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철학자레비나스,
인격으로서‘타인’과의평화와권리를부르짖다!
『타자성과초월』은에마뉘엘레비나스가1967년부터1989년까지여러곳에서발표한9편의논문과3차례의대담을엮은모음집이다.이책이가진주요한특징중하나는레비나스철학의,철학자레비나스의또다른면모를보여준다는데있다.그간일관되게견지해왔던타자와윤리에대한강조에덧붙여,평화와권리에이르는사유의전개과정은우리로하여금‘제일철학으로서의윤리학’이란명제가갖는본래적의미를정치의문제와더불어다시금생각하게하는기회를제공한다.
레비나스가제시하는‘새로운초월’
레비나스는‘초월’,‘전체성’,‘무한’등을철학사적맥락속에위치시키고,그것들이어떻게이해되었고또어떻게다시이해되어야하는지를상세히설명한다.고대로부터근대에이르는,하나의개념을둘러싸고벌어지는철학자들의사유와그차이를접하는가운데,우리는자연스레철학자들의사상과철학사에대한그의이해와나름의해석을발견하게된다.이책의초반부에는<다른초월>이라는부제하에?철학과초월?,?전체성과전체화?,?무한?이란이름의논문3편이실려있는데,이논문들에는레비나스가즐겨사용하는주요개념의내용과그역사가비교적분명히기술되어있다.
<대화의철학과제일철학>이라는부제하엔,?대화저편?,?나라는말,너라는말,신이라는말?,?타자의근접성?,?유토피아와사회주의?이렇게4편의글이묶여있다.먼저?대화저편?은프랑스유대-기독교협회(AJCF)창립20주년기념호에실린글로서,레비나스는여기서반유대주의에맞선,유대애호주의(judeophilie)가아닌유대-기독교의우정에대해때로는담담하게,때로는벅차오르는감정을담아이야기하고있다.?나라는말,너라는말,신이라는말?에선과학이내세우는확실성과명료함에위축된철학과철학적사유가왜우리삶에여전히필요한지를설명한다.?타자의근접성?은여행가이자작가인안카트린벤셸라(Anne-CatherineBenchelah)와나눈대담으로,제일철학으로서의윤리학이갖는의미,상호성너머의인간관계,얼굴,타인을위한존재등에대해묻고답한다.끝으로?유토피아와사회주의?는마르틴부버의책??유토피아와사회주의??의서문으로쓴글로,부버가내세우는“유토피아주의가계몽주의와프랑스혁명의세기이래종말론의의미가소멸된세계에서,‘완전히다른’사회적인것을희망하는유일한방식”이라면서그가분석한유토피아적사회주의가권력없는공동체를상상하는데기여한다고평가한다.
진정타자의‘얼굴’을마주한다는것
레비나스는종래의인권담론에만족하지않는다.더정확히는그인권담론이주요한토대로삼고있는근대적인간관이인간의인간성을구현하는데,또정의로운사회를이룩하는데명백한한계를지니고있다고생각한다.인권에대한전통적인자유주의적정당화방식이소유적개인주의라는관점을그출발점으로채택한반면,레비나스는종래의인권담론을그개인주의적토대로부터분리시키고자한다.그렇게해서그가구해내고자하는건바로‘타자의권리’다.형식상의평등주의에매몰된근대인권담론에서나와나의권리의대칭물로환원되곤했던타자그리고타자의권리를,독특성과유일성의관점에서새롭게사유하고자하는것이다.
<평화와권리>라는이름으로묶여있는3편의논문,?재현금지와‘인권’?,?평화와근접성?,?다른인간의권리?는정치(정치적인것)에대한레비나스의사유가무엇인지를,그의사유가정치에대한우리의이해에어떻게기여할수있는지를보여주는대표적사례중하나라할법하다.예를들어,인권에대한레비나스의관심은그의작품곳곳에서나타난다.레비나스가1934년의?히틀러주의철학에대한몇가지반성?에서프랑스인권선언이전제하는인간의자유나이성의허약성을비판하는대목이나,1961년의??전체성과무한??에서“타인의비참함을,그의고향상실을,낯선이로서의그의권리”를강조하는대목을어렵지않게확인할수있다.하지만인권에대한사유가적극적으로표명된것은이책에실린논문을통해서다.
마지막으로,<대담>이라는이름으론?철학자와죽음?,?얼굴의폭력?2편의대담이묶여있다.?철학자와죽음?은소설가이자연구자인크리스티앙카바니스(ChristianChabanis)와나눈대담으로,가브리엘마르셀,플라톤,모리스블랑쇼,알레상드로코제브,마르틴하이데거그리고홀로코스트를경유하는와중에,죽음이철학에,철학자에,종국적으로는우리의삶에어떤의미와변화를줄수있는지를다룬다.이책의마지막글인?얼굴의폭력?은1985년파리에서안젤로비앙키(AngeloBianchi)와나눈대담으로,레비나스철학의핵심인얼굴을사유함에있어우리가유념해야할것이무엇인지를,왜신이종교가아닌철학적담론에속해야하는지를,존재할권리와관련된유죄성의의미가어떻게사유되어야하는지를묻고답한다.
‘타자의사유’로타자를사유하다
이렇듯『타자성과초월』은우리로하여금레비나스사유에한걸음더,그리고더깊숙이다가서그와마주하게한다.시대와주제의상이함이,그사유의예민함과변화무쌍함이어려움으로다가올수도있겠지만,각자가관심있는주제를선택하여볼수있다는점,또기존의레비나스저서가담아내지못했던그사유의새로운면모를확인할수있다는점은우리독자에게적잖은즐거움과모험이될것이다.이전에출간되었던레비나스선집과비교해가며그의사상을따라간다면,그길은한결수월하고풍부해질것이다.그러한대화를통해윤리학자레비나스이외에도철학사가(哲學史家)레비나스를발견하는색다른즐거움을맛볼수있을것이며,이는‘타자’레비나스와대화(discours)하는계기가될수있을것이다.
본문중에서
어떤익명적인법,어떤법률적실체의추상에따라서가아니라타인에대한두려움속에서자신의존재권리를책임져야함.나의세계-내-존재또는나의‘태양아래의자리’,나의집chez-moi,이런것들은타자들에게속하는자리를,즉이미나로인해제3세계에서억압받거나굶주리고추방당한이들에게속하는자리에대한찬탈이아니었을까.즉그것은배척이고배제이고추방이며약탈이고살해가아니었을까.(46쪽)
우리는역사를,모든문제들이해소되고모든갈등이완화되며보편적인면에서모든모순이화해되는조화로운과정으로생각하는데익숙하다.우리는이미이뤄진역사에접근한다.내학생중하나가이문맥에서환기해주었던것처럼,생텍쥐페리의보아뱀은이미코끼리를씹지않고삼켰다.그리고보아뱀은코끼리를이미소화하고있다.(107쪽)
타인의임종시에그를홀로내버려두지말라는명령에응답하는무상의책임.이것은마치타인의죽음이,나의죽음이전에나를응시하는것과같다.마치이죽음―거기에노출되어있는타자에게는보이지않지만그노출의얼굴을통해내게드러나는―에관해,나의무관심으로인해내가공모자가되어버린것과같다.내가어떤일을할수있었음에도말이다.평온함은,또존재에집착하는선한의식은여기선다른사람을죽게내버려두는것과같지않을까?(148쪽)
나는사람들이자비라고부를만한것으로부터출발하여정의와다시만나려고시도했지요.그것은내게는타인에대한무제한적의무로나타나는것이고,그런의미에서인격으로서의타인의유일성으로의접근이고,그런의미에서사랑이에요.탈이해관심의,육욕없는사랑이지요.나는이최초의의무가인간의다수성앞에서정의가되는방식에대해이미당신에게얘기했어요.그러나정의가타인의우위에서유래하고또기인한다는점이내가보기에매우중요합니다.정의가요구하는제도들이정의가기인하는자비에의해통제되는것이필요하죠.제도들과분리될수없는,그래서정치와분리될수없는정의는다른인간의얼굴을알아보지못하게할위험이있어요.(199~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