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밭 사람들, 그 후 20년 : 커피의 쓴맛이 시작되는 곳의 삶에 대하여

커피밭 사람들, 그 후 20년 : 커피의 쓴맛이 시작되는 곳의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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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자 림수진은 2001년부터 코스타리카 커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왔다. 『커피밭 사람들, 그 후 20년』은 2011년 출간됐었던 『커피밭 사람들』의 후속작으로서, 커피 생산의 최전선에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년 동안 이어진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커피 산업의 이면과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 책은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그들의 삶이 녹아 있음을 상기시키며, 커피 생산의 사회적 측면을 고민하게 하는 감동적인 에세이다.
저자

림수진

저자:림수진
전북익산에서태어났다.어려서관광버스운전수가되길간절히꿈꾸었는데,어쩌다보니지리학자가되었다.다행히,맘에든다.‘지리학자라면,나고자란곳으로부터가장멀리가야한다’라는말에힘입어서른살이되었을때라틴아메리카로건너왔다.금방돌아갈줄알았는데,여전히라틴아메리카에살고있다.이곳저곳떠돌다가10여년전,멕시코의작은시골마을에터를잡았다.이곳멕시코에서해가뜨면산책을하고낮에는일을하고해가지면조용히지구가자전하는소리를기록하며살아간다.2006년이후멕시코콜리마주립대학교UniversidaddeColima정치사회과학대학FacultaddeCienciasPoliticasySociales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별일아닌듯살아가는커피밭사람들,그후7

프롤로그|오래전,커피밭사람들19
몬타냐19
커피밭사람들23
타라수28
프레디부부36
페레스셀레동42
엘레나와기예르모45
그들의이야기47

제1부|도냐베르타이야기51
타라수에서커피를마시는일이란52
도냐베르타의마지막봄55
당부58
커피파이오니어60
커피를세상으로실어내는일65
도냐베르타의산호세67
타라수에서늘한비가내리면69
도냐베르타의파라다이스72
플로리다에서사입던리바이스청바지,그리고도냐베르타의속마음75
막내딸,쟌시79
돈나랑호82
금빛발자취85

제2부|로사가족과파니선생89
대서양연안에서온가족91
이들가족에겐추위가문제였다96
아버지디모데98
엄마로사99
제세니아101
오라비들104
가장디모데의구직106
로사의절규109
제세니아,아니에릭카114
파니선생118
그녀가감수해야했을시선들120
토요일저녁,타라수성당앞124
그들만의술집,주가132
파니선생의딸136

제3부|엘레나가족이야기143
어서부활절이되었으면147
다시,또하나의슬픔150
기예르모를가둔집152
엘레나의가게157
가장기예르모의한턱163
‘사고당한것이천만다행이지’167
엘레나의내공170
희한한셈법173
이가족의엥겔지수175
어느해,엘레나의생일178
살림의법칙185
모터바이크쇼의VIP191
이들부부의꿈193
아들저스틴197

제4부|안토니아이야기201
세상의끝,푸에르토히메네스205
남편,산티아고210
가족들214
디에고217
세일링의애인220
프레디의우물223
프레디소식225
자신이유령같다고했다227
세일링의가족235

제5부|세일링이야기239
세일링의용기240
오빠,디에고243
아빠,프레디247

제6부|그후20년251
안토니아가족2023년251
엘레나가족2023년272
도냐베르타가족2023년290
프레디2023년295

에필로그:커피와여전히닿아있는사람들,그리고삶305

출판사 서평

그때그커피노동자들은지금어디서어떻게살고있을까?

커피밭사람들이돌아왔다!‘몬타냐’와함께
2001년,박사학위청구논문을쓰려고어떤소속도,아는사람도없는코스타리카로혈혈단신떠난이가있다.바로‘몬타냐’림수진!(몬타냐는저자가코스타리카에서사용하는이름으로,‘산’을뜻하는데,이이름에얽힌웃지못할사연은책속에서확인할수있다.)주변의간곡한만류를뿌리치고우여곡절끝에코스타리카하고도타라수라는낯선곳에도착한그는그곳에서사람들을만난다.‘커피밭사람들’.그러고나서그는『커피밭사람들』(2011)이라는책을통해거대이론이나통계저바깥으로까마득히밀려나있던커피밭사람들의굴곡많은삶과엘레나,기예르모,프레디,안토니아…라는이름들을세상으로불러냈다.

숙련도는고사하고체력조차받쳐주지않는‘불량노동자몬타냐’였던림수진.그는통계나설문,이론을전혀차용하지않은논문을써보겠다는야심(!)에차무작정커피밭으로뛰어들어커피밭을삶의근거로살아가는다양한사람들과부대꼈다.그들의삶을엿보고,그들의이야기를귀담아듣는동안자신이제대로된길을가고있는지몹시불안해하면서도시간의흐름을믿으며,설령망하더라도잃을게별로없다고스스로를다독이며,‘망해봐야기껏2~3년정도인생길을에둘러가는거야.죽지않고살면돼.죽지않고살아낸다면그게내가가야할길이야’라고생각하며커피밭사람들의삶을기록해나갔다.

코스타리카커피밭의불량노동자몬타냐,그가기록한커피밭사람들의20년삶의궤적!
처음에림수진은짧으면1년,길어야2년이면자신이계획했던일이마무리될거라여겼다.커피밭사람들이자신에게선뜻손내밀어주었을때도그는그들의삶을살짝엿보고빠져나오려는얄팍한계산을했다.‘논문쓸만큼의자료가얼추모이면다시여기올일이없을거야!’그러나림수진은그들의이야기를논문에싣지못했다.논문에쓰지못한이야기들이모여『커피밭사람들』이나왔다.그리고20년넘게커피밭사람들을만나고있다.

세상의막장이라불릴만한커피밭에서림수진,아니몬타냐는일을잘하지도,몸이여물지도못한불량노동자였다.그런몬타냐를위해커피밭사람들은소박하나마자신들이가진것을아낌없이내주었다.음식과잠자리는물론자신들의삶까지.그리고불량노동자몬타냐가해고될까봐수시로전전긍긍자기일처럼걱정했다.림수진은그들에게너무나미안했다.“나는잠시만있다가돌아갈사람이야.내가돌아갈곳은이곳커피밭과는비교도되지않을만큼풍요롭고깨끗하고안전한곳이야.이고단한삶은잠시잠깐의각본에의한것이야”라고그들에게쉽게고백하지못했다.시간이흘러신뢰가쌓였을때몇번사실대로얘기했지만그들은도통몬타냐의말을믿지않았다.그때마다그의마음에빚이쌓였다.그들에게좋은밥한끼를대접할기회를엿봤지만끝내실행에옮기지못했다.그들은떠돌이였다.정들만하면헤어지기일쑤였다.힘들게다시만나더라도금세헤어져야했다.

그래서림수진은그들의이야기를글로썼다.그들에게고마운마음을전하려고,더하여세상이그들을좀알아줬으면해서,그리하여커피가이토록극진한대접을받는세상에서그들의삶도그랬으면해서,계속해서그들의이야기를써나가다보면세상이그들에게조금이라도더친절해지지않을까싶어서.

커피에대한온갖글이넘쳐나지만커피따는사람들이야기는여전히드문세상
그런데웬걸갈수록빚이늘었다.아무때고불쑥찾아드는몬타냐를그때그커피밭사람들이한결같이받아주었다.한없이시린삶을살면서도그들은여전히몬타냐를걱정하고위로해준다.빚갚자고시작한일인데그들과만날수록빚이는다.그래서림수진은고백한다.기왕20년을만나왔으니죽을때까지그들을만나야할것같다고.신이자신에게허락하는시간까지,그리고신이그들에게허락하는그시간까지.

커피에관한글들이쏟아지고넘쳐난다.예전에도그랬고지금도그렇다.커피의역사부터커피재배법,원두의종류,원두를음료로만드는법,실내장식이훌륭한커피숍에이르기까지커피와관련한이야기는무궁무진이다.그런데정작커피따는사람들의이야기는여전히거의없는듯하다.수확한커피를음료로마실수있게되기까지엄청나게먼거리를이동하고숱한공정을거친다는점을감안한다면,이글에등장하는커피밭사람들은커피를둘러싼모든시간과공간으로부터가장멀리떨어져있다.

코스타리카커피밭에서림수진이만났던사람들.누군가는커피밭의주인이었고누군가는커피밭에서일하는노동자였다.누군가는코스타리카에서나고자란사람이었고누군가는니카라과에서코스타리카로계절이주해커피를따는사람이었다.파나마북쪽국경산악지대에서코스타리카로이주해온사람도있었다.2001년부터2024년까지이어지는이야기속사람들의삶은무척다양하다.한곳에정주하여살아가는이들이있는가하면불법이주노동자로각처를떠도는이들도있다.최근처럼SNS가활성화되기전까지그들을찾는일이란그야말로망망대해에서낚싯대하나를드리우고하염없이고기를기다리는일과다름없었다.그래도기다리는시간이마냥헛되지만은않았다.기다림의길목에서또다른‘커피밭사람들’을만났고그들의삶으로부터이야기는다시가지를쳤다.

『커피밭사람들』에등장했던이들중대부분은이제더이상커피밭에서일하지않는다.하지만림수진이커피밭사람들에대한마음의빚을청산하지못하는한그들의삶이어떻게전개되는지,그들다음세대의삶이어떻게펼쳐지는지는계속기록될것이다.


우리의삶과커피밭사람들의삶은분명히이어져있다!지리학을공부하고지역연구로쓴책이니『커피밭사람들,그후20년』은학술서다.그러나라틴아메리카에관심을가진한연구자가지난24년간커피밭사람들을찾아다니며기록한삶의글이니,대중서이기도하다.커피혹은라틴아메리카에관심을가진사람들뿐아니라지역연구에관심을가진사람들에게도도움이될것이다.커피를마시는일이우리삶의너무나흔한일상이되어버린지금,이책은커피의이면을다시한번들여다볼수있게한다.

한잔커피값을100분위로나누었을때가장적은파이를가져가는커피밭사람들.그들이가져가는몫은소수점아래,0으로숫자가한참이어진뒤에겨우드러난다.그러니사실,의미없는숫자다.그럼에도그들의삶을기록하는이유는우리가마시는커피한잔에그들의삶이눅진하게녹아있음을부인할수없기때문이다.생산에서유통까지커피산업에종사하는이들중가장큰비중을차지하지만,통계나거대이론이중요하게고려하지않는‘커피밭사람들’.이세상에서커피를마시는일은분명그들의땀과눈물,웃음과외로움을같이마시는일이다.

책에나오는한사람한사람의이름을기억할필요는없을것이다.그들은이세상에존재하는‘숱한’커피밭사람중한사람일뿐이다.대부분은이제더이상커피따는일을하지않지만,그들의오늘은그들이커피를따던오래전그시절에서결코자유로울수없다.‘공정거래’커피가등장하고‘지속가능한커피’가언급되지만그런장치나이론은이들의삶에미치지못한다.땅한평갖지못한채불법이주자로커피밭을전전하는이들은세계커피산업에서보이지않는,아니보이지않아야할존재들이기때문이다.

이책을통해세상에그들의존재를좀더알릴수있다면,그리하여한번이라도더그들의목소리가세상에드러날수있다면,그것으로족하다고림수진은생각한다.개인들의이야기이지만이세상커피밭에서삶을이어가고있는,언젠가삶을이어갔던‘숱한’사람들의이야기로읽어주면고맙겠다고말한다.우리의삶이그들의삶과분명히이어져있는것은결코부인할수없는사실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