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에서묘지까지,작가의활동공간에서작품의무대까지
러시아와유럽의대문호10명을찾아가는여행
●러시아:푸시킨,톨스토이,막심고리키,
●프랑스:스탕달,빅토르위고,
●독일:괴테,횔덜린,헤르만헤세,
●영국:조지고든바이런,D.H.로런스
이책은러시아와유럽의대문호라일컫는작가10명에관한이야기다.민족문제연구소장이자문학평론가임헌영은1990년부터‘세계인문학기행’을염두에두고30여년동안세계각지를답사했는데,이책은특히러시아와유럽쪽문학의거장10명을뽑아그들의생가,일생동안의활동공간,묘지,작품의배경이되는마을등을둘러본다.그런가운데작품이야기는물론이요,그들이살았던시대,곧역사와삶의이야기를풀어낸다.작가들의삶의이야기속에는당대권력과부딪치며저항했던모습도들어있지만농밀한여성관계등의사생활도포함되어있다.이를두고저자는“한작가의숨기고싶은사생활을들여다보는일은단순히절시증차원의재미가아니라역사앞에서지식인이어떻게살아야하는가를찬찬히따져보고자함에서였다”라고말한다.
독일이자랑하는대문호괴테의생가는프랑크푸르트에있다.저자의말에따르면,살아생전오복을신명껏향유하고부유한삶을누렸던작가로손꼽히는괴테의생가는“러시아오룔에광대하게펼쳐진투르게네프의영지나인도콜카타의학교규모로건축된타고르생가와비견될만큼엄청나다.온집안을돈으로칠갑해놓은것으로는괴테쪽이단연앞선다.”1954년박물관으로단장되어일반에공개된괴테의생가는두채의집이나란히연결된형태인데,당시어느정도로부유했는지는부엌의시설이나집안의가구등을통해알수있다.『젊은베르테르의슬픔』,『파우스트』의작가로만알던괴테가작센-바이마르공국에서군사위원회·도로건설위원회·광산위원회등의장관직을역임했다는사실은흥미롭다.문명(文名)을날린데더해공직까지맡으며행정능력까지겸비했던것이다.
헤르만헤세가태어난도시칼브는너무나아름다워서“작가란자연환경이낳기도하는구나”라는생각이들정도이고,바이런이태어난생가는헐려서상가가되어버린곳에생가였음을알려주는블루플라크(BluePlaque)만부착되어있을뿐이며,D.H.로런스가태어난광산촌이스트우드는“이런삭막한고장에서인간의영혼이기댈곳이라고는육체밖에없었던게아닐까하는”생각이들정도로쓸쓸한기운이감도는작은도시다.
이책에소개된작가들의묘지중인상깊은것은톨스토이의무덤이다.톨스토이가태어난곳이자결혼해서오랫동안산집이있는곳,야스나야폴랴나에그의무덤도있다.대문호의무덤이라고는믿어지지않을만큼소박한묘다.그흔한묘비도없고,유럽의묘지에서많이보이는조각상도없다.저자는“이무덤앞에서면죽어서는누구나평등으로돌아가야한다는교훈을듣는것같다”라고말한다.
저자는대문호들의생가와묘지외에도그들과관련된박물관이나기념관,망명지,숨을거둔곳도일일이찾아간다.그들의작품에서설정한무대도찾아가작품이야기와시대적배경까지풀어나간다.예컨대『전쟁과평화』의실제역사적배경인보로지노전투의현장,『레미제라블』의워털루전투의현장을톨스토이와빅토르위고가현장답사했듯이,저자또한그들을쫓아여행한다.스탕달의대표작『적과흑』의모티브가된실제사건이일어난브랑그마을,헤세의『수레바퀴밑에서』의배경이되는마울브론수도원학교,괴테가『젊은베르테르의슬픔』을집필하게된동기를부여해준곳베츨라어도이기행에서찾아간곳이다.
격변의시대,치열한영혼
대문호의삶과사랑,그리고작품이야기
이책에소개된대문호10명의생몰년을살펴보면가장이른시기의인물이괴테로1749년에태어나1832년에죽었으며,가장늦은시기의인물은헤르만헤세로1877년에태어나1962년에죽었다.전체적으로볼때이책에서다루는작가들은19세기에포진해있으며,18세기중반에서20세기중반에걸쳐있다.이시기는그야말로역사적격변기였다.굵직굵직한사건만대강훑어봐도프랑스대혁명(1789),러다이트운동(1811),보로지노전투(1812),워털루전투(1815),데카브리스트의난(1825),프랑스7월혁명(1830)과2월혁명(1848),파리코뮌(1871),러일전쟁(1904),피의일요일사건(1905),러시아혁명(1917),두차례의세계대전(1914/1939)등이다.격변의이시대를대문호들은어떻게살았을까?
이른바‘고전’이라일컫는명작은작가가살았던시대나삶과분리해서생각하기힘들다.따라서작품속에는당연히시대를바라보는작가의문제의식이나사상이들어갈수밖에없다.예컨대빅토르위고시대의프랑스는국내외적으로대격변의시기였다.나폴레옹의모스크바원정중가장치열한전쟁인보로지노전투가1812년에일어났고,엘바섬에귀양가있던나폴레옹이탈출하여황제에다시오른뒤영국-프로이센연합군과벌인워털루전투가1815년에일어났으며,국내적으로는프랑스대혁명의연장선상에7월혁명과2월혁명이일어났다.대통령에당선된루이나폴레옹이쿠데타로황제에오르고장기집권을위한개헌을시도하자빅토르위고는맹비난을퍼부었고,그일로프랑스를떠나망명생활을해야했다.루이나폴레옹에대한탄핵서를쓰는등사회적발언을서슴지않았던그는망명생활중에도집필을놓지않아『레미제라블』을완성했다.워털루전투의현장을치밀하게답사하여완성해낸『레미제라블』에는나폴레옹이추락할수밖에없다는역사적필연론을담고있다.빅토르위고는1871년파리코뮌의전사자들을추모하는글을남겼는데,이는페르라셰즈코뮌의벽에새겨져있다.
이렇듯이책은작가당대의역사적사건,그리고그의작품속시대배경을교차해가면서서술하고있다.이를통해작품의이해도를높이고,작가를온전히파악하고자한다.
대문호의삶을그대로파악하기위해저자는작가의여인관계등과같은사생활도적나라하게들춰본다.이는작가의삶을한층더입체적이고풍부하게바라볼수있게해준다.빅토르위고와조지고든바이런은세계문학사에서도알아주는바람둥이이고―그래서위고편과바이런의제목도각각「지칠줄모르는바람둥이인문주의자」,「연애대장,그리스독립투쟁에서전사하다」이다―막심고리키와헤르만헤세는세번의결혼경력이있다.이로인해작가는곤욕을치르기도했는데,고리키의경우두번째여인인안드레예바와미국에서혁명기금을모으는활동을할때러시아정보당국에의해‘여배우를데리고불륜을저지르며다니는무정부주의자’라는오명을뒤집어쓰기도했다.
문학,역사,철학을넘나들고
음악,미술을녹여낸인문기행
독일의시인횔덜린과철학자헤겔은동갑내기이며튀빙겐신학교의동방생이었다.저자는문학기행을하면서역사도놓치지않으며,그에더해철학사상가기행도곁들인다.저자는07장횔덜린편에서슈투트가르트에있는헤겔하우스를꼭방문해야한다고말한다.전공이무엇이든,철학에아무리관심이없다고하든간에헤겔의『정신현상학』은반드시읽어야할명저로꼽는다.튀빙겐신학교시절동갑내기동방생횔덜린과헤겔은프랑스대혁명소식을듣고“자유만세!루소만세!”를외치고,<라마르세예즈>를불렀다는일화도소개한다.
헤르만헤세는니체를너무나좋아하여그가대학교수로있던바젤로이사했다.저자는헤세의자취를더듬어바젤을기행하면서니체에대한언급도빼놓지않는다.바젤기행에서헤세의생활보다는니체에더많은공을들여서술하고있다.니체가태어난곳인뢰켄에작은기념관으로꾸며진니체의생가와묘를둘러보고,『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저술의뒷이야기도풀어놓는다.
여행을하면서작가나작품과관련된음악을추천해주는것도이책이선사하는즐거움중하나다.톨스토이의『전쟁과평화』의무대인보로지노전투현장을갈때는영화<전쟁과평화>의사운드트랙인<나타냐왈츠>나차이콥스키의<1812년서곡>을,톨스토이의고향인야스나야폴랴나를갈때는러시아최고의민요인<카츄샤>를,막심고리키의고향니즈니노브고로드로향할때는<스첸카라진>,<볼가강의뱃노래>,,를듣기를권한다.세계적애창곡이며우리에게도널리알려진<존브라운의노래>를들을때면사형제폐지를강력히주장했던빅토르위고를상기하고,바이런의흔적을찾아그리스수니온곶의포세이돈신전을갈때는영화<페드라>를떠올리면서안소니퍼킨스가들었던<토카타와푸가F장조>를들어보라고말한다.또한낭만적시를썼다고만알고있는바이런이영국상원의원으로활동하던시절에의회에서노동자탄압법안에반대했음을기억하며런던거리를거닐때는음악공동체첨바왐바의<러드장군의승리(TheTriumphofGeneralLudd)>를들어보라고한다.문학기행이면서인문·역사·음악기행이라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