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처한이미지와예술
그들은어떻게스스로를구원하는가?
“이미지는…사랑하는사람을놓치지않으려는,그가부재하는동안
그삶의흔적을간직하려는욕망의환상적이고유령적인흔적이다.”
W.J.T.미첼
세월호침몰은그충격과고통의외연이
이미지에의해확장된특수한시각적사태다!
『재난의예술』은세월호참사이후지난10년간우리의문화와예술에발생한중대한변화를분석한책이다.이른바‘포스트세월호시대’라고불리는지난10년동안우리문화가세월호참사의뼈아픈교훈을얼마나깊이고민하고반성하며변화의계기로삼아왔는지,세월호를잊지않겠다던다짐이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상태인지,세월호의아픈이미지들이전하려했던,그러나아직한번도제대로말해지지못한고통과구원의이야기는과연무엇인지같은때늦은반성과물음속에서흩어져있던다섯편의글이하나로묶인것이다.
세월호참사는수백명의사상자를낸물리적재난인동시에,이미지에의해그충격과고통의외연이확장된매우특수한시각적사태였다.세월호참사가과거다른대형재난들과구분되는‘이미지재난’인이유는다음과같은사실들,즉세월호침몰의전과정이미디어에의해생중계되었다는점,우리가그미디어이미지들을수동적으로바라봄으로써재난의목격자인동시에공범자가되고말았다는점,그리고나아가올바른애도의과정을통해그재난과결별할시간을갖지못한채오랫동안미디어를통해반복되는재난의이미지에지속적으로노출됨으로써감각적삶에심각한외상을입었다는점에기인한다.
재난적세계속,야만에대한저항이자
상상력의불가능성에대한고백인‘예술의중단’
이러한참사의시각적특수성에도불구하고세월호를재현하는일,혹은그것을이미지화하는일은여전히논쟁의대상으로남아있다.세월호이미지들이‘영원히잊지않겠다’는약속에필연적인조건임을수긍하는동시에그러한이미지들이야기할사회적혼란과해악을염려하기떄문이다.이미지의사회적,정치적,윤리적(불)가능성에대한질문들이재난이후우리사회의(그리고모든재난적세계들의)중요한화두가되었지만정작우리는그러한가능성/불가능성에대한각자의신념밖으로여전히그어떤합의도만들지못하고있다.
세월호이후,시를쓰고,노래하고,연극을만들고,그림그리는것의불가능성과그로인한자괴감을토로하는것은세월호시대를사는많은예술가들에게일종의윤리적의례가되었다.예술가들은당대의거대한고통을자신의예술안에욱여넣고그세계와함께침몰하거나그럴수없다면예술의한계와위기를고백함으로써혹은눈물과침묵외에그어떤표현도온당치않다고말함으로써표현의중단에대한면죄를청한다.‘아우슈비츠이후시의불가능성’을고백한유럽의지식인들처럼예술의중단은‘야만에대한저항’이며‘절대적인공포앞에상상력이처하게되는필연적인불가능성’을확인하는것이라는주장이이러한고백들속에내포되어있는것이다.
침묵과절제라는시대적표현에담긴예술의위기
그럼에도예술은어떻게재난을위로하는가?
따라서재난의예술은‘재난에대한’예술인동시에‘재난스러운’예술,표현을상실한불능과위기의예술,‘예술의재난’이기도하다.그것은결코재현될수없는재난을재현하려는욕망과그처럼불온한욕망에대한냉철한반성사이에서움튼다.모리스블랑쇼(『재난의글쓰기』,1980)의말대로,재난의예술은“글쓰기의거부를통해완성되는글쓰기’와같은것으로,이를통해예술가가아닌“재난스스로,재난의본질적인표현인망각과침묵속에서말하게한다”.재난에대해‘아무런말도할수없다고말하는것’이예술의주제이자형식이되는것이다.
이책『재난의예술』은세월호참사이후침묵과절제라는시대적표현에담긴예술의위기를살피고,이위기로부터선연히드러나는주체의타자에대한상호의존성과책임감을다시금되새기며,이를통해‘표현불가능성’이라는위기의수사너머로예술이어떻게재난의시대를위로할수있을지가늠해본다.그것은단지침묵하자는것이아니라세월호가스스로를가라앉히고죽음으로써보여준그파국의형식으로시대를,사회를,그리고우리자신을비춰보자는요청이다.
세월호참사10주기를맞아엮인이책은어느새우리의관심밖으로밀려난듯한세월호참사의상처와아픔이결코단한번도완전히잊힌적이없으며,눈에잘띄진않아도여전히우리의시대에,우리의예술에,그리고우리각자의마음에심중한변화의계기가되어왔음을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