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양장본 Hardcover)

최후의 인간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폐쇄적인 요양원에서 지내는 ‘나’, 요양원 직원 ‘그녀’ 그리고 죽어 가는 환자 ‘그’를 둘러싼 이야기. 블랑쇼가 남긴 최후의 소설 『최후의 인간』은 온통 ‘그’에 대한 1인칭 화자의 사유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죽어 가는 ‘그’에게 집중되어 있고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역겨움·불쾌감·이질감·질투를 느끼는데,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 때문에 ‘그’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의 ‘죽어 감’을 사유하기에 이른다.

‘그’가 힘겹게 음식을 삼키는 모습, 늑대처럼 기침하는 소리, 소리 없이 걷는 그의 발자국 등 이 모든 것이 ‘그’의 존재를 실감케 하고, ‘나’는 어느새 순수한 타자성의 영역인 ‘그의 고통’ 속에 함께 놓이게 된다.
저자

모리스블랑쇼

MauriceBlanchot
1907년프랑스켕출생,2003년이블린에서사망.젊은시절몇년간저널리스트로활동한것이외에는평생모든공식활동으로부터물러나글쓰기에전념했다.작가이자사상가로서철학·문학비평·소설의영역에서방대한양의글을남겼다.문학의영역에서는말라르메를전후로하는거의모든전위적문학의흐름에대해깊고독창적인성찰을보여주었고,또한후기에는철학적시론과픽션의경계를뛰어넘는독특한스타일의문학작품을창조했다.철학의영역에서그는존재의한계·부재에대한급진적사유를대변하고있으며,한세대이후의여러사상가들에게큰영향을주는동시에그들과적지않은점에서여러문제들을공유했다.주요저서로『토마알수없는자』,『죽음의선고』,『원하던순간에』,『문학의공간』,『도래할책』,『무한한대화』,『우정』,『저너머로의발걸음』,『카오스의글쓰기』,『나의죽음의순간』등이있다.

목차

『모리스블랑쇼선집』을간행하며4

1부11
2부93

옮긴이해제:타자,오로지타자가말하는책?128
모리스블랑쇼저작목록?141

출판사 서평

“타자,오로지타자가말하는책”
블랑쇼가남긴마지막소설작품


푸코,데리다등당대사상가들에게큰영향을미친철학자이자,침묵과은둔의작가모리스블랑쇼가소설형식으로쓴최후의작품『최후의인간』.이책에서그는자신의작품중가장많은찬사를받은『죽음의선고』와같은방식을사용하며서사와독백으로1부와2부를채우고있다.전부이면서아무것도아닌자,‘그’를만난이야기를통해블랑쇼가말하고자하는것은우리의사유가낮고낮은곳으로내려가타자의역겨운것에도달해야한다는것.여기서낮은곳으로내려가는행위란타자의이른바‘사회적가면’을벗기는것이다.그가면이면에는한인간의분열된모습,두려움과불안,착란이쏟아져내리는비천의얼굴이있다.이이야기를통해블랑쇼는타인의비천함으로내려가는것만이‘우리’가되는길을열수있다고역설한다.


‘우리’를비추는비천의거울

이이야기는온통‘그’에대한1인칭화자의사유로가득차있다.1부는폐쇄적인분위기의요양원에서지내는‘나’,요양원직원‘그녀’그리고죽어가는환자‘그’를둘러싼이야기가전개된다.2부에서는1부에서부터서사의전개를빈번히가로막았던독백이전면화되는데,이철학적사유의독백은모두낯선타자의존재,그들과의‘공동의관계’를숙고하는데할애된다.

이이야기에서먼저발견되는것은‘나’가‘그’에대해느끼는이질감·질투·역겨움·불쾌의감정이다.‘교수’라는별명을가진그는도무지속을알수없는인간인데다,‘나’와친밀한관계를유지했던‘그녀’의신경이온통죽어가는그에게집중됨에따라‘나’의심경은더욱복잡해진다.급기야‘나’는자신이좋아하는‘그녀’때문에‘그’에대해생각하다가그의‘죽어감’을사유하기에이른다.이때화자가주목하는것은‘죽음’이아니라‘죽어감’,즉죽음이한순간에찾아오기전까지머무는삶도죽음도아닌과정이다.어떻게‘그’는소멸과정속에서오히려자신의현시를타인에게강력히실현하는것일까?

‘그’는병이깊어지면서화자에게점점더견디기어려운역겨움을발산한다.그러나‘나’는그를직접적으로대면했을때보다죽어가는육체가남겨놓은흔적,비천의낯을통해그의존재를더욱생생하게느낀다.‘그’가힘겹게음식을삼키는모습,늑대처럼기침하는소리,소리없이걷는발자국등이모든것이‘그’의존재를실감케한다.어느새‘나’는그이유가그의죽어감의과정이곧자신의과정이될수있으며,그누구라도대면해야할공동의사건이기때문임을깨닫는다.‘나’는‘그의고통’속에‘함께’놓인다.이렇게‘나’,‘그녀’,‘그’는구분되지않는한덩어리처럼공동의존재로각인된다.

전부이면서아무것도아닌자,‘그’의목소리

‘최후의인간’이라불리는‘그’는블랑쇼가중성의글쓰기를위해설정한‘그’(il)의개념을형상화해주는인물이자,작품자체의속성을드러내는인물이다.『최후의인간』에는존재하면서도존재하지않는사람에대한숙고가담겨있다.여기에는작품은누군가의이야기이면서도그누구의이야기도될수없는,실재의경계를넘나드는말뿐이라는작가의지론이반영되어있다.블랑쇼는작품속에서특정한자의모든특권적인발언의무게를해제하는‘중성’(neutre)의글쓰기에알맞은인물을모색했다.그렇다면,발화주체의특권을내려놓음으로써문학은과연무엇을얻을수있을까?어떤사건,인물의특수성을배제하면서작가는문학의가능성을열어놓는다.사건은일어난것일뿐아니라다른형태로일어날수도있었던것이되고,우리는스스로에게낯선자가될수있다.블랑쇼는우리자신에게조차주권을실행할수없는무력상태가오히려폐쇄된‘나’에서타자로의열림을실현하는문학적본질이라고생각한다.

일례로『최후의인간』에나타나는공간과소음은독자로하여금‘어느누구의것도아닌목소리’에내맡겨지게하는효과로나타난다.요양원의방은익명의개별자들이머무르는공간으로,단절을표상한다.개별자들은공간과일체가된다.죽어간다는것은그방에가구처럼놓이는부동의상태다.이때소음의이미지가각자의공간과경계를넘어서게한다.익명의사람들의소음은흐르는것으로액화되어이리저리부유하며포착되지않는다.공동의소음에놓인우리는하나의공동체에속하게된다.‘나’에게서발화된말은‘우리’를갈라놓고고정시키며‘나’라는기호는타자앞에헐벗은것처럼대상화되는위협을겪지만,주권을잃어버린웅성거림속에서는그런것을염려할필요가없다.고정된장소없이흘러가는소음속에스며든자아는타자에게로개방되는관계장의증폭을경험한다.소음,비명,한숨소리등의이미지는바깥으로향하는열린공간의반향이다.

이반향들은단일한자아의경계를넘어,고립속에서도타자의일부를나누어가지고,타자에영향받으며,관계성속에참여하도록한다.여기에는,주체중심의절대자아의목소리가들리지않는다.그저공동의울림속에함께존재할뿐이다.『최후의인간』이모색하는‘우리’의가능성이란바로이런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