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블레이크’들의비극을만들어내는지식과행정권력,
이에개입하고대항해온‘장애담론’의역사!
현대장애학의이론적발전과흐름,현재진행형인주요쟁점들을만나다
최근켄로치감독의영화<나,다니엘블레이크>(2016년칸영화제황금종려상수상작)가국내개봉이후많은반향을일으키고있다.평생을목수로살아왔으나,생명을위협하는심장질환으로인해일을지속할수없게된주인공다니엘블레이크는아이러니하게도의료‘전문가’,행정‘전문가’들로인해질병수당을잃게될위험에처한다.심장질환때문에일을지속할수없다는점을누차강조했음에도,복지담당관은그가몸을움직일수있다는점을근거로구직에나설것을권고했기때문이다.무신경하고무례한행정절차에대항하여인간적존엄을지키려했던다니엘블레이크와그이웃들의비극은우리사회의빈민?장애인?노인들이처해있는취약한상황을일깨운다.질병으로인해노동을수행할수없음을증명하거나(질병/장애수당),끊임없이구직노력을증명하거나(구직수당),빈곤함을감내해야만(빈곤수당)하는상황은,사회가점차고령화되어감에따라상당수의‘우리’앞에놓이게될현실이기도하다.
한편이영화는우리사회의의료지식,행정체계가얼마나권위적이고억압적인가를단적으로드러내주었다.이러한지식체계는질병과장애를삶에통합되어있는문제가아니라,의료와재활분야가다루어야할이례적인문제로만들어버리고,장애인들이사회의많은영역으로부터배제되는것을정당화한다.‘장애학’(disabilitystudies)은이러한지식체계에저항하는집단적흐름속에서등장하고성장해왔다.
이책『장애학의오늘을말하다:차별에맞서장애담론이걸어온길』은1970년대중반(주로영미권)대학바깥의실천적인움직임으로부터태동된‘장애학’의발전과논쟁의역사를정리한책이다.그러나저자들이이책에담고자했던것은장애학이사회과학의분과학문으로서아카데미내에서발전해온양상이아니다.이들은‘인간,노동,능력,평등,차이’등을바라보는사회의인식에끊임없이문제를제기하고,이를통해‘장애화’(disablement)에개입하고저항하려했던실천적고민들의역사를담고자한다.‘장애학의오늘’은이러한논쟁의진폭가운데에서형성되고끊임없이재정립해온것이다.
이책은‘장애는사회적인차별과배제를통해만들어지는것’이라는‘사회적장애모델’의관점을기본적으로견지하고있지만,동시에이모델이간과하기쉬운‘손상의경험’이라는문제,‘계급?젠더?인종?섹슈얼리티?연령’등과의교차성문제,지구화에의해새롭게파생되고있는문제등을아울러다룬다.또한전통적인보수진영의논리(의료적,개별적,자선적관점)를비판하는것을넘어,진보진영의장애정책이내포하고있는또다른배제의혐의에대해서도짚는등상호보완적이고경합적인논쟁의흐름을보여준다.
이책이개관하고있는장애정치와담론의역사는다양한정치적주체들의세력화,사회적자원의배분등과필연적으로맞닿아있을수밖에없다.1970년대부터2000년대까지의역동적인정치사를장애문제와장애인주체들을중심으로재구성하는이책을통해우리는장애정치를아우르는사회정치의현주소를그려볼수있을것이다.
이책은또한‘해방적(장애)연구’란어떠한방법론과윤리를견지해야하는지에대한통찰을우리에게제공한다.사회과학자로서현상을해석하고이론적발전에기여하는것을넘어,어떠한자리에서,어떠한역할을수행해야하는가를고민하게하는이책의메시지가‘억압으로부터의해방’을목표로한많은사회연구들에귀감이되기를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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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의태동
1980년대이전까지장애에대한학문적관심은거의전적으로개인주의적인의료적설명에한정되어있었다.의학을넘어선학문적개입이라하더라도,기존의인식틀내에서장애에대한차별적관념을무비판적으로재생산하는경우가대부분이었다.이들은장애가“신체적또는정신적손상,즉장애인이할수있는것을제약하는생물학적‘결손’내지는‘결함’에서기인한다”는전제를공유했다.이러한의료적관점은장애인들을일터로부터배제하고,시설에구금하고,다양한권리를제약하는것을정당화하는데활용되었다.이러한배제의역사이면에는,손상된몸에대한통제를통해의학내에서의영향력을확대해간의료분과의역사도포함되어있다(6장).의료적관점은자선적이고시혜적인관점과결합되기도했지만,‘우생학’등반동적인담론으로활용되기도했다.장애를개인적손상의산물이아니라사회적장벽의산물로인식하는‘사회적장애모델’과‘장애학’은,이러한차별적이고억압적인접근에저항하는움직임속에서태동되었다.
이책은장애학의태동과정과초기의학문적특성등을당대의정치상황과함께잘정리하여보여주고있다(1장,2장).그씨앗은1960~70년대정치적?사회적격변의시기에,감금,빈곤,차별에저항하기위해조직된당사자그룹들―분리에저항하는신체장애인연합(UPIAS),장애인해방네트워크등―의활동속에내재되어있었다.이러한시기에‘유기적인지식인’들은기존의장애관에문제를제기하는저작들을생산하여,장애운동에담론적토대를지원하였다.장애학이처음부터전통적인대학의환경내에순탄하게자리잡았던것은아니지만,영국의오픈유니버시티(OpenUniversity)내에장애학과정이처음설치되었을때,무려1천명넘는수강생이모집되기도하였다.그만큼변화를향한열망이높았던터였다.현재는영미권많은대학들에정식으로학과가설치되어많은전공생들을배출하고있고,장애운동과도유기적관계를맺고있다(13장).
사회적장애모델의한계와보완
시간이지남에따라최근의장애연구들은‘사회적장애모델’이간과하고있는문제들을제기하기시작하였다.그러한문제제기에는‘손상’과‘장애’를개념적으로분리하는과정에서손상을생물학적인영역으로환원시키고,그경험을경시했다는점도포함된다(4장).이러한이원론적접근법은‘손상’역시도사회적으로구성된다는점을간과하기쉽다.예컨대많은손상은사회적생산과정에서발생하며(산업재해,의료사고등),신체의아름다움을숭배하는사회적분위기속에서‘손상된몸’은심미적차별을발생시키기도한다.빌휴스는장애학담론이이러한문제들을포괄할수있으려면,손상과장애를이원화하였던종래의경향에서벗어나‘손상의사회학’을발전시켜야한다고제언한다.
또한‘사회적장애모델’이계급,젠더,인종,섹슈얼리티,연령등의사회분할과장애가교차했을때발생할수있는문제를충분히아우르지못한다는점도제기되고있다(5장,8장).아이샤버넌과존스웨인은일상속에서다중적차별을경험하고있는집단들이직면해있는차별의형태를성찰할필요성을제기하며,흑인및소수민족장애여성들의경험을분석한다.이들은장애인공동체에서도,그들의민족공동체에서도모두주변화되는경험을겪는다.때문에“장애인의해방이인종주의?성차별주의?동성애혐오?연령주의가유지되는사회에서는결코실현될수없음”을인식하는것으로부터장애의이론화를출발하는것이필요하다는통찰을얻게된다.
진보의장애정책은무엇을배제하고있는가?
앞서살펴보았듯,장애학의비판적문제제기는비단보수진영의논리에만국한된것은아니다.장애학논자들은노동을중심에둔진보진영(영국의경우‘신노동당’)의사회통합전략이장애에대한또다른배제를낳을수있다는점을지적하기도한다(7장).노동을할수없는장애인주체들을또다시권리에서배제시킬수도있다는우려때문이다.더욱이이러한사회통합전략은시간이지남에따라효력이더욱약화될예정이다.기술이발전함에따라과잉노동력이계속증가하고,노동에대한요구가급속도로변화하는현대의노동시장내에서모든장애인이직업을찾거나고용을유지하는것은매우어려워보이기만하다.
노동에접근하는많은여성주의연구는인간의사회적정체성구성에서‘상품생산노동’이맡고있는역할을강조하는,맑스주의이론의젠더적편향에대해비판을제기해왔다.장애인의시민권주장에있어서도이처럼경제적기능에덜얽매인시민권의측면들을추구하고강조하는것이필요해보인다.이러한맥락에서폴애벌리는장애에대한현실적인‘보상급여’와개별적노동과연계되지않는‘기본소득’이향후도래할노동세계에서의좀더완전한통합을도울수있을것이라전망한다.이와같은전략은오늘날한국사회에서도유효한전략으로활발히논의되고있는중이다.
“그러한관점의실제적인함의는노동을원하고노동과정에의미있게참여할수있는사람들에대해서는노동을촉진하고,손상을지닌사람들을포함하여노동을할수없는사람들에대해서는비노동적인삶을보편적으로가치화하는이중전략의옹호다.”―본문중에서
평등의실현을저해하는행정적이고사법적인저항들
장애운동의메시지가사회적으로많은공감을얻고,차별을금지하는법률들이제정되었다고하더라도,이후의과정들이순탄한것만은아니었다.효용과비용의문제가제기되었을때,이에저항하는행정적이고사법적인움직임들도있었던것이다(9장).“장애시민의평등한지위를인정하는것은커다란지출을수반할것이라는점진적인깨달음”은은밀하면서도강렬한반발들을불러일으켰다.
1973년제정된미국「재활법」의504조시행규정(차별금지에대한규정)을둘러싸고벌어진일련의일들은가장대표적으로언급되는사례이다.504조의내용이미칠수있는광범위한영향과잠재적비용에대해인식하기시작하면서,고위행정관료들은(세번의정권이들어서는동안)어떠한조치도취하지않고기안에서명하는것을회피하였다.장애인들은끈질긴연좌농성을통해서명을이끌어냈고,이는이후이어질직접행동들의도화선이되었다.
법률들의효력을약화시키는사법적시도도적지않았다.장애를가진학생의입학을거부하거나평등한기회를제공하지않은기관에대해‘위법한것은아니’라고판결했던사례들이바로그것이다.판결의근거는장애인을위한편의제공이어떤공공프로그램의특성을근본적으로변경할수없다는것이었다.
공리주의적인법의가정들은‘평등’이라는가치보다는비용및효용에좀더관심을기울이게하며,일련의사례들은입법이나법률소송만으로는장애인들의권리를실현하는데에한계가있음을방증한다.할런한은사회적?경제적?정치적영향력을증대시키고,의사결정과정에지속적으로의견을개진할수있는‘권한강화’(empowerment)를통해이한계에대응해가야함을역설한다.
해방적장애연구:“우리는누구의편에서있는가?”
“연구자들은장애인들과연대하여그들의전문지식과기술을억압에맞선장애인들의투쟁에사용하고자하는가,아니면이러한지식과기술을계속해서장애인들이억압적이라고여기는방식으로사용하고자하는가?”―본문중에서
이책에참여한장애연구자들은연구의인식론과방법론의문제에주의를기울여야할필요성에대해역설한다(12장).이는‘장애’를단순히연구의소재로삼아이론적?담론적기여를하는것과는거리가멀다.일찍이여성주의연구자마리아미즈는연구지식생산에있어서‘의식적편파성’을강조한바있는데,장애연구자들은‘당파적장애연구’,‘해방적장애연구’라는틀을통해이러한의식적편파성을실현하고자한다.
사회적으로배제된이들의편에서는것을통해‘중립성’과‘객관’이라는신화를기각하며,장애운동에대한기여도를연구성과의중요한한축으로삼고,장애연구에장애당사자들을참여시키는등의방식이‘해방적장애연구’의요건을구성한다.
신자유주의,지구화시대의장애문제
이책의후반부는전지구적으로정치경제적통합이증대됨에따라발생하는문제들,그리고이러한문제들이장애인에게끼치는영향에대해정리한다(10장,11장).재화와노동인구의자유로운이동이가능해지면서경쟁은심화되고,각국의정부들은낮은과세,낮은공공지출,유연한노동시장,민영화등을특징으로하는신자유주의정책을빠르게유입하게된다.이러한급격한변화는전세계적으로장애를가진시민들에게불리한결과들을초래하고있다.
또한지구화는각종재화뿐아니라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