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장애인 되다 : 장애학자가 들려주는 그리스 비극 이야기

오이디푸스, 장애인 되다 : 장애학자가 들려주는 그리스 비극 이야기

$16.80
Description
이 책은 비극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 그리스 비극을 ‘장판’(장애운동판) 특유의 전복적이고 유쾌한 시선으로 살핀다. 많은 사람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 비극이 주로 인간의 이야기인 데다 그 내용이 정치적이고 급진적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저자는 노들장애학궁리소와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장판에서 비극 읽기〉라는 수업을 진행하며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비극 속 장애 이야기들을 읽었다. 그들은 ‘막장 드라마’ 뺨칠 정도로 기구한 비극 속에서, 인물들이 ‘운명애’(amor fati)를 통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발견해 냈다.
비극적인 운명이 주어질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마침내 장판에서 그리스 비극을 읽는다는 것은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지 탐구하고, 그에 따른 삶의 태도를 성찰하는 진지하고도 즐거운 작업이 된다.
저자

박정수

저자:박정수

연구공간수유+너머에서프로이트,라캉,푸코,들뢰즈등을공부했으며,거기서‘전공’에구애받지않고막얘기해도된다는걸배웠다.수다스런‘아침꽃세미나’에서루쉰,벤야민,카프카전집을읽었고,그리스비극도여기서처음읽었다.지금은SF소설을읽고있는데,어슐러K.르귄에푹빠졌다.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장애사저서를번역하며공부하고있다.고대그리스의장애인식에관한지식은주로여기서얻었다.노들야학철학교사로서수업시간에그리스비극을강독한내용을책으로엮었다.2022년부터영상활동을시작,장애인들과함께장애인들의‘비극’을영상으로담고있다.

그동안쓴저서로는《‘장판’에서푸코읽기》,《현대소설과환상》,《청소년을위한꿈의해석》,《매이데이》등이있고,번역서로는《그들은자기가하는일을알지못하나이다》,《HowToRead라캉》,《잃어버린대의를옹호하며》,《누가슬라보예지젝을미워하는가》등이있다.

목차


prologue.장판에서비극을왜?

1.사회적장애모델과비극
2.디오니소스를따르는소수자들
3.저항하는자들의운명애
4.오이디푸스,장애인되다
5.민주주의가품은장애난민
6.아픈몸이가고자하는곳으로전체를
7.돌봄의배신,절망속모성의복수
8.가부장제에저항하는젠더-장애인

epilogue.장애인의운명,한번더

출판사 서평

‘부은발’오이디푸스가수수께끼를풀수있었던이유
―장애의관점에서재조명하는비극

유명한수수께끼하나.“아침에는다리가넷,점심에는다리가둘,저녁에는다리가셋인것은?”답은‘인간’이다.아무도맞추지못한수수께끼이지만오이디푸스만이쉽게정답을맞히고평화를얻어낸다.
저자는오이디푸스가정답을맞힐수있었던비법으로그가가진장애의당사자성을꼽는다.성인이되어서도‘부은(oide)발(pus)’이라불릴정도로눈에띄는신체장애를가졌기에오이디푸스는평생“보행의장애”를의식하였을것이다.스핑크스의수수께끼는오이디푸스로부터장애있는몸의취약성,그리고배제와차별의경험을떠올리게했다.지혜롭지도,똑똑하지도않았던오이디푸스만이“발의개수와보행장애의연관성에관한수수께끼”를풀수있었던이유다.

장판에서장애와비극을연관짓는일은비판을받기쉽고조심스러운작업이다.한국진보적장애운동의관점과달리‘비극’은장애를개인적인사건이자‘운명’으로받아들이게하여장애가갖는사회성을간과하게만들기때문이다.
그러나이책은비극에담긴‘운명애’의순간을발견한다는점에서‘비극’의의미를재구축한다.슬픈운명을받아들이고자기삶을주도하는운명애의저항성에집중하는것이다.장애의관점에서그리스비극을다시읽는다는것은,이처럼우리가지금까지읽어내지못했던정치적이고급진적인면모를발견한다는의미이다.

“왜여성,소수자,장애인은급진적일수밖에없는가?”

올림포스신중가장소수자와밀접한신을하나꼽는다면,단연디오니소스다.디오니소스제전을묘사한유물에서는유독발기한곱추나난쟁이형상이많이등장한다.이에서알수있듯그를따르는신도중에는여성과장애인이많았다고전해진다.그는왜소외된자들의신이되었을까?
디오니소스(Dionysos)의이름은‘두번(dio)태어난자(nysos)’라는뜻.인간인어머니의몸에서한번,신인아버지의몸에서또한번태어난그는신성을가졌지만신은아니었고,남성이지만“여자같은”모습으로곧잘그려졌다.올림포스에서유일하게장애를가진신헤파이스토스를설득하여황금의자에결박된헤라여신을풀어준공로로신이되기전까지는‘신도인간도아닌’존재,즉체제바깥에있는존재였다.
이런특성은억압당하던소수자들을포도주와축제로위로하고,강력한에콜로지공동체를이루는원천이되었다.디오니소스신도들은‘마이나데스’라고불렸는데,이들은“여성,트랜스젠더,장애인,노인,이방인,부랑인,노예등그리스사회에서차별과모욕속에고통받는소수자”였으며가부장체제에저항하는이들이었다.

소포클레스의비극「안티고네」는가부장제를대표하는인물인크레온과대치하는여인안티고네를그린다.안테고네는자신의오라비매장이테베의왕크레온의포고령보다위에있는‘신의명령’에따른것이라고주장한다.안티고네의모습이“공론장에서법과정의의원칙을논하는‘시민’의모습”,즉가부장제속의남성모습을띠자,크레온은그에분노하여안티고네를동굴에가둔다.
이일을겪으며안티고네는“나는서로미워하기위해서가아니라사랑하기위해서태어났”다고말한다.그가보여준“같은어머니의자궁에서태어난혈족에대한사랑”은모계적이고에콜로지적인‘마이나데스’의사랑이었다.이처럼사회제도로부터배제되는소외와탄압의경험을공유한소수자들은이원초적이고보편적인‘사랑’안에연대하였으며,가부장제도에적극적으로저항했다.

“어떡할까,여러분들?”
극장을정치현장으로,현실을비극속으로!!

그리스비극은자극적이고통속적인이야기로가득하지만,유흥만을위한수단은아니었다.아테네시민에게비극공연관람은“민회에참여해서국정을토론하고합의하는일”의연장선이었다.소포클레스의비극「필록테테스」에등장하는네오프톨레모스는만성질환때문에버림받은필록테테스를구할지고민하다가관객들에게묻는다.“어떡할까,여러분들?”이처럼그리스비극속에는정치적합의가필요한문제들이녹아있었고,관람객을비극속으로끌어들임으로써비극밖현실을보게하는장치였다.
이책역시그런공론장의역할을이어간다.장애인권운동가들의현실과그리스비극속인물들의서사시를비교하며현실의장애인문제를책속으로끌어온다.프로메테우스가모든것을내다보면서도자신의고통을받아들이고제우스가내린벌을받는이야기,그리고노들야학의전교장박경석이장애인의운명을받아들이고권리의주체로나서게된이야기를병치하는식으로말이다.
소포클레스가네오프톨레모스의입을통해던진질문“어떡할까,여러분들?”은당시전쟁에참전했던병사들의고통과국가의이익사이에서아테네시민들은어떤선택을해야할지에대한질문이다.다수의이익을위해소수는희생해야하는가?장애있는몸은그저버려져야하는가?이질문은지금,우리에게도꼭필요한물음이다.

★『오이디푸스,장애인되다』라는공론장을함께이끌어주신분들★

“장애학의시좌에서그리스비극을읽어냄으로써비극의의미를탈구축하는동시에
운명애를소수자적관점에서정치적으로재구축한다”
김도현(『장애학의도전』저자)

“아픔과고통이이끄는세계가있고,그세계는타인과연결되어있다…
저마다의비극을안고살아가는모두를위한이야기”
나드(시민연극?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배우)

“모든사람에게는장애유무와상관없이자기삶을긍정할기회가있다”
이라나(장애인권운동활동가)

“소외와배제로연결된소수자들의이야기를통해
여성주의가가진급진성의기원을밝히는책”
정희진(여성학연구자,<정희진의공부>편집장)

“책을덮고나면세상을더뜨겁게사랑하고싶어진다…
그리스비극의해괴한막장스토리에절실히공감하게되는순간”
홍은전(작가,인권동물권기록활동가,『나는동물』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