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나는 왜 달리기를 시작했나? | 양장본 Hardcover)

탈출 (나는 왜 달리기를 시작했나?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길 위에서 떠도는 사람들
《탈출》은 고향을 떠나 낯선 땅을 떠도는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난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 그리고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인 알란이라는 개와 함께 집을 떠난다. 다정하던 이웃들이 괴물로 변했기 때문이다. 셋은 달리고 또 달린다. 이들의 발길이 거치는 마을과 도시와 나라가 어디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 작품은 소년의 1인칭 서술시점으로 진행된다. 소년의 눈을 통해 숱한 사람들과 온갖 사건들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우화적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긴 여운과 함께 여러 질문들을 남긴다. 우리는 날마다 갈 곳 없는 난민들에 대한 소식을 보고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삶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라도 하고 있을까? 아니, ‘그들’이라는 호칭에는 벌써 우리의 냉담함과 편견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탈출》은 이런 심각한 주제들을 품고 있지만, 잘 빚어진 구성 덕분에 서정적인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장면들이 저마다 독특한 빛깔을 내면서 맞물리는 까닭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과 강렬하고 인상적인 그림이 서로 스며들면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저자

마렉바다스

저자마렉바다스는슬로바키아의코시체에서태어났으며,대학에서미학과슬로바키아어와문학을공부했다.아프리카중앙과서부에위치한나라들(카메룬,차드,가봉,나이지리아)로열두차례여행하면서오랜시간을보냈다.문학정보센터에서일하면서,개들과함께아픈사람들을돕는치료사로도일하고있다.《작은소설》로문학협회상을받았고,《검은아프리카이야기》로최고어린이책에주는바비아나상을받았으며,단편집《치료자》로슬로바키아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아나소프트리테라상을받았다.

목차

내가달리기를시작한이유
달아나야해!
침묵의마을
춤추는자들의도시
욕심쟁이들이사는도시
알란이들려준이야기
꿈과현실사이
아빠를잃어버리다
뭉치면강해진다
변명만있는도시
서로가적인도시
하늘을날수있다면
커다란도장의왕국
무엇이든나중에생각하는도시
소중한사람들은늘곁에있다
서로아무런관심도없는나라
떠나고싶지않았던소년
피난민수용소에서
누나가생겼다
지구를한바퀴돌다

출판사 서평

고향을떠나는사람들

여행이라하면보통무엇이떠오를까?미지의세계에대한동경,가슴두근거리는설렘,짜릿한모험,잊을수없는아름다운풍경,마주치는사람들의친절한미소같은것이아닐까?그러나먼곳으로떠나면서도이런여정을두려워하는사람들이있다.목숨을걸고낯선나라로떠나는사람들이다.이들은과연어디에서뿌리내릴수있을까?언젠가는다시고향으로돌아갈수있을까?하지만이들대부분은새로운곳에이르지도못하고,떠나왔던곳으로돌아가지도못할것이다.이들의삶은그가운데어딘가를떠돌다가주위의무관심속에서서서히침몰해갈것이다.
《탈출》의주인공인소년도이런운명이다.이작품에는‘나는왜달리기를시작했나?’라는부제가붙어있다.소년은우연한사건을계기로달리기연습을시작한다.학교에서집으로돌아오다가어떤사나운개에게물린것이다.누군가에게물어뜯기지않으려면그보다더빨리달아나야한다.아빠가소년에게달리기를하라고권하는이유다.아빠가해줄수있는유일한조언이기도하다.소년은열심히연습하여날마다더멀리,더빨리달리게된다.그러다가그동안갈고닦은실력을발휘할사건이벌어진다.이웃마을에서시작된이상한병이소년의마을까지번진것이다.이병에걸린사람들은아무리먹어도허기를채울수없다.자기것만으로는도저히배가차지않아서남의밥그릇까지빼앗는다.이들은분노하고약탈하면서점점괴물로변해간다.소년과아빠와알란은결국자기마을에서도망칠수밖에없다.

난민에게도자격이필요하다

이것은지금우리가살아가는세상에대한은유다.세계화니지구촌이니말로는성찬이지만,실상은괴물같은현실이다.인류의역사가시작된이래우리는가장풍요로운시대를살고있다.먹을것,입을것,즐길것들이넘쳐난다.문제는이런생산물들이일부나라들과계층에쏠려있다는데있다.그런데도열을가진자들이나머지하나마저차지하려고안간힘을쓴다.교묘하게편견과무관심을부추기고필요할경우엔증오까지서슴지않는다.그런결과로전쟁은필연적이다.별의별명분을다세우지만,전쟁의본질은폭력과약탈이다.
작은쪽배하나에의지해거칠고어두운바다를건너는사람들,사냥개와날카로운총성에쫓기면서도목숨걸고철조망을넘는사람들‥‥‥.우리는여러매체와인터넷등을통해난민들의소식을접한다.
그들은왜이렇게위험한행동을하는것일까?난민이발생하는이유는전쟁이나박해등으로자신의나라에서생명과안전을보장받지못하는현실때문이다.불과몇십년전에는팔레스타인이나티베트같은곳에서,그리고최근에는르완다,이라크,시리아,남수단같은나라이런일이끝없이벌어지고있다.자신의마지막생존수단까지빼앗긴사람들은고향을떠날수밖에없다.난민생활은스스로의선택에의한것이아니다.
국제연합산하세계난민기구의발표에따르면,집과고향을떠나낯선나라를떠도는사람들은2016년기준으로6,500만명을넘어선다(그가운데51%가어린이다!).그런데이들가운데난민으로인정받는숫자는1,550만명정도다.왜그런것일까?그건난민으로인정받는데에도자격조건이필요하기때문이다.인종,종교,민족,특정사회집단,또는정치적인이유로박해받아극심한공포상태에놓여있다는현실이증명되어야하는것이다.하지만그런판단은누가하는것일까?

그어디에도없는소년의집

《탈출》은20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첫장은소년이달리기를본격적으로시작하는장면이고,마지막장은달리기를멈춘소년이마침내안식의공간에이르는장면이다.그사이에놓인장들에서는소년의가족이낯선땅에서경험하는사건들과사람들이파노라마처럼흘러간다.
어느날갑자기난민이된다는것은너무도자연스러웠던자신의일부와결별한다는뜻이다.아늑한집과다정한이웃및친구들과도헤어진다는뜻이다.소년의가족이만나는세상은만화경속처럼어지럽다.이웃의비극에대한침묵과욕심과무관심과의심과적대감만이가득하다.간혹친절한사람들을만나기도하지만그들은무기력하다.하나하나의장면이우리의현실에대한압축된상징이다.
소년은아수라장이된마을에서아빠를잃어버린다.역설적으로,소년에게는목표가생긴다.아빠를다시만나평온하고안전한곳에서함께살고싶다는소망이다.그곳이어디라도상관없다.아빠와함께라면행복할것같다.다행히도소년의곁에는알란이라는영리한개가있다.소년과알란은서로의생각을읽을수있고말을주고받을수있다.아니,이제아빠마저없는소년은알란하고만대화가가능하다.다른사람들은도통귀를기울이려하지않으니까.
이미지구의반바퀴도넘게뛰고걸었지만,소년이편안하게쉴곳은없다.소년의여정은이제종착역으로치달아간다.괴물들때문에폐허가된마을에서어느남자아이를만나는장면도그런징후이다.그아이는자기가이미죽었지만,마을의풍경들을머릿속에담아두고싶어서아직머물러있다고말한다.소년은다시먼길을걸어수용소에도착한다.난민수용소는참묘한곳이다.여기서는약간의먹을것과약을받을수있고,비슷한처지의사람들끼리이야기도나눌수있다.하지만철조망이쳐진높다란담장으로외부세계와단절된공간이기도하다.
너무도오래힘든여행을한탓에소년은열병에걸려깊은잠에빠져든다.그러다가문득한밤중에눈을뜬소년이알란과함께수용소밖으로걸어나온다.어느때보다도몸이가볍고기분이상쾌하다.소년의몸이점점솟구치더니하늘높이올라아주빠른속도로달리기시작한다.그러다가아빠를발견한다.아빠가맑은시냇물이흐르고커다란망고나무가서있는부드러운풀밭에서손짓하고있다.소년은비로소평안과안식을얻는다.작가는가장비극적인결말을작품전체에서가장평화로운장면으로그려냈다.작가는이렇게라도소년에게조용한위안을주고싶었을것같다.소년이마침내찾게된“두번째집”은현실에서는영영가능하지않은것일까?이런현실에눈감고도우리는희망을노래할수있을까?작품이남긴짙은여운과함께이런질문은계속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