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23.00
Description
그린비 철학의 정원 37번째 책. 미술사가, 미학자, 철학자 등 총 8명의 다양한 지적 통찰을 바탕으로 예술이란 장르를 메를로퐁티 현상학의 시각에 입각해 탐구하였다. ‘그림의 철학자’라고 불린 메를로퐁티의 저작들과 세잔과 클레, 20세기 혁명적 작가들을 비롯하여 건축 양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예술을 보는 눈을 넘어 ‘세계’를 보는 눈을 뜨게 하고자 한다.
저자

신인섭

스위스로잔대학교에서「메를로퐁티의타자질문」이라는논문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공저로『미술은철학의눈이다』.『프랑스철학의위대한시절』등이있으며,주요논문으로「M.메를로퐁티의실존적정신분석과L.빈스방거의현존재분석」,「미학지평에서본,메를로퐁티의내재적초월의현상학과들루즈의철저내재주의경험론」등이있다.현재강남대학교철학과및교양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서문_예술의철학자,메를로퐁티7

1부현대미술사의해시태그,메를로퐁티33
1장제1철학으로서예술철학,메를로퐁티의미학34
2장세잔으로서의메를로퐁티,메를로퐁티로서의세잔75
3장모던아트의거장들에대한메를로퐁티의해석114

2부20세기의혁명적작가들과메를로퐁티161
4장프랜시스베이컨의삼면화와메를로퐁티의표현의존재론162
5장메를로퐁티와파울클레:그림은보이지않는것을보이게한다192
6장앙드레말로의표상적크티시스와메를로퐁티의표현적포에시스226

3부첨단인터스페이스시대의메를로퐁티259
7장소통의플랫폼,디지털스킨과감성적‘살’공동체
8장건축의살,메를로퐁티와팔라스마297

참고문헌331

출판사 서평

네안에세계가있다고예술이말했다
메를로퐁티현상학이보여주는무한한예술세계

예술은우리에게세계를‘보는’법을거듭‘보여준다’.지난세기후설과하이데거의철학적유산을왕성하고날카로이섭렵한프랑스현상학자들중에서도메를로퐁티의시각은단연독보적인데,그에따르면세계의한형태로서예술품은세계가운데로깊숙이개입된주관성이활동한결과이며,이때세계란인간을자신의온전한부분으로삼는‘존재의피륙(tissu)’이라는의미에서살(chair)이다.창작의결과를유도하는살은존재의역동적인리듬으로서역사와문화를가로질러심층적으로예술작품을변모시키게된다.즉살의흐름을따라화가의눈길이스쳐지나간후의세계는더이상동일한세계가아니며,예술이우리의감수성과사고력그리고우리의세계관계를교정할수있는이유는그것이철저히육화된정신인우리몸과관계하기때문이다.예술에대한이같은생각은알랭과폴발레리같은사상가에게도있었으나,메를로퐁티가예술을사고하기위해마련한예술의수용구조로서의두측면,즉창작에고유한‘주관적태도’로서〈표현성〉과세계의‘객관적수정’이자창작의결과인〈작품〉은그들에게견고한철학적토대를제공하게된다.

예술,익명적세계안에서펼쳐지는감각의향연

이책『메를로퐁티현상학과예술세계』는크게세개의부로구성되어있다.우선1부는현대미술사에서메를로퐁티의위치와가치를확인하는내용으로,예술철학에서찾은제1철학의이념,메를로퐁티와그가지대한관심을보였던화가폴세잔사이의교환적동질성,메를로퐁티에입각한모던아트(로댕,마티스,리쉬어등)의역사를주로다룬다.이어지는2부는영국,독일그리고프랑스의독창적인,그래서대표적이고도‘혁명적’이라할수있는작가들(프랜시스베이컨,파울클레,앙드레말로)을살펴보고,그들의작품혹은사상을해석하는데에메를로퐁티의철학을접목하는부로기획했다.마지막3부는건축의표피디자인과입체디자인을해석함에메를로퐁티의시각을투사한다.건축이직접적으로우리(살)가닿아있는생활·주거공간의토대라는점을비추어본다면메를로퐁티가건축에대해이렇다할얘기를하지않았다는것이의외일정도인데,따라서여기서는현대건축에있어서디지털파사드의소통성과팔라스마건축의감각성이‘살의흐름’을타면서건축표면과건축내면의얽힘을기대하게함을밝히고있다.
이렇듯다양한주제를논하는『메를로퐁티현상학과예술세계』의주요하고도독특한관심중하나는메를로퐁티의‘육화의현상학’으로의미가분명해진‘세계’개념이다.메를로퐁티의현상학에서주관성이란익명의세계로서존재(Etre)의지각경험에비해이차적경험에불과하다.즉메를로퐁티에따르면우리는의식이만든거리로말미암아부분적으로는세계에낯선채,우리고유의신체-존재를통해언제나이미심층에서부터세계와조율되고있다는것이다.
그러므로메를로퐁티의‘세계’는레비나스와사르트르가낯선존재“일리아”(Ilya)로기술한흉측스러움이아니다.우리는감각성의불가사의한현전인익명성을우리안에지니기때문에본래적인것은모든사유이전의‘세계의익명성’이요,그결과주체는오히려후위로밀려난다.감각성의이내적현전이야말로예술가를창작으로몰아가며,이로써외부로펼쳐진작품을통해우리자신도감각적이게되는것이다.이러한맥락에서예술가의신체는과학이말하는오브제로서몸즉객관적인신체가아니라“시선과운동이부단히교차적으로얽히는현상(entrelacs)”이된다.

저높은곳의창조주아닌,매개자로서예술가

『메를로퐁티현상학과예술세계』의목차와초반부만봐도알수있듯이메를로퐁티에게폴세잔과파울클레의작품은특별한지위를누린다.메를로퐁티에게화가란저높은곳의창조주가아니라자신안에“능산적자연”이활동하도록하는매개자인데,세잔은세계로육화된실존적관계의진리를탐색하는상징적존재다.능산적자연은모든군주적활동과모든반성적작용에앞서는익명의세계로서,화가자신도일부분을이루는‘살아있는살’곧역동적인‘존재의리듬’이라할수있다.그래서일까,“풍경은내안에서그스스로를사고하며따라서나는이풍경의의식이된다.”그림은이처럼“지각된세계의암시적논리”를작동시킨다.지각세계의논리란가시적인동시에비가시적인것사이의변증법적게임이되는데,불분명한기미와더불어타자로잠식되면서존재가열개(裂開)하듯,세계가자신안에서그스스로를구성해가는놀이라할수있다.요컨대,느끼면서느껴지고보면서보이는지각적신체를통해세계의온전한부분이된우리와상관중인이세계야말로‘보편화된암시’자체이다.
클레역시,태고이래로“사물들이흥분되면서도비밀스레발생”되고있는가운데지금막“태어나고있는듯한상태”로자연을복원한화가다.이같은현상의예리한증인메를로퐁티는언제나천연의날것,국지적특유,암시적어법,완연한낯섦이표현되도록하는‘유아적자유분방’에매료된다.게다가이천진난만한“원초적표현양식”들이응축된방법으로,객관화이전의본래적진리가출현케만드는‘시적인창조’로도이끌린다.색채와마찬가지로클레의윤곽선은아무것도재현하지않은채‘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이오버랩되게하고,또신체와정신사이의음양적인교환(chiasme)을지시할뿐만아니라,메를로퐁티의“근원반성”의이념에서그감각적등가물이솟구치게도한다.‘근원반성’이란인식론적반성이아니라신체와세계의상호귀속을사유하는존재론적인반성이다.이는‘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이라는양의(兩儀)존재론을통해“세계의살”이늘찰나적이고미완성적인관계들로이루어지고있음을가리킨다.그관계항들중하나인인간도물론한갓된존재이다.이로써메를로퐁티의예술은철학적요구의종착지인‘육화된정신’의삶이라는계약의당사자가된다.

의지와표현,그사이로의초대

메를로퐁티의사상을빌려『메를로퐁티현상학과예술세계』가말하고자하는것은,작가의‘스타일’이란의미들이창발(創發)하게끔모종의비전을부여하는“일관성있는왜곡”에다름아니라는것이다.이렇듯예술에서의‘표현’은의미를발생시키려는‘의지’와의미들이잠재되어있는‘세계’가만나는지점에자리하는데,이잠재된의미들은세계의무한한심층을암시하면서결국이의미들이감각적인것에내재하고있음을가리키게된다.독자들이이책에서발견하게될메를로퐁티미학의진면목은여기에있다.
오늘날문화세계의한가운데서예술에초점이맞춰지는이유는예술활동을통해인간의근원적이고원초적인경험이발생하고,존재가부단히재편되면서문화적액션들을생생히재탄생하도록해주기때문일것이다.말하자면예술은자아와타자,자아와세계그래서새로운“우리”즉융합적공동체가발생하는영역으로거듭나고있는것이다.우리는느끼면서도느껴지고보면서도보이는‘세계의부분’인동시에세계는우리를가르치고유혹하며이윽고우리를의미로열어준다.그결과,예술가는‘익명의바탕’위에서‘개성적인무엇’을자신에게이야기해줄이세계에그자신의고유한감수성의신비를돌려주고자한다.다른모든이들도민감해할,‘개성적그무엇’의발원지인세계로말이다.다른모든이들도민감해할그무엇인만큼,이책을읽는독자들도어떤예술작품을보며자신의이야기를할수있으리라고,그래서서로의다양한이야기가‘얽힐’수있을것이라고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