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제2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제2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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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국전쟁 당시 목포형무소에서 실종된 오빠를 애타게 찾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할머니가 살아생전 내내 그리워하던 오빠의 존재를 찾아 무작정 여행길에 오른 저자의 특별한 여행기다. 여행길에서 그는 깔끔한 아파트 단지로 변한 목포형무소의 자리, 시민공원이 된 희생자들의 묘지 등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학살의 장소를 마주한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아름다운 풍경과 화려한 리조트로 은폐하고 있는 학살의 역사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더 나아가 할머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날 속에 여전히 살고 있을 ‘학살 피해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크 투어를 시작한다.
저자

김여정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영국지부,동티모르독립투표선거감시단원,캄보디아보육센터지원사업등NGO활동가로활동했다.이후용산구보광동에서카페를운영하며한국전쟁을경험한할머니들을손님으로만나게되어채록한증언을다룬작품인「그해여름」으로2020년제8회제주4ㆍ3평화문학상논픽션부문을수상했다.아시아지역의학살사건과그유족들의이야기를함께기억하고자기록한「다크투어」로2020년제28회전태일문학상르포부문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나의특별한여행기ㆍ7

목포의눈물ㆍ11
한국-전라남도: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

신들의섬,죽음의섬ㆍ49
인도네시아-발리:1965년인도네시아대학살

정글의‘구눙티쿠스’ㆍ75
말레이시아-바탕칼리:1948년바탕칼리학살

임을위한행진곡,메이리다오ㆍ103
타이완-타이베이:1947년2ㆍ28사건

붉은동백꽃ㆍ131한국-제주도:제주4ㆍ3사건

못다한이야기ㆍ163
하늘과우주를넘어

나가며:나와이여행을같이한이들에게ㆍ181

출판사 서평

전세계가공모한기억상실속에서
기억의목격자가되기위해떠난여행,다크투어

★제28회전태일문학상르포부문수상작★

남북정상회담이있던2018년,인터넷은김정은위원장의밈으로넘쳐났다.과거를모른채자라난젊은세대에게한국전쟁은존재하지않는일이었으며‘김정은’이라는인물도그저밈으로소비될뿐이었다.베트남전쟁이나걸프전쟁도,노근리사건도,5월의광주도,제주4·3사건도모두드라마나영화의소재로만존재하며,말레이시아와인도네시아,제주도는신혼여행이나여름철휴가지외에별다른의미는없다.우리는아무것도기억하지않는다.모래가피로물들었던바닷가는관광지가되었고,그곳은사진만찍고지나가는곳일뿐이니말이다.조지스타이너가한탄한것처럼우린모두“계획된기억상실”에걸렸다.
하지만이잃어버린기억의조각을붙들고아시아학살지를돌아다니면서기억의목격자를자청한사람이있으니바로『다크투어,슬픔의지도를따라걷다』의저자김여정이다.앰네스티를비롯한NGO에서활동해온그는학살피해자가족의일원으로서이여행을시작했고,여행에서만난사람들의기원을담아이책을썼다.

너무많은죽음,
너무적은기록과이야기

어떤장면을상상해보자.사람들이길게늘어선채굴비처럼밧줄로묶여있다.1947년타이완지룽항의모습이다(2·28사건).

“굴비처럼밧줄로엮인사람들이항구로끌려오면군인은앞줄에있는한사람만총으로사살했다.앞사람이사살되면시체의무게에이끌려뒷사람들이줄줄이바다로떨어졌기때문이다.군인들은총알을아낀다는이유로사람을굴비처럼엮어서죽였다.”(본문126쪽)

말레이시아바탕칼리마을을불태운영국군은“공산당게릴라는영혼이없어서,그들을죽였어도하나님앞에죄가없다”고주장하기도했고,인도네시아추추칸해변은검은모래밭이하얀백골로덮일정도로시체가쌓이기도했다.마을사람들은학살을당한것도모자라이웃을,혹은생면부지의사람의목을칼로내리쳐야했다.살기위해어쩔수없이학살에가담한이들은이후스스로목숨을끊거나병을얻어죽었다.이모든것은입밖에내어서는안되는것이었기에알고있는이도없었다.이묻혀있는진실을들추어내며돌아다닌저자에게경찰이다가와협박하는것은어쩌면당연했다.
그렇지만이렇게아무도모르는일일수록기록해야만했다.세상에알려야만했다.말레이시아의탄삼촌이학살사건을세상에알려달라고,기록해달라고부탁한이후더더욱‘다크투어’와그것을기록하는것이인간으로서의의무처럼느껴진탓이다.
끝나지않은제노사이드…
인간이란무엇인가

1947년2월,타이완에서는전매국단속원이담배파는노인을검거하며구타하는것에시민들이항의하는과정에서한청년이경찰총에맞았다.이를계기로2·28사건이시작되었고,중국본토에서파병된군인들이약3만여명의사람을학살했다.2021년현재진행중인미얀마민주화운동에서는,시위두달만에600명이상이사망했다.
제노사이드는옛날일이라고,문명화·세계화된세상에서는일어날수없는일이라고우리는또눈과귀를닫은채스마트폰속세상으로도망가버리면되는걸까?아직도학살은현재진행형임에도불구하고,대부분의사람에게그학살은존재하지않는세계의일이다.저자김여정은풍경사진찍는사람들에게그들이외면하는진실을,학살의잔인함을,남은이들의찢겨나가는듯한고통을발로전한다.학살피해자들이사형당하기전걸었던그길을,옥바라지하던할머니가걷던길을따라걸으며물집잡힌발을계속해서옮긴다.
마지막숨을내쉬는순간까지도한국전쟁당시목포형무소에서실종된오빠를애타게찾던할머니를떠나보낸후,할머니가살아생전내내그리워하던오빠의존재를찾아무작정떠난목포에서깔끔한아파트단지로변한목포형무소자리를본다.묘지는시민공원이되었고학살을기억하는이는동네에하릴없이앉아부채질을하는노인들뿐이다.우리는정말이렇게과거를소거한채살아도되는것일까?인간으로서최소한우리는자신의현재뿐아니라자신을만든과거를책임져야하지않을까?저자김여정은『다크투어,슬픔의지도를따라걷다』에서학살피해자들을기억하는일과더불어우리에게인간의의무를묻는다.

이여행에도끝은있을까?

여행이즐거운건끝이있기때문이다.집에돌아와사진을정리하고사온기념품을선물하면여행이일단락된다.하지만학살지,슬픔의지도를따라걷는여행인이‘다크투어’에도끝은있을까?수백수천만명의죽음의무게가담긴걸음하나하나가결코쉽게떼어지지않을테다.
1990년대,조지스타이너는‘리멤브런서’라는개념을사용하면서한가지제안을한바있다.저마다전쟁기념탑에적힌이름을열명씩외워서혼자서혹은가까운사람에게들려주자는것이었다.그러면이땅의누군가는그이름을기억하는셈이니말이다.토벌대가죽창으로마을을들쑤시고불로태우는것을직접본그날로부터수십년이지난후에도,외양간에서소와말이내지르던소리를듣던제주도의김평담할아버지는밤마다낡은공책에적힌사람들의이름을소리내읽어내려갔다.제주4·3사건피해자들의이름이었다.그어떤개념을떠나김평담할아버지는본능적으로학살을,과거를기억하는법을알고있었다.

“나는그가세상에남긴위령비에새겨진성산마을사람들의이름을하나씩소리내어읽었다.비명처럼울어대는눈폭풍소리에호명되는이름들이묻히지않도록소리지르듯크게이름을불렀다.바다깊은곳에던져진사람들의이름을부를때마다바다는대답이라도하듯이‘웅웅’거리며울었다.”(본문162쪽)

우리는김평담할아버지가학살피해자를기록한것을또기록으로남긴이『다크투어,슬픔의지도를따라걷다』를읽을뿐이지만,이슬픈여행기를읽고기억하며이여행과기록에동참하게된다.어떤여행은끝이있어즐겁지만,끝나지않아야하는여행도있다.시신조차찾지못하고생때같은가족을잃은이들이남아있는한,이여행에끝이란것은있을수없을테니.
저자가걸었던슬픔의지도를따라책속을걸으며우리는과연“계획된기억상실”에서빠져나올수있을까.그리고그기억상실에서빠져나와끝나지않는여행에동참할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