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안에스며든친일:성장제일주의
“먼저파이부터키우자”
일제시기동안한반도는연평균3%후반의성장률을달성했는데,이는세계최고수준의경제성장률에속하고,토지조사업을통해근대적토지제도가창출되었으며,근대적지식과기술을익혀기업경영과국가관리의경험을획득했고,나아가이시기의성장을기반으로1960년대이후의고도성장의밑바탕이되었다는식민지근대화론.『조선총독부통계연보』의통계를바탕으로주창한식민지근대화론에는어떤문제가있을까?(식민지근대화론의실증적문제와비판은65~75쪽참조)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일제시기일본인과조선인의소득격차를포함한불평등이민족차별의결과가아니라경제성장초기에보편적으로나타나는불평등확대이며,경제성장이충분히진전되면불평등이줄어들고성장의과실이골고루분배될수있었다고말한다.그리고이른바파이를키우려면당장의불평등확대는감수해야한다고강조한다.이러한주장은오늘날에도보수와진보를막론하고폭넓게받아들여지고있다.하지만200년이상에걸친각종통계로볼때경제성장이자동적으로불평등을교정해주지않았다.20세기전반의불평등감소는두차례세계대전의영향,20세기중반의장기간평등은복지국가의성장과함께했다.한반도농민의삶은식민지공업화가아닌해방이후의농지개혁을통해서였다.
식민지근대화론의본질적인문제는식민지배를미화한다는차원을넘어분배와삶의질을고려하지않는GDP중심의성장제일주의에있다.독립의참뜻은단순히지배자를일본인에서조선인으로바꾸는데있지않고,민족구성원이함께잘사는세상을만들자는데있었다.
실력양성론비판
“왜선의로는세상을바꿀수없을까”
식민지시기최고엘리트로선망받는의사직.그들이라고식민통치에서벗어날수있을까.아직의사면허를따기전의학전문대학을다니던청년학도들도3·1독립운동에나섰다.3·1운동으로구속되어재판에회부된전문학교재학생은77명인데그중경성의전학생이32명이었다.형을살고학업을중단한학생도상당했다.그러나이들가운데비타협적운동을계속이어간경우는많지않았다.
불의하지만거대하고강력한일제식민지배에맞서세상을바꾸려면먼저실력을키워야하지않을까?저자는묻는다.힘이생긴다는건그자신이사회의기득권이된다는말이기도한데,자신의기득권만그대로둔채세상을바꾸는게가능할까?
민족의건강증진이라는직업적소명의식을실현하고사회적지위와명예도갖춘의사들은평범한양심을지닌범속한다른의사들에게가치있고바람직한삶을산다고여겨졌을것이다.의사유상규의삶은바로그러한전형으로서의삶이었다.그는개돼지이하의생활을하면서도비판적인사상조차생겨나지않는민중에분노하고절망하면서도그민중에헌신했다.마음속에일어나는복잡한양가감정은식민지에서실력양성의길을걸었던의사나그를바라보는보통의민중이나마찬가지였다.식민지인의사는자기민족중누구라도이런사람이될만한능력이있다는살아있는증거지만,동시에그는“주인님의습관을획득”한자로서더이상피지배사회의일부로간주되지않기때문이다.
시대의죄,개인의책임
바람에먼저눕는풀에도사라지지않는윤리적고민
한나아렌트가아돌프아이히만의재판을지켜보고취재하며얻은결론은,유태인학살을자행했던아이히만이악의화신이아니라지극히평범한사람이었다는것.위에서시키니까어쩔수없이대학살을했을뿐이며,남들도다하니까자신도했다는상황논리였다.그렇다면식민지체제안에서살아가야하고,성공의욕망도있지만어느정도는악에연루될수밖에없는,아무런결정권도없는보통사람은어떻게살아야하나?힘없는보통사람은그냥순응하면서살아가야할까?저자는순백이아니면어차피더러운것은똑같다는정치적허무주의를비판하고극복해야한다고말한다.어쩔수없이순응해야하는권력의압력앞에서보통사람도판단을내려야하고선택을할수밖에없다고말한다.개인의책임을간과하지말아야하며우리자신도성찰의대상으로삼는자기비판을동반해야한다고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