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존재?자선의대상?
미국의문화는‘장애’를어떻게재현해왔는가
문화와문학비평에장애학의관점을도입한
장애여성주의자로즈메리갈런드톰슨의선구적저작!
설화와고전신화로부터현대와탈근대적‘그로테스크’에이르기까지대체로장애인의몸은화자의목소리에의해매개되어제시되면서기이한모습의구경거리로전락한다.장애를지닌등장인물들은대부분텍스트에서그들이지니고있는장애가지시하는타자성에둘러싸여있다.(본문24쪽)
시공간을뛰어넘는‘고전’으로읽히는해리엇비처스토의『톰아저씨의오두막』,흑인여성최초로노벨문학상을받은토니모리슨의소설들,흑인이자장애여성이며레즈비언이었던페미니스트작가오드리로드의자전적소설은그간흑인해방과여성해방의관점에서읽혀왔으며정치적으로높게평가받아왔다.그런데이러한작품들을장애해방의관점에서다시금읽는다면,어떤평가를내려볼수있을까?이들작품속에등장하는장애인물들은어떻게그려지고있으며,어떤역할을수행하고있을까?
<그린비장애학컬렉션>의4번째권으로출간된『보통이아닌몸:미국문화에서장애는어떻게재현되었는가』는장애학의관점에서미국문화와문학을비평하는독창적이고도선구적인시도이다.저자인로즈메리갈런드톰슨은신체적차이를구경거리로전시한기형인간쇼(freakshow)에서부터폭력적인노예제도의실상을폭로한사회항의소설,흑인여성작가들이쓴자전적인작품에이르기까지,정치적으로도적지않은효과를발휘한미국문화의주요장(場)을경유하며,장애가어떻게재현되어왔는가를분석한다.
그간문학작품내에서장애를지닌인물들은주변적인역할을배정받거나사회적억압을체화한문학적수사로서기능했다.이렇게배정된역할안에서신체적으로‘보통이아닌’이들은경이로움과혐오라는극단적인감정,혹은연민의감정을불러일으키는타자로서그려지기일쑤였다.심지어사회의폭력성을드러내고개혁을촉구하는장에서조차타자화되기는마찬가지였다.예컨대자유주의적이고개인주의적인남성주체를비판한여성주의작가들의작품에서장애여성은백인여성자선가의보살핌을받아야하는존재로그려지기도했다.저자가문화와문학비평에장애학의관점을도입해야함을역설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나아가이책은장애가재현되는실제면면을분석하는것을넘어,장애인주체들의목소리를되찾고,긍정적인장애정체성을모색해보는것을목적으로한다.저자는토니모리슨,오드리로드와같은흑인여성들의글쓰기와이들작품의인물속에서새로운장애정체성의실마리를발견한다.“다른사람들이그들에게투사한환상과두려움에저항하면서그들스스로해석하기를주장”하는흑인여성작가들은그들의신체적다름을적극수용하고찬양하는데에까지나아간다.이는장애를‘결핍’이나‘결여’가아니라‘보통이아닌’몸(extraordinarybodies)으로읽어내려는저자의목표와일치한다.
거대담론이무너진틈으로다양한입장과관점에서문화적텍스트를읽어내는비평적작업들이쏟아져나오고있다.하지만장애인주체의관점에서문화적현상들을읽어내는작업은턱없이부족했던것이사실이다.이책은우리시선의편향성을일깨워줄뿐아니라,장애학의관점을수용하여문화비평담론자체를보완해야함을역설하는장애여성주의자의비판적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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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1부는‘장애’개념을비판적으로재조명하기위한작업들을진행한다.저자는장애를규정하는다양한조건들―‘아름다움’,‘자립’,‘체력’,‘능력’,‘정상’등―이얼마나자의적이고문화에근거해있는지를밝히며,장애형상의반대인‘정상인’(normate)의주체위치를불안정하게만들려한다.이를위해미셸푸코의특수성과정체성에대한사유,메리더글러스의‘불결한것에대한이론,어빙고프먼의‘낙인'이론,그리고관점이론(standpointtheory)을포함한여성주의의다양한시도들을정리하여소개하고있다.
이책의2부는장애가재현되는구체적인장으로서기형인간쇼,감상주의적인사회항의소설,흑인여성작가의소설등을분석한다.저자는기형인간쇼를‘구시대의유물’로단순하게일축하는것이아니라,그러한관습이현재에어떤양상으로계승되고있는지를추적한다.또한흑인해방,여성해방의관점에서관습적으로읽혀왔던문학텍스트들을장애해방의관점에서다룸으로써,장애를타자화하는시선을새로이포착해낸다.
장애재현,무엇이문제인가?
텍스트적묘사는묘사를완화하거나복잡하게만들수도있는다른요소나특성들을생략하고결과적으로지워버림으로써,등장인물들의특성과특질과행위에큰수사적영향력을부여한다.……그결과필연적으로문학텍스트는장애인물들을정상화맥락을박탈당하고단하나의낙인찍힌특성에둘러싸인기형인간들로만드는것이다.(본문24~25쪽)
장애를재현하는시각은오로지장애인주체의복잡한특성들을소거하고겉으로드러난한두가지의특성으로만주체를설명한다는점에서문제적이다.사실장애는선천적이거나후천적인신체적다름,만성또는급성질환,일시적이거나영구적인상해,이상한몸의비례등다양한신체적특징들을포함하는총괄적이고인위적인범주이다.장애의재현은이처럼개인들사이의다양함을감추고왜곡한다.이는문화현장에서뿐아니라실생활에서도비장애인들로하여금장애와관련하여왜곡되고평탄화된경험을갖게한다.
“나는사람들이나를운명/신/병균으로부터친절한대우는받지못했지만내존재의잔인한진실을정면으로직시할수있는그런강인한사람으로보아주길원한다.불구라서나는활보한다”고했던낸시메어즈를비롯하여,많은장애인주체들은편견과낙인을거부하고,자신의신체적다름이가지는의미에대해스스로규정할수있기를바랐다.그러나많은문화적현장에서장애인주체들은자신들이원하지않는방식으로재현되었고,결과적으로대상화,타자화되었다.
구경거리로전시되는‘보통이아닌몸’:미국의기형인간쇼
기형인간쇼는지금우리가‘인종’,‘민족’,‘장애’라고부르는몸의다름을,인간의신체적다양성의원료로부터문화적타자성을만들어내는사회적과정을보여주는의식속에서연출해제시하였다.(본문117쪽)
신체적다름을구경거리로전락시키고타자로제시한대표적인문화적현장은바로기형인간쇼이다.인종적으로백인이아닌사람,공동체의풍습에따라신체를변형시킨사람,전형적인여성상에부합하지않은여성(우리에게「블랙비너스」라는영화를통해잘알려진‘세라사르지에바트먼’)등기형인간쇼는좁은범주의‘정상’(전형적인백인남성상)에부합하지않는모든신체적특이성들을전시하였다.
기형인간쇼는육체적이고우발적이며수동적인기형인간들을전시함으로써,‘이성적이고통제된’백인남성을이상형으로하는미국적자아의모습을역으로확인시켜주었으며,또한구경꾼들에게‘정상’이라는우월감과안도감을심어주었다.즉신체적,사회적서열체계를극화한문화적의식행사였던것이다.저자는이러한쇼가행한사회적역할을분석하며,구경꾼들의시선이자행한폭력을성찰하게한다.
기형인간쇼의전통은인권의측면에서격렬히비판받고‘구시대의유물’로사라진듯보이지만,보통이아닌몸을전시하고구경하는관습은‘아름다운몸’에대한대중문화의찬양,현대의료의담론속에계속해서이어지고있다.오늘날장애의해석을지배하는의학적모형은규범에미치지못하는신체적특성에대해바로잡거나제거되어야한다고상정하는등,어떤면에서는더욱가혹하게보통이아닌몸을규제하고금한다.
장애의또다른타자화:19세기의사회항의소설들
『톰아저씨의오두막』,『제철소에서의삶』과『침묵의동반자』이세소설모두는이상화된모성적백인여성자선가와스스로의노력을통해정신적,물질적구원을받을필요가있는주변화된여성형상사이의관계를조명하였다.……어머니같은여성자선가들이초월적인미덕,주체성과힘을발산하는동안에장애여성들은점점종속되고,절망하고,무력해진것이다.(본문151쪽)
19세기미국에서는여성차별과흑인차별에대해반대하는다양한운동들이펼쳐졌으며,그러한운동의일환으로사회개혁의메시지를담은문학작품들이집필되기도했다.노예제도폐지운동에불을붙인소설로잘알려진해리엇비처스토의『톰아저씨의오두막』이그대표적인예이다.
저자는스토의『톰아저씨의오두막』,리베카하딩데이비스의『제철소에서의삶』,엘리자베스스튜어트펠프스의『침묵의동반자』에그려진주변화된장애형상들을분석한다.이러한작품들은자선가역할을자임하는(백인인)비장애여성의권능화(empowerment)를도모하는반면,장애여성을자선의대상으로그림으로써타자화시킨다.장애여성형상들은주인공과독자들로하여금동정적분개를하도록이끌며,백인비장애여성들이“좀더영향력있는공적역할로뛰어들수있는발판”의역할을맡았다.장애형상들은남성과여성의관계에서여성이전통적으로차지해온위치를차지하도록강요받고있는것이다.진취적이며뛰어난데다가아름답기까지한특성을가진비장애여성은,수동적이고의존적으로묘사되는장애여성과의대조속에서더욱고무되었다.
긍정적정체성으로재창조된장애형상:흑인여성작가들의글쓰기
어쩌면미국흑인여성글쓰기의근본적인목표는인종차별과성차별을합친미국의역사에의해생성된부정적인문화적이미지를몰아낼흑인여성주체를구성하는것이라고할수있다.……따라서그녀가해야할일은억압을다시새겨넣지않으면서그억압을표현하는것,희생과동화사이의좁은공간에흑인여성자아의형상을창조하여그녀의역사를부정하지도,그녀를배제한관습적인여성성의각본을수용하지도않도록하는것이다.(본문186쪽)
앞서살펴본사회항의소설을썼던작가들과는달리,앤페트리,토니모리슨,오드리로드와같은흑인여성작가들은전형적인여성의형상으로부터벗어난정체성을토대로자신의글쓰기를시작한다.이들의‘보통이아닌’몸은규범을벗어난일탈로서인식되지만,다른한편으로규범을거부하고인습을타파하게하는정체성이기도하다.즉“자유와저주의원천”인것이다.
장애때문에물러서지않고자신의방식대로세상과맞서는헤지스부인(페트리의소설『거리』),신비로운능력을지닌것으로묘사된장애여성들(『술라』,『솔로몬의노래』등모리슨의소설),외부로부터주어진정체성과이름을거부하고새롭게자신을명명하는오드리/자미(로드의소설『자미』)등흑인여성작가들이그려낸장애형상들은신체적다름을적극수용하고찬양한다.이들장애형상은‘정상’이라는규범을비틀고도치시키며자신들에게부여된신체적열등함의역사를다시쓰는데,그결과신체적다름은주장되고존중되어야하는예외성의표시가된다.
새로운장애정체성의구축은가능할것인가?
몸은이여성들이다른사람들이그들에게투사한환상과두려움에저항하면서그들스스로해석하기를주장하는텍스트이다.(본문23쪽)
일련의분석을통하여저자는장애란재현,즉신체적변화또는형상에대한문화적해석이며사회적관계와제도를구성하고있는몸들의비교라는것을보여주려한다.이러한인식하에저자는장애정체성을낙인찍고,정상화를추구하는것을비판한다.‘정상’이라고간주되는동일성아래모든차이를일탈로표현하며,이를제거하려하기때문이다.
이책의저자는자신이추구하는장애정치학이흑인여성작가들이작품속에서구현해낸긍정적인정체성의정치학과유사하다고고백한다.차이로인해억압받지만,동시에해방의가능성을담지한장애정체성을구상하는것이다.“남의눈에잘띄는것이우리를가장취약하게만드는것이지만동시에우리의가장큰힘의근원이기도하다”(오드리로드).
흔치는않지만,최근한국에서도장애를재현하는기존문화의시선을전복하여장애인주체의서사와목소리를되찾는작업이진행되고있다(장애여성공감부설극단‘춤추는허리’의작품들,‘장애문화예술연구소짓’에서상연한연극「프릭쇼」등).장애를애초에배제하거나타자화하는문화를수정보완하고풍부화하기위해서는,더많은장애인주체들의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