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시어머니 유품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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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남긴 두 개의 일기
고독한 현대사회,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의 화해 어린 몸짓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살던 시어머니가 돌연 돌아가셨다. 오십 중반인 며느리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시어머니 집을 찾는다. 처음엔 스무 평 남짓 집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유품정리를 시작한 모토코는 집안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양의 유품들에 아연실색, 이윽고 절망하고 만다. 남편의 초등학교 교과서, 시아버지의 40년 치 월급명세서 다발, 50권이 넘는 앨범과 유통기한 6년이 넘은 식용유는 차라리 처분하기 쉬운 편이다. 방마다 딸려 있는 벽장과 옷장에는 옷가지들이 넘치고, 주방의 식료품을 비롯해 생필품과 전자제품 등 집기들이 온 집안을 점령하고 있다.
시어머니를 원망하며 유품을 정리하는 모토코는 반지 하나만 남긴 채 유품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세상을 떠난 친어머니가 얼마나 사려 깊은 사람이었는지 새삼 감탄하고,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날이 갈수록 깊어간다.
그러나 기대도 못 한 아파트 이웃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들에게 시어머니와의 얽힌 일화들을 듣게 되면서 불신과 원망은 조금씩 풀어진다. 그리고 모토코는 생전에 시어머니가 매일 그날의 일들을 적은 공책을 발견한다.
한편 그렇게 유품정리를 모두 끝낸 그날 저녁, 모토코에게 남동생 부부가 고향집을 처분하면서 발견한 친어머니의 생전 일기장이 도착한다.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남긴 두 개의 일기.
모토코는 두 개의 일기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다 간 것처럼 여겼던 ‘두 어머니’의 가려진 진솔한 삶의 면모를 마주한다.

저자

가키야미우

일본여성사이에서가장인기있는작가이다.기발한상상력,예리한시선,유쾌한감성으로삶과사회를이야기하는작가.현실문제를특유의재치있는전개로풀어내사회소설의지평을넓혔다는평을받고있다.

1959년효고현에서태어났다.메이지대학문학부를졸업한후소프트웨어회사를거쳐2005년『회오리소녀』로제27회소설추리신인상을수상하면서등단했다.결혼난,저출산,고령화,재해,주택대출등사회문제를주요소재로하는소설이특기다.미스터리소설부터판타지,현대사회풍자에이르기까지장르와소재의경계없이폭넓은작품세계를선보이고있으며시나리오작가로도활약하고있다.청년실업이나고령화같은현대사회의문제를바라보는날카로운시선과생생한인물묘사로많은독자들의공감을얻고있다.

주요저서로는『남편의그녀』,『노후자금이없습니다』,『당신의마음을정리해드립니다』,『며느리를그만두는날』,『70세사망법안,가결』,『서른두살여자,혼자살만합니다』,『결혼상대는추첨으로』,『40세,미혼출산』,『후회병동』,『당신의살을빼드립니다』,『여자들의피난소』,TV드라마화된『리셋(リセット)』,『육아는이제졸업합니다』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유품정리’라는의식을통해인간관계의본질을묻다
다시삶을살아가기위한인생의메모랜덤

우리의삶은무엇으로이루어지고있을까.
한사람을판단하는방법이평소그사람의말과행동이라고한다면,한사람의삶을규정짓는방법은그사람이죽은후남겨진물건,즉유품이아닐까.
주인공모토코는시어머니가남긴방대한양의유품에절망하고시어머니를원망한다.여기에남편마저힘들게유품을정리하는아내의마음도모르고추억이담긴유품을버리려는모토코와갈등까지빚는다.

“시어머니가생활한방은마치마계같았다.일단발을잘못들여놓으면그걸로마지막,자신의지난세월만뒤돌아보게된다.더,좀더,아그때그렇게했더라면……(중략)끊임없이반복되는후회의쳇바퀴속에서좀처럼벗어날수없었다.현실의수많은물건에혼란해하는것뿐이라면괜찮지만슬픔이끓어올라한순간이라도마음의평온을유지할수없었다.시어머니집에오래있으면정신적으로궁지에몰릴것같았다.한시라도빨리정리를끝내야했다.”(본문중)

“이남자는정말이지바보가아닐까.애초에남편은가사에어두우니생활이란게어떤것인지전혀알지못한다.그에비해나는삼십년에걸친주부생활로많은것을배웠다.청소의수고는물건수와비례한다.그리고또하나.시어머니집의유품정리를시작하고물건의수와집중력이반비례하는사실을배웠다.아,실수했구나.남편한테숨기고몰래버려야했다.”(본문중)

한편모토코가사는맨션옆집에는아침일찍부터밤늦게까지일하는맞벌이부부의아들인어린‘아오’가있다.아오는매일복도에서오매불망부모의귀가만기다린다.모토코는그런아오가늘마음에걸리지만외면하는일에익숙하다.

“집의엘리베이터구층에서내리니엘리베이터옆어둠속에아오가있었다.(중략)아오는몇번이나현관문에서얼굴을내밀고밖을살피다엘리베이터가있는곳까지와서이제나저제나부모의귀가를기다린다.그모습을볼때마다가슴이저리다.(중략)옆을지나갈때아오의얼굴에눈물자국이있는게보였다.(중략)뒷덜미를잡아당기는느낌을뿌리치며아오를등지고돌아섰다.”(본문중)

현대사회의고립된인간관계의단면을보여주는장면이다.
하지만이런단단한고립의관계는시어머니의유품정리가절정으로치달으면서조금씩균열이생긴다.그한가운데에‘아오’가있고그것을가능하게한것이아이러니하게바로‘마계의소굴’과도같았던시어머니의유품정리라고할수있다.
그리고저자는사회가고도화,다원화되어갈수록단절되어가는인간관계의복원과화해의계기를시어머니와친어머니의일기라는상징을통해그려낸다.

“그날은벽장안에서몇권의공책을발견했다.(중략)시어머니의독선적이고우스꽝스러운언행은지금생각해도웃음이나와요.그래서이렇게저렇게해드렸으면좋았을텐데하는후회도비교적적은것같아요.시어머니는안하무인같은사람이었고그래서행복한사람이었어요.그리고……돌아가신지금도마음속에서대화를나눌수있어요.그대부분은‘시어머니,적당히좀하세요’라고화만낼뿐이지만요.그만큼가까운사람이었어요.”(본문중)

“어머니수첩을훌훌넘겼다.그날있었던일이간략하게한두줄로적혀있었다.모토코가태어난해부터어머니가죽을때까지거의사십년분,즉마흔권이있었다.내가태어난날의페이지를넘겨보았다.첫째아이태어남,모토코라고이름지었다.이로써내인생에서고독이라는말이사라졌다.가슴에아련히파고든다.나도첫째를낳았을때똑같은생각을했었다.”(본문중)

이렇듯인간은상대에대한이해와공감으로다시삶을살아갈수있다.
소설은시어머니의유품을힘겹게정리하는며느리라는일견‘고부갈등’으로비춰질수있는소재를차용하여오늘날의인간세태에대해성찰한다.
단지고독하고,이기적이고,타산적인세상이되었다고한탄만할것이아니라먼저손을내밀라고이야기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