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몇년사이,‘백화점갑질’이라는제목의영상과증언들이SNS를타고전해졌다.이영상들에는자신의요구를들어주지않는다며백화점노동자의뺨을때리고,물건을집어던지고,무릎꿇고사과하기를강요하는이른바‘진상’고객들의모습이담겨있었다.그런가하면,극심한감정노동과매출압박으로노동자들이자살을택한사건이발생하기도했다.겉보기에번듯하고화려한공간인백화점은어느샌가모욕과죽음의공간으로변해가고있다.
이책은휘황찬란한백화점공간이면에서고강도의노동으로고통받고있는사람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물건에대한이야기는넘쳐나지만사람에대한이야기는귀한시대”에,이책은우리에게친절하게물건을건네주는사람,바로그사람에대한이야기를전한다.그리하여언제나‘상품’을향해있던우리의시선이‘사람’에게로향할수있게한다.
열두명의백화점노동자가들려주는생생한이야기는,우리가“물건을사이에두고”비인간적인고객과무력한노동자가되도록조장하고있는백화점과사회의이면을낱낱이일러준다.“지갑을가진존재로만규정되는”고객과,매출을위해“모든것을받아줘야하는존재”인노동자들은사회가규정해놓은각본을깨고서로만나야만한다.이책은우리가서로에게공감하며,‘연결’될수있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
출판사서평
온갖상품들이시선을사로잡는그곳,
소비의즐거움과노동의피로가함께하는그곳,
우리는오늘,백화점에‘사람’을만나러간다
“백화점노동자의숨은얼굴을보지못한다면,
우리는긴쇼핑의시간동안결국한사람도만나지못한것이다.”
“우리의시선을저높은곳에서거두고맞은편에둔다면,
무한한것처럼보이는물건에서유한한사람의노동으로눈길을옮긴다면
나와아주닮은,외로운얼굴을마주하게될것이다.”
―「본문」중에서
최근몇년사이,‘백화점갑질’이라는제목의영상과증언들이SNS를타고전해졌다.이영상들에는자신의요구를들어주지않는다며백화점노동자의뺨을때리고,물건을집어던지고,무릎꿇고사과하기를강요하는이른바‘진상’고객들의모습이담겨있었다.이고객들은구매한지몇개월,심지어는몇년이지난상품을가져와환불·반품해달라고하는등상식적으로는이해할수없는요구를하며폭언을퍼부었지만,이러한비합리적이고비상식적인요구를어느누구도제지하지않았다.그저가장힘없는매장의노동자들만이그앞에무릎을꿇고,‘죄송합니다’라는말을연신반복해야했다.한편,이러한감정노동과날이갈수록더해가는매출압박은백화점노동자들을‘자살’이라는극단적인선택으로몰고가기도했다.겉보기에번듯하고화려한공간,그리고최상의서비스를자랑하는백화점은어째서이러한모욕과죽음의공간이되어가고있는것인가?
“백화점에는사람이있다”라는말은얼핏당연한진술문처럼보이기도한다.백화점은많게는하루몇만명되는고객들이드나드는,그야말로‘사람들로넘쳐나는’공간이기때문이다.그러나이곳을찾는고객들의시선은언제나‘상품’을향한것이었지,그안에서일하는‘사람’에게로향하는것이아니었다.이책『백화점에는사람이있다』는휘황찬란한공간이면에서고강도의노동으로고통받고있는사람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물건에대한이야기는넘쳐나지만사람에대한이야기는귀한시대”에,이책은우리에게친절하게물건을건네주는사람,바로그사람에대한이야기를전한다.
차별받고있는여성들과함께오랜시간운동해온한국여성민우회,백화점노동환경을변화시키기위해자발적으로모인시민들,이야기를통해여성들을만나고연결해온안미선작가,그리고용기내어자신의목소리를들려준열두명의백화점노동자들이이책의공동작업자이다.공동의노력으로세상에나오게된이이야기들은,우리가“물건을사이에두고”비인간적인고객과무력한노동자가되도록조장하고있는백화점과사회의이면을낱낱이일러준다.“지갑을가진존재로만규정되는”고객과,매출을위해“모든것을받아줘야하는존재”인노동자들은사회가규정해놓은각본을깨고서로만나야만한다.이책은우리가서로에게공감하며,‘연결’될수있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
‘과로사회’,그리고쉴새없이돌아가는백화점
“1월,5월,9월행사집중기간에는집에서서너시간만겨우자고출근해야해요.”(최지은,백화점화장품매장)
“종일무조건정자세로말없이기다리고서있으라는거예요.그게너무힘든거예요.그래서한번은억울해서울었어요.”(박정아,백화점잡화매장)
사회전반적으로노동시간이길어지면서,늦은시각까지영업하는곳들이늘어가고있다.식당,편의점,마트등여기저기그야말로‘불야성’이다.백화점도예외는아니다.사람들은노동에지친몸과마음을달래기위해,누군가에게는또다른‘노동의공간’인곳들로찾아들어간다.여가를즐길시간이부족한현대인들은‘소비’를통해여가의욕구를충족시키고,고된노동의스트레스를푼다.
하지만이러한고객들을맞이하기위해,백화점의노동자들은하루12시간,혹은그보다더긴시간을백화점에머물러야만한다.백화점의불이꺼져도,그날그날의매출정보를입력하고마감하는노동자들의손은늦게까지분주하다.길어진노동시간만큼대가는주어지지않고,고객을만족시킨다는명목하에강도높은감정노동을수행해야한다.백화점에서말하는‘고객만족’이란,‘고객을충분히만족시켜지갑을더많이열게하는것’이다.
대다수백화점노동자들의휴무는일정치않고,백화점의정기휴무는월1회에불과하다.‘여가와저녁이있는삶’은포기한지오래이며,주로여성인노동자들은일과가사노동이라는이중의부담속에서,“서너시간만겨우자고”일터로나서는일상을보내기도한다.그야말로금전적,시간적,삶의질적인면에서모두빈곤한상황에놓이게된다.
고객의말과매출이곧‘법도’인곳
▶서비스에대한강조와집착
“고객들은직원들에게무리한요구를해도다수용되는경험들을통해‘그렇게해도된다’는암묵적인메시지를받게되었다.”(본문136쪽)
백화점은대중광고와홍보물을통해‘쾌적한쇼핑공간과최고의서비스’를자랑한다.하지만이러한백화점의이미지는노동자들의“피눈물을모아”쌓이는것이다.고객을만족시키고,매출을증진시키기위한서비스교육은거의매일같이반복된다.다양한상황에대처할수있는능력을고양시키도록롤플레이(roleplay)식의교육을진행하기도하고,‘가짜고객’이불시에방문하기도한다.이러한평가는노동자들이업무를잘수행하고있는지여부를확인하는차원을넘어,직원들의인사고과에영향을미치고,해고로이어지기도한다.
백화점이이렇게‘서비스’를강조하는것은,인터넷쇼핑등의활성화로인한매출의하락을극복하기위해서이다.실제서비스교육현장에서,“승부할건서비스밖에없다”는말이오가기도한다.백화점은매출의책임을노동자개개인에게지우고,수시로점검하며,재촉한다.모든매뉴얼은‘판매’증진을위한것으로,비합리적이고무리한요구를해오는고객들을적절히응대할만한내용의매뉴얼은없다.
“고객한테세가지용어를하면안돼요.‘안돼요’,‘몰라요’,‘없어요’.”(주은아,백화점의류매장)
매뉴얼에따르면,백화점판매직노동자들은고객에게‘안된다’는말조차제대로할수없다.고객의모든요구를들어주고,만족시키라는백화점의지시는‘진상고객’들의횡포를일상적으로감내하게끔만든다.백화점노동자들이받는감정적상처는전혀고려되지않는다.
▶노동자들의돈으로만들어내는‘가(假)매출
월초에백화점은각매장의목표매출액을정해준다.기준은언제나‘지난해의매출보다높게’이다.전년도의성과가,올해에는노동자자신의발목을붙잡는격이다.이러한과정을통해매출은늘갱신되며,백화점본사는‘무한이윤’의꿈을향해나아간다.
높은목표치를달성하기위해,때로는노동자들의카드를이용해‘가매출’을만들어내기도한다.마치판매가이루어진것처럼카드를긁고,목표한매출액이채워지면해당달이나다음달에이를취소하는것이다.이는겉보기에노동자들의자발적인행위인것처럼보이지만,실제로는백화점관리자들에의해공공연하게종용되고있는관행이다.한달에150만원전후의월급을받으며일하는노동자들에게가매출을올리기위한명목의카드값은때때로감당할수없을만큼의빚이되기도한다.일상적으로반복되는가매출관행은,생계를위해일터에나선노동자들을도리어궁지에몰아넣고있다.
고객과상품을위한공간은있어도,일하는사람을위한공간은없는곳
“소파가찢어지든지발이하나가휘든지신경도안써요.”(정혜란,백화점화장품매장)
백화점의노동환경을살펴보기위해백화점을찾았던시민액션단(‘우다다액션단’)은노동자들의휴게실을보고큰충격을받았다.세련되고고급스러운다른공간들에비해,너무나허름하고열악했기때문이다.10시간넘게서서일하는노동자들에게마련된휴게시설은딱딱한나무의자이거나,찢어진소파이거나,그마저도없을때찾게되는비상통로의‘계단’이었다.노동자들은창고나다름없는휴게실과비상통로의계단에서겨우한숨돌리고나와다시일해야했다.한노동자는“백화점에서2년이상일하면하지정맥류는당연히걸리는것”이라고말했다.
이렇게고객전용공간과대조적인공간은휴게실만이아니다.직원용화장실,이동수단역시열악하기는마찬가지다.매장을쉽게비울수없는상황인데다가,‘직원은고객용시설을이용할수없다’는백화점의방침때문에,노동자들은먼길을돌아직원용화장실을가야만한다.옮겨야하는물건의양은많은데,직원용이동수단은턱없이부족하기에,높은굽의구두를신고도계단을이용해짐을옮기는경우가허다하다.인터뷰에참여했던백화점노동자들은건강악화를호소했다.
“‘금싸라기땅’에위치해있는백화점에서노동자들이마음편히다리를뻗을수있는휴식의시간과공간을가진다는것이,백화점으로서는아깝고쓸모없는일로여겨지는것만같다.”(본문200쪽)
“문하나를넘었을뿐인데,여긴이렇게마구잡이창고처럼허름하고버려진모습이고이문하나만넘어가면,이물건들이저렇게화려하게쇼윈도에진열이되어사람의임금보다몇배,몇십배나비싸게팔려나간다.”(홍연지,우다다액션단)
‘여성’,‘비정규직’이라는자리
대부분의백화점판매직노동자들은여성들이다.이는여성이서비스업무를수행하는데적합하다는성별고정관념,성별분업에따른결과였다.백화점노동자들이겪고있는많은고충들은한국사회내에서‘여성’이기때문에겪어야하는차별과맞닿아있다.이를테면,이들은일상적인‘감정노동’에더해,‘미적노동’을강제받기도한다.헤어망으로단정히정리한머리,브랜드이미지에부합한메이크업,높은구두,안경이아닌렌즈착용등,충족시켜야하는규정의가짓수는어마어마하다.남성직원에게는‘머리기르지않고담배냄새풍기지않기’정도의규정이부과된다고하니,사뭇대조적이다.이처럼여성노동자들의규격화된외모는브랜드이미지를재현하고,상품화된다.
한편,여성들이많이진출해있는다른업종과마찬가지로,백화점에는노동조건이열악한저임금의비정규직노동자들이점차늘고있는추세다.불안정한고용상황은정당한권리를요구하기어렵게하고,각기다양한조건에놓여있기때문에노동조합을만들어한목소리를내기도어렵다.백화점은이같은상황을이용해,고용에대한책임과부담없이노동자들을무한착취하고있다.
“여성이많잖아요.그런점에서서비스부문노동운동은주목해야할이유가확실히있는거예요.……인터뷰하면서느꼈어요.특정한직종과직무가여성의일자리로굳어져버리고있다는걸.백화점판매직,마트판매직,요양보호사거의다여자잖아요.사무직도마찬가지예요.저임금에장시간동안일을많이하는분야는거의다여성들의일자리인거죠.”(류형림,민우회활동가)
‘존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