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자유와 혁명과 풀과 시, 김수영 생애 다시 쓰기)

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자유와 혁명과 풀과 시, 김수영 생애 다시 쓰기)

$16.00
Description
《김수영 평전》
이후 처음 출간되는, 김수영 생애의 재구성

종로에서 도쿄까지, 만주에서 거제 포로수용소까지
시인 김수영의 삶과 공간들, 그리고 모더니티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며 역사의 “거대한 뿌리”에 닿고자 했던 시인.
“시여, 침을 뱉어라!” 외치며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시를 쓰고자 했던 시인.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살고자 했던 시인.
김수영의 시는 뜨겁고, 그의 언어는 첨예하다. 그의 시에는 “현실에 쏟아냈던 날카로운 언어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에 던져주었던 각성의 언어가 있으며, 세계를 향해 토해낸 사랑의 언어가 있”다. 나아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첨단적인 담론들과 맞서도 주눅 들지 않는 아우라”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한국 문학사의 영원한 모더니스트다.

이 책은 시인 김수영의 언어와 숨결의 기미를 좀 더 예민하게 포착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의 삶과 문학의 공간들을 찾아 걷고, 생각하고, 발견한 기록들이다. 김수영의 후예들인 8명의 문학가(서효인 시인, 손미 시인, 정용준 소설가, 그리고 문학평론가 박수연, 오창은, 김응교, 서영인, 김태선)가 합동으로 탐색하고 사색하여 써내려간 귀중한 결과물이다. 특히 최하림의 《김수영 평전》(초판 1982) 이후 최초로 김수영의 생애를 본격적으로 추적해낸 단행본으로서, 작가의 생애에 대한 고찰이나 기록이 드문 우리 문학계의 현실에서 더더욱 귀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저자

박수연

문학평론가.1998년《서울신문》신춘문예당선.평론집《문학들》《말할수없는것과말해만하는것》등을썼다.

목차

머리말

I시인의길을따라걷다

쓰고시린골목들_서효인
그가거기에있다/충무로,오래된모더니티/종로,마리서사/종로,그림자/그평범함을생각하며

이토록긴-장례식_손미
두번째장례/문장을파는일/너거기서자유롭냐?

자책하며,쓴다_정용준
쓴다/그렇게쓰면안돼/이렇게써도될까?/그래도쓴다

II시인의공간에머물다

시인의탄생,제국의진주-종로,‘거대한뿌리’의거리_박수연
극적인서울,시인의탄생/종루거리에서밀려나는사람들/종6로가116번지,김수영의정신적고향/어느날고궁을나오며

도쿄,스무살의김수영-연극의꿈을품다_서영인
미지의공간,4개의나침반/첫번째하숙집,스미요시초54번지/두번째하숙집,다카다노바바350번지/조후쿠예비학교와여인예술사/김수영의도쿄시대,여전히미지의영역

연극인김수영의만주시절-해방공간과모던청년의좌충우돌_박수연
다시종로에서/환상과구속의땅,만주/길림극예술연구회에합류하다/협화의시절,‘새로운해협을찾은일이어리석었다’/‘수정될과오’

시인김수영,신시론동인들의향연-모더니즘시를쓰던충무로유명옥시절_김태선
연극하다가시로전향/신시론동인의형성과김수영의콤플렉스/새로운도시와시민들의합창

해방후모더니스트들의사랑방,‘마리서사’-아웃사이더김수영의번민과각성_오창은
김광균과박인환/박인환이만든희망의공간/진정한아웃사이더시인/등단작〈묘정의노래〉와김수영의각성/종로의서점이야기

전쟁의상흔,포로김수영-부산거제리포로수용소_김응교
세계의가장비참한사람이되리라/거제리포로수용소/포로수용소에서독서체험/또다른감옥의포로

시인의방,시인의생활-마포종점,구수동의집_오창은
마포버스종점에깃들다/노동으로풍경의일부가되다/닭을키우는시인/거대한뿌리,쓰러지다/상주사심,날마다죽음을생각하라

풀의정신,시를품고시를낳다-도봉산김수영시비앞에서,유작시〈풀〉을읊다_김응교
김수영시비가는길/‘풀’의시인,자유의시인,긍정의시인/아방가르드의전사,우리에게는김수영이있다

김수영연보

출판사 서평

문학의지도를그리다-자유로운시인의영혼속으로떠나는인문기행

김수영은1921년서울종로2가에서태어나1968년마포구수동에서마흔여덟의안타까운생을마칠때까지,평생을서울에서살았다.물론스무살시절에는도쿄로유학을가서연극의꿈을품기도하고,학병징집을피해만주의지린(길림)에머무르기도하였으며,한국전쟁때는부산거제리/거제도의포로수용소에수감되어2년여간포로생활을하기도하는등파란많은삶을살기도했다.

이책은김수영생애의주요장면마다그가머물던공간을중심으로,가상의문학지도를그려나간다.서울의한복판인종로에서도쿄까지,만주의지린을거쳐다시충무로,마포,도봉그리고부산거제리와거제도에이르기까지.시인의길을따라걷고시인의공간에머물면서,그길과공간이열어서보여주는시인의생애와작품을반추해본다.

이를테면김수영이태어나고자란종로거리에서는,‘제국’의진주와함께극적으로변모해가는20세기초서울의모습과종루거리에서밀려나는조선사람들의풍경이김수영의시〈거대한뿌리〉너머로펼쳐진다.그역사적인상상의구조물속에서김수영시의‘거대한뿌리’가어디서기원하는지를어렴풋이나마실감해본다.

스무살의김수영이도쿄유학시절연극의꿈을키웠던장소들(두곳의하숙집과학교,연극연구소)을찾아나서는길은,마치‘내친구의집’을찾아헤매는영화의장면들처럼자못흥미진진한추리의연쇄과정이다(특히이책에서최초로김수영의도쿄시절거주지를발굴해낸것은김수영의독자들에게반가운선물일것이다).와세다대학대학가의자유롭고지적인낭만적인분위기속에서간혹사랑을찾아헤매기도하던,스무살식민지청년김수영의열정과절망과방황의나날들은어떤모습이었을까를상상해보는것은무척특별한경험이다.

징집을피해도쿄에서귀국하여만주(이미식구들은그곳으로먼저이주해있었다)로간김수영은길림극예술연구회에합류해연극인으로서의삶을시작하지만,태평양전쟁이정점으로치닫던당시만주국하에서의연극활동은제국주의색채가농후한협화극(協和劇)의한계를벗어날수없었을것이다(이때의경험은도쿄시절의경험과함께김수영에게깊은트라우마를남겼다).당시김수영이참여한연극〈춘수(春水)와같이〉가공연되었던공회당에잠시머물며당시의공연기념사진을들춰보노라면,김수영이‘연극하다가시로전향’한쓸쓸한배경을짐작해볼수있지않을까.

해방을맞아만주에서돌아온김수영은가족과함께충무로에정착하면서(당시어머니가이곳에서운영하던식당이‘유명옥’이다)드디어모더니스트시인으로거듭난다.해방후모더니스트들의사랑방이었던,박인환시인이운영하는종로3가의‘마리서사’서점을드나들며신시론동인에참여한것도이충무로시절이었다.그러나등단작인〈묘정의노래〉가문우들로부터외면을받은것은두고두고김수영의콤플렉스가되기도했다.

서른살이되던해,한국전쟁이발발하자김수영은동경하던임화를따라의용군에갔다가인민군에강제징집되고,여기서탈출하여체포되었다가부산거제리/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2년여포로생활을한다.김수영은이때의경험에대해〈내가겪은포로생활〉이라는산문에서이렇게말한다.“세계의그어느사람보다도비참한사람이되리라는나의욕망과철학이나에게있었다면그것을만족시켜준것이이포로생활이었다고생각한다.”

친공포로와반공포로가격렬하게부딪히던참혹한포로수용소에서가까스로살아남은김수영은1956년6월,마포구수동으로이사한이후에야비로소자신과가족을추스를수있었다.그리고1968년6월집앞버스정류장에서교통사고로사망할때까지꼬박12년동안,김수영은이곳에서닭을키우고,번역을하고,시와산문을썼다.4·19를겪고다시5·16을감내하면서,‘혁명과반혁명’사이에서내면의혁명을꿈꾸었다.김수영에게는이곳구수동이야말로‘혁명을목격하고,혁명을시로기록’했던‘시혁명’의장소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