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축주의의 기원 (1920~30년대 김복진과 이상)

한국 구축주의의 기원 (1920~30년대 김복진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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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100년 전 일제강점기라는 상실의 시대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 김복진과 이상의 치열한 ‘삶의 예술’을 다루고 있다. 책의 표지에 활용된 김복진의 『문예운동』(文藝運動) 표지 레터링은 부품으로 조립된 기계의 모습으로, 현실을 변혁해 내려는 목적과 운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현실 속에서 투쟁으로 해방의 길을 찾아낸 김복진과 우주적 가상세계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창조해 낸 이상의 구축주의를 통해, 개개인의 사유를 가능하게 하며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으로서의 예술에 대해 말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현실에서 앞으로 어떤 형태의 사회와 예술이 지속 가능하며, 진정 삶을 위한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

김민수

서울대미대응용미술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미국프랫인스티튜트에서산업디자인학석사(MID),뉴욕대학교(NYU)대학원에서박사학위(Ph.D)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디자인학부교수로디자인역사,이론,비평에전념하면서,대학원〈디자인역사문화전공〉의주임교수로재직중이다.미국하버드대에서방문학자로연구했다.지은책으로는『이상평전』(2012),『김민수의문화사랑방디자인사랑방』(2009),『한국도시디자인탐사』(2009),『필로디자인』(2007),『김민수의문화디자인』(2002),『멀티미디어인간,이상은이렇게말했다』(1999),1997년『월간디자인』선정‘올해의디자인상’저술부문수상작『21세기디자인문화탐사』(2016,개정판)등이있다.주요논문으로「이상시의시공간의식과현대디자인적가상공간」(『한국시학연구』,2009.12),「(구)충남도청사본관문양도안의상징성연구」(『건축역사연구』,2009.10),「도시디자인의공공미학」(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2009.10),「한국도시이미지와정체성」(서울시립대도시인문학연구소,2009.9),「부산의도시재생과장소의미학」(부산광역시,2009.6),「한국화폐의초상과기억의죽음」(『한국근대미술사학』,2006.12),「친일미술의상처와문화적치유」(『내일을여는역사』,2006.12),“MappingAGraphicGenome:ACross-CulturalComparisonbetweenKoreanandJapaneseDesigners”(VisibleLanguage,vol.37/2,2003)등이있다.

목차

머리말7

1장구축주의의길
1.단서들19
2.러시아아방가르드와구축주의역사26

2장1920년대신흥문예운동과김복진의형성예술
1.카프와『문예운동』75
2.마보(MAVO)와‘의식적구성주의’87
3.김복진의형성예술론과나형선언초안117

3장연해주시각문화속구축주의
1.조선인(고려인)디아스포라시각문화155
2.『선봉』과구축주의한글타이포그래피161
3.연해주삽화와녹색고양이173

4장가상공간의구축자,이상
1.서막:이상과‘앎의눈’215
2.선언:절대주의우주와새로운인간223
3.전개:우주적공간,삶과부활239
4.가상공간구축과사물주의245

5장1930년대조선과구축주의267

부록김복진,「신흥미술과그표적」291

사진출전과참고문헌304

출판사 서평

김복진과이상,
‘삶의예술’을구축하다
-어두운현실을넘어서는예술의힘에대하여

구축주의는사회변혁운동이다

“예술이란절름발이세대의사회적삶의산물”이라고알렉세이간은말했다.인간의역사는위기의반복이고,인간은위기와더불어살수밖에없다.이런암담한현실을넘어설힘이바로,보이지않는것을만들어내는‘예술’이다.100년전일제강점기라는상실의시대에도좌절하지않고,새로운삶으로나아간사람들의치열한‘삶의예술’을다룬이책『한국구축주의의기원』을통해앞서걸어간이들의지혜를빌려본다.

국내에서구축주의는그동안일본을통해소개된구성파또는구성주의의맥락으로그용어와개념이이해되어왔다.러시아구축주의의개념을다진로드첸코에따르면,구성(kompozitsiia)은목적적조직이결핍된것으로제작자의취향에따른요소선택의문제인반면,구축(konstruktsiia)은목적에따라요소와재료를조직하는것이다.즉,‘기하학적추상미술’과동일시되기도하는구성주의는순수회화의시각요소배치를통해현실에서벗어난내면세계를표현한예술이며,구축주의는목적과본질을담고있으면서개인과사회의운동성과공명하는예술로둘사이엔큰차이가있다.

김복진의구축주의,
엄혹한현실속에서해방의길을찾아내다

1920~30년대는국권침탈이후식민지자본주의가본격화되기시작한때였다.1926년수도경성에는조선총독부신청사가완공되었고,조선인들은새로운도시적감수성에길들여지기시작했다.그러나화려한식민지근대의이면에는모순적이고살인적인사회상이펼쳐지고있었다.이시기,한국최초의근대조각가로알려진김복진은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를이끈조소예술가이자문예운동가로서,‘형성예술’과‘나형(裸型)예술’이라는구축주의개념을제시한다.

이책의표지에도활용된,김복진이디자인한『문예운동』(文藝運動)표지레터링은나형,즉노출된형태라는개념을바탕으로활자공간을작업장삼아제호를볼륨감있게조직했다.이는‘문예운동’을통해현실을변혁해내려는목적과운동성을명확히드러내고있다.김복진에게디자인을통한예술은단순한도형의조합이아닌사물의조립품으로,현실변혁의운동기계를방불케하는것이었다.이는인습적과거를혁파해새로운일상생활을조직하는구축주의적예술로시대를넘어서려는의지를담고있다.저자는김복진의이러한개념을잘담고있는「신흥미술과그표적」(책의부록에원문수록)을재독해하여,김복진의구축주의가현실적삶의문제를예술로타개하고물산장려운동으로민족경제를구축하고자한조국해방의정치적성격을띠고있었음을밝힌다.

이상의구축주의,
우주적가상세계를통해새로운삶을창조하다

조선총독부에서식민통치를위한건물도면을지시대로그리는건축기수였던이상은활자를재료로한실험적인표지디자인과시를통해가상공간을구축하여암담한현실을극복하고자했다.저자는행렬과수식으로이루어진그의실험시들이현대물리학의시공간이론뿐아니라표도로프의우주론에서영감을받은것이라는관점을제시한다.러시아아방가르드의시공간개념형성에큰영향을미친표도로프의우주론은실증주의적서구우주론속‘수동적관찰자’로제한된인간의역할을‘실제적행위주체’로확장함으로‘중력을극복하는원리’에기반한예술창조를이끌어냈다.

이맥락에서이상의실험시「선에관한각서1」을살펴보면,가로와세로의숫자에의해확정된100개의점들이다음에뒤따르는시행들“우주는멱(冪)에의하는멱(冪)에의한다/사람은숫자를버리라/고요하게나를전자의양자로하라”를통해중력의끌어당김과유클리드기하학의3차원세계에서해방되어무한시공간속으로탈주하는새로운구축을표명한것임을알수있다.즉,이상에게구축주의란식민지조선이라는물리적시공간에서현실을초극할의지를잃지않고당대예술이나아갈본류를향해질주하게하는삶의예술이었다.

오늘날,우리삶의예술은무엇인가

질병과전쟁,기후위기와경제위기로치닫고있는현실에서개인이직면한상실감과절망감보다더무서운것은꿈도희망도없는좌절이다.김복진과이상은우리에게한가지분명한메시지를전한다.엄혹한시기에도그들은예술이라는희망의끈을놓지않고암울한현실을타개하기위한분투적삶을살았고,그결과오늘날우리삶의일부가된현대디자인과건축형성에결정적영향을끼친한국구축주의의기원이되었다는사실이다.

예술은현실을넘어서는개개인의사유를가능하게하며사회의변화를이끌어내는힘이다.그렇다면,지금이시대에필요한예술은무엇인가.이책은우리의현실에서앞으로어떤형태의사회와예술이지속가능하며,진정삶을위한것은무엇인지질문을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