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현대정치사 : 아데나워에서 메르켈까지, 기민련을 통해 본 정당국가 독일

독일현대정치사 : 아데나워에서 메르켈까지, 기민련을 통해 본 정당국가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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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에서 다룬 기민련의 역사는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토록 엄청난 피해를 세상에 입힌” 독일이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그토록 많은 것을 이룩한” 나라가 되기까지, 정당정치의 본령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씨름한 기록이었다. 독일인들 자신에게도 그렇겠지만, 정당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깊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문수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의 〈독일현대정치사〉. 이 책에서 다룬 기민련의 역사는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토록 엄청난 피해를 세상에 입힌 독일이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그토록 많은 것을 이룩한 나라가 되기까지, 정당정치의 본령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씨름한 기록이다. 독일인들 자신에게도 그렇겠지만, 정당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깊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저자

문수현

서울대학교서양사학과학부와석사를졸업하고,독일빌레펠트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역사연구소,경희대인문학연구원,유니스트기초과정부등에재직했으며,2015년부터한양대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독일어자체에대한관심으로독일사연구를시작해서,독일여성사,한독관계사,군대민주화,국경분쟁,디지털역사학등의주제를탐구해왔다.『독일근현대사』(미지북스,2019)를번역했고,『주택,시장보다국가-독일주택정책150년』(이음,2022)을저술했다.

목차

서문
01아데나워의가부장적민주주의[1949~1963]
1.총리민주주의
2.기민련창당과정
3.기민련의정치적목표
4.기민련의당조직
5.정치자금
6.선거
7.아데나워집권기의정책들
8.아데나워의몰락
02정치를부정한정치가루드비히에어하르트[1963~1966]
1.루드비히에어하르트와기민련
2.에어하르트총리시기기민련정권의정치
03키징어와대연정―‘총리민주주의’대신‘협상민주주의’[1966~1969]
1.키징어,총리로
2.대연정구성
3.키징어와기민련의“작은68”
4.1969년선거와대연정종식
04바르첼,야당과여당사이[1969~1972]
1.바르첼의등장
2.불신임투표와동방정책
3.1972년선거,“빌리를선택하라(Willy-Wahlen)”
05기민련쇄신―비로소야당으로[1972~1982]
1.콜의등장
2.당강령개혁
3.선거,콜대(對)슈트라우스
4.사민-자민연정붕괴
06‘콜시스템’―기민련장기집권의재연[1982~1998]
1.1983년선거와헬무트콜의총리등극
2.콜정권의‘중도연합’정치
3.“콜시스템”이된기민련
4.플릭스캔들,“팔려나간공화국(GekaufteRepublik)”
5.1987년선거와콜의위기
6.콜과통일
7.콜의몰락
07앙겔라메르켈의시대[2005~2021]
1.메르켈의성장과기민련
2.메르켈,총리로
3.메르켈의정치
4.메르켈시기의선거
5.메르켈과여론
결론

출판사 서평

‘사회적시장경제’와공동결정권
―자본주의와사회주의사이,제3의길을개척하다

흔히‘서구’로통칭되기는하지만,독일의자본주의는영미권과현저히다르다.기실영미식자유방임자본주의는독일에뿌리내린적이없었다.산업화의후발주자로서독일의산업화는적극적인국가개입을통해시작되었다.기민련의대표적인정치가인쿠어트비덴코프는“독일에는기업이돈으로만구성되는것이아니라무엇보다인간으로구성되며,따라서하나의기업은하나의사회적결사체라는관념이있다”는말로독일식‘라인자본주의’의본질을설명했다.이는‘사회적시장경제’라는개념을통해기민련초기부터최근까지당의노선으로관철되어왔다.

사회적시장경제를실현하는중요한방식으로‘공동결정권’이라는독일특유의제도가기민련의반대가아닌협조를통해제도화되었던것도그런맥락에서였다.공동결정권에대한논의는19세기에사민당에의해시작되었지만,석탄철강분야로제한된공동결정권이최초로제도화된것은아데나워집권기인1951년이었다.그리고이공동결정권은이후기민련의주요정치강령들에모두포함되었다.사용자측의격렬한반발에도불구하고공동결정권의범위를전산업분야대기업으로확대시킨공동결정법이1976년최초로제정될수있었던것도기민련의지지없이는불가능했다.이처럼기민련은시장자유주의를표방하면서도영미식자유방임시장자유주의와거리를두었다.‘사회적시장경제’는사민당이아니라기민련의브랜드로시작하여독일인들의DNA로뿌리내렸다.

반공노선과동방정책
―국민의뜻을따르는기민련의방법

사회적시장경제와더불어반공주의는기민련의주요한정치적지향이었다.전쟁직후아데나워의정치적승리는냉전체제강화과정없이는설명할수없으며,통일에이르기까지긴세월동안사회주의에대한국민적우려는기민련의주요한지지기반이되었다.68혁명을경험하면서기민련개혁의요구가고조되었던1976년에조차기민련의선거슬로건은당개혁세력이주장한‘새로운사회문제’가아니라당내보수우파가주장한‘사회주의대신자유’였다.모든형태의사회주의를안보위협으로보이게함으로써사민당을고립시키는전략은기민련선거전에서오랫동안상수로기능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반공주의를간단히동독에대한적대와등치시킬수는없다.1970년대초동방정책을둘러싼논란이가열되던당시기민련다수는서독이유일하게합법적인독일국가이기때문에동독을국가로인정할수없다는‘할슈타인원칙’을고수하고있었지만,1972년선거를통해동방정책에대한국민적인지지가분명해지자이를현실로인정하고콜정권이들어선이후에도사민당이시작한동방정책의근간을유지해갔다.

동방정책을기민련당사와결부시킬때중요한것은동방정책이도입되기이전에도,도입될당시에도,그리고이후에도기민련을거슬러서가아니라기민련과더불어서가능했다는사실이다.결국동방정책은사민당만큼이나기민련의정책이기도했다.정권이바뀔때마다대북정책이바뀜으로써누적된경험과지혜를발휘할길이없어보이는우리의처지에비추어볼때충분히눈길을끄는대목이다.

기민련이만들어낸정당정치의한전형
―느리지만확실하게,협상과협의의정치

“대충만들고계속수리해서쓰는”영국정치와달리독일의정치가들은논의하고,또논의한다.그중에서도기민련은특히매우느리게움직이는정당이다.공동결정권은20년이상논의된끝에제도화되었고,당의기본강령이의결되기까지는7년이소요되었다.그러나이렇게길고지루한논쟁을거쳐결정된쟁점에서후진은더어렵다.일관성이확보되는것이다.느리고일관되게움직이는기민련의작동방식은개별정치가들의동선에서도잘드러난다.아데나워는서방통합,에어하르트는사회적시장경제,바르첼은동방정책에대한유연한태도,헬무트콜은유럽통합과독일통일,쿠어트비덴코프는공동결정,하이너가이슬러는새로운사회문제,리하르트폰바이체커는기민련기본강령등기민련의대표적인정치가들은각자의정치적브랜드를갖고일관되게추진해나가는양상을보여주었다.

독일정치의느린속도는독일정치가‘협상’을중시한다는것과도깊은관련이있다.연정이필수인정치구조하에서협상력은독일정치가들의주요덕목일수밖에없었다.‘까다로운협상파트너를다루는부문의마이스터’로꼽히던아데나워는말할나위도없고,‘걸어다니는중재위원회’로꼽히던키징어,‘통합가(Integrator)이자중재자(Moderator)’바르첼,‘탁월한협상가’콜,‘탁월한청중’앙겔라메르켈등,에어하르트를제외한모든기민련의당대표들이당대의협상전문가들이었다.

기민련의역사를통해모색하는‘정당정치’의본령
―시간의한계를넘어,시민의문제를해결하기위한역사적노력

정치가가일반인보다나은사람이기를기대하는것은무리이며,정당이다른사회기구보다더도덕적이거나미래지향적이거나합리적이기를기대하는것은무망한일이다.그러나정당은“시간의한계를넘어서생각하고행동”할의무가있으며,“시민들의문제를인식하고해결하기위해노력”하는것이야말로정당의본령이다.이처럼정당본연의과제가무엇인지진지하게성찰함으로써만,전세계적으로만연한정당민주주의에대한불신으로부터벗어날길을찾을수있을것이다.결국정치역시다른모든인간의활동과마찬가지로역사성을가질수밖에없고,그리하여정당의역사는선거를둘러싼한판승부의역사로서‘산화’되어버리는것이아니라,긍정적의미에서건부정적의미에서건,여러정치적실험들의보고로서저장되고비축되어야한다.정치가역사성을가지며역사에기록된다는사실을사회전체가매순간기억할수있다면,선거권자도피선거권자도좀더의연하게정치를하고또그정치를바라볼수있을것이다.