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예술 : 포스트 세월호 시대, 고통과 구원은 충분히 말해졌는가?

재난의 예술 : 포스트 세월호 시대, 고통과 구원은 충분히 말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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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글들은 이른바 ‘포스트 세월호 시대’라고 불리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 문화가 세월호 참사의 뼈아픈 교훈을 얼마나 깊이 반성하고 변화의 계기로 삼아왔는지,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던 다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세월호의 아픈 이미지들이 전하려 했던,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말해지지 못한 고통과 구원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지, 예술은 그 고통과 구원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지 묻는다.
세월호 참사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물리적 재난인 동시에 이미지에 의해 그 충격과 고통의 외연이 확장된 매우 특수한 시각적 사태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이러한 시각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를 재현하는 일, 혹은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일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세월호 이미지들이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에 필연적인 조건임을 알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이미지들이 야기할 사회적 혼란과 해악을 염려한다. 세월호 이후, 그것에 대해 시를 쓰고, 노래하고, 연극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의 불가능성과 그로 인한 자괴감을 토로하는 것은 그리하여 세월호 시대를 사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윤리적 의례가 되었다.
이 책 『재난의 예술』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침묵과 절제라는 시대적 표현에 담긴 예술의 위기를 살피고, 이 위기로부터 선연히 드러나는 주체의 타자에 대한 상호의존성과 책임감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를 통해 ‘표현 불가능성’이라는 위기의 수사 너머로 예술이 어떻게 재난의 시대를 위로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저자

최종철

저자:최종철

이화여자대학교미술사학과에서현대미술을강의하는교수다.2012년미국플로리다대학에서「재현할수없는것을재현하기:후기사진시대사진의윤리학」이라는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지난10여년간재난예술에관한다양한글들을국내외저널에발표했다.『언더블루컵』(현실문화,2023),『로절린드크라우스』(커뮤니케이션북스,2024)등을번역,저술했다.

목차

들어가며8

I.사월,세월그리고‘보고싶다’는것에관하여
1.가만히있으라15
2.살아서보자16
3.잊지않겠습니다19
4.눈이멀어있었다21
5.본다는것22
6.촛불,눈을밝히다25
7.이미지,구원의지표27
8.가만히있지말라30

II.만년의양식,포스트세월호시대의예술작품
1.재난의예술36
2.만년의양식39
3.말할수없음―「보이스리스」43
4.볼수없음―「아이들의방」47
5.들을수없음―「우리아이들을위한읽기」53
6.‘손상된삶’에깃든구원의광휘58

III.홍성담의‘그로테스크리얼리즘’,
그불편함의미학적정당성
1.세월오월68
2.불편한그림들77
3.카니발과그로테스크리얼리즘91
4.그림이벨수있는것과벨수없는것107
후기110

IV.세월호의귀환,그‘이미지가원하는것’
1.이미지는무엇을원하는가119
2.살아있는이미지121
3.이미지의힘124
4.메두사효과127
5.세월호이미지에대한애호와공포132
6.이미지의복제와구원의영적전례들137
7.이미지의승리142
8.질문의끝과시작144

V.‘예술의종말’그리고‘종말의예술’
1.예술이물에빠진사람을구할수있을까151
2.예술의종말160
3.칸트적전회163
4.종말의예술166
5.‘변용’의밤174

도판목록181

출판사 서평

재난에처한이미지와예술
그들은어떻게스스로를구원하는가?

“이미지는…사랑하는사람을놓치지않으려는,그가부재하는동안
그삶의흔적을간직하려는욕망의환상적이고유령적인흔적이다.”
W.J.T.미첼

세월호침몰은그충격과고통의외연이
이미지에의해확장된특수한시각적사태다!

『재난의예술』은세월호참사이후지난10년간우리의문화와예술에발생한중대한변화를분석한책이다.이른바‘포스트세월호시대’라고불리는지난10년동안우리문화가세월호참사의뼈아픈교훈을얼마나깊이고민하고반성하며변화의계기로삼아왔는지,세월호를잊지않겠다던다짐이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상태인지,세월호의아픈이미지들이전하려했던,그러나아직한번도제대로말해지지못한고통과구원의이야기는과연무엇인지같은때늦은반성과물음속에서흩어져있던다섯편의글이하나로묶인것이다.

세월호참사는수백명의사상자를낸물리적재난인동시에,이미지에의해그충격과고통의외연이확장된매우특수한시각적사태였다.세월호참사가과거다른대형재난들과구분되는‘이미지재난’인이유는다음과같은사실들,즉세월호침몰의전과정이미디어에의해생중계되었다는점,우리가그미디어이미지들을수동적으로바라봄으로써재난의목격자인동시에공범자가되고말았다는점,그리고나아가올바른애도의과정을통해그재난과결별할시간을갖지못한채오랫동안미디어를통해반복되는재난의이미지에지속적으로노출됨으로써감각적삶에심각한외상을입었다는점에기인한다.

재난적세계속,야만에대한저항이자
상상력의불가능성에대한고백인‘예술의중단’

이러한참사의시각적특수성에도불구하고세월호를재현하는일,혹은그것을이미지화하는일은여전히논쟁의대상으로남아있다.세월호이미지들이‘영원히잊지않겠다’는약속에필연적인조건임을수긍하는동시에그러한이미지들이야기할사회적혼란과해악을염려하기떄문이다.이미지의사회적,정치적,윤리적(불)가능성에대한질문들이재난이후우리사회의(그리고모든재난적세계들의)중요한화두가되었지만정작우리는그러한가능성/불가능성에대한각자의신념밖으로여전히그어떤합의도만들지못하고있다.

세월호이후,시를쓰고,노래하고,연극을만들고,그림그리는것의불가능성과그로인한자괴감을토로하는것은세월호시대를사는많은예술가들에게일종의윤리적의례가되었다.예술가들은당대의거대한고통을자신의예술안에욱여넣고그세계와함께침몰하거나그럴수없다면예술의한계와위기를고백함으로써혹은눈물과침묵외에그어떤표현도온당치않다고말함으로써표현의중단에대한면죄를청한다.‘아우슈비츠이후시의불가능성’을고백한유럽의지식인들처럼예술의중단은‘야만에대한저항’이며‘절대적인공포앞에상상력이처하게되는필연적인불가능성’을확인하는것이라는주장이이러한고백들속에내포되어있는것이다.

침묵과절제라는시대적표현에담긴예술의위기
그럼에도예술은어떻게재난을위로하는가?

따라서재난의예술은‘재난에대한’예술인동시에‘재난스러운’예술,표현을상실한불능과위기의예술,‘예술의재난’이기도하다.그것은결코재현될수없는재난을재현하려는욕망과그처럼불온한욕망에대한냉철한반성사이에서움튼다.모리스블랑쇼(『재난의글쓰기』,1980)의말대로,재난의예술은“글쓰기의거부를통해완성되는글쓰기’와같은것으로,이를통해예술가가아닌“재난스스로,재난의본질적인표현인망각과침묵속에서말하게한다”.재난에대해‘아무런말도할수없다고말하는것’이예술의주제이자형식이되는것이다.

이책『재난의예술』은세월호참사이후침묵과절제라는시대적표현에담긴예술의위기를살피고,이위기로부터선연히드러나는주체의타자에대한상호의존성과책임감을다시금되새기며,이를통해‘표현불가능성’이라는위기의수사너머로예술이어떻게재난의시대를위로할수있을지가늠해본다.그것은단지침묵하자는것이아니라세월호가스스로를가라앉히고죽음으로써보여준그파국의형식으로시대를,사회를,그리고우리자신을비춰보자는요청이다.

세월호참사10주기를맞아엮인이책은어느새우리의관심밖으로밀려난듯한세월호참사의상처와아픔이결코단한번도완전히잊힌적이없으며,눈에잘띄진않아도여전히우리의시대에,우리의예술에,그리고우리각자의마음에심중한변화의계기가되어왔음을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