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산문집

$13.50
Description
분명히 존재하는 '여자'로서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은유의 첫 산문집.
저자 은유는 서른다섯부터 마흔다섯을 경유하면서 엄마, 아내, 딸, 노동하는 여성 등 수많은 존재로 증식되는 자신을 추스르며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언어가 되지 못하는 일상의 울분을 직시하고 그것을 말하기로 결심한 한 여자의 분투기다.

이 책은 저자가 부엌 개수대 위에서 느낀 비루한 일상들을 정제해 긍정의 말들이 가리고 있는 현실의 실루엣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존재하는 한 이야기하라’는 페미니즘 명제대로 말하기를 시도했고, 그래서 싸움이 불가피했던 지난 십여 년의 일기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이윽하게, 때로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긍정으로 힘을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긍정 없이 하루분의 울컥을 삼켜야 할 때가 더 많다. 일, 연애, 결혼, 출산, 육아… 온갖 노릇과 역할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 외로움과 절망 등 여자의 삶 전반을 기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밝힌 은유의 산문을 통해, 독자들은 내 안의 여성성에 눈 뜨고 내 감정에 더 근접한 말하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시로 나의 존엄을 해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대상이 언제나 더 당당하고 꿋꿋하다. 저 당당함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애를 써야 하는 하루는 피곤하기만 하다. 저자는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까지 말하는 것. 자기 삶에 문제인식을 가지고 그것을 오롯이 표현하기 시작하면 궁극에는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캄캄한 절벽이 되지 않는다.
저자

은유

글쓰는사람.누구나살아온경험으로자기글을쓸수있을때세상이나아진다는믿음으로여기저기서글쓰기강좌를진행한다.성폭력·가정폭력피해자,시민단체활동가등과글쓰기워크숍을진행하며사회적약자들의목소리내는일을돕고있다.

여럿이함께읽고,느끼고,말하며쓰는일의기쁨과가치를전하려『글쓰기의최전선』을,안쓰는사람이쓰는사람이되는기적을위해『쓰기의말들』을썼다....

목차

목차
저자의말
1부.여자라는‘본분’:싸울때마다투명해진다
내생을담은한잔물이잠시흔들렸을뿐이다
싸울때마다투명해진다
애를안낳아봐서그렇다는말
여자들의저녁식사
딸이니까
김제동의말
본분과전혜린
때로엄마로산다는것은
눈물속으로들어가봐
밥안하는엄마
자신이한일을모르는사람들
미친년널뛴다는말
여가부에서온우편물
꽃수레의명언노트
구닥다리모성관의소유자
내가아프면당신도앓으셨던엄마
엄마와수박
군인엄마의인생수업
2부.존재라는‘물음’:생의시기마다필요한옷이있다
나는그것에대해계속생각했다
나는오해될것이다
오래고통받은사람은알것이다
생의시기마다필요한옷이있다
그림을걸지않는미술관처럼
양껏오래살고싶다
그렇게안하고싶습니다
제몸에서스스로추수하는사십대
결을맞추는시간
길에서쓰다
자신을너무오래들여다보지말것
사는일은가끔외롭고자주괴롭고문득그립다
내인생이그렇게슬프진않거든요
세상에는무수한아픔이있다
넓어져가는소란을위해서
나의가슴은이유없이풍성하다
앵두와물고기,함께있음의존재론
3부.사랑이라는‘의미’:모든사랑은남는장사다
지금은간신히아무도그립지않을무렵
사랑절대로하지마
모든사랑은남는장사다
쓰면뱉고달면삼키는거지
그대라는대륙
그와말하는법을잊어버렸다
그가누웠던자리에누워본다
4부.일이라는‘가치’:박카스한병딸까요?
나쁜짓이라도하는게낫다
꽃시절은짧고삶은예상보다오래다
버둥거리는노동절전야
박카스한병딸까요?
남의집귀한자식
바늘방석같은사랑
나는울타리를넘고싶었다
말하는누드모델
구름의파수병
세상의모든처음은얼마나무서운가
그게왜궁금한거죠?
살림만미워했다
저자가뭐라고
절판기념회를축하해도되나요?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오늘도하루분의울컥을삼켰습니다
일,연애,결혼,역할에수시로울컥하는여자의말하기
대학물도먹지않은채‘글밥’을먹게된문필하청업자이고,일찍결혼하여아내로엄마로가사와육아는물론생활비를벌어야했던노동계급여성,은유.《글쓰기의최전선》《쓰기의말들》로2015년(채널예스),2016년(시사인)2년연속‘가장주목할만한올해의작가’에꼽힌바있는저자는서른다섯부터마흔다섯을경유하면서엄마,아내,딸,노동하는여성등수많은존재로증식되는자신을추스르며‘삶이굳고말이엉킬...
오늘도하루분의울컥을삼켰습니다
일,연애,결혼,역할에수시로울컥하는여자의말하기
대학물도먹지않은채‘글밥’을먹게된문필하청업자이고,일찍결혼하여아내로엄마로가사와육아는물론생활비를벌어야했던노동계급여성,은유.《글쓰기의최전선》《쓰기의말들》로2015년(채널예스),2016년(시사인)2년연속‘가장주목할만한올해의작가’에꼽힌바있는저자는서른다섯부터마흔다섯을경유하면서엄마,아내,딸,노동하는여성등수많은존재로증식되는자신을추스르며‘삶이굳고말이엉킬때마다’글을썼다.신간≪싸울때마다투명해진다≫는언어가되지못하는일상의울분을직시하고그것을말하기로결심한,한여자의분투기다.‘존재하는한이야기하라’는페미니즘명제대로말하기를시도했고,그래서싸움이불가피했던지난십여년의일기가때로는아프게,때로는이윽하게,때로는담백하고유머러스하게펼쳐진다.부엌개수대위에서느낀비루한일상들,그것을정제해얻어낸몇방울의각성은긍정의말들이가리고있는현실의실루엣을가감없이드러낸다.긍정으로힘을내는것도필요하지만긍정없이하루분의울컥을삼켜야할때가더욱많기때문이다.일,연애,결혼,출산,육아…온갖노릇과역할속에분명히존재하는편견과차별,외로움과절망등여자의삶전반을기피하지않고솔직하게밝힌은유의산문을통해,내안의여성성에눈뜨고내감정에더근접한말하기를시도할수있기를바란다.
―사는일이힘에부치고싱숭생숭이극에달하는날이면글을썼다.오직노릇과역할로한사람을정의하고성과와목표로한생에를평가하는가부장제언어로는나를온전히설명할수없었다.몸에돌아다니는말들을어디다꺼내놓고싶었다.꺼내놓고싶은만큼꺼내놓고싶지않았다.나에게고유한슬픔일지라도언어화하는순간구차한슬픔으로일반화되는게싫었다.우리가입을다무는것은할말이없어서가아니라말하고싶은것을모두말할수있는방법을모르기때문이라고하던가.말하고싶음과말할수없음,말의욕망과말의장애가충돌하던어느봄날,나는이미무언가를쓰고있었다.(9쪽)
“착한여자는천당에가지만나쁜여자는어디든간다”
싸움하지않던여자가싸움하는여자가되기까지
이책에담긴싸움목록은크게네가지다.여자라는본분,존재라는물음,사랑이라는의미,일이라는가치.생에대한감각이굳을때마다적어내려간글의마디마디는촉수가되어다시감각을깨웠다.예민해진감각만큼싸움목록이늘었다.존재는흐른다고하던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은싸움하는사람이되었고,싸울때마다질문은탄생했다.
1부[여자라는분분]에서는“어머니가해주신밥먹으면서이글을썼다.어머니가쓰신책이므로어머니께드린다”는빤한인사처럼정해진수순을밟듯‘밥하는존재’로자리매김되는여자의삶을이야기한다.왜엄마에게행복은늘충족유예상태로머물러야하나,엄마는왜크고좋은수박한덩이마음껏못사드시고살았을까,남자에게여자말만잘들으면된다고말하는김제동의말은왜문제인가,왜한쪽의안락을위해한쪽이수고로워야할까.홀로아이를낳고유기한어린산모는어떤밤을보내고있을까등물음을따라이어진글은여자에게짐지워진본분에근본적회의를던진다.
―자기욕망을일인칭시점에서구사할수있는언어는여전히모자라다.착한여자는천당에가지만나쁜여자는어디든간다는말대로,일상의금기는넘나들지만몸에그은선은제자리다.(36쪽)
―본분은질나쁜꿈처럼여자의삶에서떨쳐지지않는다.언제어디서나일상에불쾌하게끼어드는걸나도경험한다.학생의본문은졸업이있어도여자의본문은졸업이없다.(48쪽)
2부[존재라는물음]에서는존재를확장하려는노력속에서나와불화하지않고관계맺는법을이야기한다.상업계고등학교를졸업하고글쓰는일을하는나는왜평범하지않은사람이됐을까,이름도바꿔보고직장도옮겨보며매일노동하고살아가는존재의자리매김은왜이토록어려운걸까등물음에이어진글에서는존재의위치지음이타인의기대속에사는게아니라살면서빼앗겨서는안되는것,나의고유한감각과느낌들을잘붙잡아두고삶의불가해마저받아들이는것이라이야기한다.
―연심의변심혹은절심은언제나비약으로다가오는사건이지만생물성이살아가는자연스러운이치이기도하다.나도그랬다.어디든데려다주는날개이자비바람을막아주던존재가불편하고갑갑해지는순간이어김없이찾아왔다.엄마가그랬고연인이그랬고친구가그랬고동료가그랬다.어떤음악이,어떤책들이그랬다.세월이그렇게했다.생의시기마다필요한옷이있고어울리는색과취향이있듯이삶의체형에맞게인연도변해간다.(130쪽)
―생의빈틈이나존재의허전함을사람으로채우려는건무리한욕심이다.그래서음악이필요하고책이필요한건지도모른다.말없는그것들이품은살같은말에기대어살아가는나를본다.나는사람과관계맺는법,사람을사랑하는법에서점점더멀어져간다.그저연연하지않을만큼가까워지기를희망한다.그리사는영혼이문득가여운거다.(154쪽)
3부[사랑이라는의미]에서는사랑이아니라면기나긴인생은어떻게살아지는걸까,한평생한사람의곁이되는일은사랑없이가능할까,말과살을섞다가살만섞어도혹은말만섞어도사랑일까등의물음을통해사랑은새로운생활방식이지신앙이아니고,어떤사랑이든궁극에는남는장사라며능동적사랑예찬론을펼친다.
―안전한삶보다모험적사랑에존재를던지는선택은지리멸렬한관계의파고를넘는평범한삶만큼존중받고보존해야할사랑의역사아닌가.(198쪽)
―카페라테거품처럼부드럽고치즈케이크처럼촉촉하고달달한사랑을기다리면,사랑은영원히없다.네가누군가의삶을품고응원해주는방법으로건강한사랑을창조해봐.현실을회피하고관념으로차단하면기회는점점줄어들어.이혼한사람,아픈사람,돈없는사람을사랑하면힘들거라는건어디까지나생각이고추측이고통계야.현실로돌파해보면그안에다른진실이있을지도몰라.니체도그랬거든.퇴화는베푸는영혼이없는그런곳에서일어난다고.모든사랑은남는장사다.나는이명제열렬히지지한다.(205쪽)
4부[일이라는가치]에서는향락의거리는얼마나많은귀한자식들의노동으로굴러갈까,철학자와식당노동자가동등한직업인으로존중받는세상은요원한일일까.한줌의권력자를위해다수가노예처럼일하는슬픔사태는왜지구를뒤덮는가.고통이고통을알아보고존재가존재를닦달하지않는세상은어떻게가능할까등의물음을통해밥을위한삶,일과삶사이의경계에서긴장을견디는기예같은하루,노동을사고파는일의쓸쓸함을이야기한다.
―모든노동하는사람의수고로움이들어있는말.한병딸까요?산다는것은내안에무언가를계속따야하는일이리라.(247쪽)
―나는밥벌이를간절히원하면서도거기에붙들릴까염려한다.하이데거는우리가거주하는이세계의일상성이무너질까두려워할때발생하는것이‘불안’이라고했는데,나는내가거주하는이세계의일상성이강고해질까봐두렵다.(269쪽)
존재의빈곤-언어의빈곤에서벗어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