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성의 현상학 - 철학의 정원 53

불투명성의 현상학 - 철학의 정원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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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광제

1955년출생으로총신대학교신학과를졸업했으며,서울대학교철학과대학원에입학하여석·박사과정을졸업하고,한전숙교수지도아래「현상학적신체론-E.후설에서M.메를로퐁티에로의길」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시민철학학교‘철학아카데미’를설립해대표와공동대표를역임했으며,현재는운영위원으로활동중이다.
지난10여년간주로‘철학아카데미’에서하이데거의『존재와시간』,사르트르의『존재와무』,메를로퐁티의『행동의구조』,『지각의현상학』,『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눈과정신』그리고푸코의『말과사물』등을원전을중심으로철저하게분석해서해설하는강의를진행했다.또한2011년부터‘주체소’,‘현상소’,‘언어소’,‘현존벡터’,‘자성과대타성’,‘수렴-응축과확산-분절’등의개념들을구축하여‘함수적존재론’이라는이름의존재론을확립하고자노력하고있다.그런가운데,정치사회사상을확립하기위해여러동료들과함께집단적인연구를진행하고있다.
쓴책으로는후설의철학을전반적으로조감한『의식의85가지얼굴』,메를로퐁티의『지각의현상학』에대한강해서인『몸의세계,세계의몸』,사르트르의『존재와무』에대한강해서인『존재의충만,간극의현존1,2』,메를로퐁티의『눈과정신』에대한역서이자강해서인『회화의눈,존재의눈』,현대철학자24명의사상을소개한『현대철학의광장』,철학입문을돕기위한『존재이야기』,『철학라이더를위한개념어사전』,삶을돕기위한소책자인『혼자살것인가,함께누릴것인가?』,영화에관한철학에세이집인『인간을넘어선영화예술』,미술에관한철학해설책인『미술속,발기하는사물들』,그외여러공저가있다.

목차

책머리에─4

1부불투명한심연의존재,감각사물

§1.감각사물에의이력─13
§2.심연의불투명성,또는불투명한심연─20
§3.절대이성에따른존재와인식의명증─26
§4.실현불가능한이성의욕망─33
§5.칸트가제시한불투명한심연의존재─42
§6.불투명성의근원,감각사물의영토─59
§7.감각자체와더불어지각되는개별사물을무시한사유들─71
§8.감각사물─84

2부불투명성의현상학

I.후설:불투명성의실마리─97
§1.후설의명증성원리─98
1)후설의명증성정의─99
2)충전적명증성과필증적명증성─104
§2.후설의명증에대한물음─107
§3.후설의고뇌─110
§4.원인상의원초적인불투명성─114
§5.후설의두얼굴:명증한본질필연의세계와불투명한개별착종의생활세계─119

II.하이데거:존재의불투명성─123
§1.존재의불투명성과이해─124
§2.현존재의존재인마음씀과존재의불투명성─129
§3.불안과무를통한존재의불투명성─134
§4.불투명한존재의근원적불투명성을견뎌내는방책,시작(詩作)─140

III.마르셀:내몸에서열리는신비존재의불투명성─145
§1.불투명성의형이상학─146
§2.신비의불투명성─163

IV.사르트르:주체의투명성과존재의불투명성─167
§1.존재의근원적우연성과불투명성─169
§2.의식의대자존재성과절대적투명성─175
§3.존재의불투명성과의식의투명성사이의완전한균열─179
§4.즉자의끈적끈적함,충동─183

V.메를로-퐁티:몸과살의불투명성─187
§1.존재본질적차이에의한몸의불투명성─188
§2.몸의불투명성을드러내는개념들─191
§3.살의불투명성에의한존재론적인전복─199

VI.레비나스:타자와의관계의불투명성─209
§1.존재의익명성─211
§2.존재로부터의존재자의발생-히포스타시스(hypostasis)─221
§3.빛과이성에대한비판─226
§4.고통과죽음의타자성─228
§5.타자와타인─231
§6.에로스적공동체─236
§7.마무리─238

VII.리쾨르:텍스트세계의불투명성─241
§1.텍스트를통한주체의매개적인자기이해─244
§2.텍스트에서의거리두기─249
§3.텍스트에앞에서의자기이해의전유─253
§4.리쾨르의신적불투명성─257

VIII.데리다:현전과부재너머의불투명성─261
§1.후설의의미현전에대한비판─263
1)현전문제의시발─263
2)후설의의미론─266
3)후설의기호론─268
§2.후설의음성중심주의에대한데리다의비판─272
§3.데리다의근원문자의비현전─275
§4.데리다,부재의불투명성─278

3부불투명성,심연그리고충동

§1.탈-도구의환원,절대적잉여인감각사물─285
§2.감각사물과뇌─289

참고문헌─293

출판사 서평

“중심에있는것은어둠이다”
심연을품은존재인인간,
그불투명성과함께살아가기위하여

현실을채우고있는불투명한존재,
‘감각사물’

『불투명성의현상학』은후설부터하이데거,마르셀,사르트르,메를로-퐁티,레비나스,리쾨르,데리다까지8명의유력한현상학자들의사유를‘존재의불투명성과심연’이라는화두로엮어독자적논의를전개한다.

현상학이란무엇인가?저자에따르면현상학은불투명한존재를적발하고그것이왜불투명할수밖에없는가를밝히는철학적사유이다.그렇다면불투명성이란무엇인가?불투명성은이성으로대표되는투명함,명증함과대조된다.그것은존재에대한‘인식’의근원적인불가능성과‘존재’의무한깊이의심연두가지를오가며작동한다.결국우리의인식은존재의근원적인불투명성을다만명시적으로확인할뿐이며,이때‘존재의불투명성에대한명증한인식’이라는역설이발생한다는것이다.이불투명한사태를확인하는계기가곧사물과감각의굳건한결합,‘감각사물’을통해서다.감각사물은주체와동떨어져존재하는순수객관적인사물도,주체의감각적관념의결과물만도아닌존재이다.

삶이란근본적으로불투명하다는것,
그것이진실중의진실이다

서양철학의근간이되는이성의논리는,존재하는사태는근본적으로명증하다고전제해왔다.만약어떤사태가명증하지않다면사태의탓이아니라그것을인식하는인간의능력이부족한탓이라는것이다.그결과사태를명증하게인식하는인간의능력을역설적이게도인간의너머에서찾는‘절대이성’을내세우게되었다.그러나과연존재와인식이그토록명증할수밖에없는것일까?그러한명증성을벗어난불투명하고어두운영역이란정말실제로존재하지않는것일까?

『불투명성의현상학』은저명한현상학자들의사유로부터불투명한심연의존재가드러나는대목들을뽑아논의를전개해나감으로써,각사상가들이사물의존재앞에서자신의이성적사유를어떻게포기할수밖에없었는지를드러낸다.그리고우리는그핵심원인이사물과감각의굳건한결합임을알게된다.저자는칸트가말한‘사물자체’에서존재의불투명성에대한실마리를찾았고,그로부터‘감각자체’에서존재의불투명성을정립할수있었다.현실을채우고있는불투명한존재를‘감각사물’로본것이다.그리고이감각사물은대표적인불투명성의현상학자라고일컬을수있는메를로-퐁티의살존재론에서특별히부각된다.메를로-퐁티는데카르트가추구했던명증성내지는투명성에대립하면서오히려몸의불투명성을근본으로내세우고자했다.결국불투명성은이성,반성하는의식에대한불투명성이다.그리고존재가불투명하다는것은우리의삶과세계자체역시근원적으로불투명함을함축한다.

나와세계의불투명성을투명하게드러내기

그렇다면근원적으로불투명한우리인간의삶은근원적으로불행한것일까?이책에서저자는불투명성을긍정또는부정하는것이아니라다만인식하고자한다.그리고더나아가삶의근원적불투명성이오히려인간과세계의원동력이될수있다고말한다.

이제까지살펴온존재의불투명성에견주어보면,언어는근원적으로불투명함을바탕으로해서발설되는것이다.그러니까,이성내지는지성으로써고정할수있는낱말이나문장의의미를활용해서는결코시를쓸수도,읽을수도없다.하이데거의이러한시작으로서의언어관에서우리는존재의불투명함이란기실그자체그저무의미함을의미한다거나도무지넘어설수없는단단한벽을의미하는것이아님을알게된다.(중략)요컨대근원적으로불투명한삶을견뎌내는것은우리가겪는인고가아니라,알고보면우리가존재자전체를포섭하면서그전체의밑바탕에서움터나오는시적인의미를끌어들여보호함으로써나의존재를저불투명한심연을품은존재에게로넘겨주고아울러저존재를나의존재로넘겨받는상호교환적인거대한작업이다.(143쪽)

존재의정체를파헤치고자하는것은인식의욕망을가진인간의숙명이다.그러나존재는파고들어가면갈수록무한한깊이의어둠으로우리를인도하고만다.소크라테스는“놀라워하는것,이것이야말로철학자의상태”라고말했다.존재론적우연앞에놀라움혹은물음을가져본적이있는사람이라면누구나존재의불투명성을탐구하기를권한다.우리의존재와삶은근원적으로감각사물이가져다주는강렬한힘에휩쓸리고있음을이해한다면,이러한불투명성을극복하기보다는어떻게함께살아갈것인가를고민할수있게된다.그리하여이책은‘나와세계는어떻게존재하는가’라는막막한여정을시작하기위한든든한나침반과도같다.

책속에서

말하자면,일체의존재를통일하고자하는이성의욕망은존재적인강압에따른것이아니기에존재론적으로성취될수없다.이에이성으로서는존재자체가자신이도무지감당할수없는무작정한우연성즉절대적우연성을지녔음을‘절대적으로’인정하지않을수없게되고,존재의그절대적우연성앞에서‘아연실색무릎을꿇고서’자신의무능력을고백할수밖에없다.그저존재의근원적인모호함을불투명하게표상할뿐이다.

그리하여인간의의식에서발휘되는인식을위한최고능력인이성은자신의욕망을충족하기위해온힘을다해어마어마한전투를치렀지만,결국에는이른바‘존재의심연’을망연하게바라볼수밖에없고,그존재의심연을‘불투명하게’바라볼수밖에없는일종의‘전쟁고아’와같은신세를면할수없다.그러나이성은일체의존재를통일하고자하는욕망을저버릴수없고,존재의심연을향해곤두박질을쳐서라도그실현불가능한자신의욕망을실현하고자몸부림치게된다.이에이성의욕망은존재의심연을향한충동으로급변한다.
---p.41

마르셀은체화된나자신이지닌불투명성을외부세계의불투명성에대한바탕으로보면서,제아무리세계자체의저내밀한곳으로파고들어가더라도결국불투명성을마주하게될것인데,그심연에서의불투명성마저체화된나자신에서성립하는내존재가갖는불투명성과떼려야뗄수없는관계를맺고있다는것이다.이는후설이의식작용인노에시스와의식대상인노에마가떼려야뗄수없는필연적인지향적관계를맺고있다고말한것과비교해볼때,그출발과내용은다를지라도그구조는똑같다.후설이명증성을중심으로지향성을제시했다면,마르셀은불투명성을중심으로지향관계를제시했다고할것이다.마르셀이제시한이러한불투명성의지향관계는가장명료하다고여기는관념들에까지관철된다.
---p.159

메를로-퐁티가제시하는유기체의행동에관한이러한해석에서핵심은순수한외부의환경과순수한유기체내부의질서가결단코정확하게구분될수없고,서로얽혀있다는것이다.이러한생각은『지각의현상학』에와서‘세계에의-존재’(l’etre-au-monde)라는개념으로발전한다.이는몸이세계속에있으면서세계를향해나아가세계에적응함으로써세계와일치를이루고자하는본질적인성향을지녔음을말하고,아울러체화된의식역시몸처럼그러한성향을지니고심지어반성하는의식이나정신역시본질에서는몸처럼그러한성향을지닌다는점을나타내는개념이다.
---p.193

레비나스는유아론적인자기의물질성인고독에빠진주체에게는시간도역사도없다고말한다.그런데이제‘죽음=타자=미래=신비’를통해진정한시간이열리고인간관계가열리고역사가열린다고말하고있다.그러니까레비나스는우리의삶에서사회와역사가작동하는것은존재론적으로이미이러한죽음의사건이늘도래하고있음으로써작동한다고말하는셈이다.우리나름으로,죽음의사건이도래하고절대적인낯섦과타자성의신비가엄습해오는것을불투명성의사건으로읽게되면,레비나스가보는사회와역사를지평으로하는일상은곧불투명성을바탕으로한것이며,그러한불투명성을통해오히려고독과죽음을극복할수있는길이열리는셈이다.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