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을 사색하다 : 무문과 들뢰즈의 만남을 기리며 - 박인성의 사색 1 (양장)

무문관을 사색하다 : 무문과 들뢰즈의 만남을 기리며 - 박인성의 사색 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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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인성

저자:박인성

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동국대학교대학원불교학과를졸업했다.현재동국대학교불교대학명예교수.저서로『화두』,『법상종논사들의유식사분의唯識四分義해석』등이있으며,철학역서로『질들뢰즈의철학』,『질들뢰즈의저작I:1953~1969』,『들뢰즈와재현의발생』,『생명속의마음:생물학·현상학·심리과학』,『현상학이란무엇인가:후설의후기사상을중심으로』,『현상학적마음:심리철학과인지과학입문』,『유식사상과현상학:사상구조의비교연구를향해서』,『현상학과해석학』등이있고,불교역서로『유식삼십송석:산스끄리뜨본과티베트본의교정·번역·주석』,『중中과변邊을구별하기:산스끄리뜨본·현장한역본』,『중변분별론소』,『유식삼십송풀이:유식불교란무엇인가』,『니야야빈두/니야야빈두띠까:산스끄리뜨본』,『불교인식론연구:다르마끼르띠의「쁘라마나바릇띠까」현량론』,『아비달마구사론계품:산스끄리뜨본·진제한역본·현장한역본』,『중론:산스끄리뜨본·티베트본·한역본』,『반야심경찬』등이있다.

목차

서문·8
제1칙조주구자趙州狗子:개에게도불성이있습니까?·14
제2칙백장야호百丈野狐:인과에어둡지않다·38
제3칙구지수지俱指:한손가락을세우다·50
제4칙호자무수胡子無鬚:달마에게는왜수염이없는가?·59
제5칙향엄상수香嚴上樹:입에나무의가지를물고매달리다·65
제6칙세존염화世尊拈花:꽃을들어보이다·74
제7칙조주세발趙州洗鉢:발우를씻어라!·82
제8칙해중조차奚仲造車:수레의굴대를떼어내다·88
제9칙대통지승大通智勝:그가성불하지않았기때문이다·94
제10칙청세고빈淸稅孤貧:외롭고가난합니다·103
제11칙주감암주州勘庵主:계십니까,계십니까?·109
제12칙암환주인巖喚主人:“주인공!”하고부르다·117
제13칙덕산탁발德山托鉢:발우를받쳐들고가다·122
제14칙남전참묘南泉斬:고양이를베다·132
제15칙동산삼돈洞山三頓:강서로,호남으로그와같이다녔느냐?·140
제16칙종성칠조鐘聲七條:종소리에왜칠조가사를입는가?·150
제17칙국사삼환國師三喚:시자를세번부르다·159
제18칙동산삼근洞山三斤:마삼근!·167
제19칙평상시도平常是道:평상심이도이다·172
제20칙대역량인大力量人:힘이센사람이왜다리를들지못하는가?·181
제21칙운문시궐雲門屎:똥막대기!·188
제22칙가섭찰간迦葉刹竿:문앞의찰간을넘어뜨려라·194
제23칙불사선악不思善惡:선도악도생각하지마십시오·201
제24칙이각어언離語言:자고새우는곳에백화가향기로웠네·212
제25칙삼좌설법三座說法:잘들으시오,잘들으시오·221
제26칙이승권렴二僧卷簾:두스님이발을말아올리다·230
제27칙불시심불不是心佛:마음도아니고부처도아니고물物도아니다·235
제28칙구향용담久響龍潭:『금강경』소초疏抄를불태우다·240
제29칙비풍비번非風非幡:그대들마음이움직이는것이다·250
제30칙즉심즉불卽心卽佛:마음이곧부처이다·258
제31칙조주감파趙州勘婆:오대산가는길이어디요?·264
제32칙외도문불外道問佛:말있음에대해서도말없음에대해서도묻지않겠습니다·274
제33칙비심비불非心非佛:마음도아니고부처도아니다·282
제34칙지불시도智不是道:지智는도道가아니다·286
제35칙천녀리혼女離魂:천녀,혼이떨어져나가다·291
제36칙노봉달도路逢達道:길에서도에달한이를만나다·300
제37칙정전백수庭前柏樹:뜰앞의잣나무·304
제38칙우과창령牛過:왜꼬리는격자창을통과할수없는가?·311
제39칙운문화타雲門話墮:말에떨어졌구나·317
제40칙적도정병倒淨甁:정병을차서넘어뜨리다·327
제41칙달마안심達磨安心:마음을가지고오너라·334
제42칙여자출정女子出定:여자가선정에서나오다·340
제43칙수산죽비首山竹:죽비를들어보이다·350
제44칙파초주장芭蕉杖:주장자가있다면주겠고,없다면빼앗겠다·357
제45칙타시아수他是阿誰:“그”는누구인가?·364
제46칙간두진보竿頭進步:백척간두에서더나아가다·372
제47칙도솔삼관兜率三關:그대의본성은어디에있는가?·378
제48칙건봉일로乾峰一路:주장자로한획을긋다·385

후기·395
참고문헌·400
색인·403

출판사 서평

무문관과들뢰즈의조우
의미를생성하는‘무-의미’에대하여

일상어에서차이그자체를추구한선불교의
역설의언어,차이의언어들

아비달마,중관,유식,인명등인도불교를오래연구해온필자는자신이중국불교의한줄기인선불교의공안집公案集(화두집)『무문관』無門關에이끌린이유를모든공안집의공안(화두)이담고있는,차이의언어인활구活句때문이었을것이라고말한다.

인도불교든선,화엄,천태같은중국불교든모든유형의불교는붓다의말씀이시사하는차이그자체를전개하는쪽으로흘러왔다.동일성에기반하는모든철학을타파하기위해불교는테라바다불교든대승불교든인도,티베트,몽골,중국,한국,일본등북방의나라들에서,태국,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스리랑카등남방의나라들에서차이그자체를드러내보이고자부단히노력해왔다.

그런데이모든나라,이모든불교중에서언어철학의관점에서볼때유난히두드러지는불교가있었으니,그것은바로이땅한국에있는,우리가선禪이라는이름으로자주맞이하는불교이다.모든유형의불교가차이그자체를지향해왔지만,일상어에서차이그자체를추구하고발견한불교는선불교가유일하다.선불교의언어들은일상어의사구와활구로이루어져있는데,이중활구는역설의언어,차이의언어이기때문이다.

1,700공안의요체를담고있는『무문관』48칙공안
그리고“무”자공안의위력을섬세하게탐구하다!

『무문관을사색하다』는남송南宋시대의선승무문혜개無門慧開(1183~1260)가지은『무문관』의본칙,평창,송을해독하고해석한책이다.『무문관』은같은이름으로된영화가나오고,수행처가생길정도로유명한공안집이다.무문관이세간에영화,수행처,화두집가운데어떤이름으로알려져있든그주위에는『무문관』제1칙「조주구자」공안의“무”가맴돌고있다.

한국,일본,대만,중국등동아시아4개국의선원에서불교수행자들이간화선看話禪수행을할때주로드는공안,혹은가장먼저드는공안은아마도이“무”자공안일것이다.무문혜개역시수년간“무”자공안을들다가깨달음을얻었다고하니이공안의위력은정말대단하다할것이다.『무문관』48칙공안은이른바‘1,700공안’의요체를담고있고,또이48칙공안은“무”자공안으로향한다고할수있다.『무문관을사색하다』는“무”자공안을위시한『무문관』48칙의위력이어디에서비롯되는가를탐구한다.

오늘날의일상어와철학어로해석된『무문관』

공안집(화두집)에는풀어야할문제로제시된공안인본칙本則(고칙古則)은물론본칙을비평하고해석하는평창評唱,그리고본칙의요체를읊는송頌이있다.다른공안집과마찬가지로『무문관』역시당송대의속어로이루어져있다.이책에서필자는『무문관』의본칙,평창,송을오늘날의일상어와철학어로해독하고해석해보려노력했다.오늘날의우리일상어에는의식,무의식,감각,지각,영혼,정신,물질,물체등철학언어가잔뜩들어와있다.일상어로쓸때이런용어는의미의경계가불분명할때가많다.그래서특정철학자의용어를써서이런일상어의의미를정확히규정할필요가있는데,그에따라필자가택한철학자는프랑스의현대철학자질들뢰즈(GilleDeleuze;1925~1995)이다.

들뢰즈의철학을“차이의철학”이라부르는데서알수있듯이,들뢰즈는붓다가이미2500여년전자신의전사상체계에서일관되게적용한해체의방법에토대를이루는차이개념을훌륭하게전개하고있다.인도전통철학의이슈와라와아뜨만의동일성을비판하는붓다의사상은서양전통철학의신과자아의동일성을비판하는하이데거의차이개념을완성한들뢰즈의철학에잘계승되어있다.

의미의결여가아니라생성을뜻하는‘무-의미’
공안해독과정에서들뢰즈의용어를더잘이해하게된다!

필자는『무문관』의공안들을해독하고해석하면서들뢰즈의여러용어를사용하는데,그중독자들이이책에서가장많이접하게될용어는무-의미non-sense이다.이무-의미는들뢰즈가특히『의미의논리』에서자주언급한그무-의미이다.이무-의미를일상에서흔히쓰는말‘무의미하다’의무의미와혼동하면안된다.‘무-의미’는의미를결여함을뜻하지않고,오히려의미를생성하게함을뜻하기때문이다.

선불교의활구活句는무-의미의활구와의미의활구,이렇게둘로나뉜다.『무문관』의공안들은곧바로무-의미로향하는경우가많지만,의미를거쳐가는때도종종있다.이의미sense역시활구이다.들뢰즈의“의미”는의미/사건으로표현되는데서알수있듯순수생성purebecoming의사건이기때문이다.

들뢰즈의핵심용어인무-의미,의미,현시작용manifestation,지시작용designation,함의작용signification,사건event,사건그자체Event,순수차이puredifference,순수생성등공안을해독하는데동원되는이들용어를숙지한다고해서『무문관』의공안을모두정확히해독할수있는것은아니다.이용어들을숙지하고공안을대한다면공안을해독하는데는분명히도움이될터이지만,공안을해독해가는과정그자체는들뢰즈의용어를숙지하는일과는다르다.

공안을있는그대로해독해가는과정에서들뢰즈의용어를더잘이해하게된다는것이오히려정확한말일것이다.그러므로공안에등장하는인물들이하는말을주의해서듣고,분별을해체하며무분별로넘어가는과정을조심스럽게한단어한단어한문장한문장톺아보아야한다.

모든화두는,『무문관』제1칙조주의“무”로귀결된다하더라도,“무”로귀결되는과정이라는제각각의성격을지니고있다.그러므로화두를풀때“무”로귀결되는그과정을잘살펴보아야한다.공안을해독해가는이과정은우리의마음을닦아가는수행의과정이기도하다.

화두를푸는과정은정견(正見)의과정
스스로해독하는동안깨달음의힘을얻는다!

『무문관』을접했을때필자는평창과송을참고하지않고우선은스스로본칙을해독해보려고노력했다.이를통해나름의독특한해독을얻기도했으나미심쩍다고여겨지는본칙이있을때는무문의평창과송을통해확실한해독을얻었다.그럼으로써이미명확하게파악했다고여긴본칙이라할지라도더충실한해독을얻을수있었다.이처럼『무문관』화두들에대한필자의해독은무문의평창과송까지화두로보고얻은결과이다.그렇다면필자는48칙을해독한것이아니라,48곱하기3해서144칙의공안을해독하고해석한셈이다.

필자는자신이비록무문의인도를받았다하더라도,무문의평창과송을그릇되게또는애매하게해독했을수도있기에,필자의해독을읽기전에먼저『무문관』의본칙과평창과송을스스로해독해보라고권한다.화두를잡고풀어가는과정은정견正見(올바른사유)을얻는과정이므로화두를푸는만큼깨달음의힘을얻는다.이런과정과결과가가능한것은,화두가선불교의위대한선언인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직지인심直指人心의활구를중심으로이루어져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