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대한철학이아니라
지구에의한철학을해야할때!
도래한기후위기앞에서지구가묻는다
인간은이위기를과연어떻게살아내려는가?
『지구의철학』은지구를대상으로하는철학이아니라지구를주어로하는철학을말한다.그러나기후위기로요약되는지구적상황에서우리인간이어떻게살아야하는가하는문제를다룬다는점에서『지구의철학』은인간을주어로하는철학을요청하고있기도하다.이렇듯두개의다른주체를주어로하는이철학은지구에의한사유와지구에의해인간삶을사유하는방식으로가동된다.그러므로‘지구의철학’은즉지구에의한철학이다.
하지만『지구의철학』은기후위기를설명하는책은아니다.그렇다고긴급한위기에대한행동을촉구하지도않는다.그런책은이미충분하다.진정문제라고생각되는것은사람들이기후위기가불러올문제를모르지않는다는사실이다.우리는,우리인간은그답을,해결책을모르지않는다.다시말하겠다.우리는기후위기와관련한우리의현재상황이어떤지,문제의원인이무엇인지,그에대한답이무엇인지잘알고있다.그런데도우리는그것을해결할기미를전혀보이지않고있다.국제기상기구의진단대로위기는코앞에닥쳐왔으나그러한급박한경고조차소용이없다.
머지않아티핑포인트라고부르는‘기후특이점’이도래할것이고,이른바‘멸종’이나‘종말’같은낱말로서술되는상황이닥쳐올것이다.그렇기에지금그런상황을어떻게연기하거나저지할수있을까하고묻는것은어쩌면무의미하거나무력해보인다.
사태가이미이러하다면,위기상황이도래했을때던져야할중요한물음은우리가어떻게살아야하는지,위기의지구를어떻게살아내야하는지일것이다.이제는근거없는희망으로계속밀쳐냈던물음을던져야만할때다.이책은그런물음을던지며그간미루어두었던문제를함께사고해보려한다.적어도그런사고의촉발이되고자한다.
지금의기후위기는비인간들의항의이자저항이다!
‘인간’이라는덫에서벗어나라
지구에의한사유를가동시키려는물음은사유의장을바꾸는것에서부터시작한다.인간의삶에대한근심못지않게인간아닌것들,그리고인간이못되었기에죽더라도숫자로세어지지않고,사라져도시야에들어오지않는것들에대해새로이사유해야한다.그런비인간들과인간들의관계를인간중심의시야에서벗어나사유해야한다.인간만큼이나그들을주어로사유해야한다.
이런관점에서우리는지금의기후위기를그들비인간의행위나인간을향해외치는항의,나아가정치적저항으로볼것이며,사물이나자연이라불리는것과인간의관계를정치,즉‘자연의정치’로불러들이고자한다.그리고그들과새로운동맹을사유할사고의단서들을찾고제안하려한다.인간을등지고배신하려는이런사유까지나아가지않는다면‘포스트휴먼’담론은어쩌면아직도인간이란덫을벗어나지못했다는비판을받아야할것이다.‘나’라는말을유기체나인격을실체화하는일인칭단수가아니라수많은미생물의복합체로,일인칭복수로바꾸어사유해야한다.나자신이기도한미생물의관점에섬으로써우리는‘인간’이란감옥에서벗어날수있고,‘나’의삶과운명을사유할수있다.
폴리스이전의‘오이코스’로돌아가라
훼손의권리가아닌돌봄의의무로서의정치를위해
생존과필연의영역으로부터분리된정치,‘폴리스’라는말을기원으로삼는정치적사고를넘어서인간아닌것과인간의정치를사고하려면,우리는경제학과생태학의어원이되었던생존의장(오이코스)과정치(폴리스)의분리를넘어서서정치와생존을동시에다룰수있어야한다.오이코스야말로인간을특권화하는정치를넘어자연의정치가가동되는정치의장이다.생존의장에서발생하는이자연의정치는그리스를넘어,그이전의기원으로까지거슬러올라갈것을요구한다.즉인류학자들의‘원시사회’와비인간과인간의자연학적‘원시사회’로거슬러올라가야한다는말이다.‘인디언’사회는폴리스이전의정치야말로진정한정치,민주주의라는말에값하는정치였음을보여준다.역으로‘먹이사슬’이라불리는먹고먹히는장이증여와포식의정치로포착되고,증식과회복이라는상반되는힘들이충돌하는장으로포착될때,자연의정치는단지은유가아닌현실로드러날것이다.
반면가장이라는자격을가진자들,오이코스를소유하고지배하는자들만의폴리스라는그리스적정치는자연적정치의장에어떤치명적문턱을도입한다.‘가장’이라는관념이세금과부역을책임지는대가로자신의가족을‘소유물’로삼는지위를얻는거래가그문턱에서발생한다.더불어소유라는관념에함축된‘돌봄’의의무라는‘원시적’관념을,‘훼손’의권리라는그리스-로마의문명화된관념이대체하게된과정도보아야한다.오이코스와분리된폴리스란단지인간만의영역으로정치가제한된것뿐아니라이러한치명적변환의문턱들을거치며만들어진것이다.즉그것은인간아닌것과인간과의관계는물론인간사이의관계조차충분히다룰수없는것이다.
오이코스와분리된정치개념을넘어서서정치는물론오이코스,생존의개념자체까지도다시사유하지않는한정치도,생존도,비인간의삶도,인간의삶도제대로다룰수없다.목소리아닌소리,로고스없는포네를정치적장으로끌어들이는것을실행하기위해서는인간없는정치뿐아니라인간없는치안,인간없는권력의문제를다룰수있어야한다.그렇지않으면경제학에식민화된주류생태학뿐아니라,포괄적생태학도생명의문제를제대로다루기에충분하지않을것이다.
대지는생명체간동맹의장이었다!
파국을살아내기위한죽음에대한이중긍정
이책은지구라는주어를통해인간을,나아가인간의경제와정치를다룬다.그리고오이코스와자연의정치,화폐에포섭된허무주의경제학과대비되는오이코노믹스,인간이라는범주를따로가정하지않은정치인오이코폴리틱스를구성하려한다.대지라고불리는투쟁의장은생명체간동맹의장이었다.이경우폴리스의지배아래들어간오이코스조차여성들에의해주도되는동맹의장이었음이드러난다.오이코페미니즘은소유물이된인간,인간이되지못한인간,그리고인간아닌것들과동맹하는전략이다.
동시에현행의기후위기와멸종의상응성을특이점개념을통해포착하고,도래한멸종을‘감히’종말이란개념으로포착하려한다.이때종말이란종교적인구원을위해봉사하는참혹한배경이아니라모든답이사라지고물음만남는어두운심연이다.유물론자에게종말이란그런심연을있는그대로수긍하는것이다.거기서우리는죽음을사유하는법,공포속에서밀쳐내는게아니라긍정의시선으로사유하는길을찾자고제안할것이다.죽음의이중긍정.그것은죽음이나종말,절망이란말만나오면인간들이보여주는히스테리를넘어서,답없이도래한그리고도래할파국적상황을긍정의시선으로사유하는길,그파국을살아내는길을찾는하나의방법이되리라.
도래할위기는지금까지의삶을
어떻게든바꿀것이니
『지구의철학』은기후위기에관심을가진이들,기후위기를진심으로걱정하고저지하러나선이들에게기후위기를사유하는또하나의방법을제안할것이다.또한기후위기에대응하려는사유와행동을가로막는결정적장벽들에맞선우회로를찾는하나의제안이될것이다.
그리고적극적관심이나의지,행동과는거리가있지만도래할기후위기시대를어떻게살아야할까를생각하려는이라면꼭생각해봐야할것들을얘기하고있기도하다.도래할위기는지금까지의삶의방식을어떻게든바꿀것을요구할터인데,그저에너지를절약하며살면되겠지하며그이상의것을생각하기를그치는시대에일상의소박한삶을지속하려면,그리고그나마좋은삶을지속하려면어떻게해야할것인지를고민하게할자원이되리라.
동시에이책은정치와경제,자연과생태,인간과비인간,가부장제와페미니즘등기후위기와독립적인주제에대한독자적인주장들을제안하고있으며,문명의역사에대한기존의서구적관점이나그리스주의적사고에대한근본적비판도담고있다.이는최근의인류학연구가갖는비판적함축을밀고가는데유용한자원이되어줄것이다.
이론이나철학,사상사등에관심을가진이들에게도이책은유용한사유자원이될것이다.질들뢰즈·펠릭스가타리,자크랑시에르,도나해러웨이,애너칭,데이비드그레이버·데이비드웬그로우,제임스스콧,카를마르크스,미셸아글리에타,마셜살린즈,피에르클라스트르,한나아렌트,실비아페데리치,린마굴리스,제임스러브록,리차드도킨스,티머시모턴,안드레아스말름등다양한이론가들을하나의연결망으로엮어,이들의사유가수렴하는지점이나분기하는지점,충돌하거나합류하는지점들에그려지는하나의지도는그러한관심이길을찾는데유용한참조점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