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친일 :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

우리 안의 친일 :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

$15.00
Description
우리 안에 스며든 친일: 민족주의적 팽창 욕망
“남의 식민주의는 비판하면서 나의 팽창은 옹호할 수 없다”
“독립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토착의 옛 폭력과 차별을 복원한 세상? 그건 아니지만 또 다른 종류의 폭력과 차별을 낳는 세상? 아니 모든 폭력과 차별의 폐지를 추구하는 세상? 앞의 두 입장에서 독립의 내용은 결국 ‘반일’로 수렴한다. 마지막 입장에서 독립은 단지 일본에 대한 반대를 넘어 식민주의가 수반한 온갖 폭력과 차별, 그것을 낳은 구조와 욕망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의미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욕망이 성찰되어야 할까? 강한 나라를 꿈꾸는 팽창주의,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성장제일주의,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내가 불평등한 세상의 윗자리에 올라가 좋은 일을 하겠다는 실력양성론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런 욕망은 심지어 반일과 친일 청산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 그러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을 수 있다.”

친일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아주 분명하고 명확한 이분법의 논리와 흑백논리에 익숙해져 있다. 고민의 여지가 별다르게 필요 없는 문제로 여겨졌다. ‘친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 문제의 모든 기원이기에 ‘반일’의 기치로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친일’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단순히 악랄하고 비열하며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친일파)’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다. 일제와 친일파가 모든 악의 근원이고 현대 한국 사회문제의 기원이라는 아주 익숙한 ‘반일’의 믿음을 넘어, 우리 속에 내재하고 습속화된 친일의 욕망과 구조를 비판한다. 그렇다고 제국과 식민지의 ‘공모’를 드러내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 보편적이고 절실한 ‘탈식민’의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이다.
저자

조형근

사회학자.서울대사회학과에서학사,석사,박사를마쳤다.50이넘어정규직교수(한림대)가되었으나한국대학과지식생산체제의문제를절감하며2019년사직하고,파주교하의협동조합서점과지역연구소에근거지를두고집필과강연에전념하고있다.이웃과함께하는삶에가치를두고이웃과많은일을벌이는편이다.마을합창단‘파노라마’의리더이며,미얀마민주화운동을지지하는모임에서활동중이다.M...

목차

서문:바람보다빨리눕는풀의고민에대하여

1장.민족주의,제국의욕망과동행하다
가슴벅차오르는만주벌판/『남방의처녀』,식민지인이꾸는제국의개꿈?/「붉은산」:제국의국책과조선인민족주의의잘못된만남/팽창욕망을정당화한식민사학,만선사관과반도적성격론/황군깃발아래백마달리던고구려쌈터로/일본제국의시선으로세상을바라본조선인/진정한친일청산이필요한곳

2장식민지근대화론넘어서기
어쩌다일베가될까?:일제시기의쌀‘수출’/쌀수출의시장메커니즘:『탁류』의사례/생산자농민의삶/식민지근대화라는트라우마?/식민지근대화론:일제시기에근대적경제성장이일어났다?/식민지근대화론이드러낸한국학계의초상/식민지근대화론에대한비판/농지개혁없이근대화가가능했을까?/먼저파이부터키우자는주장/GDP중심의세계관을넘어:제헌헌법을보라

3장실력을쌓아서좋은일하자는말
“힘을키워서세상을바꿔라”/식민지에서의사로산다는것/조선인의사들은어떻게살았을까?/민족차별비판과사회적연대감의계기를이루다/의사들,신지식의대표이자인격자가되다/누가악덕의사였나?/유상규의격분과조선인들의‘값싼동족애’/식민지의사들의마지막은/식민지전문가의행복,좁고위태로운길

4장.프랑스와독일의과거사청산:역사에는단판승부가없다
과거사청산을잘한프랑스와독일?/한국-일본과프랑스-독일관계를비교해보면/레지스탕스의나라프랑스라는신화/비시정부불법화를통해숨기려했던것/다시시작되는과거사논쟁:클라우스바르비의경우/폴투비에,거짓에기초한단죄/르네부스케,교수형에대한밧줄의협력?/모리스파퐁,정계에서출세하고천수를누리다/과거사청산의신화가가린감추고싶은진실/과거사논쟁:현재진행형의정치/독일의양심,귄터그라스의나치친위대경력/나치과거사극복의전개과정/끝나지않는나치과거사?:정규군범죄/타자에대한정죄와자신에대한윤리적성찰

5장역사의단죄와성찰:당신은친일하지않을자신이있습니까?
아돌프아이히만과한나아렌트/보통사람의윤리적책임:창씨개명의사례/창씨개명,따르면서비틀기/보통사람은역사의관객일까?/역사를공부하는이유:패턴이나법칙을찾아내기?/역사를공부하는이유:자기삶의무게를달아보기

에필로그:역사라는공유재를위하여

출판사 서평

우리안에스며든친일:성장제일주의
“먼저파이부터키우자”

일제시기동안한반도는연평균3%후반의성장률을달성했는데,이는세계최고수준의경제성장률에속하고,토지조사업을통해근대적토지제도가창출되었으며,근대적지식과기술을익혀기업경영과국가관리의경험을획득했고,나아가이시기의성장을기반으로1960년대이후의고도성장의밑바탕이되었다는식민지근대화론.『조선총독부통계연보』의통계를바탕으로주창한식민지근대화론에는어떤문제가있을까?(식민지근대화론의실증적문제와비판은65~75쪽참조)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일제시기일본인과조선인의소득격차를포함한불평등이민족차별의결과가아니라경제성장초기에보편적으로나타나는불평등확대이며,경제성장이충분히진전되면불평등이줄어들고성장의과실이골고루분배될수있었다고말한다.그리고이른바파이를키우려면당장의불평등확대는감수해야한다고강조한다.이러한주장은오늘날에도보수와진보를막론하고폭넓게받아들여지고있다.하지만200년이상에걸친각종통계로볼때경제성장이자동적으로불평등을교정해주지않았다.20세기전반의불평등감소는두차례세계대전의영향,20세기중반의장기간평등은복지국가의성장과함께했다.한반도농민의삶은식민지공업화가아닌해방이후의농지개혁을통해서였다.

식민지근대화론의본질적인문제는식민지배를미화한다는차원을넘어분배와삶의질을고려하지않는GDP중심의성장제일주의에있다.독립의참뜻은단순히지배자를일본인에서조선인으로바꾸는데있지않고,민족구성원이함께잘사는세상을만들자는데있었다.

실력양성론비판
“왜선의로는세상을바꿀수없을까”

식민지시기최고엘리트로선망받는의사직.그들이라고식민통치에서벗어날수있을까.아직의사면허를따기전의학전문대학을다니던청년학도들도3·1독립운동에나섰다.3·1운동으로구속되어재판에회부된전문학교재학생은77명인데그중경성의전학생이32명이었다.형을살고학업을중단한학생도상당했다.그러나이들가운데비타협적운동을계속이어간경우는많지않았다.

불의하지만거대하고강력한일제식민지배에맞서세상을바꾸려면먼저실력을키워야하지않을까?저자는묻는다.힘이생긴다는건그자신이사회의기득권이된다는말이기도한데,자신의기득권만그대로둔채세상을바꾸는게가능할까?

민족의건강증진이라는직업적소명의식을실현하고사회적지위와명예도갖춘의사들은평범한양심을지닌범속한다른의사들에게가치있고바람직한삶을산다고여겨졌을것이다.의사유상규의삶은바로그러한전형으로서의삶이었다.그는개돼지이하의생활을하면서도비판적인사상조차생겨나지않는민중에분노하고절망하면서도그민중에헌신했다.마음속에일어나는복잡한양가감정은식민지에서실력양성의길을걸었던의사나그를바라보는보통의민중이나마찬가지였다.식민지인의사는자기민족중누구라도이런사람이될만한능력이있다는살아있는증거지만,동시에그는“주인님의습관을획득”한자로서더이상피지배사회의일부로간주되지않기때문이다.

시대의죄,개인의책임
바람에먼저눕는풀에도사라지지않는윤리적고민

한나아렌트가아돌프아이히만의재판을지켜보고취재하며얻은결론은,유태인학살을자행했던아이히만이악의화신이아니라지극히평범한사람이었다는것.위에서시키니까어쩔수없이대학살을했을뿐이며,남들도다하니까자신도했다는상황논리였다.그렇다면식민지체제안에서살아가야하고,성공의욕망도있지만어느정도는악에연루될수밖에없는,아무런결정권도없는보통사람은어떻게살아야하나?힘없는보통사람은그냥순응하면서살아가야할까?저자는순백이아니면어차피더러운것은똑같다는정치적허무주의를비판하고극복해야한다고말한다.어쩔수없이순응해야하는권력의압력앞에서보통사람도판단을내려야하고선택을할수밖에없다고말한다.개인의책임을간과하지말아야하며우리자신도성찰의대상으로삼는자기비판을동반해야한다고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