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가 판단케 하라 (조선실록의 수정과 개수)

후대가 판단케 하라 (조선실록의 수정과 개수)

$25.00
Description
사실과 해석의 충돌, 역사와 기억의 갈등
조선실록의 수정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처럼 어떤 사회나 국가·민족이든 역사를 둘러싼 당사자들과 치열한 기억-전쟁을 치른다. 그것이 갈등에서 비롯되었을 경우 그 기억-전쟁의 강도와 양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국가 간에도 일어나지만 한 국가의 사회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기억을 둘러싼 투쟁과 갈등을 다룬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첫째, 흔히 사화(史禍)라고 불리는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정치 행위로, 대표적인 사건이 김일손의 사초에 실린 김종직의 「조의제문」 때문에 벌어진 무오사화이다. 연산군 때 벌어진 무오사화의 결과 ‘사림의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귀양 가거나 죽임을 당했다. 둘째, 역사 자체를 다시 쓰는 기억(기록)의 수정 행위로, 특히 이는 실록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조선시대 실록은 믿을 수 있는 기록이라는 의미로 ‘신사(信史)’라는 용어와 같이 쓰였다. 그런데 인조반정 뒤, 이미 편찬된 『선조실록』을 수정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 후기에 세 차례의 실록 수정이 더 일어났다. 『현종실록』, 『숙종실록』, 『경종실록』의 수정이다. 실록은 어떤 배경 속에서 누가 무슨 이유로 수정했을까?
역사 기록으로 인해 벌어진 ‘사화’와 ‘실록 수정’의 이중주는 조선시대의 정치와 역사의 특징을 이해하는 주요한 통로이다.
저자

오항녕

현재전주대학교역사문화콘텐츠학과교수로있으며,2018~2019년중국연변대학교역사학과에서가르치고있다.고려대학교사학과에서조선시대사관제도를연구하여박사학위를받고,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과한국사상사연구소에서사서삼경등고전학을공부했다.국가기록원전문위원과팀장을지냈고,인권연대운영위원과한국고전번역원번역위원을맡고있다.기록과인간,조선문명,기억과시간등을주제로연구하고있다.
?저서로『호모히스토리쿠스』,『광해군,그위험한거울』,『조선의힘』,『기록한다는것』,『밀양인디언』,『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성리학과역사학』등이있고,역서로『사통(史通)』,『대학연의(大學衍義)』,『국역영종대왕실록청의궤(英宗大王實錄廳儀軌)』,『문곡집(文谷集)』,『존재집(存齋集)』등이있다.

목차

제1부사화(史禍):갈등또는극복
1장.당대사에내재한긴장
1.유지기의진퇴양난/2.조선건국초실록편찬이라는과제
2장.조선초기실록열람을둘러싼갈등
1.편찬주체논쟁의성과/2.실록열람에서국왕배제
3장.사초관리와실명제
1.사초는국서國書이다/2.사초실명제의그늘
4장.조선전기사화史禍극복의경험
1.사화속에선사관들/2.한림이황의체험
5장.조선후기기억투쟁과실록누설
1.혼정昏政과반정反正/2.『광해군일기』의수정시도/3.실록누설의조사와처분

제2부주묵사의출발:『선조수정실록』
1장.『선조실록』편찬의곡절
1.초유의실록수정을보는눈/2.불태우고버린사초,찾은기록/3.옥사에밀린실록편찬
2장.『선조실록』수정과정
1.일기편찬과실록수정/2.수정의범위와방법론/3.『선조수정실록』의완성
3장.수정본의체재와범례
1.주묵사의원용/2.수사강령과범례
4장.수정본편찬의두방향
1.기사의수정·보완/2.사론의수정

제3부『현종실록』과『현종개수실록』
1장.『현종실록』의편찬과개수
1.『현종실록』의편찬/2.『현종실록』의개수
2장.『현종실록』과『현종개수실록』의비교
1.찬수범례로본개수/2.주요현안에대한기록/3.상이한인물평가

제4부『숙종실록』의편찬과보궐정오
1장.『숙종실록』의편찬과개수
1.『숙종실록』의편찬/2.『숙종실록보궐정오』의편찬
2장.『숙종실록』과『숙종실록보궐정오』의비교
1.숙종초년에대한인식/2.노소분당과외척비판/3.장희빈처분과세자보호론/4.병신처분과정유독대

제5부『경종실록』의편찬과수정
1장.『경종실록』의편찬과수정
1.『경종실록』의편찬/2.『경종실록』의수정
2장.『경종실록』과『경종수정실록』의비교
1.왕세제건저/2.김일경과목호룡의고변/3.복권과출향의갈림길

출판사 서평

사실은왜곡하지않되,관점과해석의차이만있을뿐!
사론에나타난상반된인물평

실록은국가최고의기록이자절대권력자조차볼수없었던기록이었다.조선초기에실록편찬원칙이확립되고,사초보호규정이마련되었으며,사초실명제를엄격히하고,사초를누설했을경우엄한처벌이내려졌음을감안할때,조선후기에벌어진네차례의실록수정은선뜻이해되지않는다.그러나당대사기록이라는실록의내재적긴장성과학파(정파)가서로다른사람들이편찬했다는사실은언제든갈등을유발할여지를안고있었다.조선후기의네차례실록수정,그것은『선조실록』·『현종실록』·『숙종실록』·『경종실록』의수정과개수였다.현재『선조실록』과『선조수정실록』,『현종실록』과『현종개수실록』,『숙종실록』과『숙종실록보궐정오』,『경종실록』과『경종수정실록』이남아있어원본과수정본을모두살펴볼수있다.
광해군대편찬된『선조실록』을인조대들어와수정한일은조선시대실록편찬사에서처음벌어진일이었다.흔히,인조반정으로광해군대의대북정권을몰아내고서인이정권을장악했기때문에그반정세력에의해실록이수정된것이아닐까생각한다.즉,정치세력의‘의도’때문이라고생각하기쉽다.
하지만실록의수정이제기된이유는무엇보다임진왜란으로인해손실된사초가실록의무결성을해쳤다고보았기때문이었다.조선을휩쓸고간전란은비단사람의목숨만앗아가지않았다.전란의병화는실록을보관해두는사고까지태워버려전주사고본실록만온전할수있었다.
대제학이식은‘나라는멸망할수있어도역사는없어지게할수없다’는원칙을강조하면서국가재정이부족한상태이지만실천가능한방법을제시하며,마침내인조의허락을얻어『선조실록』의수정책임을맡았다.수정작업은사실의보완과사론의수정이라는두가지방향에서진행되었다.『선조수정실록』에서는『선조실록』의원래기사를비판할때‘실록을살펴보건대(按實錄)’라는말을두어대조하는방식을취한경우가보인다.

한준겸을경상도관찰사로삼았다.
사신은논한다.……한준겸은겉으로는관대하고후덕한듯하나안으로는실로음험하여몇몇군소배와결탁하여심복을삼고왜적과의화의에찬성하고사류를배척하였으니,나라를그르친죄가역시유성룡다음이다.
―『선조실록』,32년2월16일.

한준겸을경상도관찰사로삼았다.
『선조실록』을상고하면“한준겸은겉으로는관대하고후덕한듯하나안으로는실로음험하여몇몇군소배와결탁하여심복을삼고왜적과의화의에찬성하고사류를배척하였으니,나라를그르친죄가역시유성룡다음이다.”하였다.한준겸은매우침착하고도량이있어세상에서모두위인이라고칭하였는데,이제음험하다고지목한것은무엇때문인가?한준겸이오랫동안외직에나가있었고조정에있었던기간이적었으니‘군소배와심복을맺어왜적과의화의를돕고사류를배척했다’고한것은너무나모함해얽은것이다.『선조실록』중이처럼상반되는말이매우많으니,어찌말할것이있겠는가.
―『선조수정실록』,32년2월1일.

이식은『선조실록』이광해군대이이첨편을든몇몇인물들에대해서는거짓을좋게꾸몄고명신과훌륭한재상및학자에대해서는추악하게매도했다며인물평을바로잡아야한다고강조했다.그에따라왜곡하여치켜세운인물,근거없이깎아내린인물을재평가했다.
사론의수정과함께사실보완의측면에서는임진왜란당시의병활동,수군활동,이순신관련기록등을추가하고보완했다.

원본과수정본을모두남겨
후대로하여금판단케하다

확실히실록의수정은정치세력의변동과밀접한관련이있다.각자의관점에따라정치적사안을해석하는평가도달라지기때문이다.그러나저자는실록의수정을정치세력의‘의지와욕망’으로환원해버리는것을경계한다.
저자는연원일별로원본과수정본실록기사를모두검토하면서,조선후기실록의수정과개수가서로대립적인정치세력이사론을통해사실을보완하거나사건의진상을다르게주장했더라도사실을지어내는경우는없었다는결론을얻어냈다.요컨대서로의사상과가치를관철하기위해이해관계를다투고,그로부터정국이갈등으로치달을지라도넘지않았다는선이있었다는것이다.그것은바로정치권력의우위를앞세워역사가사회에서가져야할기능과역할,가치를훼손하지않는원칙이라는것이다.그것은실록을수정·개수한뒤에도원본실록을폐기하지않고남겨둠으로써‘주묵사(朱墨史)’의원칙을수정의모범으로세웠다는데서나타났다.그리하여수정의정당성을후대사람들로하여금판단할수있도록한것이다.

이제확인해보자!
이책에는원본실록과수정본실록의기사가사건,인물평,정책등에대해어떻게서로다른시각을갖고있는지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