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문화시대의이미지기호학입문서
만화·영화·애니메이션-대중문화속이미지의작동법을읽다!
스마트폰의앱을,컴퓨터의프로그램을실행시키기위해이미지로된아이콘을누른다.그러면직사각형의평면에서는영화,만화,뮤직비디오,TV프로그램,광고,게임등이쏟아져나온다.페이스북에사진을올리고카카오톡으로동영상을첨부하면서대화를한다.우리의일상은이처럼수많은‘이미지기호’들로표현되고전달되고독해되고또향유된다.현대인들에게이미지란더이상말이나글자의보조적역할에머무르지않는그자체로의사소통의매체이며,풍부한서사와볼거리를통해다양한정보와오락거리,나아가예술적감동을제공하는또하나의언어이다.
하지만이러한이미지는교육과학습의대상으로진지하게고려되지못해왔다.(언어처럼)그나름의체계와표현방식을가지며,또(언어만큼이나)일상속에서엄청난빈도와강도로접할수밖에없음에도불구하고,이미지는분석해야하는것이라기보다는직관적으로보고느끼면그만인것이었다.이미지를결합시킨새로운예술형식들(만화,영화,애니메이션등)이발달해오면서나름의비평론을정립하거나작품속깊은의미를읽어내려는시도는줄곧있었지만,이미지자체에초점을맞추기보다는해당장르의문법혹은스토리와세계관의차원에서이루어지는것이일반적이었다.화면의구성및배치,문화적상징,기법의의미등이미지기호들자체의의미와작동원리를밝힘으로써이미지를보는안목을키워주는교육은이루어지지않았던것이다.
『이미지들너머:기호와기호사이』는이러한문제의식에기반한이미지기호학입문서이다.“사고가기호를창조하는것이아니라기호가사고의길잡이가된다”는소쉬르의철학을이미지분야에적용·계승한롤랑바르트와크리스티앙메츠에기대어,이미지기호들이갖는고유한특성과작동방식을살펴보고자한다.구체적으로다루는것은만화,영화,애니메이션등이미지들의연쇄를통해서사를품은이미지매체들이다.하나의컷이말하고자하는것,한컷이앞뒤컷사이의맥락속에놓임으로써의미하게되는것,컷과컷사이의공간에서포착해야할것등연결된이미지들의의미와그‘틈새’에놓인것들을읽어내고나아가그‘너머’를상상케하고자한다.영화의흥행으로재조명되고있는원작만화『설국열차』를비롯,「에일리언」과「매트릭스」같은SF영화들,임권택감독의「춘향뎐」,만화가최규석과변기현의『짜장면』,그밖의여러그래픽노블과사진등다양하고흥미로운사례들을통해독자들은이미지를보는지평을한단계넓힐수있을것이다.이화여대이화인문과학원탈경계인문학연구단에서펴내는‘사이시리즈’의일곱번째권이다.
내러티브이미지,기호학을만나다!
왜SF영화하면푸른색계열의배경색이떠오르는것일까?왜영화를보다가흑백화면이나오면자연스럽게회상장면이라고생각할까?만화책의다음페이지를넘길때우리의시선은어떻게흐를까?왜드라마속남자주인공들은하나같이고급외제승용차를타고근무시간중에애인을만나러마음대로외출할수있는걸까?
얼핏관련이없어보이는이러한질문들은모두이미지가담고있는‘기호’로서의성격과맥이닿아있다.기호란“다른어떤것을명백하게할수있는,우리가지각할수있는어떤것”이며,그렇기에보이는그대로가아닌이면의그‘다른어떤것’으로독해되어야한다.봉화를보고단순히불이났다고생각하는게아니라적군이쳐들어온다고생각하는것,신호등의파란불을보고길을건너도된다고해석하는것,연인의말과행동에서숨은의도를포착하는것,문학작품을읽으며표면사건속에담긴인간과사회에대한비유를읽어내는것…….우리는이처럼의식적으로혹은무의식적으로기호를통해의사소통을하며,그러한기호들은고립되어있는것이아니라특정한맥락을통해이해되어야한다.기호학(semiotics)은곧이에관한학문이다.
이책은여러기호들중에서도이미지기호,또그중에서도‘이미지로구성된예술작품’에대해기호학적해석을시도한다.건축·조각·회화·무용·음악·문학등고전적예술형식의뒤를이어19세기부터등장한새로운예술형식들은기존의예술요소들을더하고합치고이어붙이면서보다새로운차원으로확장되었다.“말로만구성되었던문학에서그림과말의상호작용을강조한만화로,이미지한장으로구성되었던회화에서사진을거쳐,이미지를여러개연결하면서움직임과현실감을부여한애니메이션과영화로”발전해간것이다(57쪽).이를통해이미지기호들(기표)에는점차심오하고도풍부한의미들(기의)이덧붙기시작했고새로운분석틀과인식차원이요청되게되었다.이책『이미지들너머』는이처럼기표와기의를아우르는이미지의총체적이고종합적인분석을위한첫걸음을내딛게해줄안내서이다.
개념과효과들,그리고고정관념에의도전
우리가내러티브이미지작품들에서읽어낼수있는요소혹은층위는무궁무진하다.등장인물은누구이며그들의표정과몸짓이내포한심리상태는어떠한가?시간적·공간적배경은어떻고그것들은어떠한요소를통해구축되는가?이것들을보여주기위해작가는인물과사물들을어떤형태로배치했는가?어떤색감을사용하고,어떤소리들을결합시켰는가?독자/관객은이것을어떠한방식으로인식하는가?이러한요소들은어떠한문화적맥락을거쳐독자/관객에게받아들여지는가?이러한질문들에대한대답은텍스트로된작품을읽을때와는명백히다른‘시각’(성)을필요로한다.이러한시각요소에충실하지않은작품분석은곧기표는제외하고기의만다루는것이며,종국에는그‘이야기’만남게되는결과를초래한다.
그렇기에이책은내러티브이미지작품이갖는독특한면모들에초점을맞추어다양한분석을시도한다.이를테면연계된이미지들사이에필연적으로존재할수밖에없는‘틈’(예컨대만화의칸과칸사이,영화의숏과숏사이등)은장면의의미를매듭짓고또새로운장면을맞을준비를한다는점에서“구체적으로제시되지않았을뿐시공간의연장선상에있는상상공간”이자“주어진단서를가지고스스로생각해야하는참여공간”이다.이외에도액자틀(프레임),외연과내포,데쿠파주와몽타주,디제시스와미메시스,문화약호와특정약호,이미지랑가주등의개념들,무채색과유채색,컬러와흑백,가로배치와세로배치,실사이미지와컴퓨터그래픽,이미지와결합된소리등의효과들을차근차근알기쉽게설명함으로써시각예술에대한독자들의이해를돕는다.앞서언급한『설국열차』,「에일리언」,「매트릭스」,「춘향뎐」,『짜장면』외에도『기울어진아이』,『파우스트』(이상그래픽노블),「소녀와구름」,「르네상스」(이상애니메이션),「시민케인」,「터미네이터」,「다크나이트」(이상영화)등재미와작품성을고루갖춘작품들을분석의사례로삼아독자들을이미지예술의흥미로운세계로안내한다.
이미지를기호학적으로읽는다는것은그이미지가읽히는방식을이해하는것인동시에그러한이해방식을가능케하는우리의고정관념에의문을던지는것이다.표층에만머물러있는시각을심층으로까지확장시키는,더나아가심층을스스로조직할수있는힘을키우는것이다.양적으로도질적으로도폭발적으로증가한시각매체의시대에,이미지기호학은더욱정확하고세련된일상적의사소통을위한,예술적심미안과상상력의계발을위한,나아가우리를둘러싼주변환경을점령하고있는이데올로기와수사학의지배력에맞서본질을꿰뚫어보기위한중요한무기로기능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