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드라마, 상상과 왜곡사이 (TV는 어떻게 역사를 소환하는가)

역사드라마, 상상과 왜곡사이 (TV는 어떻게 역사를 소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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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극에서 역사를 배운다는 A씨, 사극이 역사를 왜곡한다는 B씨
역사드라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누군가는 TV 역사드라마를 보면서 역사를 공부한다 하고, 또 누군가는 역사드라마에 잘못 표현된 역사적 사실을 일일이 지적하고 역사 왜곡을 비판한다. 역사학자들은 고증의 오류를 끊임없이 비판하는 반면, 드라마 작가들은 드라마의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인기가 높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역사드라마가 방영될라치면 논란은 더욱 격화된다.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이 시작되기 전 2006~2007년에 방영된 <주몽>은 최고 시청률이 49.7%에 이르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2018년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은 드라마였다. 두 드라마 모두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은 터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드라마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역사드라마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말하는 것과 동시에, 역사드라마를 좀 더 똑똑하게 보기 위한 방법론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드라마를 그저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연출가(감독)가 어떻게 역사를 소환하고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재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의도다.
이 책은 드라마 작가가 주장하는 ‘상상력’과 역사학자가 비판하는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적 구도를 넘어 역사드라마를 분석함으로써 그것에 드러난 문화 현상과 변화와 흐름에 주목한다.
저자

주창윤

현재서울여자대학교언론영상학부교수다.한양대학교신문방송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고,영국글래스고대학교(UniversityofGlasgow)의영화와텔레비전학과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학위논문의주제는텔레비전드라마의해석학이다.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현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책임연구원,SBS시청자위원,MBC경영평가위원,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어특별위원,방송통신위원회방송평가위원,『한국언론학보』편집위원장등을역임했다.
1986년『세계의문학』봄호를통해시단에나왔으며,시집으로는『물위를걷는자물밑을걷는자』,『옷걸이에걸린羊』이있다.지금은대중문화사와영상이론에관심을갖고연구·집필활동을하고있다.대중문화사관련저서로는『세대문화』,『한국현대문화의형성』,『허기사회』,『대한민국컬처코드』등이있고,영상이론관련저서로는『텔레비전드라마:장르,미학,해독』,『영상이미지의구조』등이있다.
2005년『텔레비전드라마:장르,미학,해독』으로한국방송학회학술상을,2016년『한국현대문화의형성』으로한국언론학회희관저술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어떻게역사드라마를볼것인가
1.역사장르/2.역사드라마의정의/3.역사서술방식

2장역사적상상력의코드
1.민족과탈민족/2.주류와비주류/3.기록과상상

3장역사와현실의알레고리
1.고구려의소환/2.당대의알레고리/3.장희빈과정조의소환

4장<미스터션샤인>의역사소환과재현전략
1.역사의전경화/2.역사기표의상상적배치/3.인물의소환방식/4.격변의시기,낭만적사랑의좌절/
5.시공간의압축배열

5장여성인물의상상적소환
1.허구와실존의여성인물/2.<육룡이나르샤>의허구적여성인물/3.<뿌리깊은나무>의소이

6장이병훈의상상적역사쓰기
1.역사와멜로드라마의상상력/2.영웅서사의현대적변용/3.비주류와여성의역사쓰기

7장역사드라마의장르사
1.역사드라마변화의계기/2.코드화의변화과정/3.방송사평균제작편수와원작각색/
4.역사드라마의시기구분

미주/참고문헌/<부록>한국텔레비전역사드라마데이터베이스(1964~2018)

출판사 서평

드라마속역사,어떻게소환되고재현되는가?
사실감,박진감,스펙터클을더하는다양한전략들

역사드라마에서가장중요하고흥미로운영역은역사의‘소환’과‘재현’방식이다.‘소환’이작가에의해선택되고재배열되는사건과인물이라면,‘재현’은드라마의시공간속에서역사가표현되는방식이다.역사의소환과재현은사건의행위자인등장인물을통해표현되는데,이인물들은역사적·허구적맥락속에서시대의식을내면화하고,드라마를보는시청자혹은대중은그것을통해과거를새롭게해석한다.
역사드라마는대체로역사의전경화·중경화·배경화전략을통해역사효과를극대화하고시청자를드라마에몰입시킨다.이책의4장은2018년방영되었던화제의드라마<미스터션샤인>의사례를가지고역사적사실로부터특정사건들이어떻게선택되고재배열되며,개연적이거나허구적인사건들이어떻게구성되는지를분석했다.
<미스터션샤인>의시대배경은1902~1907년이다.아마역사지식을풍부하게갖고있거나눈썰미가좋거나,역사적사실재현에민감한시청자라면,이른바역사적사실에부합하지않는장면들을많이골라냈을터이다.하지만이책의목적은드라마의역사적사실을고증하려는데있지않다.역사적사실로부터특정사건을어떻게선택하여재배열하는지,또개연적이거나허구적인사건들은어떻게구성되는지를살펴봄으로써역사드라마가어떠한역사효과를만들어내는지를알아본다.
역사의전경화가역사기록을토대로사실적으로묘사하는것이라면,역사적으로제대로밝혀지지않은채떠도는사건이나비공식적역사기록들인역사기표를가지고작가가역사적상상력을발휘하는영역이역사의중경화전략이다.드라마의주제나서사를이끌어가는핵심축은중경화전략속에서나타난다.고애신,유진초이,김희성,구동매등의주요등장인물은허구적인물이고,이들은실존인물(예컨대고종,하야시공사,알렌공사등)과개연적인물(이완익,선교사요셉등)들과함께유기적으로연결되어드라마의내적개연성을높인다.시청자가극적재미를느끼는부분은역사의중경화전략을통해서일것이다.역사적사건또는사실로존재하지만,제대로밝혀지지않은역사기표에상상력이더해지면서―고종의예치증서와밀지를둘러싸고벌어지는다양한사건들,드라마속인물인쿠도히나가비밀요원으로활약하는제국익문사등―극적긴장감을고조시킨다.
1871년신미양요나1898년미국-스페인전쟁,1907년남대문전투등의역사적사실은역사의전경화전략으로,서사의시점과역사적맥락을제시하지만박진감과스펙터클을만들어냄으로써몰입효과를가져온다.이는비단<미스터션샤인>뿐아니라역사드라마대부분이활용하는전략이다.
역사의전경화·중경화·배경화를얼마나효과적이면서유기적으로활용하는가에따라드라마는개연성을높일수있고,짜임새있게구성해나갈수있다.

역사적사실과허구사이의경계선
드라마의역사적상상력

2000년대이전,조선시대를배경으로한사극은기록적역사서술방식에충실한편이었다.역사적사건의인과관계가서사의기본플롯을이루었고,해설자가내레이션으로보충설명을하는경우가많았다.하지만2000년대이후역사드라마는시대적배경을조선시대에국한하지않고삼국시대까지거슬러올라가고있으며작가의상상력이이야기전개에서중요한역할을담당하고있다.상상의역사를극단으로보여준역사드라마는판타지에가까운<태왕사신기>(2007)이며,조선후기풍속화가신윤복이여성이라고설정한<바람의화원>(2008)도파격적상상의역사를그려냈다.<뿌리깊은나무>(2011)는한글창제에궁궐나인인소이(허구적인물)가결정적인역할을수행했다는설정을했다.
주류인물을내세웠던과거의역사드라마와달리비주류의허구적인물을주인공으로내세워이야기를끌고나가는것도새로운형태다.실존인물이라하더라도국왕이나왕족,양반층이아닌서자,중인,천민이나여성의중심성이높아지고있다.예컨대수라간나인과의녀가중심인물로등장하는<대장금>(2003),내시가주인공격인<왕과나>(2007),숙빈의자리에오르지만무수리출신이주인공인<동이>(2010)등이다.
역사적사실을기반으로하되상상력의코드에기댄역사드라마들은역사적사실로부터교훈적가치를얻어제시한다기보다는역사속에위치한인간의보편적가치를다루면서‘변용가능성으로서의역사’를담아내기도한다.

기억과망각의과정,역사
역사와현실의알레고리,역사드라마

‘역사는현재를비추는거울이다’세간에곧잘회자되는이문구는역사드라마에도적용할수있을듯하다.특히나역사의소환이현재의요구로부터이루어진다는점에서당대와알레고리를형성한다고할수있다.
2003~2004년중국의동북공정이알려지고,이른바한중역사전쟁이휩쓸즈음인2006년한국사회에는고구려열풍이일어났다.이열풍을주도한것은다름아닌세편의고구려관련드라마였다.<주몽>,<연개소문>,<대조영>은역사왜곡이라는비판을받으면서도현실속중국이고구려사를중국사로만들기위한의도에반발해큰호응을얻었다.
159부작이라는거대역사드라마로제작된<용의눈물>(1996~1997)은1997년의대통령선거와맞물리면서인기를끌었다.드라마는태조와태종의이야기지만,그속에는1979년의12·12쿠데타(왕자의난),김종필의내각제주장(신권주의와왕권주의의갈등),대권경쟁(양녕·효녕·충녕대군의세자지위갈등)등을떠올리게하는장면이많았다.
1997년IMF외환위기때는인물의성공기를주제로삼은드라마들이만들어졌다.대표적인드라마가<허준>,<상도>등이다.이들드라마는기획의도자체가경제위기로고통받고희망을잃어버린대중에게성공신화를통해새로운희망을제시한다는것이었다.
특정역사사건이나특정역사인물이드라마속으로소환되어현실과알레고리를맺을때,그것은현실정치와의야합일까?아니면역사를통한현실의재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