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보호하라 (위생과 방역으로 세워진 근대 도시 이야기)

도시를 보호하라 (위생과 방역으로 세워진 근대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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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시위생은 근현대를 관통하면서 관철된 가치였다. 도시는 청결해졌고 위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는 장수와 건강이다. 한국의 경우 해방 직후 40대 중반이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 60세를 노인이라 부르기 계면쩍은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21세기 접어들어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신종 전염병이다. 코로나19는 대표적인 예이다. 도시는 그 확산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도시에서 사람 사이의 밀도는 가장 높다. 의료 기술과 행정 조직이 발전하면서 방역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염병 역시 따라서 발전하고 있다. 도시위생사 연구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은 과거의 공간에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현재 속에 누적되었다고 할 때, 과거를 현재와 분리할 수는 없다. 경험은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식민지 조선과 한국, 중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전염병과의 전쟁을 통해 탄생한 세계의 도시들을 만나다
우리 일상에서 이토록 ‘전염병’의 공포를 실감해본 시절이 있었을까?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등 이른바 신종 감염병이 5~6년 단위로 재발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상대적으로 피해는 미미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달랐다. 발생 초기만 해도 사스와 같은 다른 감염병처럼 예상치 않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기대도 했지만, 지금은 이른바 돌파감염을 통해 백신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만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아니다. 사실 과거의 세계는 지금 우리보다 더 큰 불안과 고통을 겪었다. 질병사에 이름을 올린 두창(천연두), 페스트, 콜레라의 피해 규모와 정도는 코로나19보다 오히려 더 크고 강했다. 두창은 얼굴을 얽게 만들었고 페스트는 온 몸을 멍들였다. 설사와 구토로 상징되는 콜레라의 증상은 보는 사람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사망에 이르는 속도와 사망자 규모 역시 코로나19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런 감염병의 공포가 위생을 낳았다. 검역이 이루어지고 청결이 추구되었다. 도시는 위생이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 밀착할 수밖에 없었고,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는 힘들었다. 감염병은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도시위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그 노력이 축적되면서 인류는 서서히 감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시를 보호하라』가 찾고자 한 것이 그 궤적이다. 동서양에서, 특히 근현대에서 이루어진 도시위생의 궤적이다.
저자

권오영

경희대학교의과대학의학교육및의인문학교실부교수

목차

책머리글:도시를보호하라/박윤재
근현대도시위생사연구동향과전망/염운옥김영수조정은박윤재

1부도시위생의이론-식민지,근대를열다
병은어디에서오는가-장기설에서세균설로병인론의전환/박윤재
1920년대의사주택을통해본근대주택의위생담론/이연경
방역과인종분리-영국열대의학과식민지도시위생/염운옥

2부‘체제’가된도시위생-근대도시를지탱하는보이지않는손
식민지시기경성하수도정비의한계와위생의‘좌절’/염복규
도시위생의수호자,상수도/이연경
1950년대이후전염병감시체계의역사/권오영
위생이냐이윤이냐-근대상하이도시위생과상수도/조정은

3부‘위생’의이름으로-근현대도시위생의문화와정치
때를밀자-식민지시기목욕문화의형성과때에대한인식/박윤재
한국의결핵관리와보건소-해방후부터1970년대후반까지/권오영
일본점령기상하이도시위생과콜레라백신접종/조정은
‘국민’을만드는‘의학’-오스트레일리아열대의학과인종위생/염운옥

출판사 서평

비교와융합의방법론으로학문의경계선을넘다
-역사학,의학,공학등다양한연구자들의협업
도시위생의궤적을추적하면서이책은크게두가지방법론을활용했다.하나는‘비교’였다.위생은서양에서만들어져일본을거쳐중국과한국에도달했다.지향은동일할지모르지만각공간에서이루어진구현은달랐다.각공간의사회적,역사적조건이달랐기때문이다.도시위생에서나타난차이는각공간을규정하는정체성과연결되었다.이책은동서양의도시에서구현된위생이라는보편적가치와함께각공간에서구현된실제의모습을비교고찰하고자했다.다른하나는‘융합’이었다.위생은현실에서의료와공학등여러분야가합쳐져풀어야할문제였다.공학은초기도시위생을주도했다.비록이책의연구대상이과거이기는했지만,의사와공학자가이프로젝트에참여한이유였다.상하수도의역사를놓고역사학자와공학자의시선은다른곳에서출발하여한곳으로엮여들었다.전염병방역의역사에대한의사와역사학자의시선도섬세하게교차하며이야기를풍성하게만든다.이책의저자들은보지못한지점을다른전공을통해볼수있었다.이것은여전히미진하지만확실한융합학문의작은시도이자첫걸음이다.

도시위생의이론
-식민지,근대를열다
1부에서는‘병은어디에서오는가’,‘어떻게막을수있는가’라는질문에대해근대초입의인류가대답을찾아나가는과정에서이론이만들어지는과정을살폈다.현미경이발명되기전까지인류는‘질병’의근원을‘나쁜공기(장기)’에서찾았다.그것은도로를닦고더러운주거환경을개선하는등의실천을통해극복될수있으리라믿었다.현미경렌즈를통해‘세균’이발견된이후,전염병을막기위한‘방역’의실현방법에관심이쏠렸다.세균을박멸하고병자를격리하는‘위생’의전략이근대도시의일상에스며들게되었다.
‘체제’가된도시위생
-근대도시를지탱하는보이지않는손
2부에서는도시위생을지탱하는시스템을구축하고자했던국가와사회의노력이제도로정비되는과정을살폈다.그러나이는진공상태에서순수하게추구되는‘위생’만의문제는아니었다.도시위생을추구하는모든선택과실천의행간에서는식민지시대제국의논리,자본의논리가어김없이관철되고있었다.누가누구보다더우선하여위생의혜택을받아야할것인가,제한된비용을어디에먼저투자하고무엇을뒤로미루어야할것인가.식민지조선에서도,해방한국에서도,서구열강이치열한이권다툼을벌이던상하이조계지에서도,‘위생’그자체의발전과함께‘위생’을주도하는권력의논리가발전하고있었다.

‘위생’의이름으로
-근현대도시위생의문화와정치
위생개혁으로탄생한도시는결코중립적인공간이아니었다.깨끗한물이도시에공급되고거리가말끔해지면서위생은개인이챙겨야하는몸의규율로내면화되었다.도시에상하수도시설을갖추고개인위생을철저히함으로써사회적몸으로서인구는건강한상태를유지할수있다는믿음의도래,이것이야말로위생개혁의계급정치와공간정치가도달한지점이었다.3부에서는근대적‘위생규율’을내면화하는과정이우리안에만들어낸새로운‘감정’과‘인식’을섬세하게살펴보고자했다.특히식민지백성으로서더럽고열등한존재라는자기인식을‘때’를벗고청결해지는것으로극복하고자했던일제강점기목욕문화에대한검토는매우흥미롭다.또한상하이콜레라백신접종을둘러싼권력과시민공동체의갈등은오늘의우리를비춰보는것같아오히려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