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성과 무한

전체성과 무한

$29.00
Description
레비나스의 주저임에도 번역되지 않아 독자들의 갈증이 컸던 『전체성과 무한』이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 『전체성과 무한』에서는 레비나스 철학의 중심 개념들, 이를테면 타자, 전체성, 무한, 초월, 책임, 향유, 맞아들임, 얼굴, 근접성 등이 망라되어 등장하며 또 체계적으로 엮여서 다루어진다. 『전체성과 무한』 이전의 저술들에서는 여기에서야 비로소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는 레비나스 철학의 본격적인 특징을 만나기 어렵고, 이후에 레비나스가 내놓은 책들은 여러 기회에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체성과 무한』만큼 자체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레비나스 사상의 독특함뿐만 아니라 그 얼개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 책 『전체성과 무한』을 반드시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저자

에마누엘레비나스

지은이:에마누엘레비나스(EmmanuelLevinas)
리투아니아에서유태인부모아래3형제중장남으로태어났다.1923년프랑스로유학해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수학했고,1928~1929년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후설과하이데거로부터현상학을배운뒤,1930년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후설현상학에서의직관이론』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39년프랑스군인으로2차대전에참전했다가포로가되어종전과함께풀려났다.1945년부터파리의유대인학교(ENIO)교장으로오랫동안일했다.이무렵의저작으로는『시간과타자』(1947),『존재에서존재자로』(1947),『후설과하이데거와함께존재를찾아서』(1949)등이있다.1961년첫번째주저라할수있는『전체성과무한』을펴낸이후레비나스는독자성을지닌철학자로명성을얻기시작한다.1974년에는그의두번째주저격인『존재와달리또는존재성을넘어』가출판되었다.그밖의중요한저작들로는『어려운자유』(1963),『관념에게오는신에대해』(1982),『주체바깥』(1987),『우리사이』(1991)등이있다.레비나스는기존의서양철학을자기중심적지배를확장하려한존재론이라고비판하고타자에대한책임을우선시하는윤리학을제1철학으로내세운다.그는1964년푸아티에대학에서강의하기시작하여1967년낭테르대학교수를거쳐1973년에서1976년까지소르본대학교수를지냈다.교수직을은퇴한후에도강연과집필활동을계속하다가1995년성탄절에눈을감는다.
  

옮긴이:김도형
부산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부산대,부경대,인제대등에서강의하고있다.주요논문으로는「레비나스의정의론연구:정의의아포리,코나투스를넘어타인의선으로」,「레비나스의인권론연구:타인의권리그리고타인의인간주의에관하여」,「레비나스와페미니즘간의대화(1):레비나스에서여성의문제」등이있고,지은책으로는『레비나스와정치적인것:타자윤리의정치철학적함의』(2018)등이있다.  

옮긴이:문성원
서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경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서울산업대등에서강의했으며,2000년부터부산대학교철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철학의시추:루이알튀세르의마르크스주의철학』(1999),『배제의배제와환대:현대와탈현대의사회철학』(2000),『해체와윤리:변화와책임의사회철학』(2012),『철학자구보씨의세상생각』(2013),『타자와욕망』(2017)등이있고,옮긴책으로지그문트바우만의『자유』(2002),자크데리다의『아듀레비나스』(2016),그리고『국가와혁명』(1995),『철학대사전』(1997),『마르크스주의변증법의역사』(2000)등의공역서가있다.  

옮긴이:손영창
부산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레비나스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부산대,인제대,경남대에서강의했으며,2015년부터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치고있다.주요논문으로는「타자성에대한해석과언어의역할:레비나스와데리다비교연구」,「리쾨르의윤리학에서살펴본자기성과타자의문제」등이있다.  

목차

서문

1부동일자와타자
A.형이상학과초월/B.분리와대화/C.진리와정의/D.분리와절대

2부내면성과경제
A.삶으로서의분리/B.향유와재현/C.나와의존/D.거주/E.현상들의세계와표현

3부얼굴과외재성
A.얼굴과감성/B.얼굴과윤리/C.윤리적관계와시간

4부얼굴너머
A.사랑의애매성/B.에로스의현상학/C.번식성/D.에로스속의주체성/E.초월과번식성/F.자식성과형제애/G.시간의무한

결론
독일어판서문|옮긴이의말
찾아보기|저역자소개

출판사 서평

동일자의전체성을넘어타자의무한에응답하라!
타자의철학자레비나스,그의사상의정수가담긴현대철학의고전


1995년12월27일,레비나스의장례식장에서자크데리다는다음과같이말했다.

“우리는그독해에수세기가걸리리라고자신있게예측할수있을겁니다.우리는이미프랑스와유럽의경계를넘어,여러언어로된다양한저작들,많은번역서와강의와세미나와학회등등을통해,이사유의반향이우리시대의철학적반성의흐름을,그리고철학에대한반성의흐름을바꾸리라는무수한조짐을대하고있습니다.그것은철학을윤리로,윤리에대한다른사유로방향짓는것에관한숙고입니다.책임,정의,국가등등에대한다른사유,그리고타자에대한다른사유.이것은새로운것들의새로움보다더새롭다고할수있는데요,타인의얼굴의절대적선행성을향하는것이기에그렇습니다.”(자크데리다,『아듀레비나스』,문성원옮김,문학과지성사,2016,16~17쪽)

여기서데리다가이야기하는대상이바로레비나스의주저『전체성과무한』이다.이책이처음나왔을때그중요성에주목하고최초로본격적인논평을했던데리다가그로부터30여년이지난후에이책을다시읽고배워야할필요가있음을이렇게역설했던것이다.
그어느때보다다수의타자와그어느때보다빈번한접촉이이루어지는오늘날,“철학을윤리로,윤리에대한다른사유로방향짓는”레비나스의철학은더욱가치를조명받으며관심을끌고있다.한국에서도그동안레비나스의초기작몇권과강의록,인터뷰소책자등이번역되었으나,레비나스의이름을알리는데결정적인역할을한『전체성과무한』은정작번역되지않아그의사상에다가가고픈독자들의갈증이컸다.바로그책이2018년겨울,그린비출판사
<레비나스선집>
의세번째권으로출간되어늦게나마독자들의부름에응답하게된것이다.

이책『전체성과무한』에서는레비나스철학의중심개념들,이를테면타자,전체성,무한,초월,책임,향유,맞아들임,얼굴,근접성등이망라되어등장하며또체계적으로엮여서다루어진다.『전체성과무한』이전의저술들에서는여기에서야비로소뚜렷한모습을드러내는레비나스철학의본격적인특징을만나기어렵고,이후에레비나스가내놓은책들은여러기회에쓴글들을모아놓은경우가대부분이어서,『전체성과무한』만큼자체의완성도를지니고있다고말하기힘들다.레비나스사상의독특함뿐만아니라그얼개를이해하기위해서도이책『전체성과무한』을반드시살펴야하는이유다.




윤리가존재론에앞선다



『전체성과무한』에서레비나스는우리의삶이타자와관계하는데서비롯한다고주장한다.우리를주체로자리잡게하는것은바로타자와의관계다.나의삶은독자적으로성립하는것이아니라나아닌타자에응답함으로써비로소가능해진다.이렇게응답(response)해야함이바로우리의책임(responsibility)을이루며,윤리란타자와맺는이책임의관계와다르지않다.그런데이처럼타자와의관계를책임으로놓는다는것은타자를지배나이용의대상으로여기지않음을함축한다.레비나스에게서타자는내게익숙한규정으로파악될수없는‘다른’자이고한정되지않는자이며,그래서무한한자이다.『전체성과무한』이내세우는‘무한’은바로이타자의무한이다.

반면에,『전체성과무한』이문제삼는‘전체성’은나와세계를한정된틀과동일한규정안에가두려는데서성립한다.다름과타자를배제하고같음을통한동일자의자기중심적지배를확보하는것이이전체성의목표다.레비나스에따르면,존재론중심의서양철학은줄곧이런시도를해왔다.그것이어떤형태를취하든,이를테면니체처럼고정된상태를깨뜨리는‘힘을향한의지’를앞세우든,하이데거처럼존재자들의규정에앞서는‘존재’를앞세우든,타자에대한책임이아닌존재론에서출발하는철학은결국지배를지향하는폭력적인것이되고만다.

『전체성과무한』은이러한대비를통해철학의,또문명의근본적인방향전환을촉구한다.우리는자기중심적전체성을깨뜨리고타자의무한을받아들여야한다.




정의가자유에앞선다



레비나스가말하는타자는무한하지만위력적이지않다.힘이나위세는자기를확장하려는동일자가추구하는것일따름이다.강하다든가풍요롭다든가하는견지에서보면그런규정을넘어서있는타자는오히려약하고헐벗은자다.타자에대한책임속에서우리는이약하고헐벗은타자의호소에응답하지않을수없다.타자의호소를외면하지않고타자의얼굴에다가가는것,『전체성과무한』에서레비나스는이것을정의(正義)라고부른다.

여기에비해자유는나로부터,동일성의질서로부터출발한다.물론,참된자유는서로의자유를침해하지않는것이므로자유라는가치에는이미타인에대한고려가포함되어있다고생각할수있다.하지만레비나스의눈으로보면,그런자유도동등한권리라는집단적동일성의틀에갇혀있다.자유주의적자유가결국자기중심성을벗어나지못하는이유다.이같은한계는상호적권리나조건을구실로일정한경계너머의호소를외면하는자유주의세계의냉혹함을통해잘드러나고있다.

『전체성과무한』은우리삶에서과연자유가타자에대한책임보다근본적인가치인가를묻는다.공정한거래나계산에앞서약자를돕는것이,그러한의미의정의가더소중하지않은가를묻는다.




향유,환대,그리고평화의철학



『전체성과무한』이윤리적관계만다루는것은아니다.삶의원초적모습을향유로제시하기도한다.향유한다는것,즐긴다는것은지배한다는것과다르다.어떤것을지배하기위해서는그것을장악해야하지만,즐기기위해서는그럴필요가없다.하지만향유는불안정한관계다.향유의요소들은우리밖에있기에우리의통제를받지않으며영속적인관계를보장해주지않는다.이런불안정을극복하기위해우리는집을짓고울타리를두르는데,이테두리는동시에배타적인자리잡음의경계가된다.

이해관계의대립은여기서생겨난다.울타리를치고담을쌓음으로써존재의자리를점령하고독점한결과다툼이생기고전쟁이생긴다.안락함을주는나의집은다른이들을밀어내고배척하는장소일수있다.환대는이런폐쇄성을열어젖히고타자를내집에맞아들이는행위다.낯선이를기꺼이받아들여자리를내주는일이환대다.『전체성과무한』에등장하는이환대개념은오늘날에도난민문제와같은사회적갈등을깊이있게조망하는데큰시사를준다.

레비나스에따르면,평화는전쟁의중지를통해확보되지않는다.이기심과경쟁을조절하는것만으로는진정한평화에이를수없다.『전체성과무한』은그평화에이르는길이동일자의전체성을넘어타자의무한을향하는데있다고말하고있다.

이처럼다양한개념과테마들이엮여있는『전체성과무한』은결코한번읽고던져버릴수있는종류의책이아니다.데리다의말처럼고전의반열에오른책이며,아직도현대적논의를선도하는책,우리에게새롭게읽기를끊임없이요구하는책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