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이책의특징
①17세기말부터19세기에걸쳐,조선에서양반이되려고했던‘김수봉’이라는어느노비집안의멀고도험난한여정을구체적으로추적한이야기다.노비니까당연히신분상승을꿈꾸었을것이라는막연한가정이아니라,당시노비의삶이지닌예속적이고열악한인간조건을세밀하게분석하면서그들이선택할수있는삶이얼마나제한적이었지를구체적으로밝히고있다.
②노비들이살았던당대의‘호적대장’을통해서신분상승을꿈꾼그들의현실과실상을밝혔고,아울러조선시대하천민들의신분성장사까지포괄적으...
이책의특징
①17세기말부터19세기에걸쳐,조선에서양반이되려고했던‘김수봉’이라는어느노비집안의멀고도험난한여정을구체적으로추적한이야기다.노비니까당연히신분상승을꿈꾸었을것이라는막연한가정이아니라,당시노비의삶이지닌예속적이고열악한인간조건을세밀하게분석하면서그들이선택할수있는삶이얼마나제한적이었지를구체적으로밝히고있다.
②노비들이살았던당대의‘호적대장’을통해서신분상승을꿈꾼그들의현실과실상을밝혔고,아울러조선시대하천민들의신분성장사까지포괄적으로분석하고있다.완벽하지는않지만조선시대의평범한인물들에대한정보가호적만큼방대하게기록된자료는없다.
③신분제도를둘러싼조선의생활사이야기가다양하게소개된다.특히호적에서관직기록을해독하는방법인행수법(行守法),기혼여성들의호칭차이,노비의현실과양반의집착,노비에게붙여진이름에담긴사회적천대와멸시,노비를소유한노비,재혼을포함한결혼제도의변화,사회적문제가되었던군역의변질,성씨와본관의획득과정,가문의대를잇는일에가운을거는관습으로생겨난입양제도의변화등조선시대일상의세밀한풍경이묘사되어있다.
양반과노비
조선시대에지배계층인양반은소수에불과했고,인구의절대다수는평민이나노비같은하천민이었다.그들가운데많은이들이자신을가로막고있는사회적장벽,즉신분제도를뛰어넘기위해노력했다.물론대체로그방법이기득권세력인양반층을직접적으로해체하는것이아니라모두가하나같이양반이되고자하는독특하면서도한계가있는길이기는했다.
양반들이평생지향한것이관료였다면,노비들은단지자신들에게덧씌워진억압의굴레를벗어던지는것뿐이었다.그들은신분해방을꿈꾸었고,평민으로성장한뒤에는불평등한군역부과에서벗어나고자했다.그과정에서사회적지위를서서히상승시켜나갔던그들은훗날점차다른신분과의구분을가능하게했던양반의전유물까지도하나씩획득해나갔다.
신분제사회에서양반들이자신의가계를좀더화려하게보이기위해‘기록의윤색’을시도했다면,하천민들은자신의가계를지우기위해‘기록의삭제와변조’를시도했다고할수있다.
노비라는예속의삶,그리고세가지선택지
조선시대에노비는신분제의속박에따라대대로주인집안에예속된소유물이었고,주인들의관심은그들의인간적삶이아니라그들이지닌경제적가치에집중되기마련이었다.노비는스스로선택해서된것이아니었고,자신의의지와는무관하게출생하는순간에핏줄로결정되는잔인한전락이었다.
노비로태어나끝없이노동과착취를내면화하면서천시와멸대속에서연명하는삶을과연누가긍정할수있겠는가.게다가주인집안의소유자가사망했을때는그주인의자식들에게노비가다시상속되는데,이때가족별로상속되지않고노동력가치의효용성에따라이른바‘균분’되므로서슴지않고노비가족을해체시키기도했다.(이책56~57쪽)
조선시대에살았던노비들의이런비천한삶에는대개세가지선택지가주어졌다.
하나는,자신이처한신분적억압을숙명으로받아들이고최소한의생계를보장받는대신,주인에게평생토록자신의노동력을제공하고사는것이다.그러나이때는자신만이아니라자신의후손들까지도모조리노비의삶을감내해야한다는비극적상황에놓여진다.
둘은,비루한노비의삶을벗어던지기위해도망을가거나,혹은사회질서에대한전복을꾀하기위해저항하는길이다.그러나이때는자신의목숨을담보로잡혀야하며,그나마주어졌던일상의삶을완전히포기하고유랑자나반역자의운명을겪어내야한다.
셋은,이책에서가장집중해서다룬방식인데,재물을모아경제적성장을하거나전쟁터에나가군공을세우는방식등으로합법적인면천을도모하는길이있다.조선시대에는일부노비가다시노비를소유할정도로(86~87쪽)경제력을가진자들도더러있었다.또한노비가토지를소유한경우는흔하게있는일이었다.1720년에경상도용궁현에서는전체토지가운데약10%를노비가소유하고있었을정도였다.이뿐만아니라현재남아있는여러지역의고문서에는노비들이자신의토지를매매한내용을담은문서가상당수존재한다.이렇게경제력을보유한노비들은양인이되기위해속가(贖價)라는돈을내고속량(贖良)할수있었다.또한왜란과호란,두차례의전쟁경험을통해부족한군인을노비로채우면서그에따른공훈으로신분해방을시켜주기도했다.
호적을통해복원한하천민의성장사
이책은그러한신분제사회인조선에서양반을꿈꾸었던한노비가계의2백년이력을기록한것이다.김수봉이라는노비의가계와그를둘러싼주변인물들을추적하는데활용된주요자료는‘호적대장’이다.양반이나국가의손을거쳐만들어진노비들에대한단편적인기록은많지만,그들의가계를복원하는데는호적만한자료가없다.
다만현존하는호적의양이많지않고호적에전체인구가모두다들어가있지않아서,완벽하게가계를복원했다고는할수없다.하지만조선시대의평범한인물들에대한정보가이만큼방대하게기록된자료는없다.각가계의호구에관한단순기록들을최대한수평,수직으로수합해놓고살펴보면,그들의삶이어떤여정을거쳤는지불완전하게나마되살릴수있다.따라서이책은조선시대의호적을이해할수있는입문서역할도아울러하고있다.
노비의신분상승사로살펴본조선의일상사
이책에는신분제도를둘러싼조선의생활사이야기가다양하게소개되어있다.실제호적의구성요소를분석하면서인구구성원들의실제를보여주며비교하고있다.또한신분에따른직역(職役)의분포와명칭,호적상의관직기록을해독하는방법인행수법(行守法)등도자세히소개했다.(30쪽)
조선시대여성은노비층을제외하고는자신의이름을공식적인문서에기재하지않았는데,결혼한뒤에는구분하기위해특별한지칭어가주어졌다.양반여성은성씨뒤에씨(氏),중인여성은성(姓),평민여성은소사(召史)라는용어를붙여신분또는계층을구분했다.(17,143쪽)
호적뿐아니라상속문서나족보를통해서노비상속,소유노비의수,노비의도망등현실적문제들을밝히고있다.노비상속을위해노비가족을해체하는일,한양반이60~70명의노비를소유하고있는현실,도망간노비를포기하지못한주인들의집착으로계속호적에올리는바람에노비의나이가100세를넘어200세에이르는해프닝등을보여준다.(64~65쪽)
또한노비들에게고유어로붙여진이름들이담고있는사회적천시와편견들도비판적으로소개하고있다.돌쇠와마당쇠뿐아니라,강아지,막동이,더부사리,개부리,소부리,심지어는거시기라는이름까지노비에게붙이곤했다.(71~73쪽)실로작명을통해발현되는욕망의거세라고할수있다.
이밖에도노비를소유한노비(86~87쪽),재혼을포함한결혼풍습(125~131쪽),사회적문제가되었던군역의변질(132~142쪽),급격히증가하는양반주호(主戶)의비중변화(157쪽),가문의대를잇는일에가운을거는관습으로생겨난입양제도의변화(177~184쪽)등을통해,조선의일상적생활사가자세하게묘사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