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시인, 한하운

파랑새 시인, 한하운

$12.00
Description
한하운의 삶과 문학을 새롭게 만나다
요즘엔 한하운이라는 시인을 알고 있는 어린이들이 드물 것 같아요. 하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독자들의 귀에 익은 이름이었답니다.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그의 시 몇 편이 실려 있었지요. 안타깝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도 달라지는 걸까요? 아니면, 이젠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에 맞닥뜨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산하에서 이번에 펴낸 책은 어린이 독자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한하운의 삶과 문학을 다룹니다. 쉽지는 않은 작업이지요. 하지만 거센 폭풍우가 지나면 푸른 하늘이 맑은 얼굴을 내밀듯, 한영미 작가가 이 책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희망입니다. 한하운이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어 들려주는 이 이야기를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한 화가 신진호의 그림도 눈길을 끕니다.
저자

한영미

경기도화성시양감면정문리라는작은농촌마을에서태어났습니다.초등학교시절선생님이들려주신옛날이야기덕분에문학에눈떠대학에서국문학을공부했습니다.눈높이아동문학대전과MBC창작동화대상에서대상을받았고,아르코창작기금을수상했습니다.그동안《낙서독립운동》《나뭇잎성의성주》《부엉이방구통》《동지야,가자!》《나는슈갈이다》《가족을주문해드립니다!》《동생을반품해드립니다!》《친구를바꿔드립니다!》등의동화책을펴냈습니다.

목차

나도사람입니다*6
쌍봉리도련님*12
고향으로*36
어머니*54
남행열차*68
시를파는명동거지*86
파랑새가되어*110

글쓴이의말시는가슴깊은곳에서우러나지요*122

출판사 서평

‘나도사람입니다’
“한번도웃어본일이없다/한번도울어본일이없다/웃음도울음도아닌슬픔/그러한슬픔에굳어버린나의얼굴.”한하운의시〈자화상〉의첫구절입니다.사는것이너무힘들고마음아플때에는아무런표정도나타나지않는다고하지요.한하운의경우가바로그랬습니다.그는한센병환자였습니다.당시에는나병,아니심지어문둥병이라했지요.이병에걸린사람은문둥이라불렸고요.야박하고비속한표현입니다.이병을일컬어천형(하늘이내린벌)이라고도했습니다.무지와두려움에서생긴편견이지요.오죽했으면한하운은자신의글에서‘나도사람’이라고부르짖었을까요.이병에걸리면몸의감각이없어지고피부와뼈조직이크게변형되거나손상될수있습니다.그러나전염력이지극히낮고이젠완전한치유가가능합니다.
그의어릴때이름은한태영입니다.넉넉한집에서2남3녀가운데맏이로태어나한껏귀여움을받으며자랐습니다.책읽기와그림그리기를좋아했다지요.병의징후가처음나타난것은열두살때이지만,이때만해도대수롭지않게여긴듯합니다.여름방학이되자금강산으로요양을가서아름다운풍경을그림에옮기는재미에빠지기도하지요.이듬해에는일제강점기최초의5년제공립학교인이리농림학교수의축산과에입학합니다.그러나운동도열심히하고문학작품에도흠뻑빠져있던시절,청천벽력처럼한센병진단을받게됩니다.이후병의속도가빨라지면서공부도직업도중단한채남몰래고향집으로향하지요.

‘나는시인입니다’
집에돌아와있어도,주변사람들의눈길을피해골방과다락에숨어지내는신세였어요.견디기힘든고통과숨이막힐듯한절망의시간이었습니다.이시기에그는이름을하운으로바꿉니다.하운(何雲),여기엔‘자유롭게떠다니는어떤구름’이라는뜻이담겨있답니다.그리고자신의심정을담은시〈파랑새〉를쓰지요.시에서그는푸른하늘과푸른들을훨훨날아다니며마음껏노래하며우짖고싶다고합니다.그런푸르른자유는죽어서나가능한소망일테지요.하지만시를쓰면서한하운은살아야할이유를찾게됩니다.눈여겨볼것은한하운이〈파랑새〉를한글로썼다는점입니다.이시를쓴것이1944년의일이니,일제가우리말우리글을극성스럽게단속하던시기입니다.그러나막막하고절절한마음을오롯이담아내려면정갈한우리글로쓸수밖에없었겠지요.그의시가개인의푸념이나탄식에그치지않고,수많은독자들의가슴에물결이일게한또다른중요한이유일겁니다.
가도가도끝없는황톳길
꿈결처럼해방이찾아왔지만,이것은또다른비극의시작이었습니다.강대국의손에의해엉뚱하게도우리나라가남과북으로갈렸습니다.한하운은북한정권의토지개혁으로재산을모두빼앗긴데다,자기때문에애면글면하던어머니마저돌아가셨지요.치료약을구하기위해한하운은남쪽으로갈결심을합니다.삼엄한검문을거치며간신히서울에도착하지만,본격적인치료를받으려면다시멀리남도끝에있는소록도라는섬으로가라는말을듣습니다.사람들이꺼려기차를탈수도없고,끝없이홀로걸어가는천리길이지요.
“가도가도붉은황톳길/숨막히는더위뿐이더라.”소록도로가는길에쓴시〈전라도길〉을여는구절입니다.온몸에타는듯한볕을받으며성치도않은발을끌고끝없이가는황톳길이펼쳐집니다.우리현대시에서이보다절절한장면이있을까요?그는가까스로소록도가보이는바닷가에이르지만,여기서발길을돌립니다.섬으로들어가면다시는세상구경을못할것같아서였지요.갇힌곳의편안함보다는,힘들고외로워도자유를택하고싶었답니다.

마침내영원한자유를얻다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가.//라랴러려/로료루류/르리라.”〈개구리〉라는시의전문입니다.전국방방곡곡을떠돌던한하운이어느초등학교를지나다가떠올린시랍니다.한글의자음과모음만을모았는데도시가될수있냐고요?그럼제목을생각하며다시한번소리내어읽어보세요.학교에막입학한아이들이상기된표정으로우리글을배우는소리가마치햇살좋은날개구리들이목청껏부르는합창처럼울리잖아요.우리나라가독립을맞고불과몇년안된시기의밝고활기넘치는장면입니다.시는문학의여러갈래가운데음악과가장가깝다고하지요.
전쟁과분단,지독한가난과외로움,여전히거리를두는주위의눈길….늘힘들고고달픈일들이기다리고있지만,한하운은이제시를통해절망의바다를건넌듯합니다.한하운은어려운처지에있는다른한센인들을도우면서도꾸준히시를썼습니다.누가뭐래도자신의본분은시인이니까요.
“보리피리불며/봄언덕/고향그리워/피-ㄹ늴니리.”〈파랑새〉〈전라도길〉과함께교과서에도실려많은독자들에게사랑받았던〈보리피리〉의일부입니다.이시를읽고있으면눈앞에서초록빛보리밭이넘실대는느낌입니다.예전엔농촌어디에서나흔히보는봄풍경이었지만,시인은고향의언덕과들판을떠올렸겠지요.싱싱한보릿대로풀피리를만들어불면서고향의가족과친구들을그리워했겠지요.1975년2월의어느날,한하운은마침내눈을감았습니다.힘들고서럽던세상위로훨훨날아올랐습니다.그는파랑새가되어지금도고향의푸른하늘에서자유롭게날고있지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