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열녀 (여자는 어떻게 열녀가 되었나)

열녀×열녀 (여자는 어떻게 열녀가 되었나)

$17.00
Description
유교-가부장제가 2000년간 구축한 ‘열녀 서사’가 여자들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대상화하고 통제하려 했는지를 낱낱이 드러내는 책. 동아시아 여성 서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열녀전에 숨겨진 여성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한다.
이 책은 중국 한나라 유향의《열녀전列女傳》과 조선의 ‘열녀전烈女傳’에 사용된 ‘모범적이고 순종적인 여자 만들기 전략’들을 정교하게 추출해 보여 준다. 19세기 한문 야담, 20세기 구전설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실제 열녀의 한글 유서까지 망라하며 가부장제의 존속을 위해 기획된 서사가 미처 은폐하지 못한 여성의 욕망과 진짜 목소리를 발굴하고, 여성이 자신의 입장에서 남긴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젊은 여성들의 성적 자유를 비난하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유희거리로 삼는 이야기, 어머니의 모성애와 아내의 희생을 찬양하는 수많은 말과 글은 21세기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 책은 남성 중심적 여성 서사들에 내재된 의도와 논리를 간파하게 해 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저자

홍인숙

이화여자대학교국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고전여성문학을전공했다.고전문학에서남성지식인들이생산한여성서사를비판적으로읽어내고여성의글에담긴기억과감정,관계와맥락을재해석하는작업에관심을갖고있다.<조선후기여성유서연구?순절열녀신씨부의한글유서를중심으로>,<식민지시대열녀재현의정치학>,<조선시대한글간찰(언간)의여성주의적가치에대한재고찰시론>,<《자기록》에나타난관계성서술방식의의도와효과?불행감의근원과애도문학으로서의의의>등의논문을썼다.지은책으로는《여성예술가열전?누가나의슬픔을놀아주랴》,《근대계몽기여성담론》등이있다.이화여대강의전임교수를거쳐현재선문대학교교양학부에재직중이다.

목차

서문

1부
태초의여자들
2,000년동아시아여성사의시초,한나라유향의《열녀전列女傳》

1장신화가된모성|모의전母儀傳
●천하의주인을결정하다-순임금의두부인
:어머니이자열녀烈女,가장이상적인여성상의원형
●왕실의기강을바로세우다-주나라왕실의세어머니
:삼대에걸친시어머니·며느리·손자며느리,가부장적모성의전형
●성인을길러내다-맹자의어머니
:남성보다더남성적인,권위와예법의수호자

2장지혜로운아내|현명전賢明傳
●남편의삶은제가잘알지요-노나라현인유하혜와검루의아내
:독립적이고지적인여성들,그사유의‘언어’를보다
●스승과군자로서의아내-초장왕부인번희,제나라마부의처
:뛰어난사람을알아보는능력의담지자
●문밖의수레자국이어찌그리깊습니까-초나라은자접여,오릉자종,노래자의아내
:현명한여자는사치하지않는다

3장미래를읽는여자|인지전仁智傳
●제아들은그아비만못합니다-조괄의어머니,진나라백종의아내
:정치적현실과권력관계분석에기초한‘피화의지혜’
●충신을분별하는사려깊은안목-위영공부인,노나라칠실읍의여자
:나라를염려하는여성들의행방

4장열녀烈女의기원|정순전貞順傳
●부인의도리는오직하나일뿐입니다-채나라사람의처,여장공부인,초평왕부인백영,식임금부인,양나라과부고행
:여자의자발적선택은어떻게여성억압의도구가되는가
●예에어긋난다면죽는것이낫습니다-소남땅신씨의딸,제효공부인맹희,송공공부인백희
:남녀의본분차이를교육하기위한롤모델

5장정의로운여협|절의전節義傳
●의리를잊고서어찌왕을섬기겠습니까-초성공부인자무,초소왕부인월희
:완전무결한도덕성을추구하다
●충성과신의를모두지키다-진나라태자의비회영,주나라대부의충직한시녀
:명분을실천하는고도의윤리적감각
●자식의일은가슴아프지만어쩔수없습니다-노효공의보모,제나라의계모,노나라의의리있는이모
:타협없는선공후사의화신

6장뛰어난변론가|변통전辯通傳
●사람을구하는절묘한설득의기술-활만드는장인의처,나무를꺾은자의딸
:가문과나라에도움이될때허용되는여성의말하기
●국정의폐해를직언한추녀-제나라의종리춘,숙류녀,고축녀
:똑똑하고지혜로운여성은어떤외모를가졌는가

7장아름다운악녀|얼폐전孼嬖傳
●악독한미인들의탄생비화-하나라말희,상나라달기,주나라포사
:지배자를위한공물로서의삶
●권력과성을욕망하는여자-진晉헌공부인여희,진陳나라하희
:남성의질시와공포,살인과배신을은폐하는‘여화女禍’서사

2부
사死의찬미
열녀列女에서열녀烈女로,조선에울려퍼진레퀴엠의메아리

1장삼혼三婚시대의열녀|개가를거부한여자들
●남편의신주를살아있는사람처럼소중히여기다-강희맹의<홍절부전>
:보기드문절부의탄생
●양반남성에게절의를지킨천민여성이야기-성혼,송익필의<은아전>
:조선전기열행의기준과전파

2장나라와가문을더럽히지마라|전란과정절의문제
●한집안에서세열녀가나게한왜란의참상-이정암의<삼절부전>
:아내와딸과며느리를버린비겁한가부장들의초상
●두부인중누가더종용하게죽음에나아간사람일까요?-라해봉의<이열녀전>
:열의순수성을‘평가’하기시작하다

3장강요된자결의풍경|순절열녀전통의성립
●남편영전에서목을매고‘단정히’죽다-김간의<열녀송씨전>
:죽음을미화하는서사적전략
●아이젖을떼고‘기뻐하며’독을마시다-유의건의<열부유인하씨전>
:간절히죽기를원하는여성만들기
●장례를치르고9일만에따라죽다-신광수의<정열부전>
:가난한양반여성이열녀가되기까지
●동서의감시를피해목을매다-조호연의<열부손유인전>
:남성의복화술을위한장르로서의열녀전
●칼로목을세번찔러죽다-한경소의<박열부전>
:잔혹한신체훼손에도고통을느끼지않는열녀의등장
●열흘굶어죽다-이야순의<신열부이씨전>
:더단호하고,더특별하며,더의로운죽음찾기
●50년전의열녀발굴-유인석의<열부양씨전>
:가문의회생을위한여성의희생
●돈이없으면죽어도정려를받지못한다-곽종석의<송열부전>
:열녀표창제도를둘러싼뇌물관행

4장죽음의무도를멈추시오|소수지식인의열비판론
●과부아들이과부를논한단말이냐?-박지원의<열녀함양박씨전병서>
:소설로되살려낸수절열녀의존재
●제다리살을베는것이죽기보다어렵다-이옥의<생열녀전>
:조선후기열행관습에대한통렬한반어법
●이는열이아니요도량이좁은것이다-정약용의<열부론>,김택영의<절부설>
:‘따라죽음’의문제를정면으로논하다
●어찌재가의혼례를치르지않는가-김윤식의<개가는왕정에서금한것이아니다>
:외손녀를직접개가시킨대유학자의주장

5장‘미망인’들의또다른선택|한문야담속열녀와개가인식
●재상이과부딸을무관에게부탁하다-상녀
:양반가미망인의헛장례와몰래개가
●기이한인연으로가난한선비가두여인을얻다-태학귀로
:가문의힘으로새삶을개척하는청상판타지
●편지글을내려노부인이가르침을베풀다-유훈
:여성의욕망을긍정하는목소리를봉합하는가부장제

6장술장사하는열녀,두남편을둔열녀|20세기구전설화속다양한열녀상
●꿈쩍않는철못을뽑을수있는진짜정절녀는누구인가?-고모와아내
:‘열녀시험형설화’의웃음섞인질문
●열은열이지만칭송하기는어렵다-유씨집안며느리,남편살해범과결혼한여자,문둥병걸린남자의아내
:‘열불열설화’의처절한모순어법
●여성이말하는열불열설화-동생병고쳐준제수
:남녀구연자의해석차이

7장열녀자신의목소리|신씨부의한글유서가보여주는열녀전의허구성
●그저가지가지불샹타-양자인‘돌놈’에게
:위로속에드리운설움
●봄의네얼골을보니?든얼골리너라-딸내외에게
:홀로남을자식에대한애끓는안타까움
●못슬거시녀동?니로소니다-오라버니내외에게
:죽음을앞둔한인간의다단한상념들
●?은?식니라고저바리지마?시고-시부모님께
:친정에남긴유서와시집에남긴유서의온도차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최근대한민국재판부는성폭력범죄를고발하는여성피해자에게‘정조’를운운했다.신문기사에는아직도‘미망인(未亡人,아직죽지못한사람)’이라는단어가널리쓰인다.일명‘돌싱’중에서재혼의명분을굳이한번더고민하는사람들은대부분여자들이다.이젠실재하지않는다고여겨졌던‘열녀(烈女,정절을지킨여자)’라는오래된신화가,외피를바꾸고파편화된형태로한국여성들의평판과선택에유효한영향력을행사하고있음을보여주는증거다.
여성의성적자율성에대한근원적억압의상징,‘열녀’.이기호는어디에서왔을까?또어떻게21세기까지살아남을수있었을까?고전문학자홍인숙은2000년동아시아여성서사의원형이라할수있는중국한나라유향의《열녀전列女傳》과조선시대의‘열녀전烈女傳’에주목한다.그리고두개의텍스트를겹쳐읽음으로써유교-가부장제가구축한남성중심적여성서사가여성의말과행동을어떤프레임으로대상화하는지,또여성의역할과지위를어떻게통제하려했는지를포착해낸다.

똑똑하고말잘하는못생긴처녀,난잡하고음탕하지만매혹적인미녀
아버지의권위를수호하는어머니,남편만바라보는순종적인아내…

여자의욕망을통제하기위해
유교-가부장제가고안한강력한편견들
그틈새를뚫고나온목소리를찾아서

2000년동아시아여성서사의원형이된두개의텍스트,
한나라유향의《열녀전列女傳》과조선의‘열녀전烈女傳’을겹쳐읽는다
‘열녀烈女’라는억압적여성상은사실‘열녀(列女,여자들)’라는다양한여성상에서기원했다.‘列女’라는말은사라지고,‘烈女’라는말만살아남게된것은전한시대의유학자유향이지은104명의‘여자들이야기(列女傳)’가불과몇백년전조선후기사회에서‘정숙한여자이야기(烈女傳)’로단일화된결과다.
저자는열녀전이라는텍스트를여성서사의다양성이가부장제하에서어떻게축소되며그과정의역사적·정치적의의가무엇인지되묻는계기로보자고권한다.이를위해먼저유향의《열녀전列女傳》을압축적으로소개하고,바람직한여성의역할을정의하고자했던원작자의의도가미처은폐하지못한여성들의뛰어난능력과솔직한욕망을엿보는재미를독자에게선사한다.천하를제패한왕과현자들을능가하는높은학식,어리석은남편을깨우치고가르칠만큼뛰어난식견,훌륭한인재를고르고나라의미래를예측할수있는판단력,의로움과명분을동시에지키는고도의윤리적감각,치밀하고논리적인말솜씨를가진여자들의개성넘치는일화를지금의언어로흥미진진하게풀어놓는것이다.
다음으로는조선상층양반들의‘열녀전烈女傳’을일별하며《열녀전列女傳》속다양한여성상이‘남편따라죽는여자’로귀결되어가는흐름을짚는다.열녀문을세워주는조선조정을향해‘이는열烈이아니요,도량이좁은것’이라고일갈한정약용을비롯한박지원,이옥등여러실학파지식인들의열녀전도함께다뤄더단호하고특별한여성의죽음을찾아내고평가하는구도의문제점을구체적으로드러낸다.
19세기에지어진한문야담,1970~80년대에녹취된여성제보자의구전설화와같은하위서사들을발굴해,천편일률적인열녀전에그려진여성의모습이당대여성들의실제삶과얼마나같고달랐는지조명하기도한다.백미는한열녀가직접남긴한글유서를통해가문의재건과가부장제의존속을위해윤색되었던여성의진짜목소리를들려주는것이다.
동시에열녀서사에사용된‘모범적이고순종적인여자만들기전략’들을정교하게추출한다.여성인물의입으로여성을통제하는규범강조하기,‘술빚고밥짓는’영역을넘어서는능력을가진여자를지칭하는말의의미를부정적으로바꾸기,말잘하는여성의외모는추하게,아름다운여자는악하게묘사하기,잔혹한신체훼손에도기쁨을느끼는여성만들기등이다.
젊은여성들의성적자유를비난하고그들의고통과죽음을유희거리로삼는이야기,어머니의모성애와아내의희생을찬양하는수많은말과글은지금도여러매체를통해새로운형태로재생산되고있다.가부장제의확립과유지를위해기획된텍스트,열녀전이만들어낸여성의허구성을들추는이책은남성중심적여성서사들에내재된의도와논리를간파하게해주는도구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