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의 인문학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똥의 인문학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15.00
Description
‘비료’에서 ‘오염물질’로…
똥오줌이 제도적 하수화가 되는 과정
이 책은 ‘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이자, 과학과 생태의 결합을 통해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똥과 인간의 관계를 단지 위생학적 관점이 아닌, 정신분석·정치경제·미생물학·예술·인류세·도시공학·변기공학 등의 다양한 영역의 관점에서 똥을 바라본다.

근대 르네상스기 민중문학에 보이는 똥에 대한 유쾌한 풍자 이야기, 해방 직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서울의 똥오줌이 처리되었던 방식, 한국문학 속에 나타난 ‘똥’에 대한 인식 변화(양가적 → 이분법적 인식),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는 쾌락과 억압으로서의 ‘똥’, 세계 각국의 화장실·변기 기술 및 똥을 활용한 작품이나 생활도구 이야기,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의 큐레이터가 전하는 ‘똥’에 대한 아이들의 열광적인 관심, 그리고 행성적 차원의 물질대사 측면에서 바라본 똥에 대한 생각. 눈에서 보이지 않게 치워버려야만 하는 배설물이 아니라 생태 순환의 한 고리로서 똥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지구는, 우리의 자연은 기후위기나 팬데믹 같은 위험스러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저자

김성원

PlayAT-생활기술과놀이멋짓연구소장

목차

여는글|똥의인문학으로의초대

1장|배설의신화와문화:르네상스민중문화에나타난똥과오줌의이미지

2장|1953~1973년,서울의똥

3장|‘밥-똥순환’의차단과‘두엄-화학비료’의숨바꼭질

4장|더러운똥,즐거운똥,이상한똥:똥의재사화회에관한정신분석적의미

5장|똥-돈-삶

6장|수세식화장실,그적정하지않은기술

7장|아이들은왜똥을좋아할까

8장|행성적차원에서인간의배설과순환을생각하기

맺는글┃‘쌍둥이위기’와사이언스월든의기획

출판사 서평

86아시안게임과88서울올림픽이전만하더라도대한민국의수도서울뿐아니라전국의각가정,학교,사무실에는이른바재래식화장실이더많았고일반적이었다.오늘날분뇨는수세식화장실과연결된하수관을통해흘러나가하수종말처리장에서처리되고있는데,하수도보급률이높지않았던30~40년전에는어떻게처리했을까?
2장「1953~1973년,서울의똥」은한국전쟁직후부터1970년초까지서울지역을중심으로똥오줌이어떻게처리되었는지를살펴본다.서울을사례로들었지만,당시의똥오줌처리문제는비단서울에만국한되지않았으므로똥오줌의쓰임새가어떻게변천했는지,또국가가하수를어떻게관리해갔는지를알수있다.이글은똥오줌이제도적으로하수가되어가면서위생수준과공중보건을크게향상시켰으나,강력한제도화를기초로한사회적인식에의해똥오줌에대한‘새로운상상’의여지가막혀버렸다고말한다.
1950~1960년대서울은도심에서조금만벗어나도농경지가대부분이었다(사실서울만그러한것이아니라이시기한국의주된산업은농업이었다).도심에서똥오줌은빨리치워버려야할위생의문제였으나,농민들에게는농작물을키울비료의자원이었다.정부는직접인분비료공장을설치하여똥오줌을처리함으로써유기질비료도생산하고비료공급의안정도꾀하고자했다.문제는인구가급증하면서처리해야할똥오줌은늘어나는반면,실제처리할수있는양은제한되어있었다는점이다.게다가인분비료공장에의한환경오염문제도심각했다.
정부는1960년대부터인분비료를적극금지하는정책으로돌아선다.이제똥오줌처리는인분비료생산의문제가아닌도시위생의문제이자‘과학의식’에입각한‘문화민족’의일이되었다.마침화학비료공장도많이세워져서비료효용가치로서똥의쓸모가점차사라졌다.이는굳이똥오줌을수거해비료로만들이유가없어졌다는뜻이기도하다.똥오줌을수거해가서하천에무단방류하는일이잦아졌다.
결국도시에서배출된똥오줌이한강으로직집방류되지않도록하기위해서는하수처리장설치가급선무였다.인분비료방책은소용이없고‘물’에의한화학적정화를통해서똥오줌을처리하는방책이설계되고진행되었다.
이글은똥오줌의사회적지위가변한건국가가인분비료의위험성을공중에알리며제도적으로금지한데서부터였다고말한다.


화장실형태에는수세식밖에없는건가?
생태를생각하는적정기술변기와똥의다양한변신

오늘날우리가사용하는거의모든화장실이수세식이다.화장실에서일을보고난뒤변기의레버만내리면그뿐.나의똥오줌이어디로흘러가서어떻게처리되는지는관심도없다.6장「수세식화장실,그적정하지않은기술」은화장실기술의발달사,수세식화장실에서흘러나간분뇨의처리방식,똥과관련된적정기술을살펴본다.
적정기술이란환경에영향을덜끼치고화석에너지를사용하지않으며,지역의문제를해결하고,지역의자원과기술을활용하며,발생한이익은지역민에게돌아가는기술이다.필자는이를간단히‘생태적순환속에재배치하는지역의기술’이라고말한다.이런관점에서보면수세식화장실은적정하지않은기술이다.물론수세식화장실은배설물의악취를줄이고,벌레와세균발생을억제하여질병을예방하는등‘위생과보건’을목표로발달해온과학기술이다.그러나똥오줌을폐기의대상으로처리하는방식으로개발된비순환적시스템이다.더구나점점더거대화되는하수인프라와그것을유지·관리·보수하는데과도한비용이들어간다.필자는묻는다.이런고비용하수처리시스템을안정적으로관리한다는일이과연지속가능할까?
똥(동물의똥포함)과관련된적정기술은매우다양하다.배설물처리과정에서발생하는메탄가스를난방등에너지자원으로활용하는것외에도전혀생각지못했던분야에서다양한변신을하고있다.코끼리똥으로는술과종이를만들수있고,소똥으로는벽돌등건축용자재와화분·타일·의자·탁자등생활용품을만들수있다.심지어사람의똥으로는숯을만들어연료로사용할수있다.
변기와관련된적정기술도있다.퇴비화변기(일명생태뒷간),이동식퇴비화변기,소각장치와필터가장착된야외간이화장실,진공화장실등이다.이들화장실중에는실제로몇몇지역에서활용되고있다.특히,맺는글「‘쌍둥이위기’와사이언스월든의기획」에소개된비비(BeeVi)변기는울산유니스트(UNIST)캠퍼스에서직접제작하여사용되고있는생태적변기이다.똥을바이오에너지로바꾸고,그가치만큼화폐로사용하는개념이덧붙여졌다.그러나이러한변기들은대중적으로널리보급되지는못했다.현대도시에적용하는데는해결해야할문제가남아있기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필자는똥오줌관련적정기술을잘살펴보고활용한다면지금의고도화된하수처리시스템의대안을마련할수있을거라고말한다.현재의도시조건에적정기술을맞추는것이아니라적정기술에맞춰도시를바꾸자는새로운발상의제안을한다.바로생태도시다.또한정부가더적극적으로적정기술정책을펴나가서성공한다면,급속하게확산될수있다고본다.


똥을통한풍자와은유,르네상스기의문학&
한국농촌·도시소설속에나타난똥에대한인식

중세억압받던인간의육체가있는그대로신체적쾌락을긍정하게된것은르네상스시대에들어서면서다.르네상스는바야흐로‘인간의시대’로특징지을수있다.그러나인간의육체와감각이살아난르네상스시대의미(美)는균형과조화,절제의미학을추구했다.즉,관념화되고추상화된인간상이었다.아무리아름다운비너스라도인간이라면당연히잠을자고똥을싸야할텐데,르네상스인들은똥과오줌의존재를몰랐던가?르네상스의통상적이미지는우아하고고귀한모습으로묘사된상류층의고급문화이다.신체하부와배설의서사는르네상스민중문화에서친숙한이미지로살아있다.
1장「배설의신화와문화」에서는르네상스시대프랑수아라블레의문학작품을통해풍자와저항의유희로똥이사용되는것을볼수있다.라블레작품속권력자는하층민중처럼,아니모든인간이그렇듯이오줌을누고똥을싼다.필자는이를가리켜유쾌한조롱과동일시로권력자에게더불쾌한항거를하는것이라고말한다.
전통시대한국을포함한동아시아대부분의지역에서똥거름은훌륭한자원이었다.먹거리를생산하는데없어서는안될비료였다.인간의똥이다른생명의밥이되고,인간은다시그생명을섭취하여생명을유지했는데,3장의필자는이를‘밥-똥순환’이라명명한다.3장「‘밥-똥순환’의차단과‘두엄-화학비료’의숨바꼭질」은한국근대문학과신문기사등을분석하여밥-똥순환과똥의비천화가어떻게배치되어있는지를살펴본다.
근대서구의위생담론이도입되면서자연스럽게똥은비천화된다.비료로서의활용도가급격히낮아지고각종질병의전염원또는오염원으로만간주된것이다.식민지시기농촌소설에서는위생담론의영향에따라똥의비천화를인식하면서도현실적으로똥비료가필요했던상황을절충하는형태이다.심훈의『상록수』가대표적이다.그러나이시기농촌소설들은밥-똥순환의감각이아직남아있었다.반면,도시소설들에서는‘똥’이라는단어를꺼리고시야에서차폐시켜야할것으로인식한다.요컨대근대미달의상징으로여긴다.박태원의「천변풍경」과이상의「권태」가대표적이며,이들소설에서는근대적위생담론이압도적이다.
흥미로운점은농촌소설들에서보이는똥비료에대한정당화노력이민족주의적담론과도관련되었다는것이다.그러나필자는농촌소설들이근대과학의역능에대해서외면했다고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