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민족

젠더와 민족

$18.00
Description
민족·국가 담론을 넘어 타자를 사유하는 페미니즘 정치학!
정체성의 정치에서 횡단의 정치로『젠더와 민족』. 이스트런던 대학교 이민·난민·소속 연구소 소장이자 국제사면위원회, 유엔개발계획, 유엔여성폭력보고위원회와 같은 여러 국제기구에서 자문위원 및 전문가로 활동 중인 니라 유발-데이비스가 ‘젠더’와 ‘민족’, ‘국가’의 문제가 어떻게 교차하며, 어떻게 각각의 위계를 강화시키는지 밝혀냈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 간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근대 ‘민족/국가’의 담론에서 배제되고 통제되었던 이들 간의 ‘차이’를 분석하고, 다양한 정체성들을 가로질러 연대하는 ‘횡단의 정치’를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또한 오늘날 인종, 계급, 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분할이 서로를 강화시키며 여성들 간의 위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페미니즘 정치학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다양한 소수자 정치학에도 많은 참조점을 제시하였다.
저자

니라유발-데이비스

저자:니라유발-데이비스(Yuval-Davis,Nira)
이스트런던대학교이민·난민·소속연구소(TheResearchCentreonMigration,RefugeesandBelonging)소장니라유발-데이비스는,이스라엘반체제학자로런던소재국제연구단체인‘분쟁지역여성들의네트워크’(WomeninConflictZonesNetwork)와‘근본주의에반대하는여성들’의창립멤버이기도하다.또한국제사면위원회,유엔개발계획,유엔여성폭력보고위원회와같은여러국제기구에서자문위원및전문가로활동하고있다.
함께지은책으로는『여성-민족-국가』(Woman-Nation-State,1989),『인종차별화경계선』(RacializedBoundaries,1992),『정착하지않는정착민사회』(UnsettlingSettlerSocieties:ArticulationsofGender,Race,EthnicityandClass,1995),『여성,시민권,차이』(Women,Citizenship&Difference,1999),『근본주의의경고신호』(WarningSignsofFundamentalisms,2004),『소속의상황정치』(TheSituatedPoliticsofBelonging,2006)등이있고,최근『소속정치:구역간논쟁』(ThePoliticsofBelonging:IntersectionalContestations,2011)이출간되었다.그녀의저서들은유럽과이스라엘,그밖의정착민사회에서의민족주의,인종차별주의,근본주의,시민권,정체성,소속,젠더관계와관련한이론및경험을광범위하게다루고있다.
  

역자:박혜란
1963년서울에서태어났다.연세대와서울대(대학원)에서영문학을전공했다.박사과정을수료했으며,동국대와건국대에서강의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흑설공주이야기』,『황금요정이야기』,『플롯찾아읽기』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여성주의는왜다시‘민족’을사유해야하는가?
경계를가로지르는‘횡단의정치’를말한다!!


민족이냐,여성이냐.이는20년동안일본군위안부할머님들과함께싸워온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줄곧맞닥뜨려왔던문제다.한편에선여성의문제라기보다는우리민족의문제라고언성을높였고,또다른한편에선민족주의적사고에서벗어나더폭넓은여성들간의연대를만들어야한다고했다.어느한쪽의손을들어줄수도없는상황속에서,‘젠더’와‘민족’이란키워드는많은이들에게풀리지않는숙제처럼자리잡아갔다.얼마전광복회와순국선열유족회등의조직이‘독립운동을폄하시키고,순국선열의명예를훼손한다’는이유를들어서대문독립공원내‘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건립을반대했었다는사실이알려지면서,이불편한문제는또다시우리앞에출현했다.이사건은여성이민족으로서존재하되,민족의주변부에놓일수밖에없는상황을우리에게단적으로보여주었다.
그렇다면민족이라는정체성에서벗어나모든여성은연대할수있는가.한국재벌가문에서태어나대기업임원직을맡고있는여성A,필리핀에서태어났지만현재미국에서가사도우미로일하며수입의상당부분을필리핀가족들에게보내고있는여성B,이슬람의유복한가정에서태어났지만평생을엄혹한근본주의와가부장제의그늘아래살고있는여성C,평화운동가인여성D와군고위급장교인여성E.그리고그밖의다른여성들…….이들은공통의지점을통해연대할수있는,‘같은’여성이라할수있을까?
이책『젠더와민족』(GenderandNation)은‘젠더’와‘민족’의문제가교차되면서각각의위계관계를강화시키는방식에주목한다.그리고동시에인종·계급·직업등다양한사회적분할이서로를강화시키며여성들간의위계를구성하는방식에도주목하고있다.이책은여전히많은여성들이개별민족의담론안에서억압과통제를견뎌야하는상황과,민족이라는정체성에서벗어난다하더라도수많은분할들에따라차별적인위치를점하게되는상황을나란히보여주면서,여성들간의연대가어떻게가능할것인가라는질문을우리에게던진다.니라유발-데이비스(NiraYuval-Davis)는바로이러한문제의식하에다양한정체성들을가로질러여성들이연대할수있는방법을모색하고있으며,그방안으로서‘횡단의정치’(transversalpolitics)를주창한다.『젠더와민족』은‘횡단의정치’라는개념을가장명쾌하게설명하고있는,저자의대표저서이다.
‘횡단의정치’는특정성,인종,민족등의정체성을앞세워배타적인권익을주장하는‘정체성의정치’와대조되는개념으로,정체성의차이를토대로하면서도동시에타자를배제하거나위계를구성하지않는방식으로인간의권리를주장하는것을목표로한다.그렇기에이책은페미니즘정치학에머무르지않고,오늘날다양한소수자정치학에많은참조점을제공하고있다.뿐만아니라우리가추상적이고무비판적인연대의함정이나연대의불가능을점치는회의주의의함정에빠지지않도록,더나아가자신의정체성을유지하면서도각각의정체성이교차하는접합지점에서서로연대하고소통할수있도록좋은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

민족안에서여성은어떤존재인가?

여성으로서나는조국이없다.여성의조국은세계다.―버지니아울프

다양한사회에서정치가들은여성에게‘민족/국민의재생산자’로서의역할을부여해왔다.민족과국가를존속시키고이경계를공고히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일정수이상의구성원이필요했기때문이다.물론이러한‘재생산’에인구재생산만이포함된것은아니었다.민족의정체성을다른집단과구별시켜줄전통문화를후대에전수해줄사람도필요했다.여기서도여성은민족문화를재생산하고재현하는몸으로여겨졌다.

▶국민의재생산자로서의여성
상당수의민족집단체,그리고민족국가들은‘순수혈통’이라는신화에기반하여그경계를유지하고있는데,그신화를공고히하기위해서는인구의재생산이무엇보다중요했다.이책의2장은민족/국민의재생산자로서여성의섹슈얼리티가통제되고억압받는메커니즘에주목한다.재생산자로서의여성은민족집단체밖의다른종(種)과관계를맺어서는안되며,피임이나낙태와관련한일체의권리를보장받을수없게된다.이러한섹슈얼리티에대한억압은역사적으로특히소수인종,소수민족,제3세계여성들에게더많이가해지는경향이있었는데,이같은사례에는나치의우생학적인구정책뿐아니라,미국에서흑인공동체에게시행한피임(불임)장려정책도포함된다.한편민족/국가간전쟁중에‘인종청소’의일환으로집단강간이벌어지기도하는데,여기에는타민족의‘순수혈통’을오염시킨다는상징적인의미가담겨있었다.

▶민족문화의재현체로서의여성
민족집단체를외부집단으로부터구분시켜주는문화적경계를구축함에있어서,젠더상징은중요한역할을한다.한사회안에서남성성/여성성이라고구성되어온것들을공고히지키는것이바로전통이고민족고유의문화라고여겨졌기때문이다.이책의3장은상징적‘경계수비대’이며집단문화의재현체로서여성의역할에대해다룬다.지금도종종제3세계민족집단체안에서행해지는‘명예살인’과같은행위는여성을민족의전통과명예수호자로서바라보는데서기인한극단적인예라고할수있다.‘전통’에서벗어난행동은곧민족(가족/친족)의명예를더럽히는일로간주되었고,그로인한폭력들은집단체안에서손쉽게정당화되곤했다.

저자는이처럼생물학적으로,문화적으로민족의경계를재생산하는역할을맡은여성들이대체로남성에비해강압적인정책과폭력에취약한위치에놓일수밖에없음을강조하고있다.또한동일한민족의범주에서벗어난이들(예컨대혼종들),그리고집단외부의수많은타자들역시여성들과마찬가지로취약한위치에처해있음을밝힌다.

여성은완전한시민/국민일수있는가?

모든인간이자유롭게태어난다고했으면서도,모든여성이노예로태어나는이유는무엇인가?
―메리아스텔
오직소수의사람들만이,아마도세계의소수국가들에서,적극적시민권의지위를지니게된다.
―니라유발-데이비스

루소는일찍이인간은날때부터평등한권리를갖고태어나며,이권리를보장받기위해국가(사회)와계약을맺어야한다고말한바있다.하지만그가말한시민개념은애초부터‘남성’을상정하고있으며,여성,이방인등은여기에포함되지않았다.루소의이론외에도많은보편적시민권담론은이처럼주변의수많은‘타자’들을제대로고려하지않았다.그래서일까.다양한인종,민족,계급들이교차하고있는우리사회에서시민권은더더욱뜨거운주제가되어가고있다.
주지하다시피,같은물리적영토안에살고있다고해서모든이에게똑같이‘시민권’이주어지는것은아니다.현실에서시민권은성(性),인종,출신민족,재산의많고적음등다양한조건들에따라달리주어진다.하지만‘모두가평등한시민/국민’이라는보편적시민권담론의환상은이범주에서벗어난이들에게는기본적인권리조차주어지지않는현실을은폐한다.아직까지투표권을보장받지못한채불완전한시민권을구성하고있는제3세계여성들,형식적으로는완전한시민권을보장받고있지만병역등에있어서여전히수동적인시민권을구성하고있는제1세계여성들,시민권은커녕기본적인인권조차보장받지못하는한국의결혼이주민여성들,취약한이주노동환경에서일을하고있는소수인종과소수민족의구성원들…….보편적시민권담론의환상은이러한차이들이표면화되었을때,비로소해체될수있을것이다.
한편공공영역이점차축소되고시장의영역이확대됨에따라‘적극적인’시민권을보장받을수있는이들은더더욱극소수밖에남지않았다.이는공식적으로는시민의지위를가졌다하더라도사회적으로받는혜택은점차줄었다는이야기다(루스리스터의말마따나“가난하다는것은조건부시민권을참아내는것”이되어버렸다).이에따라사회의주변부는점차늘어나게되었으며,남성들보다는여성을비롯한다양한타자들의취약성이더욱심화되었다.저자는전지구적인추세이기도한이러한시민권양상의변화를세밀하게포착해내고있으며,지구적위기현실을타개하기위한방법론을모색한다.
‘여성은완전한시민/국민일수있는가?’라는물음은‘(거의)모든여성은완전한시민/국민일수없다’라는절망적인대답으로우리에게되돌아온다.국민의재생산자,민족문화의재현체로서여성은민족과국가담론의중심에늘서있었지만,아이러니하게도온전한시민/국민일수는없었던것이다.여성은적극적이고능동적인정치적주체일수없는것일까?관점을바꾸어민족과국가담론바깥에서사유를한다면여성들은오히려더많은타자와연대할수있는주체가될수있다.그에따라우리가품게될물음또한이렇게바뀔것이다.다양한상황들속에서완전한시민일수없는여성들,그리고주변부타자들간의연대는어떻게가능할것인가?

차이와경계를가로질러연대하라―‘횡단의정치’

저자는다양한상황속에처한타자들간의연대를위한방안으로‘횡단의정치’를제안한다.횡단의정치를위해서는우선민족,국가의담론안에서여성을비롯한다양한타자들이취약한위치에놓일수밖에없다는현실을직시해야한다.여기서는오히려차이를적극적으로드러내는것이중요하다.‘평등,동일함’이라는신화를걷어냈을때,민족담론하에서은폐되었던각기다른어려움들이드러나게되기때문이다.저자는여기서비로소‘차이와경계를가로지르는’연대의지점을찾아볼수있을것이라고말한다.
저자는제3세계여성들이놓인상황들을고려하지않은채‘계몽’의의지만을앞세웠던제1세계페미니스트들과제3세계페미니스트들간의갈등을기억하고이를경계한다.그리고제3세계안에서도소수의엘리트여성들이그집단의모든여성을대표(representation)하는것역시경계한다.하나의강력한목소리가다양한목소리들을억압하고은폐시킬수도있기때문이다.하나의목소리나이데올로기로환원될수없는다양성.이를위해저자가제안하는주된방법은다름아닌‘대화’이다.

횡단의대화는정착과이동의원칙에근거해야한다.즉,자신의경험을중심으로하면서대화상대자의다른입장에감정이입하고,이로써참여자들은헤게모니의좁은시야와는다른관점에도달할수있다.대화의경계는전달자가아닌전달내용에따라결정될것이다.대화의결과는여전히다른입장을지닌사람들과집단들을위한다른기획이될수도있다.(본문162쪽)

횡단의정치는고유한정체성자체를부정하라고하지는않는다.다만그정체성을중심으로사고하고연대하는것을지양하자고말한다.이미‘닫힌(달리말하면완성된)’정체성의범주안에서사고하는것은또다른타자들을배제시킬뿐이기때문이다.니라유발-데이비스는이들이공유하는지식,대화,공동체모두‘미완’일수밖에없음을강조한다.이는달리말하면이정치기획이언제든수정될수있으며,누구든참여할수있다는말일것이다.이책의저자를포함한횡단의정치가들에게‘마지막목표’란없다.횡단의정치는늘길위에서진행중이어야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