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몸은환경과어떻게상호작용하는가?
문화(말)-신체(살)-환경(흙)의얽혀듦을탐구하는페미니즘과생태학의콜라보!
미국과유럽의학계에서많은주목을받고있는생태주의자이자페미니스트이론가스테이시앨러이모(StacyAlaimo)의저서가한국어로처음번역출판된다.2011년미국문학과환경학회(ASLE)생태비평상을수상한바있는『말,살,흙:페미니즘과환경정의』(원제:BodilyNatures:Science,Environment,andtheMaterialSelf)가아시아권최초로번역출간되는것이다.
이책은몸이과학,기후,환경과맺는관계를‘횡단-신체성’(transcorporeality)개념을중심으로탐구해간다.앨러이모는신유물론과생태학,페미니즘을결합함으로써이러한작업을성공적으로수행해나가는데,그독특한방법론만큼이나흥미로운사례들이돋보인다.단순히추상적이론에그치지않고,여성의유방암이나노동자계급의폐암등여러질병의사례를다양한문학작품속에서끌어옴으로써구체적으로설명하고있는것이다.그럼으로써이책은우리의몸을환경‘바깥’이아닌환경‘속에’위치짓고이를통해생태학과페미니즘의새로운길을모색한다.
신유물론,생태학,그리고페미니즘
20년전만하더라도몸을바라보는학계의지배적인분위기는구성주의적이었으며,몸은정신이마음대로주무를수있는말랑말랑한찰흙같은것으로간주되었다.푸코의훈육적몸,주디스버틀러의수행적젠더,지그문트바우만의액체근대등이구성주의적이론의대표적예라고할수있을것이다.그동안이러한구성주의적관점에대한비판이없었던것은아니었다.그러나몸의물질성을복원하고담론화할수있는방법론이부재하였다.이러한상황에서등장한신유물론(newmaterialism)은몸에대한새로운시각을확보할수있는토대가되어주었다.
로고스중심주의로부터벗어나‘몸적전환’(Bodilyturrn)을맞은이후,역설적으로몸은그자신이이미여러유해물질에상시적으로노출되어있다는현실에맞닥뜨려야했다.욕망을충족하기위해물질을변형하는인간은동시에그러한물질의힘에의해변형을당한다는점에서,몸의위상을복원하는데있어몸을둘러싼환경을살피는것은필수불가결한과제가되었다.생태학은우리의몸을살피는데결코간과할수없는분야인것이다.
자연과페미니즘의관계는독특하다.서구에서‘여성의신체성’은자연과강력하게연관되어있었기에페미니즘은끊임없이‘자연이라는유령’에시달려왔고,그만큼페미니즘이론은자연에서여성을분리시키기위해노력해왔다.중요한페미니즘개념들은자연과문화를엄격히대립시켰다.예컨대페미니즘의중요한개념‘섹스’와‘젠더’의구분또한자연과문화사이의날카로운대립에기반을둔것이었다.앨러이모는그러한필연성을인정하면서도,페미니즘이론이“자연으로부터도망치지말아야”했다고,“인간의특정그룹과비인간생명체에게모욕과침묵을강요하기위해조성되어왔던자연/문화,몸/마음,대상/주체,자원/행위능력등의젠더화된이원론을타파하기위해서노력해야마땅했을것”이라고말한다.그에게자연이라는유령을내쫓는유일한길은오히려역설적으로그것들에살을주고,좀더충분히물질화하도록허용하며,물질화의정밀한과정에주의를기울이는것이다.
『말,살,흙』은이러한흐름들속에위치한다.신유물론과생태학,페미니즘을결합함으로써문화(말)에대한,신체(살)에대한,환경(흙)에대한인식의지평을넓히고있는것이다.
서로에게침투하는‘몸된자연’들
2007년,미국의풍자언론사디어니언(http://www.theonion.com)은다음과같은패러디뉴스를실었다.
환경보호청은인공·합성·독성물질을엄청나게함유하는미국시민들의몸이산업쓰레기로재분류되었다는경고를화요일자속보로내보냈다.“인간의몸은이제평균35퍼센트만유기체일따름입니다”라고환경보호청장랠프존슨이보고했다.“현대의세제,실리콘임플란트,가공치즈식품등으로발생한변화때문에,인간의피부조직이우리국토의표토와접촉하는것이더이상안전하지않게되었습니다.”
중요한것은이것이다.오염된땅이인간에게유해하다는것이아니라,오염된인간의몸이땅에게유해하다는것.이기사는몸,마음,물질,땅,과학기술등이얽히고설켜있는,아니정확히말하자면서로에게‘침투’하고있는현실을꿰뚫고있다.이러한‘횡단-신체성’의관점에서『말,살,흙』은인간몸과비인간자연들사이의상호연결,상호교환,그리고이동을탐구한다.
한독성물질의이동경로를면밀히추적하다보면결국환경보건,직장보건,노동운동,환경정의,역학(疫學),환경주의,생태의학,장애연구,인권,반지구화,소비자인권,아동보건,아동복지와같은활동이상호연결되어있다는것을알게된다.앨러이모는이렇게연결된수많은분야와대상을‘몸된자연’이라고칭하는데,이것들은이론적으로도발적이며정치적으로강력하다.우리가자아와세계를분리된개체로이해했던방식을근본적으로재구성하기때문이다.
『말,살,흙』은이러한논의를펼쳐내는데있어다양한소재와문학작품을가져와활용한다.1900년대초반노동계급의활력이스며든에로틱한자연의몸을묘사한메리델르쉬에르와규폐증으로죽어가는광부를묘사한뮈리엘뤼케이서의작품세계를대조하는한편,퍼시벌에버렛의소설『분수령』을통해환경정의의위기앞에서과학적객관성이라는개념이정치투쟁에의해얼마나복잡다단해지는지를보인다.다양한여성들이남긴‘몸의회고록’을탐구하는한편,토드헤인즈의영화「세이프」,론다즈윌링거의사진집『박탈당한자』등도분석의대상이된다.다나해러웨이,마거릿애트우드,옥타비아버틀러등도논의에소환된다.
우리사회에‘몸’에대한인식이많이높아지고는있지만‘건강한몸’이라는평면적차원을좀처럼벗어나지못하는것이현실이다.그리고그마저도의료,운동,섭식의차원에서나다루어질뿐이다.하지만점점더다양하고강력해지는화학물질들의존재와국경에구애받지않는환경이슈들속에서우리는건강의문제가단순히내몸하나를꼼꼼히보살핀다고될일은아님을이미깨닫고있다.새집증후군,방사능우려수산물,초미세먼지등을통해우리의몸이과학기술,정부정책,심지어정부의외교력에도영향을받을수있음을본능적으로알게된것이다.이책『말,살,흙』은독자들로하여금몸과몸을둘러싼환경을총체적이고종합적으로사고하게함으로써우리의시야를확장시키는데크게기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