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소년과 그리스도

불량소년과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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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작가를 보라’ 2권. 일본 무뢰파(無賴派)를 대표하는 소설가 사카구치 안고의 수필집이다. 대부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로, 혼탁한 세상에서도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자신의 윤리’를 지켜나가기를 당부하는 18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주류 담론, 이념, 사회 등에 자신을 의탁하기 쉬운 게 인간이지만, 자신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책무를 발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인 나’를 긍정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저자

사카구치안고

坂口安吾
소설가이자에세이스트.1906년일본니가타에서태어났다.중학교시절부터학교를싫어해방황하다낙제생출신으로도쿄로나왔다.도요대학인도철학윤리학과를졸업하고1931년「초겨울바람부는술집에서-성스러운주정뱅이가신들의마수에유혹된이야기」를발표하며작가의길로들어섰다.1946년「타락론」이세상에나오기까지대중에거의알려지지않았으나,‘비상’만이아닌‘추락’또한삶임을말하며사람들을새로운윤리에눈뜨게했다.전쟁중발표한「일본문화사관」(1942)과「청춘론」(1942)도「타락론」과궤를같이하는명작으로일컬어지며,소설「백치」(1946)와「벚꽃이만발한벚나무숲아래」(1947)등도대표작으로알려져있다.소설의주제와형식에구애받지않으며탐정소설『불연속살인사건』(1947)과역사소설『오다노부나가』(1948)등을집필했으며,일본인의전승과민간인들의삶을탐구하는글을쓰는한편,「안고의신일본지리」시리즈와「안고의역사이야기」등을통해은폐된역사적사실을탐색했다.창작에한창몰입하던1955년,뇌출혈로쓰러져숨을거두었다.

목차

청년에게호소한다·9
청춘론·17
연애론·81
남녀교제에대하여·92
이해할수없는실연에대하여·101
불량소년과그리스도·106
욕망에대하여·133
나의장례식·142
부모가버려지는세상·146
부모가되어서·161
문학의고향·166
육체자체가사고한다·176
분열적감상·179
고담의풍격을배격한다·183
‘가쇼’의문화·197
나란누구?·205
익살극을생각한다·217
에고이즘에대하여·223

옮긴이후기·233

출판사 서평

우리가놓친불량소년,
사카구치안고의인간긍정메시지
“결코이기지못합니다.단지패배하지않는겁니다.”

1920년대,전쟁으로인해휘몰아친일본의국수주의사상을비판하며,‘일본’이라는이념에매몰되지않는‘인간생활’을중시해야한다는사상을설파했던작가사카구치안고.문학적위상에비해국내에는잘알려지지않은안고의글들이『불량소년과그리스도』로묶여국내에처음소개된다.혼란의시기일수록거대담론에내몰리거나당파와사회에편승하지않는,본연의삶의자세를먼저긍정해야한다는메시지를일관되게전하고있는그의에세이18편을모아한권에담았다.

나이를먹어도인간따윈불량소년
그거면충분하지않은가

인간은홀로태어나지만,무리의환경속에서살아간다.인간이라면대부분국가,이념,담론,이론등에에워싸일수밖에없고,자각하지도못한채거기에‘나’를의탁해버리는삶을산다.아동학대,소수자혐오,갑질이슈등온갖부조리가만연한세상에서우리는자꾸만법이나이념,이론에호소하게되고,행위주체인‘인간’에대한신뢰는점차잃어간다.내가‘나’임을,‘인간’임을어떻게다시긍정할수있을까?전쟁과패전의시기에쓰인사카구치안고의글에서그에대한단서를얻을수있다.그는말한다.그어떤무리,이념,담론속에서도‘자신의생활’속‘윤리’를발견하라고말이다.
예를들어「청년에게호소한다-어른들은교활하다」는어른들처럼계산하거나도당(徒黨)을꾸려집단의이익을도모하지않고,묵묵히홀로부랑자를돌보던한청년의죽음을이야기하며인간긍정의가능성을엿본다.청년들이자기자아를왜곡하지않고‘올바른것’과‘아름다운것’을만들면어른들의‘교활한’세계를파괴할수있다고말한다.그러나인간을둘러싼세계는불안정하기에,그책무는자신이살아가는‘생활’속에서스스로발견해야하는것이라고결론짓는다.
이책을대표하는에세이「불량소년과그리스도」는인간긍정의메시지를극단으로끌고간다.이글은사카구치안고의동료‘다자이오사무’의죽음을추도하는글이다.그런데이추도문에는안타까움이나슬픔따윈보이지않는다.오히려죽은자를놀리는듯하며,익살스러움에가까운말투로그를회고한다.이글에서불량소년은다자이오사무다.그러나기존질서에반하는문학을썼다는점에서사카구치안고또한불량소년인데,한불량소년은인간을긍정하고한불량소년은스스로목숨을끊었다.안고는다자이오사무가우상혹은권위로비유되는‘그리스도’에기대었지만,인간으로서의고뇌를잊지못해술에빠졌다고보았다.끝내불량소년다자이오사무는자살로써,‘불량소년으로서의삶’을스스로부정해버린다.그러나또다른불량소년사카구치안고는그렇게삶의긍정을부정한자마저긍정하는추도문을씀으로써인간에대한‘무한한긍정’을드러내는한편,독자에게는다음과같은메시지를던지고있다.“인간이란죽으면그냥끝.불량소년은불량소년으로서강고히살아야한다”고.

청춘의절박함,
지지않는다는것의의미

익살스러운듯해도결국사카구치안고의글에배어있는것은투명한눈으로세계를세밀하게들여다보며인간에대한애정의끈을놓지않고,현실에안주하지않는목소리를내는따뜻함이다.그리고그따뜻함은그가‘청춘’에대해말할때확연히드러난다.

“청춘이란그저나를살리는힘,여러가지로미련하지만나의생명이타들어가는것을항상조금씩지탱해주고있는것,나의생명을지지해주는모든것이내청춘의대상이고,말하자면나의청춘이다.”(「청춘론」중에서)

사카구치안고의‘청춘’은어느한시기를말하는것이아니다.사카구치안고는철저하게인간의‘고독’을말하고,그고독속에자신을위무하는윤리를발견한다.타인의시선이나평가에의지하지않고자기마음의윤리에따르는것이청춘이다.그리고청춘의모험이타인에게감동을주는것은자기운명을건절박함이있어서다.불안정한세계에서자신의운명과윤리를관장한다는점에서,우리모두는절박하다.나의절박함이다른이의절박함이될수있다면,우리는곧‘인간’,‘내가인간임’을긍정할수있다.어떻게든살아야겠다는,살수있겠다는생각이든다.
모두가절박하다면어떤대상을‘이긴다는것’은별로중요하지않다.다만그속에서나로서계속존재하는것,즉‘지지않는것’이중요함을,사카구치안고는말해주고있다.“결코,이기지못합니다.단지,패배하지않는겁니다”라는말은바로그런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