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양 전통철학의 최대 성과는 기라는 개념 속에 있지 않을까?
서양철학으로 재해석해 낼 수 있는 가장 물질개념에 근사한 실체, 그러나 결코 물질개념만으로는 치환될 수 없는 정신적 실체.
형이상과 형이하를 넘나들던 동양철학에서의 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기를 수련한다’느니 ‘기가 허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이것은 현대에까지 남아 있는 동양 전통철학에서의 기 개념의 흔적들이다. 그러나 기를 호흡법이나 도인법에서의 기 또는 점성술에서 읽어내고자 하는 기운의 의미 정도로만 해석하는 것은 동양철학의 본령이 아니다.
전통철학에서 기 개념은 다층의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그것은 리 개념과 병행하면서 형이하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다가 어느새 리 개념을 잠식하고 유일한 우주본체로 해석되기도 한다. ‘기’라는 글자는 원래 구름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였으나 점차 만물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물질로 추상화되고, 드디어 추상의 정도가 발전하여 우주본체의 의미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기는 현대에 와서 서양의 물질개념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 물질개념의 형이하적 속성을 공격하면서 그 기반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 개념은 형이상과 형이하를 넘나들면서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의미 내용을 자기 속에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은 1992년 예문지에서 펴낸 [기의 철학]을 재간한 것이다. 예문지판 [기의 철학]은 본래 상하 2권으로 분책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리의 철학]의 발간에 맞추어서 체제와 표기법 등을 통일하여 단권으로 재간행하였다.
기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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