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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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병권

저자고병권
<수유너머R>연구원.맑스와니체,스피노자를좋아한다.최근코뮨주의,민주주의등을개념화하는데많은관심을가지고있다.저서로는『니체,천개의눈천개의길』,『니체의위험한책,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화폐,마법의사중주』,『고추장,책으로세상을말하다』,『추방과탈주』,『생각한다는것』등이있다.

목차

1.민주주의는다수자의통치인가
민주주의에대한조롱
민주주의의'아르케없음'
데모스의'형상없음'
민주주의,다수성의정치에서소수성의정치로

2.민주주의는국민주권을의미하는가
근대민주주의의삼각형
주권의발생과요용
인민(국민)전능하면서무력한자
대표-대의제의도식
민주주의-국민과주권의저편에서

3.민주주의는도달할목표인가
민주주의,다시돌아온질문
민주화이휴,그리고'이후'의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와대의할수없는민주주의
민주주의라는힘

4.민주주의에대한단산
텅빈서판
저울을다는저울
만국의프롤레타리아트
영원하다
호도하는자
양치기가된늑대

후주

출판사 서평

많은사람들은민주주의원리는복잡할게없다고말한다.모든민중,모든국민이지배하는게민주주의라고(이름하여국민주권!!).다만모두가청와대에앉아서국사를논할수는없으니현실적으로투표를통해대표를뽑는거라고(이름하여다수결!!).그래서그대표가통치를하는거라고(이름하여대의제!!).민주주의원리는단순한데다만그것의현실화가어렵다고.그래서민주주의는단계를밟아발전해나갈수밖에없는거라고(이름하여민주주의발전론).저자고병권은다수결로부터민주주의를구원하기위해플라톤을다시읽고,국민주권이나대의제로부터민주주의를구원하기위해홉스,루소,토크빌을다시읽으며,발전론으로부터민주주의를구원하기위해한국정치학자들의텍스트를다시읽는다.

‘무엇인가’를묻는책들이태풍처럼출판계를흔들어놓고있다.샌델의『정의란무엇인가』바람이채가라앉기전에,유시민의『국가란무엇인가』바람이이어서불고있다.이제여기에다시고병권의『민주주의란무엇인가』바람을추가해야한다.그러나고병권이불러일으킨민주주의바람은일시적인바람이아니라반복해서되돌아올바람이다.민주주의는말그대로‘데모스(민중)의힘’이기때문이다.고병권의‘민주주의론’은샌델의‘정의론’이나유시민의‘국가론’이한국의정치?사상지형에어떤균열을,얼마만큼냈는지,그것의파장과한계를알게해준다.그것은또그동안한국사회의민주주의담론을주도해온최장집의‘민주주의론’과도정면으로부딪친다.저자고병권의얘기를직접들어보자.(편집자)

나는왜‘민주주의’에대해썼는가

1.민주주의를다시쓰는이유

나는왜민주주의에대해서썼는가.이미내맘의서판에적혀있는민주주의,저자를알수없지만내맘속에오래전부터자리하고있는그민주주의를다시써야한다고느꼈기때문이다.요컨대나는민주주의에대해서‘다시쓰기’위해서민주주의에대해서썼다.
솔직히나는지금의‘데모크라시(democracy)’를‘엘리토크라시(elitocracy)’와구별할수없다.‘데모크라시’,즉‘데모스의힘’이라는말은‘엘리트의힘’을치장하는공문구나거죽에불과하다는인상을자주받는다.정치엘리트들이제아무리고개를숙이고납작엎드려절을한다해도,그것은일종의‘대중획득술’내지‘대중낚기게임’처럼보인다.과거민주화운동을했고민주주의에대한신념을버려본적이없다고자부하는사람들조차,민주주의를집권자의고민이나집권자가되기위한고민으로축소시켜버리곤한다.민주주의를엘리트정당들의대중획득술로만들거나,대권을향한공학계산문제로전환시키는것을지금얼마나자주보는가.
내가민주주의를다시사유하려하는것은그러니까독재때문이아니다.내가이책에서쓰려고했던민주주의는단순히독재너머의민주주의가아니라,민주주의너머의민주주의,민주주의와불화관계에있는민주주의다.나는민주주의를표방하고자임하는정부아래서도,거기에맞서,때로는그것에무관하게,민주주의를표현하고만들어가는사람들을보았다.난그들에게서‘데모스의힘’을보았다.즉나는그들에게서‘민주주의’를보았다.

2.민주주의-하나의예
언젠가장애인야학에서강의를하고있을때였다.불치병이나난치병환자들의권리를위해싸우는‘환우회’한분이그날청강을했다.여기저기서인문학바람이불던터라,환자들과도인문학을공부할수있는지가능성을타진하러왔다고했다.그날우리는루쉰의유명한문구,‘절망은허망하다,희망이그러한것처럼’을말하고있었다.그렇게도깃발이많던시절,그렇게도자기깃발을따르면된다고말하던사람들이많던시절,루쉰은무엇을말하고싶었던것일까.목자를따라쏠려가는양떼처럼,이지도자를택했다가좌절하면저지도자에게가고,그러다다시확데어서또다른쪽으로쏠리고.그래,희망은허망하다.그러나절망이라고별것이있던가.그것역시허망하다.그럼어떻게해야하는가.어둠속을걸어가는사람의최대위험은불빛을보고부나방처럼마구뛰어가는것이다.그것은위험하다.

물론어둠속에서절망해도안된다.그럼어떻게해야하는가.어둠을직시하고묵묵히걸어갈밖에.그때환우회에서온분이훌쩍였다.빛을찾으러왔는데,어둠을직시해야한다는말에울음이나온다고했다.이상한말이지만나는거기서민주주의를봤다.
그것은내가플라톤의『국가』에서봤던동굴속사람들의이미지와는반대였다.나는그야학에서수십년간사슬에묶여있었다고말하는사람들을간혹만나곤했다.중증장애를가졌다는이유로집이나시설에묶여있었던사람들.하지만그들은‘이데아’라는신의세계로뛰어가지않았다.소위‘정상인’이라는인간의‘이데아’를원하기는커녕그들은그것과싸웠다.그‘이데아’가구원이기는커녕차별을생산하는‘척도’라는것을알았기때문이다.그들은서로의사슬을엮었고때로는그사슬을버스나철로에엮었다.그들은또한사람들,장애인과비장애인,모두를엮었고,스스로의학교와집을실험하고고안해냈다.그들은권리를요구하기위해권리를창안해냈다.플라톤이동굴속사슬에묶여있는이들이라고비난했던사람들.도대체그들은어떤연유로사슬에묶였던가.나는도리어그것이궁금해졌다.그들이잃을것은,누구말마따나쇠사슬뿐이다.실은그사슬마저그들은버리지않고무기로삼지않았던가.그들은빛에희롱당한부나방이아니었다.어둠을못견딘사람들은빛을향해뛰어가지만,어둠속에서시력을키운사람들은거기서빛나는삶을꾸린다.선한국가,좋은지도자가이들에게좋은삶을준게아니었다.이들의삶,이들의투쟁이그나마국가와지도자를조금이라도선하게바꾼것이었다.
TV드라마를보듯만날청와대와국회,언론만보고있는사람들은조명이비춰지지않는곳에서어떤삶이이루어지고있는지,어떤실험들,어떤사건들이일어나고있는지를모른다.조명이사람들의눈을빼앗아사태를어둡게만든다.중증장애인들이,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늙은농부들이,비정규직노동자들이무슨일을겪고있는지,이들의투쟁,이들의실험이무엇을의미하는지,사람들은,무엇보다,학자들은좀처럼생각하지않는다.도대체그것이무엇을의미하느냐고?그들이무엇을하고있는거냐고?지금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거냐고?내대답은이렇다.또다시‘민주주의가움트고있다.’

3.민주주의를쓰기위해민주주의를다시읽었다
『민주주의란무엇인가』.이책은내맘속서판에적힌민주주의를바꿔쓰지않고서는견딜수없게만든이들에게보내는작은연대의표시이다.이책은내가기왕에읽었던책을어떻게다시읽게되었는지,또어떻게다르게읽었는지를보여준다.민주주의를다시쓰기위해나는민주주의를다시읽었다.고대의플라톤도다시읽었고근대의홉스나루소,토크빌도다시읽었으며,최장집을비롯한최근한국의정치학자들책도다시읽었다.말그대로내가예전에읽었던책들을다시읽은셈이다.그리고또한다르게읽은셈이다.
이들이론의실체를규명하기위해서가아니라,내가과거에얻은결론들에도전하기위해나는과거의텍스트들로돌아간것뿐이다.플라톤으로돌아간것은플라톤을비판하기위해서가아니라,민주주의를다수결로부터구원하기위해서였고,홉스와루소로돌아간것은민주주의를국민주권이나대의제로부터구원하기위해서였으며,한국정치학자들의텍스트를검토한것은민주주의를발전론으로부터구원하기위해서였다.
이작은책의줄거리와결론을여기에적어둘필요는없을것이다.그것은책을읽는이들이금세알수있는것이고,또한내가논의를열어두는것이므로(나는이책의결론을‘결론에반대한다’고썼다.나는결론에반대할때우리가가질수있는가장풍성한민주주의의의미를결론에담고자했다.나는결론을여러스타일이공존하는,하나의실험공간으로만들려고했다).그러나한마디만덧붙이자면,우리에게익숙한민주주의와결별할때새로운민주주의가도래한다.아니민주주의는항상새롭게도래하면서기왕의민주주의를낡은것으로만든다.지금중동과아프리카에서,유럽과아메리카에서,그리고아시아에서,한국에서,민주주의가,우리체제의한계를드러내고그한계에도전하면서도래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