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이란 무엇인가 (조선 문명의 일기)

실록이란 무엇인가 (조선 문명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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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시대를 읽는 프리즘─조선실록
조선실록을 제대로 읽기 위하여

조선시대사를 알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관문 같은 역사 기록은 조선실록이다. 흔히 ‘조선왕조실록’이라 일컫는데, 저자는 굳이 ‘조선실록’이라고 명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실록은 왕조 시대에 왕조 이후, 즉 왕조가 멸망한 이후를 드러내놓고 상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징체계이자 실질적인 증거이기도 했으므로, ‘결국 왕조와 일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500년 문명의 일기’ 또는 왕조라는 단어를 뺀 ‘조선실록’이란 표현을 썼다. 요컨대 실록의 역사성, 조선 문명과 제도의 산물로서 실록을 파악했다.
이 책은 태조에서 철종까지 조선조 25대 국왕의 역대 기록을 이야기로 풀어놓은 역사책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조선시대의 정치·사회·인물을 풍부하게 알려주는 실록이 어떤 기록인지를 궁구한 책이다. 조선시대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책이 조선실록을 인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작 실록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472년간에 걸친 25대 국왕의 실록 28종, 1,894권 888책에 이르는 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조선실록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누구에 의해 편찬되었을까?
조선시대 국가 기록물은 실록 말고도 여럿 있다. 『승정원일기』나 『경연일기』, 『비변사등록』, 의궤 등이다. 이 기록들과 실록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사(國史)의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다른 어떤 역사 편찬물보다 대우받고 그 모든 기록의 정점에 있는 조선실록에 관한 모든 것이 이 책에서 설명된다.
저자

오항녕

현재전주대학교역사문화콘텐츠학과교수로있으며,2018~2019년중국연변대학교역사학과에서가르치고있다.고려대학교사학과에서조선시대사관제도를연구하여박사학위를받고,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과한국사상사연구소에서사서삼경등고전학을공부했다.국가기록원전문위원과팀장을지냈고,인권연대운영위원과한국고전번역원번역위원을맡고있다.기록과인간,조선문명,기억과시간등을주제로연구하고있다.
?저서로『호모히스토리쿠스』,『광해군,그위험한거울』,『조선의힘』,『기록한다는것』,『밀양인디언』,『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성리학과역사학』등이있고,역서로『사통(史通)』,『대학연의(大學衍義)』,『국역영종대왕실록청의궤(英宗大王實錄廳儀軌)』,『문곡집(文谷集)』,『존재집(存齋集)』등이있다.

목차

제1부실록의역사성
1장.실록의탄생
1.문자그리고당대사/2.역사담당관청과관원/3.유지기의탄식
2장.문치주의의트로이카
1.제도로서의문치/2.문치주의의트로이카
3장.실록체계의변화
1.사초에대한인식변화/2.한림권점제의시행/3.국사체계의진화/4.실록과갑오개혁

제2부실록:등록과의례
1장.실록:등록의위계
1.등록과성책/2.등록위계의정점
2장.의례와상징체계
1.의례와기록/2.국사의이상과실용성/3.구별과배제의장치/4.실록의례의성립

제3부실록의원자료와편찬
1장.사초와시정기
1.사초및공문서의수집/2.시정기편찬의실제/3.기사수록의원칙과실제
2장.실록편찬과보존
1.실록과『명의록』/2.실록청의설치와운영/3.인간印刊과봉안奉安/4.실록의보존
3장.실록의이웃기록들
1.『승정원일기』와『경연일기』/2.『승정원일기』와『일기청등록』/3.실록과『승정원일기』
4장.겸임사관의운영
1.겸임사관:기사/2.겸임사관:편찬

제4부실록의편찬물자
1장.실록편찬의비용,물품
1.장인과급료/2.소요물자와반납품
2장.실록의현대적복원

제5부연대기의보편성
1장.실록과연대기
1.일기와연대기/2.기록의차원
2장.실록,연속과단절
1.아카이브실록/2.실록,역사학,기록학

출판사 서평

동시대에관련된인물·사건에대한기록
실록에내재된긴장과갈등

조선실록과관련하여주목할키워드는‘당대사(當代史)’와‘사관제도’이다.오늘날우리에게야과거의역사이지만실록은당대사로역사에등장했다.어떤사건이발생했을때그것에관계된사람들이함께사는동시대에생성·관리·보존된역사가바로당대사이다.당대에공유된경험을기록으로남긴다는것은그만큼긴장과갈등을유발하게마련이다.당대에기록된인물또는사건에관련된사람들이살아있을가능성이크기때문에발생할수있는내재적긴장성이다.그기록을열람하고자하는욕구또한당연히생길수밖에없으므로그에따른사화(史禍)발생가능성도배제할수없다.그렇다면조선실록은이러한잠재된긴장과갈등을어떻게극복하면서500여년간지속적으로편찬될수있었을까?
기사와편찬과정에당대권력의개입을배제함으로써사실에입각한기록을훼손하지않고당대정책과사회문화를기록하는방안,그것은조선실록에서구현되었다.먼저,최고권력자인국왕이역사편찬에개입할수없도록군주의사거이후에편찬하는관례를만들어나갔다.바로배제의장치이다.실록을보호하기위한배제의장치는기사단계→편찬단계→보존단계에서매우치밀하게작동되었다.첫째,기사단계에서는사초보호규정을두고,사초실명제를실시하며,사관임용시그자격을엄격히하고,사관내부에서하급관원이자신의후임을선발하는자천제를운영함으로써사관과그사관이쓴사초를보호하고자했다.둘째편찬단계에서는사초누설자를엄히처벌하고,편찬이끝난사초를세초했다.마지막으로보존단계에서는편찬된실록을지방의사고(史庫)에비장하고,포쇄를할때도전담사관만그일을거행하도록했다.
실록을온전한기록으로남기기위해,권력에의한기록의왜곡을배제하기위해또하나눈여겨볼것은구별의장치이다.국정에참고한다는실용적명분때문에실록을열람하고자한다면어떻게해야할까?선왕의정책이나사건을참고하기위해당대사열람의필요성은존재했다.조선은그용도를위해『경연일기』나『승정원일기』,『국조보감』이라는기록도같이편찬했다.
이같은과정을거치며,실록은국가최고의기록으로서다른기록과구별되는국사로서의지위를갖춰나갔다.

대간이한시대의공론이라면
사관은만세의공론입니다!

조선문치주의를이루는근간중의하나는사관제도이다.그리고실록은사관제도의산물이다.실록을편찬한사관은어떤직급이고,무엇을기록했을까?조선시대사관은크게볼때전임사관과겸임사관으로구분된다.국왕의지근거리에서기록을맡은기사사관은예문관에소속된8명의한림이다.이들은사초를작성하고각관청에서보내오는문서를작성했다.겸임사관은본직은다른관청에소속되어있으면서춘추관관원을겸하는겸춘추이다.이들은직접기록을생산하기도하지만주로해당관청의문서를춘추관(예문관)의전임사관에보내는역할을맡았다.
전임사관,즉8명의예문관한림은정7품이하의하급관원에불과하지만외부의간섭을배제하고,적극적이고주체적이며,자율성을갖는다.조선의사관제도는관료제의체계에서보면좀이질적인특성을갖고있다.신임사관을선발할때선임이다른한림들의동의를얻어신규임용을마무리하는자천제가바로그것이다.자천제로사관을선발한다고해도공정성에문제가없다고인정될만큼내부인사와직능이청직(淸職)에걸맞게운영되었고,이를통해사관의직필이유지될수있었다.
물론이같은사관제도와실록편찬시스템이단번에정착된것은아니었다.조선초기재상중심의편찬방식과갈등을빚으며예문관참외관을중심으로전임사관제도가자리를잡아나갔고,한림의직서를보장하고비밀을보장하기위해사초의왜곡과개서가능성을차단시켰다.기사주체와편찬주체가다르기때문에발생할수있는갈등의여지를실록편찬시분방·분년체제로운영함으로써최소화시켰다.
그리하여만세(萬歲)뒤에살후세사람에게부끄럽지않을역사기록을남기고자노력했다.비밀리에보관된실록은당대의그누구도열람할수없는국가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