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 뤼트케의 일상사 연구와 '아집' (직선을 벗어나 구불구불 가기)

알프 뤼트케의 일상사 연구와 '아집' (직선을 벗어나 구불구불 가기)

$22.55
Description
대문자 역사의 큰 길을 벗어나 역사의 샛길들에서 인간을 탐구한
일상사 연구의 대가, 알프 뤼트케

이 책은 1980년대부터 대표적인 독일 일상사가로서 역사학계에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알프 뤼트케(1943~2019)를 기억하며, 그의 논문을 선별하여 모은 것이다. 알프 뤼트케는 1970년대 이후부터 아래로부터의 역사, 노동자 역사, 20세기 독재와 국가폭력, 물리적 폭력, 기억과 과거사 청산, 역사 속 사진과 그림, 감정 등을 연구하면서 권력에 비판적인 여러 행위를 분석하고 이를 일상사로 지칭하면서 역사학의 방법론과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연구 성과는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아서 그의 연구가 자주 소개되었고, 글도 일부 번역되었다. 그러나 늘 일상사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을 넘어서 일상사를 서술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다가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한국의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펴낸 이 책은 독일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뤼트케의 일상사 연구를 세심하게 소개함으로써 한국 독자들에게 뤼트케를, 또한 일상사를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자 한다.
저자

알프뤼트케

AlfLudtke,1943~2019
독일태생으로일상사를대표하는세계적인역사학자이다.독일에어푸르트대학역사인류학연구소소장,괴팅겐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연구원,한양대WCU교수,훔볼트대학re:work국제연구센터연구원등을역임했다.그의주요연구분야는사회적실천으로서의노동,20세기유럽의독재체제에대한참여와수용,그리고감정,근현대사에서전쟁과제노사이드에대한기억,기념,망각과회피이다.일상적지배관계에서행동하는다수의아집(Eigensinn)개념을역사학에정착시킨것으로유명하다.주요저서로는『‘공안’,경찰,그리고‘요새실천’-프로이센국가의폭력성과내무성1815~1850』,『아집-제국시기에서파시즘까지의공장일상,노동자의경험과정치』,『일상사란무엇인가?』(공동편저),『사회적실천으로서지배-역사적,사회인류학적연구』(공동편저),『문서,청원,쇼윈도,동독의텍스트-지배와일상에대한탐구』(공동편저),『국가폭력,비상사태,그리고안보체제』,『식민-역사-지구적현상에대한지역적시각』등이있다.

목차

독일일상사연구와알프뤼트케의삶/이유재(튀빙겐대학교한국학과장)
1부동독과서독의과거청산
1장헌화와비석,모든전몰자를위한것인가-동독의추모,기억,침묵:베를린주변지역의사례
2장‘과거와의대면’-서독에서나치즘을기억한다는환상,그것을잊는방식
2부근대의감정과폭력
3장밀고-애정에서우러난정치?
4장‘감정’의힘,생산력으로서의‘감정’-어려운역사에대한단상
5장노동으로서의전쟁-20세기전쟁에서군인의업무
6장20세기폭력과일상
7장국가에대한사랑,권위에대한애착-20세기유럽적맥락에서본대중참여정치
3부일상과노동사
8장임금,휴식,장난-1900년경독일공장노동자의‘아집’과정치
9장일하는사람들-일상의삶과독일파시즘
4부동독사회의일상
10장역사로서의동독
11장‘노동영웅’,노동의수고스러움-동독산업노동자의마지못한충성심
후기:한국과의교류에서얻은단상

출판사 서평

일상사란무엇인가

“일상사의목적은인간의인식과행위양식의다양한측면을해명하는것이다.일상사의중심에서있는것은‘지배적인행동이나국가의행위’가전혀아니다.오히려그초점은인간이온갖조건아래서-이를‘자발적으로선택할수는없지만’-살아가고또살아남으면서,스스로만들어가고경험하는일상의실천에맞추어져있다.
일상사연구와서술은미시적차원에서이루어진다.그렇지만동시에몇몇개별적인사례를통해,또한자주그렇듯이단하나의개별적인사례만으로도,각연구는서술방식의새로움과다층성으로인해거대한형태를,아마도전체를드러내야한다.”
-알프뤼트케,「후기:한국과의교류에서얻은단상」중에서.

일상사를접할때제일흔하게하는질문은‘일상사에서일상은무엇인가’이다.일상을장소,대상또는영역으로정의하려는노력이있었다.반복적인것,쳇바퀴돌리는리듬으로보는경향도있었다.또는일상을‘큰정치에서벗어난사적공간’으로간주하기도하였다.전세계적으로팽창하는자본의지배에마지막으로저항하는영역으로일상을규정하는이도있었다.
하지만이런식의일상의정의는뤼트케가추구하는일상사와거리가멀다.뤼트케는일상을대상화하지않는다.일상사의‘일상’은무엇보다하나의‘시각’이다.사람들이상황을인지하고전유하는다양한행위들에초점을맞추는연구태도인것이다.매일매일을살면서살아남으려는사람들의움직임의다층적이고다양한형태를밝히는것이중요하다.뤼트케는지배체제나전체에대해손쉽게질서구상을제시하는것을회의적으로보았고,어떤거대한내러티브로역사를체계화하기를거부했다.일상을대상화하지않으니일상에접근하는하나의방법론이나이론이따로있을수도없다.일상은다만복합적인시점들의상징으로기능할뿐이다.

‘아집’,순수하게자기자신을위하여구불구불가기

일상사를연구하면서뤼트케가제일신경써서개발한행위개념은아집(Eigensinn)이다.그는아집을열린개념으로사용했다.아집은해방도아니고저항도아니며,계급,민족,종교,성별등그어디에도귀결될수없는개념이다.아집에따른행동은논리정연하지않고모순적이면서가볍고쉽게부서질수있는실천들이다.동기가뚜렷하지않고결과를의도하지도않기때문에합목적적행위나이해관계나인과관계가뚜렷한행동과는거리가멀고,직선적이고단선적발전을찾기는어렵다.도리어구불구불한나선형의형태를띤다.때문에아집에따른행위에서는가해,참여,동의,회피,물러나기,돌파하기,연대,거리두기,저항,복종등의행위가능성이동시에나타나기도한다.지배에저항하는사람도항상저항하는것이아니고,권력에동참하는사람도항상똑같이동참하는것이아니다.동참과저항사이에있는그많은가능성이항상언제어디서나나타날수있다.다만이모든행위는행위자가“순수하게자기자신을위해”있기때문에나타나는것이라고뤼트케는설명한다.
뤼트케는공장노동자의행위를연구하면서이개념을처음사용했는데,아집은육체와감각,감정과많이얽혀있다.아집은노동자들의뺀질거림,애매한행동,두리뭉술넘어가는것,명확한입장이없는행동들을관찰하면서사용되었다.권력과지배에직접적으로부딪히며살아남기위해서보이는모습이란합리적이고논리적이고목적지향적인행위보다는이런모순적이고다층적인행위가아닐까.뤼트케는아집을철저하게추적하고역사화하면서인간의행위공간이시시각각으로얼마나변하는지잘보여준다.역사적행위자의실천은이렇게비직선성을가지고구불구불가는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