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혁명적인철학서를위한가장완벽한안내서!
스피노자의『에티카』를속속들이파헤치는해설의정수!!
『기하학적질서로증명된윤리학』(Ethica,ordinegeometricodemonstrata).우리가흔히『에티카』라부르는스피노자의저유명한책의원제이다.기하학으로윤리학을증명하겠다는야심찬시도의결과물이어찌나당혹스럽고난해하고또충격적이었는지,베르그송은이책을일컬어“마치무장한드레드노트급전함앞에서있는것”같다고말한바있고,심지어독일의어떤학자는그러한방식으로책을쓰는게너무힘들어스피노자가단명한것이라고(!!)주장하기까지했다.‘당혹스러울만큼의난해함’.이는『에티카』에대해떠올릴수있는일반적이고도충분히근거있는이미지이다.
하지만이책을수식할수있는표현이어디그뿐이겠는가!『에티카』는형이상학·지식론·심리철학·도덕철학·정치철학·종교철학등철학의거의모든영역에서높은완성도를갖춘저작인동시에,전통적신개념을뒤엎는전복적이고도혁명적인사고,그리고삶의의미와인간의행복에대한실천적고찰을보여주는철학사의마스터피스이다.방대한지식과혁명적사유를독특한형식을사용하여(비록그효과에대해서는이견이갈리기도하지만말이다!)직조해낸『에티카』에대해누군가는다음과같이말한다.“주제의범위및체계적인서술방식만놓고본다면,철학사에서『에티카』에필적할만한저작은오직플라톤의『국가』밖에없다”라고말이다.
바로그누군가가쓴『에티카』해설서가번역출간되었다.스피노자에대한가장충실한전기로꼽히는Spinoza:ALife(1999,『스피노자:철학을도발한철학자』라는제목으로2011년번역출간)의저자스티븐내들러(StevenNadler)가쓴『에티카를읽는다』(Spinoza'sEthics:AnIntroduction,2006)가그것이다(위전기의발췌본이이책의1장으로포함되어있다).데카르트,스피노자,라이프니츠등근대초기철학의권위자로서『철학사저널』(JournaloftheHistoryofPhilosophy)의편집장이기도한내들러는이책에서『에티카』각부별핵심내용을꼼꼼히정리하고설명할뿐만아니라,최근의연구성과들을토대로다양한쟁점들을소개함으로써『에티카』및그것을둘러싼맥락을꼼꼼하고깊이있게톺아본다.이를위해내들러는『지성교정론』,『신학정치론』등은물론스피노자가지인들과주고받은편지들까지,스피노자의전작(全作)을폭넓게오가며능숙하게논의를여닫는다.그깊이와폭에있어서가히『에티카』안내서의최고봉으로꼽힐만한책이다.
현대철학에서스피노자가대중적으로재조명되기시작하고,최근한국에서도스피노자와그의철학에관한책들이속속출간되고있다.이미여러판본이있음에도스피노자의원전들은꾸준히재번역되고있고,관련연구서도차근차근누적되고있으며(이에관해서는『에티카를읽는다』의참고문헌및옮긴이후기참조),그토대위에서현대인들이그의사상에좀더쉽고편안하게다가갈수있도록돕는책들이출간되는등스피노자읽기의외연이점점확장되고있다.이러한시기에출간되는이책『에티카를읽는다』는『에티카』를통해스피노자에본격적으로입문하고자하는이라면곁에두고함께볼,충실한참고서역할에가장맞춤한책이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어렵고멀게만느껴졌던『에티카』에한발더가까이다가가는길을찾을수있을것이다.
에티카,기하학의틀에윤리학을담아내다
-독특한기하학적구성방식
『에티카』를이야기함에있어정의·공리·정리·증명·주석등으로이루어진그독특한구성방식은빼놓을수없는화젯거리이다.스피노자와자주편지를주고받았던영국왕립학술원의헨리올덴부르크가“가르쳐주신것을쉽게따라가지못하는제자신의우둔함을탓하게됩니다”라고고백했고,현대의중요한스피노자연구자로꼽히는조너선베넷조차도“매력없는증명장치”라폄하했던그‘기하학적방식’은,비록그것이수학이갖는정확성과의심불가능성의수준에도달하기위한것임을인정한다하더라도,왜굳이이런방식을택해야했는가에대한질문으로부터자유롭지못하다.이는곧내용과형식사이에필연적연관이있는가의문제이다.스피노자의전기를요약한1장을거쳐2장「기하학적방법」에서내들러는“스피노자에게자연안에우연적인것은없다.모든것은지금존재하는것처럼존재하도록원인에의해강제된다”(81쪽)는점에서그‘필연성’의일면을읽어내면서도그것이가진‘적합성’의차원에더주목한다.
스피노자의‘정의’(definition)가일종의가정인가아니면그자체로진리인가하는문제또한고찰의대상이다.일견전자같아보이지만,내들러가보기에스피노자는“~라고가정한다면~라는것이따라나온다”라고말한다기보다는“~라고올바르게정의되었다면이런식으로이해되어야하며,그렇기에그것은사실이다”라고말하고있는것이다.“근본적으로는정의를어떻게정당화할것인가하는인식론적우려가스피노자를괴롭히지는않은것으로보인다”는것이다(91쪽).이책은이처럼형식적측면에대한분석에서출발하여,『에티카』의각부를세세하게분절하여논의하기시작한다.
-행복을찾기위한윤리학의여정
『에티카』라는(엄밀한의미에서는‘번역’이아닌)‘음역’이일반화되어선지,초심자들은이책이‘윤리학’을다루고있다는사실을직관적으로인지하지못한다(이번역어에관해서는옮긴이후기469~470쪽참조).하지만『에티카』는무엇보다도윤리의귀결점에대한,즉“우리의안녕을방해하는장애물들로가득찬결정론적세계에서인간이행복에이르는길을증명”하기위한텍스트이다(9쪽).스피노자는이를위해신과자연(즉세계),그것의일부인인간과인간의감정,그리고행복에이르는길에대해차근차근논의를밟아나간다.『에티카』의다섯개부는이순서에따라엄격하게배열·조직되어있으며,『에티카를읽는다』역시기본적으로이구조를따른다.
너무어려워서좀처럼넘어서지못하고왜‘윤리학’이라는제목이붙었는지도모른채두손들게만드는『에티카』의1부와2부를위해서는각각두개의장이할애되고(3~4장과5~6장),3,4,5부는각각『에티카를읽는다』의7,8,9장에서다루어진다.여기서도내들러는다양한쟁점들을제기하고그것을『에티카』독해의맥락속에서면밀하게고찰한다.즉속성에대한주관주의적해석과객관주의적해석의문제,실체의유일성에대한문제,신과실재들간의관계문제,무한양태와유한양태를둘러싼논의,스피노자를결정론자로보아야할것인지필연론자로보아야할것인지등스피노자이해에필수적인논점들을통해『에티카』의AtoZ를해부해가는것이다.
에티카를이해한다는것,삶을변화시킨다는것
-전통적신개념의혁명적전복
“여기,신이인간의모든범죄와비참함의작인일뿐만아니라희생자여도좋다는철학자가있다.”다분히비난조가가득한,당대의지성피에르벨의이서술은스피노자와그의신개념에대한당혹감과거부감을여실히보여주는하나의예이다.스피노자가유대교종파로부터파문당한사실은잘알려진바,이미『신학정치론』에서자신의‘위태로운’사상의싹을보여주었던스피노자는『에티카』를통해“가장근본적인철학적가정을공격하고,그것에기반을둔도덕적이고신학적인신념을그야말로체계적으로가차없이비판한다”(8쪽).비판의주된타깃은목적론적이고신인동형론(神人同形論)적인기존의전통적신개념이었다.
『에티카를읽는다』는실체,속성,양태등의기본개념으로부터출발하여“유일한실체란오직신뿐”임을증명하는스피노자의논변을차근차근짚어가는동시에,그이해과정에서난점으로제기되는문제들,즉실체와속성간에실재적구별이성립하는지,그리고속성이실체를지각하는방식인지세계의실재적측면인지에대한논란을상세히소개한다.이러한일련의흐름속에서내들러는무신론자딱지로부터스피노자를구출해내려는범신론의논리조차그의사상과불화하는지점이있음을밝히고있다.신이라는존재를‘성스러운것’으로자리매김하는한,그것은스피노자의정신과거리가멀다.스피노자는“자연을나타내기위해신이라는단어를사용했다.그러나단지자연이나실체의기본적특징―영원성,필연성,무한성―이전통적으로신에게귀속된것들이기때문에그렇게했던것”이다(207쪽).
-현세의지복을위한삶의열쇠
스피노자는이러한신관을바탕으로“신또는무한하고영원한존재의본질로부터필연적으로따라나오는것임에틀림없는것들”,그중에서도“인간정신과그지복에대한인식으로우리를인도할수있는것들”에대해논의를이어간다.그과정의충실한안내자인내들러는공통통념,정념,능동과수동,코나투스,덕(virtue),선한/좋은것과악한/나쁜것등스피노자철학의주요개념들을꼼꼼하게망라하는동시에데카르트의실체이원론과스피노자의심신동일론은어떻게대립하는지,자기보존은스피노자가그토록거부하는목적론과모순되지않는지,그가인격적불멸성을믿었는지거부했는지등에관해제기되는의문점을차분하게풀어간다.그리고결국스피노자에게서“덕=인식=능동성=자유=역량=완전성”의도식을도출하는데에이른다(422쪽).
내세에서의보상이아닌현세에서의지복.그것이지성을사용하여세계의본질을정확히인식한이들에게주어지는덕의참된보상이다.스피노자에게인간을위한최고선이곧“신과자연에대한정확한인식”이었던것처럼,이책은개념의엄밀한사용과논리의치밀한전개를통해그어느해설서보다더욱“『에티카』에대한정확한인식”을제공함으로써독자들에게삶의새로운지평을열어줄것이다.“스피노자를읽고또읽어그의철학적이고종교적인메시지를이해한보상은뜻깊은것이며필요했던노력을상쇄하고도남습니다.그것은삶을변화시키는것이며실제로삶은변화될것입니다.스피노자라면그렇게말했을것입니다”(한국어판서문)라는내들러의말처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