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는예술에대한우리의관점을어떻게변화시키는가?
‘미학자’들뢰즈와의만남을위한포괄적이고입체적인지도,혹은입구!
들뢰즈가생을마감한뒤사반세기가다되어가는오늘날,20세기는들뢰즈의세기로기억될것이라는푸코의예언은실현되고있는듯하다.들뢰즈의사상은철학을넘어정치,사회,문화의각영역으로가쁘게확산되고있으며,차이,기호,기계,되기,유목,주름등의개념은우리시대의사건과사태를포착하는데폭넓게활용되고있다.20세기가그야말로들뢰즈의세기라면(그리고그것이21세기에이토록신속히승인되었다면),이는그가그시대를가장치열하게분석한동시에가장멀리까지넘어서고자했기때문일것이다.20세기에발딛고21세기를살아가는우리가들뢰즈에게귀기울여야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지않을까.
들뢰즈에접근하는여러시선중주목할만한것으로그의예술론에주목하는방식을꼽을수있다.들뢰즈는자신의저작중3분의1이상에예술과관련된제목을붙였을뿐만아니라자기사상의고비마다예술을그안내자로삼았기에,이러한접근은유효하고또필수적이다.미학연구자이자들뢰즈연구자로서『들뢰즈와가타리의무한속도』(1권2012,2권근간),『들뢰즈,초월론적경험론』(2016)등의번역서를통해역량을인정받아온성기현은첫저서『들뢰즈의미학:감각,예술,정치』를통해독자들을이러한들뢰즈미학의입구로초대한다.
국내에소개된기존의들뢰즈미학연구서들이문학론,회화론,영화론등의개별영역에국한되었던것에반해,이책의특징은무엇보다들뢰즈미학전반을아우르는포괄적이고입체적인지도를제공한다는데있다.이지도는회고적·체계적관점에서구성된것이되연대순으로제시된다(예컨대이책의3,4,5장은서두에각시기들뢰즈사상의핵심적인문제의식을요약하고있다).따라서이책은들뢰즈의미학은물론들뢰즈의사상전반에관한입문서로도사용될수있다는점에서활용가치가높다.또한시몽동의변조개념과그미학적변용,랑시에르의들뢰즈예술론비판과그에대한반론등최신의연구성과를반영한새로운논점을풍부하게담아깊이를더했다.들뢰즈에,혹은현대미학에관심이있는독자들에게유효하고또필수적인길잡이가될것이다.
작가론/작품론을넘어,그리고문학론/회화론/영화론을넘어!
들뢰즈의사상은이질적인것들간의‘만남’을중요시할뿐만아니라,그자체로그런만남의소산이기도하다.이점은흄,베르그손,칸트,니체,스피노자등을아우르는그의철학사연구에서는물론,『안티오이디푸스』등기념비적저작을남긴과타리와의공동작업에서도확인된다.그러나들뢰즈사상전체를가로지르는가장중요한만남의대상을하나만꼽자면,그것은단연‘예술’일것이다.그의예술관련논의는문학론(『프루스트와기호들』),회화론(『프랜시스베이컨.감각의논리』),영화론(2권의『시네마』)등을아우르는것으로서,그의사상이전개되는과정내내핏줄처럼깊고넓게퍼져있다.
문제는개별예술론에대한연구만으로는미학자들뢰즈의초상을제대로그려내기어렵다는데있다.들뢰즈는자신이‘만난’대상을주로사례연구의형태로다루는데,이는곧그의문학론이나회화론이문학일반론이나회화일반론이라기보다는‘작품론’이나‘작가론’에가깝다는뜻이다.따라서이러한개별예술론들의기저에흐르는미학적문제의식자체를포착하지못한다면,우리는프루스트나베이컨에대한들뢰즈의이런저런언급들을되풀이할뿐‘들뢰즈의미학’에는결코도달할수없을것이다.
그렇다면미학자들뢰즈의초상은과연어떤모습일까?이책은국내외의연구성과들을아우르면서다음과같은이중의작업을시도한다.한편으로는들뢰즈사상의전개과정을연대순으로따라가면서미학적문제의식의생성과변화를추적하고,다른한편으로는말년의대작인『철학이란무엇인가?』에비추어각시기의미학적문제의식을체계적으로재구성하는것이다.이를통해저자는들뢰즈의미학이‘근대미학을통한근대미학의전복’이라는역설적인과제로수렴되고있음을발견해낸다.
근대미학을통한근대미학의전복을향하여!
주지하다시피,근대미학은이성과논리에비해폄하되어왔던감성과감각을재평가함으로써시작되었다.그런데이과정에서칸트는감각을객관적측면과주관적측면으로나누어전자를학문과인식(『순수이성비판』의감성론)에,후자를예술과감정(『판단력비판』의미론과예술론)에각각결부시켰다.저자에따르면,들뢰즈미학의목표는바로이러한‘근대미학의이중성’을넘어서는데있으며,이는무엇보다새로운감각개념(발생론적지각과행동학적정서)을중심으로이루어진다.그리고이새로운감각개념은그것을근거짓는감성개념(감성의수동적종합),그에부응하는예술개념(발생론적지각과행동학적정서의구성),그로부터귀결되는윤리및정치개념(심판의도덕에맞서는실험의윤리)으로이어진다.
따라서이책은들뢰즈의감각개념을중심으로감성(2장),지각(3장),정서(4장),예술(5장)등들뢰즈미학의핵심개념을차례대로검토한다.이를따라가는과정에서,우리는다음두가지사실을발견하게된다.첫째로는들뢰즈가스피노자(정서),라이프니츠(지각),칸트(초월론)등의근대철학자들에게로거슬러올라가그들의문제의식을이어받고있다는것,그리고둘째로는들뢰즈가마르셀프루스트(감성과기호),프랜시스베이컨(감각과힘),버지니아울프(지각과이것임)등예술가들의인도아래서앞서의문제의식을자신만의것으로가다듬고있다는것이다.
이러한검토를거쳐이책에서저자가답하려는것은궁극적으로다음과같은물음들이다.들뢰즈는미학사속에서어떤위치를차지하는가?들뢰즈에게감각,예술,정치는각각무엇이며,서로어떤관계를맺는가?들뢰즈의미학은동시대의다른미학들,이를테면랑시에르나리오타르의미학과어떻게구별되는가?들뢰즈는예술에대한우리의관점을어떻게변화시키는가?이질문들에대한답이궁금하다면,들뢰즈미학을향해저자가열어주는이문으로한발들어서기를권한다.그리고그것은‘들뢰즈의세기’의다음세기를살아가는우리에게“지각과정서의확장”이라는귀한선물을가져다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