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어리석은’여신의어리석음예찬
풍자와해학이라는가면을쓰고현실을적나라하게고발하다
과학의발전과기술의혁신이두드러지던15~16세기,중세를지배하던신학은인간중심의인문학에밀려난다.그와함께새로운문예부흥의움직임이일어나는데,당시그새로운지적탐구의핵심개념은인간의‘이성’이었다.하지만이성을통해진리를탐구하려는인간의과욕은점차배타적이며독단적인태도로변질된다.그에따라그런흐름에반하는반성적인움직임이생겨나는데,그대표적인주자가에라스뮈스다.그는이성의이름으로휘두르는지적오만과광기,독단을버리고자연의질서와본성에충실할것을주장하였다.
그러한생각을반영한대표적인작품이《우신예찬》이다.《우신예찬》은에라스뮈스가1506년에서1509년에이르는3년동안이탈리아에체류한경험과영국여행중받은인상과기억을토대로하여쓴풍자글로,어리석은여신인모리아의입을빌려스스로똑똑한줄아는진짜바보들을꾸짖는다.철학자와신학자의공허한논의,성직자의위선등이도마에오른것이다.또,태어날때울음대신웃음을터뜨렸을정도로실없이웃는우신모리아를통해,가식적관념에서인간을해방시키는어리석음과웃음의필연성을역설한다.우리가보아야할것은우신모리아의어리석어보이는웃음뒤에가려진날카로운의식이다.이날카로움은진지함을가장하는관념과권위,오만과독단,부조리와부패를희극화하는파괴력을지니기때문이다.
현대에도유효한16세기베스트셀러
《우신예찬》은1511년프랑스에서출간되자마자단숨에팔려나갔다.그리고이후재판을거듭하며유럽각국어로번역되는대단한성과를거두었다.사실에라스뮈스는이작품을여행중심심풀이로머리를식히려구상한뒤일필에써나갔노라고고백했고,집필기간도고작일주일정도에지나지않았다고한다.그런데그렇게단숨에쓴이작은책은유럽전역을뒤흔들어놓았다.단적으로교회의온갖폐습에대한풍자와고발은종교계를긴장시켰고,결국《우신예찬》은종교세력의갈등을야기한핵심기운으로판단돼금서처분까지받았다.하지만《우신예찬》은이단혐의가있는부분이삭제된상태로17세기까지계속출간되었다.시대를초월해공감할수있는풍자와해학이있었기때문일터다.재미있는점은500년도더전에풍자한내용이오늘날봐도공감을불러일으킬때가있다는것이다.가령통치자들이대중의분별력을두려워하고무식한자들을좋아했다는점은예나지금이나다를바가없다.
‘걸어다니는사전’이라는별명에걸맞게에라스뮈스는《우신예찬》에서그리스.라틴문학과철학은물론《성경》에이르기까지다양한출처에서뽑은인용과우화,상징을이용했다.그러다보니현대의독자들로서는원문만가지고는그재미를느낄수없게되었다.서해클래식《우신예찬》에서는친절한설명과그림자료를곁들여독자들이에라스뮈스의지적유희를충분히즐길수있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