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성의 정치신학 (정치적 우상의 신학적 기원)

불가능성의 정치신학 (정치적 우상의 신학적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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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타우베스, 바디우, 지젝, 데리다, 아감벤 등 오늘날의 현대 정치철학자들은 근대 이후로 신학이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것처럼 보여도 서구 정치와 제도에 내적 논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로 결속되어 있었다고 진단한다. 즉, 근대 정치는 국가, 민족, 역사, 인종, 계급 등의 개념들에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초월적 신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치적 우상들이기도 하다. 현대 정치 철학은 바울의 급진적인 사상을 통해서 이러한 정치적 우상들과 맞서고자 한다. 나아가, 근대 정치에 의해 배제되고 추방되어온 소수자들의 ‘메시아적’ 정치를 지금 여기서 실현하고자 한다. 『불가능성의 정치신학』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현대 정치철학과 바울의 급진적인 정치신학이 이러한 ‘탈신성화’의 기획 속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가에서 출발한다.
저자

손기태

신학과종교학을공부하였다.‘수유너머104’에서공부하고글을쓰고강의하면서공동체에대한오랜관심을이어가고있다.스피노자를만나면서본격적으로철학공부를시작하게되었고,최근에는바울,벤야민,칼슈미트,데리다,아감벤등정치신학으로관심영역을넓혀가고있다.지은책으로는『고요한폭풍,스피노자』,『성서,삶의진실을향한무한도전』이있으며,‘수유너머’의동료들과함께『이것은애니메이션이아니다』,『불온한인문학』,『욕망,고전으로생각하다』등을썼다.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강사로있다.

목차

서문탈신성화의정치신학을위하여5

1부현대정치철학과정치신학13

1장현대정치철학은어째서신학에주목하는가?15
다시소환되는정치신학15ㆍ현대정치철학자들이신학에주목한이유:발터벤야민과칼슈미트의정치신학23ㆍ종교비판이후에과연신학은가능한가?32ㆍ현대정치철학과신학과의만남:바울의소환41

2장고대이스라엘이라는상상적기원45
고대이스라엘역사와오늘날의팔레스타인45ㆍ‘고백’으로서의역사:성서는어떻게읽어야하는가?53ㆍ고대이스라엘민족은어디서유래하였는가?60ㆍ이스라엘종교는가나안종교에대해배타적인가?67

2부성서의정치신학과메시아주의75

3장이스라엘왕정수립과두가지정치신학77
고대이스라엘의표준적역사와두가지정치신학77ㆍ지파동맹체제의탈국가적정치신학79ㆍ통치이데올로기로서의왕정신학88ㆍ이스라엘왕국의분열과패망98ㆍ왕정신학의실패에대한반성101

4장‘디아스포라’시대의메시아주의103
디아스포라의시대가시작되다103ㆍ이스라엘패망에대한평가와메시아사상104ㆍ포로기이후의메시아주의111ㆍ예수시대의메시아주의115ㆍ메시아의도래와하나님의나라126ㆍ예수,메시아를해체한메시아133

5장바울의정치신학과메시아주의139
유대사회와디아스포라의공동체들141ㆍ바울과예루살렘공동체와의관계144ㆍ바울이추구한공동체156ㆍ하나님의나라와로마제국169ㆍ새로운피조물,혹은메시아적삶173

3부탈신성화의정치신학179

6장근대국가론에대한비판으로서의정치신학181
근대국가론,그리고홉스를다시불러낸슈미트181ㆍ칼슈미트의근대국가론비판187ㆍ주권자와국가의외부192ㆍ슈미트의주권독재에대한벤야민의비판196ㆍ진정한예외상태와벤야민의메시아주의199ㆍ슈미트의정치신학과벤야민의메시아주의207

7장탈신성화,혹은아무것도아닌자들의정치신학211
바디우의바울:보편주의와평등을향한투사212ㆍ데리다의‘메시아주의없는메시아적인것’219ㆍ아감벤:탈신성화로서의메시아적삶227ㆍ성서의정치신학:탈신성화와케노시스236

맺으며241
참고문헌245

출판사 서평

신을경험할수없는시대에
성서는우리에게무엇을말해주는가?

현재의해체로써현재를구원하기

타우베스,바디우,지젝,데리다,아감벤등오늘날의현대정치철학자들은근대이후로신학이공적영역에서배제되어온것처럼보여도서구정치와제도에내적논리를제공하는방식으로서로결속되어있었다고진단한다.즉,근대정치는국가,민족,역사,인종,계급등의개념들에절대적이고보편적인지위를부여함으로써기존의초월적신의역할을대신하도록만들었다는것이다.이는사람들의눈과귀를가리는정치적우상들이기도하다.현대정치철학은바울의급진적인사상을통해서이러한정치적우상들과맞서고자한다.나아가,근대정치에의해배제되고추방되어온소수자들의‘메시아적’정치를지금여기서실현하고자한다.『불가능성의정치신학』의기본적인문제의식은현대정치철학과바울의급진적인정치신학이이러한‘탈신성화’의기획속에서어떻게만날수있었는가에서출발한다.

어째서성서를정치와관련하여해석해야하는가?
성서에공존하는두가지이미지의메시아

저자는정치와분리해서는성서를제대로해석할수없다고본다.성서가단순히종교와관련된내용만이아니라,이스라엘왕정의흥망성쇠에대한역사적기록과그에대한신학적평가를담은책이기때문이다.이스라엘왕국의패망을신학적으로어떻게해석할것인지,이스라엘을다시금재건할메시아는어떤존재인지등이성서가가장중요하게다루는주제들이다.
성서에서정치신학이등장하게되는계기는왕정수립을전후로한논란때문이었다.왕정수립을둘러싼두견해는이스라엘왕국수립이후왕정체제를옹호하고정당화하는왕정신학과,이스라엘왕국패망의원인이왕실과귀족들의부정부패와종교적타락에있었다고지적한반왕정신학으로나뉘었다.이는메시아에대해서도상반된두가지이미지를갖도록만들었다.
왕정체제를옹호하는예언자들은주변민족들을물리치고이스라엘을최고강대국으로재건할왕으로서의메시아를제시하였다.여기에는배타적인유대민족주의적경향이강하게담겨있었다.반대로,왕정체제를비판하는예언자들은왕이나국가,민족등에종교적정당성을부여하는시도를질타하였다.이들에따르면,장차도래할메시아는모든전쟁을종식시키고가난하고버림받은자들을위해자신을희생시키는고난의종이다.신약성서의저자들은고난의종으로서의메시아가다름아닌예수를지칭하는것으로받아들였다.
예수의생애자체는메시아에대한이러한상반된이미지가충돌하는장면이기도했다.예수는‘유대인의왕’,곧메시아를참칭했다는죄목으로사형을당하지만,정작그자신은이스라엘왕국을재건할메시아가아님을거듭강조하였다.당시군중들은예수를다윗왕조를다시복원할메시아로보았으나,그가설파한것은이스라엘왕국의재건이아닌하나님나라의도래였다.예수는자신이추구하는것이세상의지배적가치와질서에서벗어나소외되고배제된자들과새로운삶의방식을실천하는하나님의나라임을강조하였다.그런점에서예수는이스라엘왕국의재건이라는대중적열망을저버린메시아,즉‘메시아개념을해체하는메시아’였다고할것이다.

바울의‘역동적주체’개념을통한
정체성의경계넘어서기

이책은기존에알려진바울과는다른,현대정치철학과최근의성서신학에의해새롭게해석된바울을보여준다.기존의바울이그리스도교를교리중심의종교로만든장본인이라면,새롭게해석된바울은급진적인정치신학을전개하는사상가이자활동가이다.
‘그리스도의십자가와부활’이라는사건은바울을유대인이라는민족적정체성으로부터자유롭게하는결정적계기였다.더이상기존의유대담론의지배를받지않게된바울은과거와는다른새로운주체가되지만,여전히옛사람과새사람사이의분열의경험속에서살아감을토로한다.즉,바울이제시하는역동적주체개념은곧“과거에자신을지배하던질서와싸우면서도,동시에새로운주체로서의삶을끊임없이추구해야하는존재”이다.바울은이러한깨달음을통해사람들을구분짓던차별들에대해서도다르게접근하며,결국“그리스도안에서는이방인도유대인도없고,주인도노예도없다”고말한다.이는우리사이의차이에대해그저무관심한방식이아니라,그모든차이와특수성을넘어서는길을추구해야함을의미하는것이다.
바울의활동무대는유대바깥의디아스포라지역이었다.유대본토의그리스도인공동체가유대적정체성을고수하려던것과달리,바울은출신,신분,성,계급등의차별을뛰어넘는타자들의공동체를추구하였다.인간이세운모든권력과질서,제도등을넘어서예수가추구한하나님나라의급진적윤리를지상에서실현하고자한것이다.이처럼메시아적윤리와삶을실현하려는바울의시도는오늘날탈근대적정치철학을새로이정립하는데있어중요한사상적자원으로받아들여지고있다.

‘불가능성은가능성의조건이다’
불가능성의정치신학,메시아적삶의실천운동

이책은현대정치철학이근대정치의‘신성화’의기획에대해이를‘탈신성화’하는방식으로대응한다고설명한다.‘탈신성화’는근대정치철학이만들어낸정치적우상들을타파하려는시도이다.이러한‘탈신성화’의정치철학은동시에불가능성의정치신학이기도하다.그것은기존의정치에대해정의의무한한요구를대립시킨다.기존의정치가국민적화해와단합,번영과안정,자유와공정등이상화된정치슬로건을말할때,불가능성의정치신학은이것이기존의법과권력을강화할뿐이며결국실패할수밖에없는가면과허상임을폭로하고자한다.물론현실정치에서정의의무한한요구를완전히실현하기란불가능하다.그렇다고이를외면한다면현실의변화를추구하려는모든가능한시도조차결국소멸하고말것이다.그런점에서불가능한것은가능한것이실행되는조건이된다.즉,정의를실현하려는모든시도에정의의무한한요구를기입함으로써불가능한시도를감행하도록이끈다.
이처럼불가능성의정치신학은아직현실에존재하지않는미래를현재에도입하고자한다.그것은아직존재하지않는,예기치못한사건으로우리에게찾아오는타자에대해열려있다.이로인해현재의가능한것들은해체의위험에직면하며,우리에게가려져있거나배제되었던존재들이자신의삶을되찾게되리라는것이다.하이데거가말했듯,“인간자신이신이되고,인간이만들어낸것이신이되는세계에서신을온전히경험할수있는자리는좀처럼주어지지않”지만,우리는현재의해체를통해이러한위기의시대가동시에구원의시대가되리라고희망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