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의 문/법 (식민지/제국 체제의 삶, 문학, 정치)

비상시의 문/법 (식민지/제국 체제의 삶, 문학,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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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상시의 문/법: 식민지/제국 체제의 삶, 문화, 정치』은 한국 근대성에 내재화한 식민성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현재가 지정한 각자의 자리에서 과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치가 지금처럼 결정되기 이전의 상황, 그러나 이 상태를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던 그 시점, 다시 말해 ‘식민지/제국 체제’의 수립과 그 궁지가 노정된 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형체 없이 흩어지거나 체제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 목소리들을 되살려 봄으로써 식민성이 각인한 한국 근대성에 대한 결정론적 시각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저자

차승기

저자차승기는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과조교수.단국대국문과및연세대학교대학원국문과를졸업(박사)한후연세대학교국학연구원연구교수와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HK교수로재직했고,도쿄외국어대학및교토대학인문과학연구소에서외국인연구자로서방일연구를수행했다.
박사논문에서일제말기반근대적언설의다양한양상들을검토한이래꾸준히식민지/제국체제의구조변동이초래한문학장과언설장의효과들을연구해왔다.현재는식민지/제국의언어-법-미디어의표상체제를재생산하는식민주의적본원적축적의장소들을탐구하는작업에집중하고있다.
지은책으로는『반근대적상상력의임계들』,『근대를다시읽는다』(공저),『문학과과학』(공저),『백년동안의진보』(공저)등이있으며,번역한책으로는『세계사의해체』(공역),『바흐친의산문학』(공역)등이있다.

목차

머리말_말할수있는것에서말할수없는것으로

1부_식민지/제국의말과사물
1장_추상과과잉:중일전쟁기식민지/제국의사상연쇄와언설정치학
2장_불확실성시대의윤리:‘사실의세기’와협력의윤리적공간
3장_‘비상시’의문/법:식민지전시레짐과문학
4장_‘세태’인가‘풍속’인가:‘전환기’문학의두가지원근법

2부_지배의테크놀로지와장치
5장_명랑한과학과총체적포섭의꿈:전시체제기기술적이성비판
6장_황민화의테크놀로지와그역설:식민지/제국의생명정치와욕망
7장_문학이라는장치:식민지/제국체제와일제말기문학장의성격

3부_트라우마에대해말하기
8장_식민지트라우마의현재성
9장_폭력의기억은어떻게이야기되는가:역사의상처를말하는방식에대하여
10장_폐허의사상:‘세계전쟁’과식민지조선,혹은‘부재의식’에대하여
11장_멜랑콜리와타자성:식민지말기문학연구의한반성

참고문헌/찾아보기/초출일람

출판사 서평

1990년대이후문학,역사,사회학등의영역에서활발히이루어진한국근대성의해명작업은,식민성과착종되어형성된근대성이주권회복없이일제의패망에의해독립을맞이함으로써식민성과의완절한단절을이루지못하고오히려그것을구조화·내재화했음을선명히보여주었다.그러나식민성의폭로가우리를곧장그것과의대결로이끌어줄수는없었고,오히려‘우리안의파시즘’논의와도같은폭로자들의자기부정을초래하는데이르렀다.또한식민지기를돌이킬수없는파국으로표상함으로써식민지배역사에대한결정론적태도로이어질소지도있었다.이책『비상시의문/법:식민지/제국체제의삶,문화,정치』은결국한국근대성에내재화한식민성과마주하기위해서는현재가지정한각자의자리에서과거를판단하는것이아니라사회적배치가지금처럼결정되기이전의상황,그러나이상태를향한움직임이가속화되기시작했던그시점,다시말해‘식민지/제국체제’의수립과그궁지가노정된과정을들여다볼필요가있다고말한다.그리고그과정속에서형체없이흩어지거나체제속으로휩쓸려들어가더이상들리지않게된목소리들을되살려봄으로써식민성이각인한한국근대성에대한결정론적시각에균열을내고자한다.

좌절된가능성들의‘다르게말하기’
식민지/제국체제의한계지점에서전개된반역과변혁의언설들!


최근몇몇연예인의역사인식논란이불거진것부터대통령의광복절축사실언에이르기까지,제국주의일본의패망으로부터71년이흐른지금까지도우리사회에서식민지배기에대한발언과해석은변함없이뜨거운감자로남아있다.이런사태는흔히‘민족감정’문제로뭉뚱그려져‘개념의유무’같은이분법으로손쉽게치환되곤하지만,실상은철거되지않은지뢰처럼매설된터부들을적극적으로격리ㆍ은폐하고누구도그것들을건드리지못하게하려는태도가우리사회에내재해있지않나생각하게한다.물론소비사회의첨단에놓인연예인들의발언과정치권력의정점에위치한대통령의발언이같은선상에서다루어질수는없다.그러나여기서중요한것은71년이지나도록소멸할기미조차보이지않는터부가있다는사실자체이다.이것은곧‘식민지트라우마’의표식이아닐까.그리고이터부=트라우마를둘러싼사회적민감성은오늘날도리어증대되고있는것은아닐까.
물론이와같은문제의식이딱히새로운것이아니다.특히90년대이후문학,역사,사회학등의영역에서활발히이루어진한국근대성의해명작업은,주권회복없이일제의패망에의해독립을맞이함으로써식민성과착종되어형성된근대성이식민성과의완전한단절을이루지못하고오히려그것을구조화ㆍ내재화했음을선명히보여주었다.그러나식민성의폭로가우리를곧장그것과의대결로이끌어줄수는없었고,오히려‘우리안의파시즘’논의와도같은폭로자들의자기부정을초래하는데이르렀다.또한식민지기를돌이킬수없는파국으로표상함으로써식민지배역사에대한결정론적태도로이어질소지도있었다.
결국한국근대성에내재화한식민성과마주하기위해서는현재가지정한각자의자리에서과거를판단하는것이아니라사회적배치가지금처럼결정되기이전의상황,그러나이상태를향한움직임이가속화되기시작했던그시점으로돌아가볼필요가있지않을까.그것이이책『비상시의문/법:식민지/제국체제의삶,문화,정치』의제안이다.이때우리는당시의통치성을규정지었던‘식민지/제국체제’의내적논리를,그리고그체제의궁지가노정된과정을들여다볼필요가있다.그리고그과정속에서형체없이흩어지거나체제속으로휩쓸려들어가더이상들리지않게된목소리들을통해근대성=식민성의결정론에균열을낼수있을것이다.

유동하는식민지/제국체제의분할선

그렇다면‘식민지/제국체제’란무엇일까.여기서‘체제’(regime)라는명명은연구의대상이당시의정치적ㆍ제도적구조성에서부터일상세계의습속차원까지를포괄하려는의도를드러낸다.그리고‘식민지/제국’이라는표현은이체제를식민지조선과식민본국일본이함께구성한다는것을뜻하는데,이는2차대전종결이후확립된국민국가체제적관점으로는포착할수없는식민지배의특수성을포착하기위함이다.즉식민주의지배기의식민지와식민본국간의관계를오늘날자연화되어있는분절적인국민국가간의관계로바라볼때,우리는식민지/제국체제의통치술이그때그때의정세에따라자신의통치대상들에대하여“민족,계급,젠더,지역등의차원에서작동하는권력관계와갈등적분할선들”을유연하게만들어내고또관리하는것이었음을간과하게만들위험이있다는함의가여기에담겨있다.
그리고이때식민지배의경험은‘고난에서해방으로’의서사로단순화되기쉽고,그럼으로써당시식민지/제국체제의통치성이자신의대상-주체들에게각인해나갔던어떤성질들을‘해방’의순간에간단히해소되어버리는것처럼오해혹은망각할위험이생겨난다.따라서우리가‘식민지배의종식이후에도여전히주체들에게작용하는식민주의의작동원리’를식별하기위해서는이식민지/제국체제’라는문제설정이더없이긴요하다.

말소된잠재성의공간

전시체제기(1938~1945)라는‘비상시’에일본은근대적총력전으로서의중일전쟁을통해중국이라는완강한타자와마주쳤고,이경험속에서미키기요시(三木?)로대표되는쇼와연구회지식인들에의해‘동양의통일’과‘자본주의문제의해결’을내세운‘동아협동체론’이제기되었다.전시라는궁지속에서사회변혁을도모하겠다는‘전시변혁’의구상이었다.
그러나이러한언설들은사실상제국의배후지(‘총후’)인식민지조선을수신자에서배제하고있는것이었다.그럼에도독립과사회주의적변혁의전망을잃은조선의전향지식인들은탈식민주의적욕망을품고서이전시변혁의언설장에뛰어들어동아협동체의논리를전유하며극한까지밀어붙였고,그럼으로써제국의헤게모니적언설들에내재한한계를드러내그기만성과허위성을폭로하는데이르게된다.
그러나이러한언설공간이식민지/제국체제의변형과정에서일시적으로열렸던것임은,일본제국주의가‘대동아공영권’의이름으로그억압성을한층강화함으로써머지않아드러나게된다.체제에대한내재적비판의가능성조차상실한식민지지식인들에게는이제언설장에서의퇴장아니면협력이라는양자택일의현실이육박해오게된다.

다른문법과다른세계

그렇다면이식민지지식인들이전개했던좌절된언설들을살피는것에어떤의미가있는것일까?달리말해,이책의저자로하여금식민지/제국의언어-법-미디어가산출한결과물들로가득한문서고로침잠해“말이되지못한목소리들,언어와결합될수없었던신체들”을발굴하게만든동기는무엇이었을까?여기서우리는또하나의빗금친표현―문/법―을마주하게된다.본래문법은‘말할수있는것’의경계를틀짓는기능을수행한다.하지만모든말해진것들이말할수있는것으로서말해진것은아니다.예컨대동아협동체론을전유하는‘문’(학)적실천들은제국의‘법’이규정한틀을초과해증식한예측불가능한욕망의언어였다.저자는그언어들에서어떤언어를말할수없는것으로금지함으로써말할수있는것을생산하는식민지/제국체제의문법에균열을내는‘내재적초월의구멍들’을본다.이구멍들,결여들을포함하는문법의속성을저자는‘문/법’이라는빗금친표현으로나타내는것이다.
문법은세계를특정한방식으로차단하고포획하고분할한다.식민지배의종식이후에도여전히우리언어-법-미디어의문법이식민지/제국체제에서유래한금기에기반한‘민족대반민족’같은이분법적논리를온존시키고있다면,이좌절된욕망들에게다시소리를줌으로써이문법에내재한결여의표식을재가동시킬수있을것이다.나아가이좌절된욕망들을위한새로운문법의발견을도모함으로써식민성과착종해수립된‘지금여기’의근대성을반성하고넘어설자원을기대할수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