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대통령, 우산 장수, 북해의 어부, 엿장수, 양치기 소년, 야구선수(박찬호).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직업인들이다. 이들은 저자인 최성환 기자가 생각하는 인물상을 대변하거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거들어주고 있다.
은행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우산을 빌려가라고 하다가 막상 비가 오면 우산을 돌려달라고 한다는 영국의 속담을 이용해 저자는 요즘 우리나라 은행들의 행태가 우산장수만도 못하다고 비꼬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것을 엿장수도 빽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하고, 박찬호 선수의 승패를 끌어들여 경제도 팀워크가 맞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엇박자, 히드라, 펌프, 뮤지컬 체어, 스페어타이어, 대통령의 봉투, 감자, 호박 등과 같은 주변의 도구나 생물체를 칼럼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현안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을 머리가 여럿 달린 신화 속의 바다뱀 히드라나 월드컵 당시 유행했던 엇박자에 빗대고 있다. 뭔가 불안한 요즘의 경제상황을 독자들에게 금방 연상시키기 위해서다. 또 공적자금을 조성해 투입하는 것을 물 빠진 펌프에 물을 붓는 것에 비유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의자 빼앗기 놀이인 뮤지컬 체어(musical chairs)를 통해 구조조정을 설명하기도 한다. 구조조정이 잘 안되는 것을 뮤지컬 체어에서 음악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거나 기업 수에 비해 의자가 더 많은 것이라고 애둘러 말한다.
최성환 기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 2000년 1월까지 근무했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온 후 자비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은행에 있으면서 조사부, 금융경제연구소, 국제부, 인사부, 비서실 등 주요부서를 거쳤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핫라인을 유지하는 등 남다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강의와 발표 및 토론 등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았다.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로 옮긴 뒤에는 이때 터득한 다양한 패러다임과 경험을 가지고 흐름경제의 핵심들을 기사화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성환박사의 경제교실이라는 경제교육면을 통해 일반인은 물론 중고등학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그동안 썼던 신문기자의 칼럼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던지기보다는 각 칼럼을 쓰게 된 배경과 이후의 정책 반영 및 경제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코멘트를 달았다는 점과, 필요할 경우 전체적인 흐름을 짚을 수 있도록 표.그래프 또는 용어해설을 달았다는 점이다. 그 위에 나미경 교수의 삽화는 문자가 표현할 수 없는 감성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글의 뒷맛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당시 상황과 후일담은 그 글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때로는 경제와 관련한 유머와 일화를 실어 재미를 더한 점도 돋보인다.
또 용어해설은 사전식의 딱딱한 해설이 아니라 비유와 일상생활을 통해 누구나 알기 쉽도록 쓰고 있다. 용어해설만 모아도 훌륭한 하나의 소책자가 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등산을 하다 보통 때보다 비싸게 사 먹는 음료수 가격을 이용해 물류비용과 금리를 설명하고, 휘발유와 전기소켓을 이용해 글로벌 체제를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 글 '우리 경제의 엇박자'는 왜 우리 경제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가를 읽기만 하면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불안한 환경을 경제뿐 아니라 요즘의 정치, 사회, 문화적 현상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얼굴 없는 대통령'이나 '한은총재는 양치기 소년'은 어떤가? 제목 자체로도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상당부분 나타내줄 뿐 아니라 내용을 읽어갈수록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글들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지닌 장점들이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일반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공공요금 인상해야'라는 글은 정말 용기가 없으면 쓸 수 없는 글이다.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 자체가 일반국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글을 읽어보면 아! 그래야 되겠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펌프론'에서는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자연스럽게 동의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에서 우리는 의표를 찌르고는 멀리서 관조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체어론', '대통령의 봉투', '어부의 지혜: 숭어와 청어'와 같은 글들은 경제만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사회현실을 직시하면서 사색토록 한다. 뿐만 아니라 먼 미래를 위해 우리들에게 저자의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국민주주 싱크탱크를 만들자', '은퇴 이후를 준비하자', '중국 경제관료들은 누구인가'와 같은 글들은 자신을 뒤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학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 ‘흐름을 읽어야 경제가 보인다’는 말을 마음 한 켠에 항상 품고 다녔다고 한다. 지나간 경제의 흐름과 평가를 통해 국내외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다는 선배 학자들의 믿음을 그대로 새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을 수 없을지는 몰라도 저자의 말대로 적어도 국내외 경제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넘어설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