벗어난 소외된 이들의 모습 속에는 바로 시대와 불화했던 연암 자신이 있다. 역설과 해학으로 빚어낸 그들의 삶 속에는 세상의 잣대를 교묘히 피해 가는 연암의 기지와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연암은 비천하고 기묘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록 신분은 낮지만 신의와 우정을 소중히 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참된 인간’이 있다는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그러한 가치가 살아 있지 못한 세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연암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기이한 인물, 다양한 서사 형식을 통해 실제와 허구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세상을 꿰뚫었던 냉철한 시각과 그 날카로움을 유머로 풀어낼 줄 알았던 연암 박지원의 위대함이고, 오늘날 우리가 연암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연암 소설의 참맛을 살린 구성
이 책은 연민 이가원 선생이 《연암소설연구》에서 작품 시기에 따라 연암 소설을 구분한 방법을 취해, 세 장에 나눠 실었다. 1장에 실린 〈마장전〉 〈예덕선생전〉 〈민옹전〉 〈양반전〉 〈김신선전〉 〈광문자전〉 〈우상전〉은 연암이 18세 때부터 30세 때까지 지은 것으로 《방격각외전》에 실린 작품들이다. 2장에 담긴 〈호질〉과 〈허생〉은 44세 때 지은 《열하일기》에 실린 작품들이며, 3장의 〈열녀함양박씨전〉은 57세 때 지은 작품이다. 이러한 구성은 각각의 작품들을 ‘연암 박지원의 삶과 사유의 선상’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좀 더 깊은 인식과 이해를 끌어낸다는 장점을 지닌다.

가령, 《방격각외전》에 담긴 작품들은 당파 싸움에 얼룩진 정치판에 대한 청년 연암의 회의 속에서 읽을 때, 각 작품의 주인공들이 살아나고 곳곳에 묻어 있는 역설과 유머가 빛을 발한다. 1장의 첫머리에는 〈방경각외전 머리말〉을 넣었는데, 이 또한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는 것으로, 각각의 작품 속에서 연암이 드러내고자 했던 참가치가 무엇인지 뚜렷이 보여 준다.

선비가 구복口腹(음식물을 취하는 입口과 배腹로서 먹고 사는 일을 의미함)에 얽매이게 되면 온갖 행실이 이지러지니, 식탁에 솥 모양의 그릇을 쓰면서도 탐욕을 경계하지 못한다. 엄씨는 제 손으로 똥을 쳐서 먹고 사니, 일하는 자취는 더럽지만 입에 들어가는 것은 깨끗하다. 그래서 〈예덕선생전〉을 지었다.
선비는 하늘이 내린 벼슬이니, 선비의 마음士心이 바로 뜻志이다. 그 뜻이란 무엇인가. 권세와 이익을 꾀하지 않고 출세해도 선비의 도리를 떠나지 않으며, 곤궁해도 선비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명예와 절개를 삼가지 않고, 한갓 문벌을 밑천으로 여기거나 조상의 덕을 팔아먹는다면 장사치와 무엇이 다르랴. 그래서 〈양반전〉을 지었다.
- 방경각외전 머리말 중에서

〈호질〉과 〈허생〉은 중년의 연암이 당시 세상의 중심이었던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열하일기》 속에서 읽을 때, ‘중화와 오랑캐’ ‘명나라와 청나라’ ‘중국과 조선’을 바라보는 연암의 날카로운 시선이 살아난다. 2장에도 다른 소설집들과 달리 ‘옥갑야화’ ‘호질 뒤에 붙여 쓴다’ ‘허생 뒤에 붙여 쓴다’와 같은 글을 덧붙였는데, 이로써 연암의 이용후생 사상이 어떻게 작품에 드러나는지 자연스레 접할 수 있다.
〈열녀함양박씨전〉은 만년에 안의 현감으로 부임한 연암이 당시 함양으로 시집갔던 안의 현의 여인이 죽은 남편을 따라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쓴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백성들의 삶을 살피던 노년의 연암의 행보 속에서 읽을 때, 한층 더 명확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청소년’을 생각한 글
이 책은 십여 년 전에 출간되었던 것을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당시에도 한글세대를 위한 새로운 고전을 목표로 하고 세상에 나왔던 만큼, 역자 허경진은 연암 소설 연구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이가원 선생의 번역을 바탕 삼아 연암의 글맛을 최대한 쉽고 명확히 살려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갔다.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연암 박지원 소설집》은 이러한 공功 위에 또 한 번 정성을 더한 결실이다. 역자는 이 땅의 청소년들이 논술 대상 도서로서 연암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 조선 시대의 기인, 아니 이 나라의 기인 연암 박지원의 작품으로 온전히 즐기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다시 한 번 꼼꼼히 글을 다듬고 바로잡았다.
연암의 소설들은 이미 교과서에 실려 있고 논술대상 추천도서로도 꼽히는 작품들. 그러나 ‘양파’에 비유될 만큼 그 속에 담고 있는 은유와 상징이 다채로운 연암 문장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이에 작품 속에 빈번히 인용되는 중국 신화나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에 관해 그림 자료와 함께 친절한 주를 덧붙여 깊이 읽기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