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이후, K-민주주의와 문화정치

촛불 이후, K-민주주의와 문화정치

$17.00
Description
“깃발을 들었던 다양한 ‘장수풍뎅이’들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새로운 개인들이자 집합적 주체다. 그들은 언제나 ‘접속’해 있다. 그들은 ‘시민, 민중, 대중, 다중’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 어느 하나로 딱 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집합적 주체이자 공화국의 주권자라는 사실은 공통적이며 변함이 없다. 이와 같이 ‘유동하다 폭발하는, 고원이며 심연인 대중’의 정치와 문화가 이 책의 주제다.
‘촛불 이후’ 우리가 본 것은 촛불의 영광과 아름다운 결실만이 아니라 ‘K-민주주의’의 한계이기도 했다. 보통의 시민이 무려 ‘혁명’의 주체가 되고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정부가 있는데, 대한민국이 아직 최량의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 코로나19 치명율은 가장 낮지만 자살률과 산재 사망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인 것. 이주민·여성·약자에 대한 혐오가 일상이 되고, 양극화와 능력주의 속에서 아이들과 청년들이 고통 받는 것. 이 모두를 뻔히 알면서도 시원하게 고치거나 확고하게 나아가지 못하는 머뭇거림. 우리는 한편 ‘촛불’을 살고, 한편 ‘촛불’의 잔해 위에서 여전히 애쓰며 조금씩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K-민주주의’의 주체성과 마음의 역사가 이 책의 제재이다.”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국어국문학과교수.부산출생.한국현대문화사와문학사연구자.「‘문화론적연구’의현실인식과전망」(2007),『문학사이후의문학사』(2013)『근대의책읽기』(2003)등을발표하여한국현대문학사연구의폭을넓히고,『대중지성의시대』(2008),『조선의사나이거든풋뽈을차라-스포츠민족주의와식민지근대』(2010),『자살론-고통과해석사이에서』(2013),『시대의말욕망의문장-123편잡지창간사로읽는한국현대문화사』(2014)등을썼다.『혁명과웃음-김승옥의시사만화〈파고다영감〉을통해본4·19혁명의가을』(공저,2005),『1960년을묻다-박정희시대의문화정치와지성』(공저,2012)등을통해서도역사적문화연구,또는문화정치사연구의지평을개척해왔다.『역사비평』,『문화/과학』편집위원.『경향신문』,『한겨레』등에칼럼이나기획연재물을실어왔고,인문학협동조합,민교협,지식공유연대등을통해학술운동에도참여하고있다.

목차

서문
1.‘장수풍뎅이’들과‘K-민주주의’∥2.역사와문화,그리고맥락8

1부‘촛불’의문화와대중정치
01.누가촛불을들고어떻게싸웠나-2016/17촛불항쟁의문화정치와비폭력·평화의문제
1.항쟁과문화∥2.2016/17촛불집회의다중적주체와문화적표현∥3.‘비폭력·평화’의문제와촛불의주체성∥4.촛불은누구에의해,어디서멈췄는가?
02.촛불항쟁이후의대중민주주의와포퓰리즘문제
1.두봉기와불안한기대∥2.‘민주대반민주’너머,87년체제청산의과제∥3.2000년대이후대중성의구조변동과포퓰리즘∥4.대중정치의정동과지성∥5.새로운사회를위한새로운지적기획을
03.촛불항쟁이후시민정치와공론장의변화-팬덤정치와반지성주의
1.촛불은혁명인가청원인가∥2.팬덤정치의재구성과‘문재인지키기’의심성구조∥3.촛불이후의공론장과대중지성의재구성∥4.다시‘엘리트대대중’의이분법을넘어
04.블랙리스트사건의문화사적의미
1.블랙리스트사건의총체성∥2.블랙리스트사건의반민주주의∥3.검열정치=저강도의전쟁정치+신자유주의공안통치∥4.블랙리스트사태에대한사회적반응∥5.블랙리스트사태극복의노력과그문화사적의미∥6.더풀어야할숙제

2부역사전쟁과문화정치
01.3·1운동100주년의대중정치와민족주의의현재
1.2000년대이후한국민주주의와민족주의∥2.‘관변’100주년기념사업과문화정치적맥락∥3.반일보이콧운동과대중민족주의의흐름∥4.민족주의에대한반작용과원심력∥5.민족주의를넘어,새로운공동체를꿈꾸며
02.‘역사전쟁’과역사영화전쟁-근·현대사역사영화의재현체계와수용양상
1.영화를통한문화투쟁·이념전쟁∥2.‘역사전쟁’과역사-영화-전쟁∥3.역사영화의개념과수용체계∥4.역사영화의사회적역능∥5.근대사역사영화의재현체계와반일민족주의∥6.시대착오와현대사영화∥7.역사영화와역사적상상력
03.1980년대의‘역사기억’과〈응답하라1988〉
1.〈응팔〉,비판적대중서사인가보수적판타지인가∥2.〈응팔〉의‘시간’과역사화의방법∥3.보수적유토피스틱스,〈응팔〉은86세대판〈국제시장〉?∥4.기억의현재성

3부K-민주주의의계급,젠더,세대
01.강남역살인사건부터‘메갈리아’논쟁까지-‘페미니즘봉기’와한국남성성의위기
1.페미니즘붐과변화들∥2.강남역살인사건이후남성담론∥3.남성성의자리들∥4.남성성의변화가능성∥5.‘함께바꾸자’는제안
02.‘스카이캐슬’을어떻게부술까?-가족·계급과교육개혁에대한일고
1.‘엄친아’의민낯?∥2.순수한(?)자아=외모+가족∥3.가족·계급,그리고학벌∥4.‘학종대정시’의매트릭스
03.세대담론,그리고영화〈1987〉-586vs20대
1.‘벌레소년’의문재인탄핵송∥2.2018년판청년세대론의주체와내용∥3.영화〈1987〉을둘러싼세대의문화정치∥4.586헤게모니에대한반발

부록
연표:촛불항쟁전후(2015~2019)한국사회와문화정치∥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촛불이후’의한국사회,K-민주주의의실체를성찰하다
얼마전우리말로번역된『어셈블리-새로운민주주의질서』의저자네그리와하트는2010년대에들어전지구적으로이어진민주주의투쟁의중요한고리로촛불항쟁을꼽고는“한국의사회투쟁들이보인끈기와독창성에오랫동안감탄하며바라봤다”면서“이투쟁들이우리가공유하는미래를위해어떤새로운교훈을가르쳐줄지배우고자한다”고말했다.실로‘촛불’은오늘날한국(‘K’)민주주의의요체가담긴대상이며세계적인주목대상임은분명하다.
코로나19사태속에서주목받고있는‘K방역’의성공과‘촛불’에공통된어떤것들이있는가?그것은-의료계를위시한-몇몇분야의세계최고의실력과공동체를위한헌신적노력,그것을가능하게하는문화,공공서비스노동자들의희생,IT하이테크에기반한속도와접속의밀도,자유주의적인정부,그리고무엇보다도시민들의민주적참여등이다.이책은바로그요소들과맥락이함께구성하고있는한국문화정치를‘K-민주주의’라부르고,그속내를다루는것을목적으로한다.그것을국가,근대성,자유,개인같은추상적인큰개념으로프레이밍하기보다는2016/17촛불항쟁을위시하여지난몇년간의시공간에나타난구체적인양상을통해살펴보려한다.
누가촛불을들고어떻게싸웠나,촛불항쟁에대한문화연구
-새로운대중,저마다의깃발을든유쾌한개인들의네트워크가멈춰선지점

〈1부‘촛불’의문화와대중정치〉에서주로다루는것은촛불항쟁의과정과그이후,‘정치’의광장에서만들어진온갖변화와그의미를추적하는작업이다.2017년3월11일까지스무차례집회·시위의장소와형태는조금씩변했지만기본적으로는비슷했다.‘자유로운개인들의네트워크’나‘유연자발집단’은소규모조직화나풍자에는유능했을지모르지만,지배체제를해체·대체하는실천에서는그리창발적이거나유능하지못했다.연인원1,600만명을돌파한촛불은계급·세대·젠더를초월하여박근혜정권의종식뿐아니라근본적사회개혁이라는대의에대동단결하는것처럼보였다.하지만그구체적내용에대한실제적합의는없거나추상적이었다.‘촛불혁명’이많이운위되었지만시민은진정한본격적인개혁앞으로는가지못했다.촛불항쟁은교착국면에있다가박근혜탄핵을성취한후급격히선거국면으로빨려들어가며일단중지되었다.분명촛불의경이로운규모와확산자체는‘혁명적인것’을내포하고있었다.몇가지실제적성과도끌어냈다.그러나무려1,600만이훨씬넘는시민을거리로나오게한촛불항쟁은장점과단점을다가지고있었으며,‘비폭력평화’와다양성과같은촛불의장점은그한계와맞닿은것이기도했다.촛불속에내장된더근본적인문제의식과변화에대한열망의실현은뒤틀리고연기되었다.

반일,민족주의,가부장판타지까지…역사는전쟁이고문화는정치다
-영화,드라마등대중문화에스며든이데올로기와욕망들들여다보기

〈2부역사전쟁과문화정치〉에서는2019년을강렬하게휩쓸었던반일보이콧운동의열기와〈인천상륙작전〉,〈변호인〉등의영화를계기로한역사(영화)전쟁,‘어남류/어남택’신드롬을일으켰던드라마〈응답하라1988〉등을다루었다.특히2019년은3·1운동100주년이라는역사적계기와일본의보복적수출규제가맞물리면서강력한애국주의가‘반일’의형태로분출되었던한해였다.유니클로등의소비재는물론일본음식,일본영화등다양한문화상품들까지적극적으로‘불매’하는‘반일보이콧’은‘우리는일본과다르다’,‘우리는일본보다나아야한다’라는애국주의적긍지와맞물리면서과거와는다른새로운가능성으로성장했다.이러한열기는〈봉오동전투〉,〈주전장〉,〈김복동〉등의영화에대한지지로표출되면서또하나의역사(영화)전쟁으로이어지기도했다.
〈응답하라1988〉은차라리‘웰메이드역사영화’는아닐까하는생각이들정도로치밀한고증에바탕한일종의시대극이었다.‘어남류vs어남택’의댓글놀이는시청자층의자발적참여와서사에대한개입을이끄는계기가되었고,‘서울올림픽’과쌍문동중산층서민들의성공신화는보수적가족판타지를강하게자극하며흥행을이끌었다.

‘스카이캐슬’을부수고‘강남역’을지나,1987년이만든시대를넘어
-계급,젠더,세대를가로지른우리시대갈등의본질을포착

〈3부K-민주주의의계급,젠더,세대〉에서는우리사회의가장민감한갈등지점들을정면으로다루고있다.당장눈앞의코로나19감염병이모든이슈를블랙홀처럼빨아들이기전까지,한국인들은때로는성별로,때로는학벌/계급으로,때로는세대로나뉘어첨예한관점의차이를드러냈고,자주‘사실관계’마저뒤틀려소모적인논란만거듭할뿐이었다.2017년강남역인근건물의화장실에서벌어진한여성에대한묻지마살인사건이후,‘여자라살해당했다’는분노로시작된여성운동의폭발을‘페미니즘리부트’로명명한문화연구의맥락에서,천정환은이미폐기된가부장신화속남성성의위기를발전적으로해소해나갈길을찾는다.‘스카이캐슬’의학벌경쟁이청년의성장을끝없이유예하고부모세대의경제력을토대로이미고착화된계급구조를재생산하는순환을어떻게멈출수있는지묻는다.또한87년체제의공과과를역사속으로돌려보내고2030세대의날것그대로인절망과분노를직시해야할586세대에게,더이상〈1987〉의영광에도취되지말고겸허한성찰과반성으로새길을찾아야한다고요구한다.
“우리는한편‘촛불’을살고,한편‘촛불’의잔해위에서여전히애쓰며조금씩만앞으로나아가고있는것같다.”중요한것은그‘잔해’의형상을냉철하게직시하고,‘조금씩’이라도앞으로나아가기위해‘애쓰는’것이다.그것이진정‘촛불’을살아내는방법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