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정보기술제품과 WTO, FTA와 통신서비스, 기술표준과 IT 무역, IT 분야 보조금의 통상 문제, BPO와 국경 간 공급, 디지털재화와 지적재산권, 문화산업과 통상 문제 등 최근까지 WTO 체제하에서 다뤄져온 IT 및 전자상거래 분야의 핵심주제들을 살펴봄으로써 통상협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IT 분야는 더 이상 통상협상의 주변부가 아니다
세계 각국은 현재 각종 통상협상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담판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차 글로벌화하는 무역 환경의 변화는 각국 정부에게 한편으로는 취약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세계를 향한 통상 문호를 활짝 열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은 전 세계 무역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도래에 따라 다자간 WTO협상이나 양자간 FTA협상을 불문하고, 좀더 풍요로운 국가의 장래를 위해 IT 관련 상품 및 서비스 분야의 자유화는 전통적인 공산품에 비해 전략적 관점에서 좀더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이 책은 과거 10여 년간 우리나라 통상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온 저자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기초로 국제 통상협상 중에서도 특히 IT 분야 통상협상의 주요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향후 각종 통상협상의 실천적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또한 책 곳곳에 있는 ‘지식창고’는 실무자들에게 요긴하게 쓰이고, 독자에게는 답답함을 풀어주는 그야말로 지식창고이다. 통상협상의 실무를 처리하면서 궁금해 했던 내용들이 저자의 친절함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디지털무역 자유화의 기조 … 특혜도 국경도 없는 무한 경쟁 시대
이 책은 특별히 ‘WTO 플러스 FTA’라는 현행 국제통상 체제의 큰 틀 내에서 ‘디지털무역(digital trade)’에 관계된 통상현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디지털무역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확립된 정의가 없으므로 ‘온라인무역(online trade)’이나 ‘사이버무역(cyber trade)’ 또는 ‘전자상거래(e-commerce)’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UR협상이 비록 서비스무역이나 지적재산권이라는 새로운 국제무역의 영역을 다자통상 체제에 편입하는 데 대체로 성공했지만, 디지털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나 범세계적인 인터넷시대의 도래가 다자통상 체제에 얼마나 큰 도전이 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오프라인무역(offline trade)에만 익숙했던 다자통상 체제는 지금도 운무(雲霧)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WTO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주소지를 어디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여전히 논쟁 중이며,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재화(digital products)의 분류 논쟁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현실과 규범의 괴리 상태를 신속히 탈피하기 위한 대안적 통상 체제가 FTA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FTA는 디지털무역의 현안과 관련하여 디지털재화의 분류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디지털무역의 장에 놓인 걸림돌부터 치우자는 실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WTO 및 FTA가 추구하는 디지털무역 자유화의 기조는 모두 디지털무역이 가능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시장자유화와 함께, 디지털무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의 역할을 하는 IT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시장자유화를 포괄한다. 후자와 관련해 장애물의 제거가 시급하다고 인식되는 분야는 디지털무역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근간인 정보기술 제품(IT products) 분야, 그리고 서비스적 근간으로서 주문?배달?결재에 직결된 통신서비스?컴퓨터관련서비스(CRS)?특급배달서비스(express delivery services)?금융서비스 분야 등이다. 즉 디지털무역을 위한 인프라 분야에서 시장자유화를 통해 가격 인하와 품질 향상이 가능해야만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무역을 위한 인프라가 정비된다 해도 거래 대상물의 국제적 흐름에 애로가 있다면 디지털무역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소프트웨어 및 게임 등 전자적 전송에 의한 디지털콘텐츠와 방송 및 영화 등 전통적인 디지털콘텐츠 분야 간에 존재하는 시장자유화의 불균형은 WTO와 FTA에서 모두 주목받고 있다.
자유로운 디지털무역을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지혜가…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서비스 분야에서의 디지털무역이 규제 당국에게 던져주는 근본적인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서비스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지리적 인접을 전제로 하고, 서비스무역을 위해서는 투자를 통해 소비자의 국가에 생산자가 주재하기 때문에 국내규제의 실효성이 문제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나 디지털무역의 경우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생산자의 지리적 위치가 소비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상업적 주재가 없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자유가상공간을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즉 상업적 주재에서 자유롭고 기술적 통제도 곤란한 디지털무역은 규제 당국에게 크나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무역을 시장에 방임하자니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의 형평성, 소비자의 권리 보호, 과세 등 부수적 문제들이 걱정스럽고, 규제를 시도하자니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그 실효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주요 내용 소개
새로운 통상 환경의 도래 - WTO의 출범 배경
저자는 현재의 통상협상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GATT 체제와 WTO 체제의 출범 배경, WTO협정의 중요한 축인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자, 국제 통상협상의 양상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 개도국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공산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 및 국제수지 방어 차원에서 반덤핑조치, 상계관세, 회색지대조치 등 기존의 GATT가 규율하기 쉽지 않은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농산품, 섬유 등 개도국의 관심 분야에 대해 규율 장치가 미비했던 GATT 체제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1980년대 들어 미국 내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분야 이해당사자들의 무역규범 제정 압력은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의 과정에서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무역규범 제정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86년 출범된 우루과이라운드는 GATT 체제의 태생적 출범 이후 반세기가 흐른 1995년에 이르러 정식 국제기구인 동시에 상품,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무역규범을 포괄하는 WTO 체제를 탄생시켰다.
인터넷의 발달과 전자상거래는 국제 통상의 새로운 환경
글로벌화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 더 나아가 일반적인 경제활동이 국적을 탈피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글로벌화의 와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무역의 양상이 전자상거래이다. 하지만 WTO 협정으로 대표되는 국제통상규범은 아직 이러한 시장현실을 효과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WTO 협정을 제정한 UR협상 당시는 인터넷이 가시화되기 이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WTO 차원에서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세부 협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부과 시한부 동결조치, 기본통신협정, 정보기술협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재화의 분류문제는 다년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 간의 상이한 이해관계로 인해 아직까지 미결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재화의 분류라는 어렵고도 민감한 사안을 각국의 재량에 맡기면서도 전자상거래의 활용이 가능한 분야의 무역환경을 우선 개선하려는 미국식 FTA의 접근방식은 시급한 전자상거래 자유화를 위한 실용적 대안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정보기술제품 분야에 존재하는 무역장벽들…
WTO 차원에서 전자상거래 자유화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전자상거래의 활용이 가능한 분야의 시장자유화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무역의 방식이 원활하게 이용되기 위한 인프라 분야의 시장자유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전자상거래가 자유로이 활용될 수 있다한들, 그 적용이 가능한 분야의 시장이 폐쇄되어 있다면 소용이 없다. 또한 제 아무리 관련 시장이 개방되어 있다한들, 전자상거래 활용 자체에 애로가 있다면 그 상업적 가치는 발현될 수 없다. 전자상거래의 확산을 위해 시장자유화가 선행되어야 할 대표적 상품분야가 정보기술제품분야이다. 정보기술제품의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갈 길이 멀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보기술제품분야에 존재하는 무역장벽의 완화 및 제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3장은 WTO 주도 하에 이미 발효된 정보기술협정(ITA)의 배경 및 주요 내용, 정보기술협정 확장협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정보기술협정 양허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GATS하의 통신서비스협상, 컴퓨터 및 관련 서비스협상
통신서비스분야와 컴퓨터 및 관련서비스분야는 전자상거래의 확산을 위해 시장자유화의 진전이 시급한 대표적 서비스 분야들이다. 음성과 데이터 등의 정보가 컴퓨터 기능에 의한 전송 과정에서 변화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크게 기본통신서비스와 부가통신서비스로 구분되는 통신서비스분야의 경우 UR협상과 그 후속협상인 기본통신협상을 통해, 그리고 컴퓨터 및 관련서비스 분야의 경우에도 UR협상을 통해 이미 시장자유화가 상당한 정도로 달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분야가 소속된 WTO 근거협정인 GATS 협상방식의 특수성 및 UR협상 이후의 IT 발전 등으로 인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제4장은 GATS와 FTA상의 ‘공중통신서비스’의 개념, 기본통신서비스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