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다시 사회구성체론으로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다시 사회구성체론으로

$18.19
Description
단행본(book)의 깊이와 잡지(magazine)의 넓이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매체인 부커진bookagine 2호.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를 '사회구성체론'의 입장에서 다룬다. 자본주의와 축적체제, 계급적 문제와 대중운동의 문제를 실천적 관심 속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하려는 점에서 '사회구성체론'의 입장을 가진다.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주의의 증권화 양상에 대한 분석, 불안의 정치체제, 비정규직과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을 다룬 특집글들과 2008년 촛불시위의 전개과정에 대한 고병권의 탁월한 분석 및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인터뷰는 지금의 한국사회가 어느 지점에 서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작동해 갈지를 보여 준다. -출판사서평-
저자

이진경

이진경
20년 전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란 책으로 ‘데뷔’했고, 그 뒤 직업적 혁명가를 꿈꾸며 활동하다가, 감옥 안에서 사회주의 붕괴를 겪었다. 그 뒤 사회주의 사회 역시 근대 사회였다는 생각에서 근대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하고 책을 썼다. 지금은 자본주의와 근대를 넘어선 관계로서 코뮨주의를 화두로 공부하고 있으며,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하는 한편, 서울산업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PHOTO ESSAY
2008년 촛불시위와 대중의 흐름(오하나)

EDITORIAL
편집자 서문

ISSUE
01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과잉-제국주의(이진경)
02 유연성의 축적체제와 시뮬라크르 자본주의 (이진경)
03 불안시대의 삶과 정치(고병권)
04 신자유주의와 욕망의 안보체제(박정수)
05 유연화체제의 프롤레타리아트, 비정규직(조원광)
06 흐름의 공간과 분자적 미디어(최진호)

INTER-VIEW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 생존의 연대 :
김경욱(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 고병권(연구공간 수유 + 너머 추장)

ESSAY
혁명 앞에서의 머뭇거림 : 2008 촛불시위의 발발과 전개(고병권)

출판사 서평

전지구적 금융위기 시대를 분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부커진 R 2호,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를 분석하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는 금융위기와 경자유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농지만 소유한 고위 공무원들의 쌀 직불금 신청 사태와 정규직에 비해 60.5%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 900만 명에 달하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보며 우리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어찌 보면 지난 대선은 지난 10년간 아무것도 잃어버린 것이 없는 자들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자들을 ‘상실의 동료’로서 호명한 독특한 사건이었다.--고병권, 122쪽)
이 잃어버린 10년을 분석한다는 것, 즉 1998년의 외환위기 후 10년을 분석한다는 것은 오늘의 한국사회를 분석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대중이 움직여야 할 방향을 미리 보는 일이 될 것이다.
2007년 한국사회에서 추방된 자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처음 선보였던 『부커진 R』이 이번 2호에서 다루는 것은 바로, 지난 10년이자 미래의 10년이 될 오늘의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이다. 『R』 2호는 이것을 낱낱의 분과 별로 쪼개진 분석이나 진단에서 벗어나 사회를 전체 변화의 양상 속에서 읽어 내는 ‘사회구성체론’이라는 사회과학 방법론의 문제의식 아래 분석해 낸다.(지금 사회구성체론이 방법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질적인 것이 뒤섞여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의 경향성을 읽고 새로이 미래의 시제를 획득한 것을 찾아내며, 그러한 변화 안에서 현재 존재하는 요소들의 역사적 위상을 구별하기 위해서다.--이진경, 35쪽)

변화의 시기를 분석해낼 하나의 방법론, 사회구성체론

지금 새삼스레 ‘사회구성체론’이라는 오래된 명칭을 상기시키면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성격’에 대해 다시 묻는 것은 …… 지난 10여 년, 아니 20여 년 동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묻는 것이며, 그로 인해 우리 자신의 삶이, 그리고 그 삶을 직조하고 추동하는 우리 자신의 욕망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20년 전 우리가 갖고 있던 이론적 틀에 지금의 사회를 다시 집어넣는 식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터이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묻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 대면하고 있는 세계를 통해 우리가 보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이진경, 76쪽

혹자는 낡았다고 느끼고, 혹자는 생소하게 느낄 ‘사회구성체’라는 방법론으로 한국사회를 살펴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사회구성체(social formation)란 사회가 동적인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형태로 구성되어 간다는 뜻으로, 사회를 하나의 형성물, 구성물로 보는 입장을 말한다. 한 사회에서 진행되는 변화의 경향성을 포착하고, 그 경향성 속에서 상이한 영역(경제, 정치, 법, 문화 등)과 이질적 요소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사회 분석의 방법론이자,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사회구성체론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기존의 계급론이나 진보/보수의 패러다임으로는 현재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보를 자처했던 노무현 정권이 왜 한미FTA안을 밀어붙이며 보수세력의 찬사를 받게 되었을까? 지난 10월 17일 현대자동자 노조가 비정규직 가입을 다시 한번 부결한 데서도 드러나듯 ‘노동자’계급의 권익을 대표한다는 노동조합이 왜 같은 노동자인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계속 배제시키는 걸까? 전체 노동자의 50퍼센트가 넘는 비정규직이 왜 항상 예외적인 상태, 비정상의 상태로 이야기되는 걸까? 쇠고기 문제로 촉발되어 100일 넘게 지속되었던 촛불시위는 중산층 주도의 소비자운동이었던 걸까? 또 유모차 부대나 중고생 참여는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이렇게 기존의 계급이론이나 자본주의 분석으로는 담기 힘든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오늘의 사회관계 및 문제는 현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 다시 사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사유가 그저 현상의 분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맥락 속에서의 분석이 되기 위해서는 전체 사회를 하나의 형성 과정으로 파악하고 실천적으로 분석하려 했던 ‘사회구성체론’의 문제의식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거기에다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에만 머무를 수 없었던 것은 이미 우리가, 브라운 영국 총리의 말마따나 “세계적인 자본 이동과 국제적 경쟁을 수반하는 세계 경제”의 시대, 즉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흐름의 형태로 국경을 넘나들며 전세계인들을 상대로 유연성의 축적체제를 구축한 오늘의 자본주의는, 기존의 제국주의론으로도, 또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제국’ 개념으로도 해명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따라서 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축적체제를 새롭게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문제의식하에서 『부커진 R』 2호는 앞으로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자본 축적의 변화 양상을 분석함과 동시에 흔히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다시 보수정권으로 넘어간 정권의 변화를 하나로 묶어 주는 공통의 지반을 찾아내 분석하고, 이 방향성 속에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어떤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말하고자 했다.

신자유주의가 탄생시킨 시뮬라크르 자본주의

10월 16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환율은 11년 만에 최대로 폭등했다. 세계 각국의 공격적 조치 덕분에 주가 급등, 환율 하락의 희소식을 들은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때맞춰 유럽연합의 순회의장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EU정상회담을 마치면서 “우리는 21세기의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재구축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기존의 브레턴우즈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금융체제를 미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유연성의 축적체제와 시뮬라크르 자본주의」(이진경)와 「신자유주의와 욕망의 안보체제」(박정수)는, 이러한 오늘의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단순히 미국의 부동산 버블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자본이 경제의 증권화 양상을 취하면서 필연적으로 노정할 수밖에 없었던 길이었음을 분석하고, 자본의 금융화가 대중의 욕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보여 준다.
박정수는 증권을 뜻하는 ‘security’의 사전적 의미가 ‘안보’라는 데 착안하여 증권이 무엇의 안전을 보장하는지를 묻는다. 물론 답은 자본 축적의 안보와 안전이다. 자본이 산업적 축적에 내재하는 리스크(노동자 저항과 이윤율의 저하)를 헤지(hedge)하기 위한 전략으로 증권화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본은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노동자와 관계를 맺지 않고 노동력만을 사용하여 노동자 저항이라는 리스크를 피하고, 노동자의 소득 일부는 증권과 펀드 회사의 투자자금으로 유인하여 증권의 운명에 몸을 맡기게 만들었다(오늘날 노동자 대중은 산업자본가의 임금 노예로서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의 투기노동자로서 증권의 운명에 내기를 거는 자본의 이중적 노예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박정수, 143쪽).
한편, 이진경은 「유연성의 축적체제와 시뮬라크르 자본주의」에서 지금의 경제를 ‘흐름의 경제’(노동자 없는 노동으로 고용 없는 생산이 가능하고, 생산 자체가 탈국가적으로 이루어지며, 특정한 공간 밖에서 흘러가는 활동능력의 포획이 중요해지는)로 개념화하고, 가속화된 생산과 소비의 흐름이 가져오는 예측불가능성의 확장을 막기 위해 자본이 유연성의 축적체제를 만들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본의 이동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함을 보여 준다.
이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은 물질적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자체로부터 이탈하려는 경향을 갖는데, 이 경향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금융화 조치(공채 시장의 자유화, 각종 규제의 철폐 및 완화, 금융상품에 주어진 규제의 철폐)와 맞물리면서 투기적 자본으로의 전화가 쉬워진다. 본격적으로 자본의 증권화가 진행될 조건들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 금융 상품을 통한 이윤 획득이 자본의 일반적인 욕망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제조업처럼 실물적인 자본조차 자신의 증권적 가치를 위해 투자형태를 바꾸게 된다. 주가가 그 기업의 실질가치로 평가되는 양상이 진행되는 것이다(시장에서 주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한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거기에 파생상품의 끊임없는 증식은 실제 가치에서, 즉 실제 경제에서 분리되어 증폭된 자기만의 세계를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증권화된 자본이 실물적인 자본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증식하는 시뮬라크르가 되어 실제 자본 이상으로 양도되고 거래되는 자본주의를 이진경은 ‘시뮬라크르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갖가지 파생상품과, 실제 가치와 분리되어 증권화된 가치가 역으로 실제 자본을 움직이고 바꾸어 놓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에서는 시뮬라크르만의 해방된 세계는 불가능한데, 바로 ‘지불’이라는 최종심급이 있기 때문이다. 지불할 수 없는 순간, 그 시뮬라크르들은 무효화되어 버린다. 대우의 사례를 보라.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의 증권가치를 엄청나게 키워서 한때 국내 5대기업의 하나로 꼽혔지만, 지불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 그 가치는 무효화되어 버렸다.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의 베어링 은행이 한 딜러의 선물옵션 상품으로 4천억 원의 손실을 내며 파산한 예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금융위기 상황도 마찬가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그린스펀마저 ‘이상과열’이라고 부를 정도로 거대하게 증식되었던 시뮬라크르들(단적인 예로 서브프라임모기지에서 파생된 엄청난 수의 금융상품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연쇄적인 붕괴를 맞이하고 있다. 그 동안 일반 서민들마저 증권의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거대한 부가 하루아침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치명적 손해를 입는 것은 자본가가 아니라 유인된 노동자와 일반 서민들이다. 게다가 정부가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기업가들을 위해 쏟아 붓고 있는 돈의 출처는 세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